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ve

너드에게 끌리는 이유

처음부터 끝까지 순한 맛. ‘너드미’ 넘치는 남자, 일명 ‘너드남’의 매력 포인트와 그의 마음을 사로잡는 법은?

BYCOSMOPOLITAN2021.01.04
 
드라마 〈스타트업〉에서 천재 개발자이자 모태 솔로 ‘남도산’이 ‘서달미’에게 “내가 왜 좋아?”라고 물어볼 때마다 대신 대답해주고 싶었던 사람이 어디 한둘일까? 사춘기 시절을 위로하는 서정적인 편지 한 번 써준 적 없어도, ‘영&리치’와 거리가 멀어도 ‘남도산’에게는 분명 그만의 매력이 있었다. 한번 빠지면 답도 없다는 ‘너드남’의 DNA 말이다. 유행이라고는 1도 모르는 듯한 더벅머리, 뿔테 안경, 그리고 플란넬 셔츠로 대표되는 너드남은 언젠가부터 로맨스물에서 여자들의 꾸준한 지지를 받는 남주 캐릭터의 한 장르로 자리 잡았다. 1년 365일 멋있기만 한 캐릭터보다 좀 더 현실적인 ‘심쿵’ 포인트를 선사하는 너드남과 연애하는 법에 대해.
 
 

귀여운 덕후와 섹시한 전문가 사이를 오가는 마력

너드남의 조건 첫 번째는 심히 몰두하는 분야가 있다는 것이다. 그것이 코딩이든, 음악이든, 수집이든 간에 한 번씩은 자신만의 세계에 빠져 ‘과연 이 사람에게 다른 생리적인 욕구가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들 정도로 무섭게 몰두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평소에는 어딘가 나사 하나 풀린 것 같은 상태지만 자신이 관심 있어 하는 주제의 이야기가 나오면 눈빛이 달라지는 모습이 단순해 보여 귀엽기도 하다. 자신이 직접 뜬 수세미를 서달미의 할머니 ‘최원덕’에게 선물하며 RGB의 개념을 설명하는 ‘남도산’처럼 가끔은 불필요한 정보에 심취해 아무도 물어보지도, 궁금해하지도 않는 내용을 수십 분간 떠드는 ‘설명충’이 되곤 하지만, 이러한 전문적 지식이 종종 내게도 유용한 정보력이나 기술력으로 작용한다는 것은 물론이다. 한마디로 쓸모가 뚜렷한 사람. 이를테면 ‘남도산’이 언제 어디서든 악성 해킹 사건을 단박에 해결해주는 것처럼 말이다. 밴드 활동에 심취한 일명 ‘홍대 너드남’과 연애 중인 대학생 김수연(가명, 25세) 씨는 남자 친구 덕분에 록 음악 풍월 정도는 읊을 수 있게 됐다고 말한다. “콜드플레이와 라디오헤드가 남자 친구의 ‘최애’들인데 남들이 모르는 사실까지 속속들이 꿰고 있어요. 저희 둘이 요즘도 술 마실 때 기본 3시간은 떠들 수 있는 소재예요. 워낙 유명한 뮤지션들이라 저도 어디 술자리 가서 아는 척하기 딱 좋아요.”
 
▶공략법 일단 들어주자. 물개 박수 준비! 컴퓨터 프로그래밍을 전공한 일명 ‘공돌이’와 8년여의 연애 끝에 결혼한 프리랜서 정희나(가명, 34세) 씨는 “처음 만난 날 술자리에서 C 언어에 대한 개론을 거의 30분 동안 들었던 기억이 나요. ‘와, 그런 걸 알다니 대단하다’라며 호응해줬더니 좋아하는 게 눈에 보이더라고요”라고 회상한다. “저는 철학과 출신이긴 하지만 예전에 교양 수업에서 들은 내용을 토대로 조금 알아들은 척했더니 그가 굉장히 흥분했어요. 거의 뭐, 첫눈에 반한 눈빛에 가까웠죠.” 전혀 이해할 수 없는 내용을 장황하게 설명하는 걸 가만히 듣고 있는 건 고역이겠지만, 오히려 차근차근 하나씩 질문을 던져가며 그 세계에 발가락이라도 들이려는 정성을 보이면 OK. 너드남은 자신의 분야를 토대로 세상을 이해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그와 친밀감을 쌓으려면 이러한 과정은 필수다. 수연 씨의 경우도 별반 다르지 않다. 다만 현장을 뛰어다녀야 했다는 점에서 공이 두 배로 필요했지만. “사람도 몇 없고, 담배 쩐 내 나는 홍대 공연장을 제가 그렇게 뻔질나게 드나들 줄 누가 알았겠어요. 처음에는 좀 어색했는데, 소리 지르고 박수 쳐주는 것도 익숙해져요. 지금은 코로나19 때문에 공연을 쉬어 짠하지만, 늘 응원해주는 제가 고마웠는지 무대에서 가끔 제 얘기를 해주던 게 아직도 문득문득 기억이 나요.”
 
