첫 컷 찍을 때 향수를 찾던데요, 일에 집중할 때 하는 나만의 루틴이에요?
주변 분위기를 환기하고 싶어서요. 원래 향수를 잘 안 가지고 다니는데, 오늘은 왠지 가져오고 싶더라고요. 보통은 집중할 일이 생기면 음악을 많이 이용해요. 아까 음악 소리를 좀 더 키워달라고 말씀드린 것도 그래서예요. 특히 화보 촬영 같은 작업할 때 콘셉트에 맞는 음악을 부탁드리는 편이에요. 일단 들었을 때 몽환적인 음악을 좋아해요.
군 입대를 기점으로 한 3~4년 전부터 인스타그램 업로드가 좀 뜸했어요. 군대에서 휴대폰을 못 써서가 아니라, 예전 게시물을 다시 보니 문득 ‘저런 걸 어떻게 올렸지?’ 싶은 생각이 드는 거예요. 못 봐주겠더라고요.(웃음) 예전에는 정말 제 솔직한 감정을 표현했거든요. 그걸 보고 저를 좋아해주는 분들과 감정을 공유하면서 저도 모르게 위안을 받았던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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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는 배우가 팬들과 소통하는 가장 대중적인 창구기도 하죠.
네. 그런데 이제는 제가 가진 걸 다 드러내기보다 조금은 절제하려는 마음이 생긴 것 같아요. 무엇보다 군 입대를 기점으로 사진을 잘 안 찍게 됐어요. 늘 까까머리인데 무슨 사진을 찍고 싶겠어요.(웃음)
이해해요. 공인이라 해도 사사로운 일상까지 모두 공개하면 자기 안에 여백이 없어질 수 있으니까요. 게다가 현우 씨는 아역으로 데뷔해 워낙 연예계 생활을 오래 했잖아요.
실은 무언가 깊이 생각하고 움직였다기보다, 그냥 자연스럽게 마음이 변한 것 같아요.
그런 것 같은데요.(웃음) 나이가 들어 그런 것 같아요.
넷플릭스 시리즈 〈종이의 집: 공동경제구역〉(이하 〈종이의 집〉)에 ‘리우’ 역으로 출연하면서 해외 팬도 많아졌죠?
사실 그걸 느낄 수 있는 유일한 통로도 SNS예요. 전보다 팔로어 수가 늘었고, 게시물을 올리면 더 많은 분이 ‘좋아요’를 누르며 댓글도 달아주시죠. 해외를 한 번 가야 하려나요.(웃음)
사실 몇 번 못 가봤어요. 그러다 이번에 영화 〈드림〉 촬영하면서 헝가리에 한 달 정도 있었거든요. 촬영 쉬는 날 조금 돌아다녀봤는데, 요즘은 어딜 가나 인터넷 연결이 잘돼 생각보다 여행하는 데 불편함이 없더라고요. 언어 장벽에 부딪히지 않고 잘 다닐 수 있겠구나 싶었어요. 앞으로는 여유가 생기면 어디든 가볼까 싶어요.
의외네요. 얼굴이 많이 알려졌으니 쉴 땐 해외에 가고 싶었을 것 같은데.
저는 제가 하고 싶은 거 하면서 잘 돌아다니는 편이에요. 얼굴이 알려진 것에 대한 불편은 크게 안 느껴요. 더 열심히 일하면 어떻게 될지 또 모르지만….(웃음) 지금은 제 삶도 잘 분리하고 있어요.
대학 생활은 많이 못 누렸지만, 고등학교까지는 정말 재미있게 다녔어요. 지금 친구들도 다 고등학교 친구고요.
2004년에 12살로 데뷔해 서른이 된 지금까지 연기를 하고 있네요. 배우가 되겠다는 마음을 굳히게 된 계기가 있었나요?
말씀하신 대로, 12살에 길거리 캐스팅이 돼서 배우 일을 시작했어요. 그런데 실은 제가 대여섯 살 때 부모님께서 먼저 배우로 제 진로를 생각하셨던 것 같아요. 어머니와 지하철 타고 연기 학원 가서 수업받고, 광고 찍고 그랬거든요. 그때 한 6개월 다니다가 그만두고, 12살에 우연한 계기로 다시 시작한 거죠. 한동안은 관성적으로 연기를 했어요. 학생들이 학교 다니면서 공부를 당연시하듯이요. 연기 대신 컴퓨터 게임에 몰두하면서 철없이 ‘프로 게이머로 전향하고 싶다’고 생각한 때도 있었고요. 근데 군대 다녀오고 나서 삶에 대해 관점이 많이 바뀌었어요. 예전에는 몰랐던 열정이 느껴져요. 어떻게 보면 배우로서 지금 다시 시작하는 것 같아요. 예전에도 인터뷰에서 “열정이 있다”, “잘하고 싶다”는 말을 많이 했는데, 지금 생각하면 그때는 너무 부족하고 어렸구나 싶어요.
저는 군대를 너무 재미있게 다녀왔어요. 몸이 힘들었으니 휴식이라 하긴 좀 그렇지만 어쨌든 제게 좋은 방향으로 작용한 것 같아요. 전에는 열심히 한다 해도 마음속으로는 온전히 집중하지 못했던 것 같고, 좋은 모습만 보여드려야 한다는 압박감도 있었죠. 군대 안에서 시간을 보내고 나니 그런 마음이 좀 해소가 된 것 같아요. 이번에 〈드림〉이랑 〈종이의 집〉 촬영하면서 간만에 재미를 느꼈어요. 옛날에 아무 생각 없이 현장을 즐기던 게 다시 생각나서 너무 좋았죠.
