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음 날 아침, 사회적 거리두기를 하는 팀원들과의 화상 회의에 참석한 나는 화면을 통해 내 눈 밑이 훨씬 더 어두워졌고, 두 뺨이 홍조로 불타오르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마치 147년간 한숨도 자지 못한 여자처럼 말이다. 뷰티 에디터로 오래 일한 만큼 스트레스가 안색을 안 좋게 만든다는 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었기에 예전과 달리 피부 상태가 점점 나빠지고 있음을 직감적으로 눈치채고는 있었다. “이건 마치 탁구 경기와 같아요”라고 피부과 전문의 엘런 마머 박사는 말한다. “뇌가 스트레스를 받으면 피부에 영향을 줍니다. 그리고 스트레스에 노출된 피부에서 생성된 호르몬이 뇌로 직접 들어가 뇌 신경 활동을 방해하게 됩니다.”
지난 3월, 전 세계가 봉쇄 상태에 들어가면서 불안감 지수가 상승함과 동시에 새로운 SNS 트렌드가 등장했다. 다름 아닌 프로 집콕러들의 셀프 케어에 관한 이슈다. 아마도 나처럼 페이스 타임, 화상 통화 등의 빈도가 늘어나면서 거울이 아닌 다른 매개체를 통해 자기 얼굴을 객관적으로 들여다보게 되고, 그로 인해 예상치 못했던 피부 위기감을 느끼면서 시작된 게 아닌가 싶다. 그래서인지 기본적인 페이셜 케어에 대한 관심이 가장 높았고, 기분 전환을 위한 화려한 매니큐어, 초간편 셀프 염색 등에 대한 관심도 동시에 포착됐다. 그야말로 전 세계적으로 유례없는 코로나19 사태는 화장 밑에 감춰져 있던 여자들의 민낯을 제대로 들여다보는, 그닥 반갑지만은 않은 계기가 된 것이다.
집콕이 피부엔 독?
」코르티솔은 나쁜 호르몬이다?
」
실종된 피부 밸런스를 찾아서
」쿠비카 박사는 리셋과 회복 그리고 재생에 중점을 두라고 강조한다. 그가 말하는 리셋 메커니즘은 피부의 자연적인 복원력과 방어력을 키우는 데 방점을 찍는다. 낮 동안의 손상을 대비해 피부 개선을 최대치로 끌어올릴 수 있는 밤 시간의 나이트 케어에 올인하는 게 그가 강조하는 뷰티 매뉴얼이다. 최근 외부 환경의 급격한 변화(코로나19 사태 역시 포함된다)로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은 피부를 위한 리셋용 트리트먼트 제품 출시도 눈에 띈다. 에스티 로더를 비롯해 빌리프, 닥터지 역시 이 대열에 합류한 브랜드로 손상 피부 개선에 중점을 둔 제품을 선보였다. 피부과 전문의 윌리엄스 박사는 “리셋과 회복을 위해 오로지 ‘안티에이징’ 타이틀을 건 제품에만 목숨 걸 필요는 없어요. 오히려 가장 중요한 건 적절한 수분 공급입니다. 모두가 중요하다고 알고 있지만 쉽게 간과하는 부분이기도 해요. 현재 피부 상태와 맞지 않는 과한 고기능성 크림을 맹목적으로 믿고 바르는 것도 손상된 민감 피부에는 큰 도움이 안 됩니다. 히알루론산이나 글리세린 같은 습윤제 성분, 필수지방산, 나이아신아마이드 제품을 찾아 바르는 게 피부에는 더 유익해요”라고 설명한다. 다음으로 중요한 건 먼저 꽉 막힌 피부 순환길을 뻥 뚫어주는 것이다. 스트레스가 가득한 상태에서는 어떠한 관리를 해도 피부가 쉽게 좋아지지 않는데, 이럴 때일수록 항산화 케어에 집중하면 칙칙하고 탁해 보이던 피부 톤이 확실히 밝아진다. 그런 다음 완벽한 재생을 위해 피부 장벽 강화에 최적화된 세라마이드나 피부 구조와 유사한 라멜라, 펩타이드 등이 함유된 제품으로 케어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먹고, 자고, 걱정하고, 반복하고
」
결국 정신력에 달린 문제라고!
」‘정신 건강 재단’의 정신 건강 전문가 크리스 오설리반은 몇 가지 실용적인 조언을 건넨다. 그는 우리에게 온라인 콘텐츠를 좀 더 긍정적인 경험으로 여기길 촉구한다. “매일 SNS를 통해 정보가 쏟아지는 상황에서 당신이 보거나 듣고 싶지 않은 것을 필터링하는 요령을 터득해야 해요. 가령 해시태그 필터를 사용하거나 개별 계정을 차단하는 거죠. 소셜 미디어에서는 좋은 내용, 즉 당신을 행복하게 해주고, 영감을 받게 하고, 당신이 아끼는 이들과 소통하게 해주는 것들만 얻으려고 노력하세요.”
나 역시 팬데믹 시기에 스마트폰의 작은 화면을 통해 유용한 내용을 다수 접했다. 다른 사람들의 선행이나, 웃긴 밈이나, 아기들이 그린 무지개 그리고 NHS(국민보건서비스) 직원들에게 박수를 보내자는 리마인더 챌린지 같은 것 말이다. 때로는 아무 생각 없이 스크롤을 내리며 소셜 미디어를 접한 덕분에 며칠 동안 희망을 가질 수 있었다. 그런가 하면 충격적인 사망 소식으로 어안이 벙벙해질 때도 있었다. 그러다 유독 기분이 우울했던 어느 날 아침, 나는 혈액 기증자가 부족하다는 글을 읽고 헌혈을 하기 위해 내 정보를 등록하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했다. 그날 오후, 나는 갓 태어난 아기와 함께 집에 갇혀 지내는 친구의 집 앞에 불룩한 쇼핑백 두 개를 전해줬다. 이러한 행위가 개인적인 만족을 위해 계획된 일은 아니었다. 하지만 이는 한동안 내가 느꼈던 끈질긴 공허함을 채워주는 것 같았다. “연구에 따르면 다른 누군가를 위해 좋은 일을 하는 것은 우리의 행복감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합니다”라고 오설리반은 말한다. “다른 사람들을 도움으로써 나 홀로 고립된 듯한 기분을 덜어내고, 사람들과 더욱 연결된 기분을 느낄 수 있죠. 또 지금 우리 모두가 처한 상황에 대해 전혀 다른 관점을 얻을 수도 있고요.” 이러한 말을 들으며 나는 우리가 살아가는 방식이 어떻게 완전히 달라질 수 있을지 생각했다. 우리는 자기 자신은 물론 주변의 다른 사람들과 더욱 조화를 이루며 다시 불사조처럼 재에서 날아오를 수 있을까? 예전에 많은 이들에게 조롱받았던, 평화, 사랑, 자기 관리라는 “히피스러운” 삶의 방식이 이제는 궁극적인 생존과 피부를 구하는 도구가 될까? 여전히 파자마를 입은 채 뉴스를 보는 둥 마는 둥 해도, 나에겐 새로운 습관들이 생겼다. 최근 가장 애정하게 된 ‘롱 엡솜(Long Epsom)’ 솔트를 이용한 입욕이나, 짧은 점심시간을 이용한 책 읽기(당연히 킨들이나 태블릿이 아닌 인쇄물로!), 자기 전에 혀 아래에 CBD 오일 몇 방울 떨어트리기 등 말이다. 나는 지금보다 10살은 더 어려 보일 수 있을까? 아직 결과는 모른다. 하지만 여전히 작은 시도들이 큰 변화를 이끌 수 있다고 믿는다.
The Newest Skin Kit
」
프리메라 슈퍼 블랙 씨드 콜드-드랍™ 세럼 5만3천원. 활성산소와 맞서 싸우는 항산화 성분 ‘안토시아닌’이 불규칙한 생활 습관으로 인한 피부 스트레스를 낮춰준다. 여기에 빠른 피부 진정을 돕는 마데카소사이드 성분이 자극받은 예민 피부를 촉촉하고 순하게 다독여준다.

