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시간으로 재생되는 음악방송과 이에 즉각적으로 반응하는 실시간 채팅에는 어떤 편집과 해석도 없다. 최근 매스컴이 선택적으로 편집하고 가공한 그 시절에 ‘응답’하는 것이 아닌, ‘날 것’ 그대로의 90년대 말과 2000년 초의 모습.
온라인 할미, 할비들이 그를 통해 발견하게 된 건 자산이라 부를 수 있을만한 창의성 넘쳤던 가요계 문화 뿐만이 아니다. 그 시절을 함께 공유하는 자들이 모였을 때 생성되는 특유의 공기, 짙은 공감대가 그들을 온라인 경로당으로 이끄는 것이다.
<인기가요>에 이어 그 시절의 나를 떠올리게 하는 추억의 드라마 세 편을 골라봤다. 꺼진 드라마도 다시 보자.
<토마토>
#요요 #김희선_헤어밴드 #구슬머리끈



다분히 90년대 유행했던 드라마 문법을 따르는 이 작품이 현재에도 추억의 트리거가 되는 지점은 김희선의 풋풋한 얼굴과 그녀가 만들어낸 수많은 유행이다. 머리의 반을 뒤덮을 만한 커다란 왕 헤어밴드는 한번쯤 안 해본 사람이 없고 특히 요요는 김희선과 김석훈의 사랑을 잇는 매개체로 작용하며 다음 날 문구점 ‘요가 완판’ 붐을 낳았다. 중지나 검지에 요요를 좀 끼고 다녔던 사람이라면 다시 토마토?
<카이스트>
#과학 #청춘 #맑게개인하늘을보며_크게 한번 숨을 쉬어봐



연출을 맡은 주병대 감독의 기획 의도에 따르면 “과학 하는 젊은이들의 건강한 삶과 열정을 통해 이 시대 젊음의 모델을 제시하고 싶었다”라고 하니 당시 유행했던 비현실적 러브 스토리에 지친 사람들에게 단비와 같은 드라마로 자리했다. 밤을 지새워가며 공부하고 관계 속에서 설익은 감정들을 주고 받는 모습에서 나와 비슷한 모습을 발견하거나 카이스트의 주인공과 같은 캠퍼스 라이프를 꿈꿨던 사람들이 적지 않았을 터.
다시 보는 고 이은주의 모습이 퍽 반갑게 느껴지는 드라마. 채림, 이민우와 같은 스타들을 배출 했으며 ‘맑게 개인 하늘을 보며~’로 시작하는 출연진들이 직접 부른 ost '마음으로 그리는 세상' 또한 인기를 끌었다. 배우들이 <인기가요> 무대에 올라 함께 부르는 영상이 유튜브에 있으니 찾아봐도 좋을 듯.
<학교2>
#김민희 #김래원 #하지원 #1짱_2짱_3짱



선생님의 징계가 무색하게 염색과 펌을 수십 번은 반복한 사람의 것 같은 부스스한 머리의 김민희. 특유의 힘없고 부정확한 발음으로 ‘학교짱’ 신혜원을 연기하는 김민희는 서툴고 어색하다. 그런데 그 모습이 또 그렇게 스타일리시하고 재미있게 느껴지는 건 왜일까. 김민희는 하지원과 함께 붙어 다니는 신이 많은데 이게 또 다른 의미로 영화<아가씨>에서 김태리와 했던 것만큼 케미스트리를 자랑한다.
굳이 학교 창틀에 아슬아슬하게 걸터앉아 폼을 잡는 김래원의 모습이나 “누가 나한퉤 관심 갖는 거 나 별로 좋아하쥐 않아”라며 세상 사연 있는 캐릭터임을 표현하는 김민희. 또 일진 그룹을 탈퇴하겠다는 후배에게 “너 탈퇴식 견딜 자신 있어? 죽을 수도 있어”라는 식의 오그라드는 대사에 심취 했던 건 제발 나뿐만이 아니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