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reer

브랜드 대표가 다른 브랜드 대표를 인터뷰하면 생기는 일

성취의 여정에 올라탄 이에겐 끊임없는 영감과 자극을 주는 거울 같은 존재가 있다. 독창적인 아이디어와 기획력으로 자신만의 비즈니스를 이끌고 있는 ‘일잘러’들이 자신의 인사이트가 된 리더들에게 만남을 청해 고민과 비전을 나눴다.

BYCOSMOPOLITAN2021.0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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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necting Link 화합하고 연대하는 재능

Interviewer 손하빈 자아 성장 큐레이션 플랫폼 ‘밑미’ 대표
Interviewee 이영지 와인 페어링 바 & 와인 큐레이션 플랫폼 ‘위키드와이프’ 대표
 
손하빈(이하 ‘하빈’) 위키드와이프가 ‘와인’이라는 조금 낯선 아이템을 라이프스타일로 확장시키는 방식, 작은 규모이긴 하지만 공간과 서비스에서 보이는 분명한 철학에 깊은 인상을 받았어요. 위키드와이프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뭐예요?
이영지(이하 ‘영지’) 전에는 와인 잡지, 라이프스타일 매거진, 일간지 등에서 와인과 음식 기사를 쓰는 기자였어요. 마지막으로 다닌 매체에서 일에 혹사당한다는 생각이 들어 회사를 그만뒀죠. 그리고 10년 넘게 운영했던 블로그에 와인 수업을 연다고 공지했는데 올리자마자 반응이 꽤 좋았어요. 그때 사람들이 와인에 대해 배울 수 있는 곳을 필요로 한다는 걸 알게 됐죠. 그렇게 프라이빗 와인 클래스에서 시작해 내추럴 와인 숍, 페어링 바, 와인 서브스크립션 플랫폼을 겸한 현재의 모양새를 갖추게 됐어요. 저 역시 하빈님이 에어비앤비 마케터를 그만두고 회사를 창업한 이유가 궁금해요.
하빈 저는 관심사가 다양하고 에너지가 넘쳐 끊임없이 사이드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일을 벌이는 스타일이에요. 에어비앤비 마케팅팀은 그런 면에서 저와 아주 잘 맞는 곳이었어요. 하고 싶은 게 거기에 다 있었으니까요. 주변 사람들이 쟤는 맨날 회사 얘기만 한다고 푸념할 정도로 일 중심으로 살았죠. 2년 정도 지나고 나니 회사가 급속도로 성장했고 안정기에 접어들었을 때 떠나야겠다고 마음먹었어요. 일의 재미가 전보다 덜하더라고요. 2년 동안 이직을 준비했는데 가고 싶은 회사가 없는 거예요. 그럼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찾아 창업해야겠다는 생각에 ‘밑미’를 시작하게 됐어요. 제가 영지님을 만나고 싶었던 또 다른 이유는 여성 창업가로서 우리의 공통점, 노하우, 고민 등을 나누고 싶어서인데요, 특히 코로나19 상황을 어떻게 타개하고 있는지 물어보고 싶어요.
영지 위키드와이프 페어링 바가 눈부신 성과를 내고 와인 레터, 멤버십, 와인 딜리버리 서비스 등으로 구성된 온라인 커머스가 탄력을 받았던 시기에 코로나19가 터졌어요. 둘 사이의 밸런스를 잘 유지하면 되겠다 싶었는데 계획이 틀어졌죠. 온라인 중심의 커머스로 전환하기로 결정한 지는 얼마 안 됐어요. 와인에 대한 선입견을 없애는 시도를 좀 더 적극적으로 해보고 있어요. 가격이라는 허들을 확 낮추고, 사람들에게 친숙한 떡볶이, 만두, 순대 같은 분식과 와인을 접목시켜 라이브 커머스를 시도했는데 반응이 되게 좋았죠. 밑미 역시 오프라인을 중심으로 한 심리 상담 프로그램이 많지 않나요? 
하빈 심리 치유 프로그램은 오프라인이 필수예요. 그래서 오픈 초에 준비한 서비스의 80%가 오프라인이었고, 온라인 서비스는 부록에 가까웠죠. 그런데 밑미를 선보인 9월에 거리두기 2.5단계가 터진 거예요. 처음에 3개였던 온라인 프로그램을 빠르게 늘려서 한 달 만에 15개의 기획을 내놨죠. 지금은 프로그램의 90%가 온라인이에요. 그래도 전 오프라인이 끝났다고 생각하진 않아요. 코로나19 이후 ‘프라이빗’, ‘휴먼 터치’를 충족하는 서비스를 재빠르게 내놓은 곳들이 회복세를 보이고 있거든요. 에어비앤비가 대표적인 경우죠. 그래서 저희도 서울숲 쪽에 밑미를 상징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심리적 안전 기지, ‘나이스 투 밑미’라는 공간을 준비하고 있어요. 
영지 하빈님은 좋아하는 일을 자신만의 비즈니스로 어떻게 연결시켰어요? 
하빈 저는 자기 영역이 확실한 사람에게 곧잘 매료되곤 해요. 예를 들어 수십 년 동안 한 가지 물건만 만들어온 장인 같은 사람이오. 저한테 그런 게 없기 때문인 것 같아요. 그 과정에서 내 삶의 목표가 ‘나 자신을 찾는 것’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어요. 내가 성장 욕구가 강한 사람이라는 것도요. 저는 일과 삶이 분리되지 않는다고 생각하거든요. ‘그걸 내 일로 만들어보면 어떨까? 사람들이 자신을 찾는 것을 즐겁게 만들어주는 일을 해보자’ 싶었죠. 그렇게 밑미가 세상에 나왔어요. 
영지 저는 함께 일하는 사람들 덕분에 좋아하는 아이템(와인)으로 ‘위키드와이프’라는 브랜드를 만들 수 있었어요. 제가 한 일은 직원들이 이 회사 안에서 자기 역할을 적극적으로 찾고 그 역할의 정체성을 확실히 드러낼 수 있는 환경을 만든 거예요. 
하빈 맞아요. 혼자선 잘하기 어려워요. 뜻이 맞는 사람들을 찾아서 함께 하는 게 정말 중요해요 그게 여성이 가진 힘 같아요. 화합해서 목표를 이루는 데 타고난 재능이 있죠. 영지님은 위키드와이프라는 커리어를 통해 어떤 성장을 했다고 생각해요?
 