동인비 1899 싱글 에센스 9만원. 세안 후 첫 단계에 바르는 워터 타입 에센스. 항산화 효과가 우수하다고 알려진 홍삼 추출물을 담았다. 제형을 손바닥에 덜어 은은하게 번지는 홍삼 향을 깊게 맡은 뒤 얼굴 중앙부터 바깥쪽을 향해 손가락으로 두드려 피부에 흡수시키면 좋다.

벨레다 포메그래넛 퍼밍 데이 크림 3만6천원대. 유기농 석류 오일에 아르간, 마카다미아 오일을 섞어 피부에 부족한 영양을 공급할 뿐만 아니라 유해한 활성산소로부터 피부를 보호한다. 빠르게 흡수되는 크림이 피부를 즉각 촉촉하게 한다.

닥터지 로얄 블랙 스네일 퍼스트 에센스 3만4천원. 정제수 대신 블랙 스네일 점액 여과물과 탄력 개선에 좋은 아데노신을 함유해 느슨해진 피부를 힘있게 끌어올린다. 한 번만 써봐도 피부에 윤기가 감도는데 로열젤리 단백질과 꿀 추출물이 듬뿍 담겨서인 듯!

숨37° 시크릿 에센스 8만원. 올해 초 새롭게 리뉴얼한 너무나도 유명한 에센스! 80여 가지 약용 식물을 1년간 발효 숙성해 얻어낸 자연 발효 성분이 업그레이드돼 보습은 물론 피부 결과 광채, 탄력까지 골고루 케어한다. 촉촉한 스킨 워터 제형이라 피부에 가볍고 산뜻하게 스며든다.

바이오더마 하이드라비오 에센스 로션 3만2천원. 거칠어진 피부 톤과 결을 매끈하게 정돈해주는 고보습 부스팅 에센스. 피부의 수분 순환 메커니즘을 정상화해 피부를 오랫동안 촉촉하게 한다. 화장솜에 적셔 수분 충전이 필요한 부위에 부스팅 팩처럼 활용 가능!

더 히스토리 오브 후 환유 본초 세럼 32만원. 본격 안티에이징 케어를 위한 저자극 세럼. 영양감이 풍부하게 느껴지는 텍스처로 편안하게 발린다. 잎부터 뿌리까지 온전한 산삼의 완전체인 산삼전초 성분이 빛을 잃어버린 피부에 생기를 부여한다.

빌리프 리추얼 타임-아너드 팅쳐 오브 카모마일 크림 14만원. 환절기에 꼭 하나쯤 필요한 영양 만렙 크림. 허브와 캐머마일 원료가 피부 속 깊이 영양감을 전달해 칙칙한 피부를 화사하게 밝히고 피부 장벽 회복력이 뛰어난 세라마이드가 손상된 피부를 개선한다.

에스티 로더 어드밴스드 나이트 리페어 싱크로나이즈드 멀티-리커버리 콤플렉스 15만7천원. 피부 본래의 에너지를 회복시키고 싶다면 추천하고 싶은 갈색병 세럼. 모이스처라이저 전 단계에 바르는 제품으로 효모 추출물, 펩타이드 등이 혼합된 성분이 유해한 노화 신호로부터 피부를 보호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