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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김주현의 날아오를 준비

드라마 <날아라 개천용> 속 ‘에이스’ 신입 기자에서 전투력 만렙 프리랜스 기자로 거듭나고 있는 ‘이유경’. 깊은 시선으로 자신을 들여다보고 타인을 어루만지는 배우 김주현이 지금 집중하고 있는 캐릭터다.

BYCOSMOPOLITAN2021.01.01
니트 톱 32만8천원, 셔츠 24만8천원 모두 렉토. 팬츠 31만8천원 낸시부. 목걸이 23만원 콜드프레임. 슈즈 1백만원대 토즈. 이어 커프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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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날아라 개천용〉을 보니 유독 호통치는 장면이 많더라고요. 목이 아프진 않을지 걱정될 정도로요. 
저는 제가 그렇게 화를 잘 내는지 몰랐어요. 하하. 평소에 지치고 힘든 일이 있어도 화를 내지는 않는 성격인데, 드라마 상황에 몰입하다 보니 진짜로 화가 나더라고요. 
 
실화를 바탕으로 한 작품이라 더 이입이 많이 될 것 같아요. 변호사 ‘박태용’과 기자 ‘박삼수’가 힘을 합쳐 억울하게 범죄 누명을 쓴 사람들의 재심을 도맡아 승소한다는 내용의 드라마에서 당찬 신입 기자 ‘이유경’ 역을 맡았죠. 어떻게 출연을 결정하게 됐나요?
2018년에 드라마 〈부잣집 아들〉을 끝낸 이후 잠시 휴식기가 있었어요. 작품을 하고 나서 화면으로 보니 유독 부족한 점만 보이는 거예요. 다음 작품은 제가 부족하더라도 후회가 남지 않는 작품이었으면 했죠. 그러던 차에 감독님께서 먼저 연락을 주셨어요. 대본을 본 뒤 논픽션 원작 〈지연된 정의〉를 찾아 읽는데 문구 하나가 마음에 콱 박혔어요. 실제 기자님이 변호사님에게 문자로 “2만원만 빌려주세요”라고 쓰고 바로 뒤에 “아 미안해요, 그냥 한 말이에요”라며 황급히 이모티콘을 덧붙였는데 그 모습을 상상하니 가슴이 먹먹한 거예요. 그동안 저는 제가 잘할 수 있는 것만 생각했는데 이번 드라마는 저를 위한 게 아니라 억울한 사람들을 위로하는 작품이라 생각했죠. 제가 감사하게도 참여한다는 마음으로 하고 있어요. 
 
생계를 위해 일본으로 밀항했다가 간첩으로 몰려 심한 고문으로 한쪽 고막이 파열된 사람, 발달 장애라는 이유로 살인죄를 뒤집어쓴 소년들, 이런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다 보면 마음이 힘들 것 같기도 해요
오히려 그분들이 삶을 살아낸 과정을 간접적으로나마 접하면서 위로를 많이 받았어요. 살다 보면 상처받을 일이 많잖아요. 제 상황을 담담하게 받아들일 수 있게 해준 작품이에요.
 
제작 발표회 당시 “〈날아라 개천용〉은 ○○○이다”라는 공통 질문에 “누구나이다”라고 답했어요. 누구나 마음속에 용이 있다고 생각한다고요. 
연기를 실감나게 하고 싶어 다른 작품을 많이 찾아봤어요. 〈그들이 우리를 바라볼 때〉라는 미국의 미니 시리즈는 비슷한 사건을 다루지만 사건 자체보다는 선입견으로 인해 무너진 사람들의 인생을 따라가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죠. 극 중에서 억울하게 범죄자로 몰린 한 흑인 소년의 대사가 너무 슬펐어요. “우리라서 그래.” 누구는 저런 대우를 받아도 되고 누군 그래선 안 된다는 건 없잖아요. 누구나 잘될 수 있다기보다 누구나 소중하다는 걸 말하고 싶었어요.
 
베스트 49만8천원, 팬츠 32만8천원 모두 잉크. 니트 톱 가격미정 코스. 시계 1백22만원 페라가모 타임피스 by 갤러리어클락.

베스트 49만8천원, 팬츠 32만8천원 모두 잉크. 니트 톱 가격미정 코스. 시계 1백22만원 페라가모 타임피스 by 갤러리어클락.

극 중 ‘기자’라는 직업이 낯설진 않았나요?
〈지연된 정의〉를 쓰신 박상규 기자님이 이번 드라마 각본도 직접 집필하셨어요. 초반에 리딩할 때 많이 참여하셨는데, 제가 리딩하는 걸 보더니 “그렇게 하면 못 이긴다”라고 하시는 거예요. 더 세게 해야 한다고요. 그때부터 다른 작품 속에서 기자라는 직업을 가진 여성 캐릭터를 많이 찾아봤어요. 특히 강렬한 눈빛이나 제스처를 많이 익히려 했죠.  
 
“눈빛이 그윽하다”라는 표현을 평소에 공감해본 적이 없는데, 오늘 김주현 씨를 보니 정말 그런 눈빛이 있구나 싶네요. 
요즘 좀 깊어진 것 같아요. 하하. 확실히 이번 작품 영향이 있어요. 평소에도 다큐멘터리를 좋아하는데 이 작품 하면서 더 많이 챙겨 봤거든요. 예전에는 작은 부분까지 잘 몰랐는데, 실제 상황에 놓인 사람들의 심리를 포착하는 것이 얼마나 큰 울림인지 새삼 깨닫고 있어요. 
 
