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빚 탈출 가이드 7

언제든지 갚을 수 있다고 생각해서, 남들이 모른다고 해서 빚을 방치하고 있나? 혹은 학자금, 신용카드비, 보증금 등으로 생긴 빚이 눈덩이처럼 불어나 손을 못 쓰고 있는 건 아닌지? 가랑비처럼 통장을 적시는 빚만큼 위험한 건 없다. 코스모가 빚 앞에서 무력한 당신을 위해 전문가들을 만났다.

BYCOSMOPOLITAN2020.09.15
 
연봉 3천5백만원을 받는 4년 차 직장인 윤민지(28세, 가명) 씨는 매달 마이너스 통장에서 용돈을 조달한다. “월급을 실물로 만진 적이 한 번도 없어요. 통장에 입금되자마자 학자금, 신용카드 요금, 각종 할부금, 보험료, 월세, 공과금 등으로 싹 다 빠져나가거든요. 그러다 보니 항상 지갑에 현금이 한 푼도 없는 거예요. 신용카드보다 현금이나 체크카드를 쓰는 게 분별 있는 소비 습관이라는 얘기를 듣고 악순환을 끊으려는 생각에 우선 마이너스 통장에서 몇십 만원 정도의 소액을 인출해 체크카드에 넣어 쓰기 시작했죠. 그러다 보면 신용카드에 의존하는 습관이 없어지겠지 싶어서요. 결론적으론 마이너스 통장 빚만 더 늘고 있어요.”
 
매달 약 2백60만원의 월급을 받는 윤민지 씨는 자신이 특별히 과소비를 하거나 무분별하게 쓰는 건 아닌데 빚이 점점 불어나 곤혹스럽다고 토로했다. “명품을 사는 것도, 차를 산 것도 아닌데 왜 항상 돈이 부족할까요? 그냥 제 또래 친구들이 쓰는 만큼만 쓰거든요. 주말에 맛있는 거 사 먹고, 가끔 SPA 브랜드에서 쇼핑을 하거나 취미 클래스 듣고, 일 년에 두세 번 여행하고…. 취직하면 학자금 대출부터 빨리 갚고 돈을 모을 생각이었는데 빚 청산은커녕 늘기만 하네요.”
 
자신의 ‘빚 갚기’ 과정을 SNS에 낱낱이 공개하면서 미국의 밀레니얼 세대 사이에 ‘돈 관리법의 구루’로 알려진 클레어 실(@myfrugalyear) 역시 윤민지 씨와 크게 다르지 않은 라이프스타일로 빚더미에 앉은 경우. 20살 무렵 자동차 수리비를 해결하기 위해 학생 대출로 ‘땡겨’ 받은 2천 달러(한화 약 2백40만원)의 빚은 본격적인 직장 생활을 시작한 후 이직, 결혼, 출산을 거치며 약 2만7천 달러(한화 약 3천2백만원)로 불어났다. “미래에 더 좋은 직장에서 더 많은 돈을 받을 거라 생각했기 때문에 현재의 작은 빚이 큰 문제가 될 것 같진 않았어요.” 그녀는 살고 있는 집의 인테리어를 자신의 취향으로 꾸미고, 신나는 주말과 남부럽지 않은 휴가를 보내는 데 쓰는 돈은 ‘열심히, 고생하며’ 일하는 자신이 누려 마땅한 기쁨이라 생각했다. “언젠가는 당연히 갚을 수 있을 거라 생각했죠. 그러다 은행에서 ‘도대체 언제 이 불어난 빚을 갚을 수 있냐’는 연락이 왔고, 정신을 차려보니 더 이상 쓸 수 있는 대출 서비스도 신용카드 현금 서비스도 없더라고요. 벽돌로 머리를 한 대 얻어맞은 기분이었죠. ‘아, 내가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살았구나.’”
 
어깨를 짓누르는 ‘빚더미’를 회피하며 살아온 두 사람은 정면 돌파를 결심한다. 정확한 부채 액수를 파악한 후 신용카드를 과감히 없애고 수입의 상당 금액을 빚 갚는 데 쓰고 있다. 외식, 불필요한 지출, 예정에 없던 추가 지출을 최소화하는 일(이미 우리 모두가 알고 있는 방법이다)도 병행 중. 윤민지 씨는 “이자율이 낮은 마이너스 통장을 그냥 비상금처럼 생각한 게 가장 큰 실수였어요. 다들 돈 몇백만원은 언제든지 갚을 수 있으니 별문제 아니라고 해서 만만하게 봤거든요. 그러다 대출금이 2천만원까지 찍힌 걸 보고 정신이 번쩍 들었죠. 지금은 다른 것보다 마통 대출금을 갚는 데 매달리고 있어요”라고 고백했다. 클레어 실은 이 모든 ‘빚 갚기 여정’을 SNS에 공유하며 스스로에게 ‘책임감’을 부여한 것이 빚을 빠르게 청산할 수 있었던 비결이라고 말한다. “돈을 써보니 ‘빚’은 단순히 명품을 사고, 호화로운 해외여행을 다닌다고 해서 생기는 게 아니더라고요. 자기 수입에 비해 조금이라도 넘치는 생활을 하면 그게 곧 빚이 돼요.” 이 모든 게 남 얘기 같지 않다고? 코스모가 아직도 정신 못 차린 ‘빚 꾸러기’들을 위해 재정 관리 전문가에게 조언을 구했다.
 