어딘가 어설프지만 현실에서 너드남들이 유독 여자를 설레게 만드는 포인트는, 한번 꽂히면 자신의 전문 분야에 그러하듯 상대에게 몰두한다는 것이다.
 

연애에 서투른 것이 단점이자 장점

너드남들은 여자들이 좋아하는 말을 할 줄 모를 뿐만 아니라 때로는 아예 ‘썸’ 자체가 불가능하다. 연애에만 서투를까? 때로 상대의 기분을 헤아릴 틈도 없이 자기 일만 하기 바쁘다 보니 대인 관계가 원만하지 못한 ‘외골수’라는 것이 너드남의 제2조건. 싸운 뒤에 치킨이 아니라 진지한 사과가 필요한 내 기분 파악도 못 하는 이들이 때로 야속하게 느껴지지만, 적어도 나 몰래 다른 여자 만나고 다닐 위인은 아닐 것 같다는 안도감을 준다. 표현에 서투른 만큼 때로 어이없을 정도로 솔직하고, 감정이 얼굴에 그대로 드러나는 특성 때문이다. 게다가 때로 연애에서는 짜여진 듯 아름다운 감동의 순간보다 미묘하게 기대에서 어긋나는 ‘현실 모멘트’가 사람의 마음을 예측 불가능하게 흔들어놓는 법. 수연 씨는 남자 친구의 술주정을 연애 중 들은 최고의 말로 꼽는다. “술 먹으면 필름이 자주 끊기거든요. 그날도 기억을 못 하던데, 새벽에 전화해서는 혀 꼬인 말투로 ‘내가 자기를 사랑한다고 하면 자꾸 거기에 이상한 놈들이 들러붙는 느낌이야’라며 잠꼬대인지 취중 진담인지 모를 소리를 하는 거예요.” 평소 수연 씨와 말싸움을 하면 자기만의 이상한 논리를 펼치다가 늘 자가당착에 빠지는 남자 친구인데, 취해서 입이 트인 모습이 귀여웠다나. 한편 희나 씨와 남편의 만남은 시트콤 그 자체였다. “남편을 처음으로 집으로 부른 날 잔뜩 긴장한 모습이 얼마나 웃기던지! 가방이 너무 무거워 보여 방 안에 갖다 두겠다고 달라는데도 안 주더라고요? 장난처럼 실랑이하던 끝에 가방이 열려 뭔가 툭 떨어졌는데, 콘돔이었어요. 제가 깔깔 웃어대니까 얼굴이 빨개진 남편도 결국 허탈한 표정으로 웃더라고요.”
 