‘리우’가 꽤나 발랄한 캐릭터잖아요. 진짜로 신난 현우 씨 모습이 반영됐을 수도 있겠네요
그럴 수도 있을 것 같아요. 그렇게 표현하고 싶었고요.
다는 아니지만, ‘리우’ 캐릭터 위주로 봤어요. 미겔 에란이라는 배우가 연기한 ‘리우’는 굉장히 개구쟁이 같았어요. 그렇지만 또 ‘도쿄’와의 러브 라인에서는 깊이 있는 감정을 보여주죠. 원작과 한국 리메이크작에 많은 차이가 있는데, 그중 하나가 ‘도쿄’와 ‘리우’ 사이의 깊이가 다르다는 거예요. 극 중 ‘리우’는 밝은 성격이지만 자기만의 고민과 아픔이 있는 친구다 보니 그 간극을 잘 표현하고 싶었고, 또 ‘도쿄’와의 관계에서는 원작보다 좀 더 풋풋하고 순수하게 표현하고 싶었어요.
‘도쿄’ 역인 전종서 씨와 함께 연기하는 건 어땠어요?
재미있었어요. 전종서 씨가 실제 ‘도쿄’처럼 묘한 매력을 가지고 있어요. 함께 연기하면서 느낀 새로운 감정을 나중에 다른 작품에 활용해봐야겠다 생각했을 정도예요.
혹시 로맨스나 로코 같은 장르에 도전하고 싶은 생각은요? 비교적 최근 현우 씨가 참여했던 흥행작을 짚어보면 영화 〈은밀하게 위대하게〉 〈연평해전〉 그리고 지금 〈종이의 집〉까지 다 총을 들고 있는 캐릭터더라고요.
그러네요. 이제 도적을 했으니까 다음엔 경찰을 해야 하려나요.(웃음) 사실 로맨스도 배우라면 한 번쯤은 해봐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래야 더 인지도도 쌓이고요.(웃음) 그런데 성향상 그런 장르에 잘 끌리지 않는 것 같아요. 평소에 좋아하는 것도 〈베테랑〉 〈범죄와의 전쟁:나쁜놈들 전성시대〉 같은 터프한 영화거든요.
그런 걸 하고 싶으니까 그런 작품을 찾아보게되는 것 같아요.
좀 전에 영상 인터뷰하면서 〈종이의 집〉에서 도전해보고 싶은 다른 캐릭터로 ‘베를린’을 골랐어요. 평소의 선하고 소년미 넘치는 이미지와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 생각도 있나요?
그런 부분도 없지 않아 있어요. 물론 이미지 변신만을 놓고 보면 ‘덴버’죠. ‘덴버’야말로 외적으로 남성적인 섹시미를 가진 캐릭터잖아요. ‘베를린’은 외적인 부분이 아니라 성격이나 눈빛에서 드러나는 힘이 있는 인물이고요. 성인이 되고부터는 “몸을 키워 남자다워 보여야 해”, “그러려면 운동을 열심히 해야 해” 하는 얘기를 너무 많이 들어 스트레스였거든요. 소년미 있는 이미지를 바꿔야 한다는 얘기에는 오히려 반항심이 들었어요. ‘나다운 모습이 맞지 않나?’ 하는 생각을 더 많이 했고요.
그러고 보니 아역 출신 남자 배우가 한 번은 거쳐야 할 관문이라는 고정관념이 있는 것 같아요. 벌크업해서 ‘상남자’스러운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는 거요.
맞아요. 이렇게 솔직하게 말해도 되는 거 맞죠?(웃음)
외적인 것 말고, 〈종이의 집〉을 하면서 연기 면에서 내적으로 변했다고 느끼는 부분이 있어요?
예전에는 타인을 잘 보지 않았던 것 같아요. 내 비중이 많든 적든 내 역할만 소화하기 급급해서요. 요즘에는 함께 촬영하는 동료나 선배들에게서 너무 많은 게 보여요. 이번에 (박)해수 형과 대립하는 신을 찍으면서 가장 신났어요. 그 컷을 찍고 나서 혼자 많은 생각이 들었죠. 해수 형뿐 아니라 다른 사람들의 연기를 보며 표현법을 관찰하거나 에너지를 느끼는 즐거움을 안 것 같아요. 〈종이의 집〉이라는 드라마 자체가, 인물 한 명 한 명이 모여 시너지를 일으키는 게 중요한 작품이기도 하고요. 어떤 신에서는 아무 말 안 할 때도 있고, 어떤 신에서는 옆에서 딱 한두 마디 하는데, 그러면서도 조화를 생각해야 하니까요.
그럼 요즘 자신에게 개인적으로 힐링이 되는 건 뭐예요?
예전에는 그냥 숙제라고만 생각해서 힘들었는데, 얼마 전에 처음으로 동네 헬스장에서 정기권을 끊었어요. PT를 받아본 터라 운동법은 아니까 혼자 해보자 싶었죠. 혼자 하니까 재미있더라고요.(웃음) 몸이 펌핑되는 느낌이 신기해요.
마지막 질문이에요. 〈종이의 집〉 강도단처럼 실제로 4조원을 손에 넣는다면 뭘 하고 싶을 것 같아요?
4조원이라…. 흔들리는데요?(웃음) 농담이에요. 음….
너무 큰 액수라 그런가? 별생각이 없어 보이는데요.(웃음)
사실은 그래요. 제가 아주 가끔가다 한 번씩 로또를 사거든요. 그리고 며칠 동안 당첨 번호 기다리면서 생각해요. ‘설마 1등에 당첨돼서 몇십억이 생기면 어떡하지?’ 그러면 항상 끝에는 ‘킹크랩 두 마리 사서 혼자 다 먹어봐야겠다’ 생각해요. 진짜 그래요.(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