제작 발표회에서 궁금했던 게 또 있어요. 이번 드라마로 얻고 싶은 수식어를 묻자 “멋진 이유경”이라 답했는데 옆에 앉은 권상우•배성우 배우가 “예쁜 이유경”, “글빨 미녀” 같은 수식어를 붙여주더라고요. 왜 내 맘을 몰라줄까 섭섭하진 않았어요? 
아마 배성우 선배님이 ‘글빨 미녀’라 하신 건 제가 평소에 하고 싶은 말을 잘 못 하는데 글로는 직설적으로 표현하는 성격을 말씀하신 것 같아요. 물론 “멋진 이유경”이라 답한 건 외적인 부분을 말씀드린 건 아니었고요. 그 전에 출연했던 주말 드라마 두 편을 가만히 보니까 저도 모르게 제가 예쁜 척을 하고 있더라고요. 아무래도 배역이 캔디 같은 역할이다 보니 예쁘게라도 보이고 싶었나 봐요. 하하. 이번에는 많이 버리고 시작하려 했어요. 정말 멋있는 배우가 되고 싶거든요. 저를 처음 보는 사람들은 잘 못 느낄 수 있지만 저는 제가 강인하다 생각해요. 
 
영화 〈판도라〉 속 ‘연주’가 대중적으로 가장 알려진 배역일 것 같아요. 원전 폭발로 위기에 처한 마을 주민들을 버스에 태우고 중앙분리대를 넘어 도로를 역주행하는 모습이 강렬했죠. 드라마 〈모던파머〉에서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독사를 잡는 연변 출신 여성 ‘송화란’을 맡았고요. 둘 다 꽤 독특한 캐릭터인데 공통점이 ‘굳센 여성’이다 보니 캔디 같은 이미지로 굳어진 게 아쉬웠을 법도 해요. 심지어 드라마 〈언니는 살아있다〉에서는 극 중 이름이 ‘강하리’였죠.
〈모던파머〉를 촬영하는 동안 〈판도라〉에 캐스팅이 됐어요. 〈판도라〉가 흥행하니 자연스럽게 영화 속 ‘연주’와 비슷한 이미지의 배역을 많이 맡게 됐고요. 〈언니는 살아있다〉를 하면서 고민이 많았어요. 여리고 청순한 배역을 맡고 싶다는 게 아니라, 좀 다른 결로 강한 캐릭터를 하고 싶었거든요. 당시 30대로 제가 느끼는 감정을 표현하고 싶기도 했고요. 그런데 〈판도라〉 속 ‘연주’가 자신을 위해 씩씩해지는 캐릭터라면 ‘이유경’은 타인을 위해 씩씩해지는 캐릭터라는 차이가 있어요. 다니던 언론사를 그만둔 것, 권력자들과 싸운 건 오히려 자신을 버리는 행동이었죠. 
 
배우를 꿈꾸던 친구의 영향으로 우연히 배우의 길로 접어들었는데, 연기에 대한 고민으로 20대 시절에는 약간의 슬럼프를 겪은 적도 있다고요.
침체기 땐 오히려 고민이 없었어요. 오디션에서 떨어져도 속상하지도 않고. 광고 미팅 가기 싫다고 회사에 얘기한 적도 많아요. 오히려 아침 드라마 찍던 신인 시절보다 일을 줄곧 하는 지금 같은 때 부담감이나 고민, 책임감은 더 커지죠. 
 
쉴 땐 주로 뭐 해요? 
솔직히 말해 거의 아무것도 안 해요. 하하. 그냥 남들 하듯 TV 보고 음악 듣고 가끔 글을 쓰는 게 전부예요. 최근에는 고양이를 키우기 시작했어요. 이름은 ‘앵두’예요. 희한한 게 고양이를 키우면서부터 길냥이들이 베란다에 자꾸 들어와요. 물과 밥그릇을 놔주다가 수가 너무 늘어 아예 집을 하나 사줬죠. 고양이를 제외하면, 혼자 있는 걸 좋아하는 성격이라 쉬는 기간 1년 중 6개월 정도는 정말 편하게 보냈어요. 
 
워낙 욕심이 많지 않은 성격인가요? 
흘러가는 대로 살지, ‘이거 아니면 절대 안 돼’ 하는 건 없어요. 어렸을 땐 더 심했고요. 하하. 그때나 지금이나 대단한 인물이 되고 싶다는 생각은 해본 적이 없어요. ‘너무 오래 쉬어 생활비가 바닥나면 다음 달에 아르바이트하면 되지’ 하고 생각해요. 연기는 언제든 제가 준비가 되면 할 수 있는 거니까요. 어떻게 보면 오히려 욕심이 많은 거예요. 제가 하고 싶은 작품을 하려고 기다린 거잖아요. 내가 잘할 수 있고, 내가 많은 사람과 어울릴 수 있는 시기가 왔을 때 하는 게 맞다 생각했어요. 
 
배우라면 한 번쯤 반짝이는 ‘스타’가 되길 꿈꾸지 않나요? 
요즘은 내년에 무슨 작품 하고 싶다거나 언제쯤 할리우드 레드 카펫 밟고 싶다 같은 꿈을 꾸는 건 의미 없는 시간이라 생각해요. 앞날은 어떻게 될지 아무도 모르잖아요. 당장 오늘도 나는 연기를 잘했다고 생각하는데 다른 사람이 그렇게 보지 않을 수 있고, 나는 아무것도 모르고 했는데 누군가 너무 좋았다는 피드백을 주기도 하는걸요. 그럴수록 눈앞에 주어진 일을 더 열심히 해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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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 Feature Editor KIM YE RIN
  • Photographer KIM JAE HOON
  • art designer KIM JI EUN
  • Stylist 김보라
  • Hair 김선희/서울베이스
  • Makeup 곽혜령/서울베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