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가정의 달, 피가 섞여야만 가족이라던 시대는 끝났다. 아니, 사실 원래부터 그런 건 없었는지도 모른다. 같은 밥 먹고, 저녁이 되면 같은 대문을 지나 들어오고, 사소한 집안일로 전쟁을 벌인다면 그게 바로 가족이지, 뭐! 그게 내 친구든, 애인이든, 또 다른 애인(?)이든, 생판 남이든 간에!
「 이젠 다 알지? 띵작이라는 것! 〈멜로가 체질〉
」 이제는 모두가 입을 모아 ‘띵작’이라고 외치는 드라마. 동갑내기 서른 살 친구인 진주, 은정, 한주는 같은 집에 산다. 한주의 어린 아들 인국과 은정의 남동생 효봉과 함께! 한창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날 나이인 인국 몰래 게임을 하는가 하면, 효봉과 친구들은 아픈 은정을 함께 걱정하고, 밤이면 거실에 다 같이 모여 맥주를 마신다. 한 집에 사는동갑 내기라고 해서 고민도 같은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함께 헤쳐나갈 수 있다는 것 그래서 그 고민이 한결 가볍게 느껴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작품. 청춘이라면 모두가 공감할 법한 고민과 연애, 그리고 일상을 코믹하게 그려냈다.
출연 : 천우희, 전여빈, 한지은 「 이 분야의 시조새격 모셨습니다〈가족의 탄생〉
」 2006년 개봉작으로, 가족 하면 아빠, 엄마, 아들, 딸로 구성된 4인 가족을 자동으로 떠올렸던 시대에 신선한 충격을 안겨줬던 영화다. 남매 사이인 미라와 형철, 그리고 형철의 20살 연상 애인 무신, 무신의 전 남편의 전 부인이 버린 어린 딸 채현. 여기서 형철은 가출하고 미라는 오갈 데 없는 무신과 채현을 거두어 함께 살게 된다. 무책임한 남성 캐릭터는 뒤로하고, 가족들을 단단히 하나로 묶는 역할을 하는 따듯한 여성 캐릭터들 그리고 이 모든 전개를 납득하게 만드는 김태용 감독의 세심한 연출까지. 각자의 사정으로 낯설게 느껴질 수 있는 인물들을 그 누구보다 자연스럽게 엮어 하나의 공동체를 만들어냈다. 혈연이 아닌 인연과 우연으로 엮인 관계도 가족이 될 수 있음을, 서로의 상처를 보듬어줄 수 있음을 보여준 작품.
출연 : 문소리, 고두심, 공효진 「 남편은 2명이고요, 딸 하나 있습니다 〈아내가 결혼했다〉
」 모든 게 완벽한 여자 인아. 외모부터 성격, 취미까지 뭐 하나 안 통하는 게 없는 완벽한 그녀를 만나게 된 덕훈. 평생 그녀하고만 살아가고픈 덕훈과 달리 인아는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살고 싶어 한다. 결국 덕훈은 그녀의 자유로운 연애를 받아들이는 조건으로 인아와 결혼한다. 그리고 인아는 남편 덕훈과 또 한 명의 남편, 그리고 자신의 딸과 함께 행복하게 살아가는 모습으로 영화는 마무리된다. 인아를 이해할 수 없다, 다자연애주의자의 비겁한 변명 아니냐는 비난을 피해 가지 못했지만, 영화는 절대로 이런 삶이 맞다고 강요하지 않는다. 그래서 한 번쯤 생각해 보게 된다. 사랑을 제도 안에 묶을 수 있는 것인지, 인아가 원하는 것은 그저 사랑하는 사람들이 다같이 모여 행복하게 사는 것이 아니었을지에 대해서. 우린 모두 다르게 태어났으니까!
출연 : 손예진, 김주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