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친이 줬던 그 선물, 어떻게 할래? | 코스모폴리탄 (COSMOPOLITAN KOREA)

헤어진 뒤, 애인에게 받았던 선물은 돌려줘야 할까? 아마 대부분의 여자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듯하다. 여기 여섯 여자가 이제는 애물단지가 된 구 남친의 선물 목록과 짜게 식은 연애담을 공개한다. | 러브,연애,사랑,연애고민,연애컬럼

「 Question 」 1 무슨 이유로 받은 선물인가? 2 왜 돌려주지 않았나? 3 어떻게 쓰고 있나? 관련된 에피소드가 있는지. 4 그 밖에 다른 사람에게 받은 선물은? 5 헤어진 애인에게 줬던 선물 중 돌려받고 싶은 물건은? 6 헤어진 애인에게 받았던 고가의 선물은 돌려줘야 할까? 한 번도 들지 못한 프라다 백 1 상하이에서 인턴할 때 만나 2년 넘게 한국과 중국을 오가며 장거리 연애를 한 중국인 남자 친구에게 생일 선물로 받았다. 그가 먼저 생일 2주 전쯤 가방을 사주겠다고 하기에 그러라고 했는데, 하필이면 내 생일이라고 한국에 놀러 왔을 때 고질적인 문제로 치열하게 싸운 뒤 헤어지게 됐다. 근데 어차피 나 주려고 산 거니까 그냥 가지라고 주더라. 2 가격이 거의 200만원 상당이었지만 돌려줄 마음은 단 1도 없었다. 우리가 헤어진 이유가 그에게 있었으니까. 당시 남자 친구는 ‘얼굴값’ 제대로 하는 남자였다. 그가 데이팅 앱으로 다른 여자들을 만난다는 사실을 알고 정말 하루가 멀다며 싸우곤 했는데, 그는 늘 적반하장으로 굴었다. 헤어지자 하면 매달리고, 다시 사귀기로 하면 얼마 안 돼 또 스와이핑을 시작하고. 그 프라다 백은 그간 내가 마음고생한 값이라고 생각했다. 3 예쁘긴 한데 이상하게 한 번도 들고 나간 적이 없다. 받아서 포장만 풀어보고 그대로 방에 모셔뒀다. 4 이전에 사귀었던 남자 친구들은 꽃을 참 자주 사줬는데, 그때만 해도 꽃 선물은 돈 낭비라고 생각했다. 20대 중반을 지나니까 꽃이 예쁜 걸 알게 됐는데, 그 무렵 만난 그는 꽃을 사준 적이 손에 꼽는다. 가끔 가다 받은 건 방에 걸어 드라이플라워로 만들었는데, 다음 꽃 선물을 받을 때쯤엔 늘 형체도 없이 바스러져 있었다. 5 그를 만나기 직전에 헤어진 남자 친구는 세상 로맨틱한 사람이었던 터라, 나도 덩달아 죽고 못 사는 연애를 했다. 그에게 편지와 그간 함께 찍은 사진을 모아 ‘러브 북’이란 걸 만들어준 적 있는데, 그때는 우리 사랑이 세기의 사랑처럼 절절하다고 느꼈지만 지금 생각하니 당장 뺏어 불태워버리고 싶을 정도로 오글거린다. 설마 아직까지 간직하고 있는 건 아니겠지? 6 굳이 왜? -프로롱디러(28세, 마케터, 이별 1년 차) 커플이 되지 못한 커플 스니커즈 1 만난 지 2주밖에 되지 않은 남자 친구에게 생일 선물로 받은 원피스와 스니커즈. 합하면 30만원 넘었던 걸로 기억한다. 2 여태까지 남자 친구들에게 받은 선물이 정말 많은데, 돌려줘야 한다고 생각한 적은 한 번도 없다. 나도 해준 게 있으니까. 하지만 이번에는 경우가 좀 달랐다. 공교롭게도 생일 선물을 받고 2주 만에 헤어졌거든. 더군다나 헤어진 다음 주가 그의 생일이었다. 누가 보면 ‘먹튀’라고 생각할 것 같아 생전 처음으로 받은 선물을 돌려줘야 하나 잠시 고민했다. 그런데 입었던 원피스 돌려주는 게 무슨 의미가 있겠나? 변명이 아니고, 나는 업보를 믿는 편이다. 나한테 잘해준 것만큼 나중에 다른 여자 친구한테 더 좋은 선물 받아 그의 살림살이에 보탬이 되길 바란다. 3 원피스는 이번 휴가 때 정말 잘 입고 돌아다녔다. 