 
 

빚 먼저 파악하라

다음 달에 청구될 신용카드 요금이나 할부금도 빚이다. 재테크·경제 칼럼니스트이자 투자 전문가 조혜경은 저서 〈요즘 애들을 위한 슬기로운 재테크 생활〉에서 순소득에 따른 적절한 대출 규모를 명확히 알고, 스스로를 재무 위험에 몰아넣지 않도록 관리해야 한다고 말한다. 마이너스 통장, 현금 서비스, 자동차 할부금 등을 포함한 ‘신용 대출’은 순소득 대비 10% 이내, 원리금, 재산세, 등을 포함한 주택 관련 대출은  순소득의 30% 이내가 적절하다. 부채 비율이 자산의 50%가 넘는다면 파산으로 이어지기 쉽다.  

 
 
 

 지금 당장 갚아라

많은 사람이 ‘빚을 빠르게 갚는 것이 좋다’는 사실은 알지만 이달은 좀 빠듯하니 다음 달부터, 연봉이 오르면, 부수입이 생기면 등의 각종 ‘토’를 달고 빚 갚기를 미룬다. 국제 공인 재무설계사이자 오원트금융연구소 오상열 대표는 빚 청산은 하루라도 빨리 시작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단언한다. “마이너스 통장 대출이 있다면 당장 그것을 없애기 위한 통장을 개설해 오로지 그 목적으로만 저축하세요. 빚을 갚는 것도 저축의 일종이기 때문입니다. 돈은 시간에 맡길 때 가장 확실하게 불어난다는 사실을 기억하세요.”
 
 
 

반년간의 소비 습관을 분석하라  

클레어 실은 소비 습관 분석의 첫걸음으로 최근 6개월 간 수입과 지출을 파악해 소비 패턴을 분석하라고 조언한다. “소비 습관을 파악하고 나면 내가 어디에 얼마나 쓰는지, 줄일 수 있는 지출은 무엇인지 쉽게 보일 거예요. 그런 다음 어디에 얼마를 쓸지 예산을 짜보세요. 이렇게 하면 준비된 상태에서 돈을 쓸 수 있죠.” 그는 무조건 아끼라는 말이 아니라고 덧붙인다. “예산을 짠다는 건 자신의 경제 상황을 파악하고 컨트롤할 수 있다는 걸 의미해요.” 즉 자신을 둘러싼 돈의 흐름을 읽을 수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대출 금리가 높은 것부터 갚아라  

조혜경 칼럼니스트는 대출이 여러 곳에 분산된 상태라면 금리가 낮은 곳으로의 통합하라고 말한다. 현금 서비스나 카드론은 마이너스 통장으로, 신용 대출은 부동산 담보대출로, 제2금융권 대출은 제1금융권 대출로 갈아타는 식이다. 국제 투자은행 바클레이즈의 투자 디렉터 클레어 프랜시스는 “금리가 높은 대출부터 찾아 갚는 것이 원칙이지만, 이자율에 큰 차이가 없다면 적은 액수의 빚부터 갚는 게 좋을 수도 있어요. 일단 하나를 해결했다는 사실이 의욕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죠”라고 조언한다. 
 
 
 

부끄러움을 버려라  

클레어 실은 자신의 정체성, 자존감과 빚을 분리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말한다. 그녀는 노트에 자신이 성취한 것을 적거나, 은행 창구에서 자신의 재정 상황을 낱낱이 파헤치는 이들 역시 각자의 돈 문제로 골치를 썩는 평범한 사람들이라 생각한 것이 도움이 됐다고 귀띔한다. 재무설계사 오현정은 신용 등급이 낮거나 다중 부채를 가진 사람일수록 은행, 자산관리사 등 전문가를 가까이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금리가 더 낮은 정책 대출 상품, 신용 등급 높이는 방법 등 ‘돈’이 되는 정보를 빠르게 알려주는 창구기 때문.
 
 
 

벼락치기는 피하라  

오현정은 빚을 갚기 위해 극단적으로 소비를 줄이는 데만 몰두하는 건 오히려 역효과를 일으킨다고 말한다. “다이어트와 같은 원리예요. 살 뺀다고 갑자기 곡기를 끊으면 얼마 안 가 폭식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되죠. 생필품을 제외한 모든 소비를 완전히 중단하는 등의 비현실적인 계획은 버리세요. 작은 보상을 주는 것이 소비 줄이기를 길게 지속할 수 있는 요령입니다.” 물론 하룻밤에 40만원짜리 5성급 호텔에서 ‘호캉스’로 보상하라는 뜻은 아니다. 가장 가성비 좋은 금액으로 스트레스를 풀고 기분을 달랠 수 있는 방법을 찾아 스스로에게 선물하자. 이를테면 낯선 도시로 여행 간 기분을 선사하는 근사한 다이닝에서 브런치를 즐기는 식으로 말이다.

 
 
 

‘쇼핑’으로 유도하는 알고리즘을 끊어라  

충동 소비를 조장하는 온라인 쇼핑과의 연결 고리를 끊어라. SNS를 보다가 광고로 뜬, 혹은 인플루언서나 브랜드가 홍보하는 제품의 구매 페이지를 홀리듯 클릭해 순식간에 쇼핑한 적이 있다면 그 알고리즘을 제거해야 한다. 클레어 실은 소셜 미디어의 팔로잉 목록을 최소화하는 것이 소비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고 조언한다. “당신을 끊임없이 유혹하는 브랜드, 인플루언서를 ‘언팔’하고 SNS 광고가 보이지 않도록 차단하세요. 이유를 묻는 창이 뜨면 ‘관심 없음’에 체크해야 비슷한 종류의 광고가 계속 뜨는 불상사를 막습니다.” 쉽게 ‘원터치 결제’할 수 있는 루트를 끊어버리는 것도 한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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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 Freelancer Editor 류진
  • Photo by Stocksy reference book <빚부터 갚아라>(라온북) /
  • <요즘 애들을 위한 슬기로운 재테크 생활>(원앤원북스)
  • Digital Design 온세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