가죽 톱 10만9천원, 블라우스 11만8천원 모두 르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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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지 예전엔 나 자신이, 내가 만든 콘텐츠가 빛나는 게 첫째였는데 지금은 팀원들이 빛나는 게 훨씬 더 중요해요. 내가 주인공이 되려고 하면 이 회사의 가능성은 유한할 수밖에 없어요. 예전에 직원들에게 “집에 나를 두고 회사에 나온다”라고 말한 적이 있어요. 즉흥적이고 예민하고 감정적인 내 모습을 버리고, 치밀하며 전략적인, 팀원이 빛날 수 있도록 이끌어주는 리더라는 자아만 가지고 출근하는 거죠. 그래야 내가 없어도 위키드와이프라는 브랜드가 존재하고 지속될 수 있거든요. 
하빈 저 역시 비슷해요. 감정에 대한 책임감이 생겼어요. 일하다가 난관에 부딪히거나 힘든 상황이 생겼을 때 부정적인 감정을 표출하는 대신 나의 약점을 솔직하게 드러내려고 해요. “아, 못해먹겠어!”가 아니라 내가 부족한 부분, 못하는 일을 솔직하게 말하고 협조나 도움을 청하는 거죠. 그리고 예전엔 함께 일하는 사람들에게 공감해주는 것에 그쳤다면 지금은 그 사람을 신뢰하려고 해요. 상대가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믿어주는 거죠. 말을 아끼는 것, 그리고 믿는 것. 이 두 가지 면을 더 단련하고 성장시키고 싶어요. 
영지 성숙해지는 것만큼 성장도 중요하잖아요. 인사이트나 영감은 어디에서 얻나요? 
하빈 트렌드를 많이, 다양하게 아는 것보다 ‘진짜’인 걸 아는 게 중요해요. 그 ‘진짜’는 개인이나 작은 회사 혹은 독립 상점 같은 곳에 있고요. 그래서 대형 언론사보다는 소규모 미디어 스타트업 혹은 1인이 만드는 뉴스레터를 즐겨 보고, 대기업 브랜드보단 독립 브랜드, 작은 가게들을 좋아해요. 거기에 영감을 주는 새로운 아이디어가 많거든요. 
영지 저 역시 다른 스타트업 회사를 보며 영감을 얻어요. 특히 콘텐츠를 자기만의 방식으로 개성 있게 풀어나가는 브랜드와 회사에 관심이 많아요. 그 회사의 SNS, 대표나 직원의 인터뷰, 관련 기사 등을 찾아 읽으며 어떻게 비즈니스를 꾸려나가고 있는지 살피면서 인사이트도 얻고, 더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자극을 받기도 하죠. 
하빈 위키드와이프의 미래를 어떻게 그리고 있어요? 
영지 코로나19가 아니었다면 뉴욕, 싱가포르 같은 도시에 분식을 주제로 하는 런치 바를 열 계획이었어요. 상황을 주시하면서 시도해보려 해요. 나중엔 스테이를 열어보고 싶어요. 국내 여행을 하다 보면 지방 소도시에선 내추럴 와인을 찾기가 어려운 게 너무 아쉽더라고요. 위키드와이프의 와인 셀렉션과 페어링 콘텐츠를 숙소와 결합한 형태로 만들어보고 싶은 마음이에요. 하빈님은 어떤 계획을 갖고 있어요? 
하빈 누구를 만나든 내 이야길 편하게 할 수 있는 커뮤니티를 만들고 싶어요. 우리나라에는 생각보다 다른 사람의 판단이나 시선에서 자유로운, 자신의 본캐, 페르소나에서 벗어날 수 있는 장이 별로 없거든요. 가족이나 친한 친구가 있어도 하고 싶은 말을 다 하거나 모든 걸 다 보여줄 수 있는 게 아니기도 하고요. 아까 이야기한 ‘나이스 투 밑미’를 살다가 힘든 시기가 왔을 때 ‘아, 거기에 가면 방법을 찾을 수 있어’ 하는 동사형 공간으로 만들고 싶어요. 밑미가 내가 온전히 나 자신으로서 살 수 있는 법을 안내해주는 커뮤니티가 되는 게 궁극적인 목표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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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 프리랜스 에디터 류진
  • art designer 오신혜
  • photo by 채대한
  • stylist 배보영
  • hair 박규빈
  • makeup 유혜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