▶공략법 먼저 많이 다가가주자 ‘남도산’은 경쟁 캐릭터인 ‘한지평’을 통해서야 ‘서달미’가 자신을 좋아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대부분의 너드남은 아무리 하트 시그널을 보내도 잘 캐치하지 못한다. 혹은 아예 멍석을 깔아줘도 실행에 옮기지 못하는 다소 찌질한 모습을 보인다. 드라마 속 ‘남도산’의 박력은 멋있지만, 현실 너드남은 박력 따라 하다가 웃픈 꼴이 될 때가 더 많다. 애매한 분위기 작전은 손발이 안 맞는 탓에 해프닝으로 웃어넘기게 되기 일쑤. 이럴 땐 직진이 무조건 답이다. 콘돔까지 챙겨 왔을 정도로 준비성이 철저했던 희나 씨의 남편은 어땠을까? “소파에 나란히 앉아서 술을 마시는데도 시선은 TV에 딱 고정인 거예요. 보다 못한 제가 멱살을 쥐다시피해 먼저 키스했죠.” 어딘가 어설프지만 현실에서 너드남들이 유독 여자를 설레게 만드는 포인트는, 한번 꽂히면 마치 자신의 전문 분야에 그러하듯 상대에게 몰두한다는 것. 내게 푹 빠지면 빠질수록 행동이 늘 너무나 어설프고 감정이 적나라하게 드러나서 ‘찐따미’가 돋보이는 건 덤이다. 대단한 걸 바라지 말고, 그 순수함을 즐기자.
 
 

후줄근한 스타일, 하찮은 취미의 특별함

한 가지에 집중하는 성격은 때로 이상한 곳에서 발현된다. 특정 스타일을 고수하거나 별거 아닌 아이템에 집착하는 성향이다. 코딩 천재 ‘남도산’에게 뜨개질이라는 의외의 취미가 있었다면, 너드남들에게는 기념품을 모은다는 공통점이 종종 발견된다. ‘옷 덕후’ 마케터 남친을 2년간 만났던 회사원 이민지(가명, 30세) 씨는 “사귀기 전에, 우연히 그 사람이 일본에서 구하고 싶어 하는 모자가 있다는 걸 알게 됐어요. 맥주 브랜드 협업 제품이었던 걸로 기억해요. 때마침 저는 연달아 두 번의 일본 출장이 잡혀 있었죠. 비싼 물건은 아닌데 그에게만은 중요해 보이는 그 모자를 찾아서 자유 시간이 생길 때마다 온갖 편집숍과 구제숍을 들락거리는 제 모습을 보며 ‘아, 이게 좋아하는 마음이구나’ 싶었어요”라고 말한다. 수연 씨는 늘 목 늘어진 티셔츠에 청바지를 고수하는 남자 친구가 답답해 새로운 스타일을 권유하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늘 “이 티셔츠가 어떤 티셔츠냐면”으로 시작하는 장황한 설명뿐이다. “별수 있겠어요? 게다가 그 설명을 하도 많이 들어 남자 친구의 애착 티셔츠가 뭔지 줄줄이 꿰게 됐다니까요.”
 
▶공략법 ‘취존’해주자. 기념 티셔츠는 너드남들의 캣닢! 희나 씨는 너드남들의 스타일을 바꾸려 하지 말고 그의 스타일에 맞는 물건을 사주는 게 좋다고 말한다. “아무리 봐도 족히 5년은 쓰고 다녔을 거예요. 뿔테 안경이 안 어울리는 얼굴이 분명한데 말이죠. 다른 걸 사주거나 아예 손 잡고 라섹하러 가자고 말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포기하고 비슷한 뿔테로 새로 사줬더니 감동받은 눈치였어요. 자기를 있는 그대로 인정해주는 것 같다면서요.” 수연 씨는 기타에 집착하는 남친을 위해 직접 커스텀한 기타 피크 세트를 선물했던 게 가장 기억에 남는 기념일이었다고 꼽는다. “어차피 몇 푼 하지도 않는 소모품인데, 선물해준 건 쓰지도 않고 고이 모셔두더라고요. 어이없는 건, 제가 유럽에서 생일 선물로 사다준 가방은 그의 집에 깜박 두고 온 제 책을 담아 돌려준답시고 제게 주고는 다시 찾지도 않는다는 거예요!” 그냥 물량 공세가 아니다. 때로 감정적인 소통의 갭을 채우기 어려워하는 이들에게 자신이 집착하는 물건이란 건 또 다른 소통의 창구다. 우연의 일치일지 모르지만 민지 씨가 비로소 남자 친구와 본격적으로 연애를 시작한 건 일본에서 어렵게 구한 모자를 선물한 날이었다고.

Keyword

Credit

  • Editor 김예린
  • Art Designer 조예슬
  • Photo by 영화 스틸 컷/드라마 공식 웹사이트
  • 기사등록 온세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