물론 스니커즈도. 나중에 인스타그램을 보니 스니커즈는 그도 자기 사이즈로 한 켤레 샀더라. 커플로 신으려고 했던 모양인데, 그의 바람을 이뤄주지 못해 미안하다. 4 만났던 남자 친구의 숫자는 손에 꼽는데 재미있게도 옷장과 신발장을 열어보면 받은 선물이 그득그득 쌓여 있다. 별생각 없이 처박아둔 것도 많고 선물이었다는 걸 잊은 채 잘 쓰고 있는 것도 많다. 그러고 보니 지금 이 질문에 답하면서 틀어둔 마샬 블루투스 스피커도 예전 남자 친구에게 졸업 선물로 받았던 거네. 5 내 애기 때 사진. ‘나의 제일 귀염뽀짝한 시절을 알아줬으면’ 하는 순수한 마음으로 준 거지만, 헤어지고 나니 후회된다. 하나밖에 없는 필름 사진이니까 주고 나면 나한테는 없잖아? 문제는 누구한테 줬는지 아무리 생각해도 도무지 기억이 안 나서, 아무래도 돌려받기는 글렀다는 것. 6 나 역시 상대에게 비슷한 가격대, 비슷한 횟수로 선물한 적이 있다면 굳이 돌려주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돌려주기 힘든 가장 큰 이유는 귀차니즘. 이사할 때 선물받은 비키니 옷장 같은 건 어떻게 돌려준다는 말인가? -선물복터진여자(27세, 회사원, 이별 2주 차) 다음 생에도 지갑 1 직장 동료로 만난 남자 친구가 생일 선물로 줬던 지갑. 평소에 옷은 정말 많이 사는 편인데 지갑은 왠지 내 돈 주고 사기 아깝다. 주로 집에 굴러다니는 동전 지갑이나 파우치에 카드와 현금을 구겨 넣어 다니는데 그걸 보다 못한 남친들이 늘 생일 선물로 고민 없이 지갑을 사주곤 했다. 2 그냥 평범한 루이까또즈 지갑이었는데, 가격이 부담스럽지 않은 데다 철저히 내 취향에 맞춘 물건이어서 돌려줄 필요 없다고 생각했다. 3 그 당시엔 분명 잘 썼는데 지금은 어디에 있는지 모르겠다. 늘 그런 식이다. 잘만 쓰다가 헤어지면 예의 그 동전 지갑으로 돌아오고, 그걸 보다 못한 새 남자 친구는 또 지갑을 사주고. 그러니 남자 친구가 바뀔 때마다 지갑이 바뀌었던 기억이다. 쌓아둔 지갑은 이사할 때마다 하나둘씩 자취를 감춘다. 4 역시 지갑. 남자 친구가 생일 즈음에 뜬금없이 빨간색 에나멜 장지갑 사진을 보내준 적이 있다. 누가 봐도 40~50대 취향이라 “어머니 좋아하시겠네! 어머니 생신이셔?”라고 물어봤는데 알고 보니 내 선물이었다. 받고 나서 동공 지진하며 “농담하지 마~ 어서 어머니 드려”라며 돌려주려고 했는데 기어코 손에 쥐여주기에 받을 수밖에 없었다. 툴툴거리면서도 꽤나 오래 들고 다녔다. 5 6개월 정도 만났던 남자 친구와 생일이 일주일밖에 차이가 나지 않아, 각자 갖고 싶은 걸 터놓고 얘기해 동시에 주기로 한 적이 있다. 그 친구는 단번에 20만원 상당의 브리프케이스를 장바구니에 담아 링크를 보내준 반면 나는 고민만 하다가 아무것도 고르지 못한 채 헤어져버려 결국 나만 선물을 받지 못했다. 그렇다고 준 선물을 돌려받고 싶은 것까지는 아니지만, 이건 너무 얄짤 없는 거 아닌가? 6 아직까지 고가의 선물을 받아본 적은 없지만, 내가 갖고 싶다고 졸라 얻어낸 거라면 왠지 돌려줘야 할 것 같다. 그러나 내 성격상 그렇게 비싼 선물을 받았다면 나도 그에 준하는 선물을 해줬을 테니, 결국 퉁치지 않았을까? 대체로 상대방이 요구하지 않는 이상은 꼭 돌려줄 필요 없다고 생각한다. -자급자족녀(34세, 호텔리어, 이별 3년 차) 새카맣게 변색된 은잔 1 바텐더였던 예전 남자 친구 집들이에 갔다가 선물로 받은 은잔. 그날 사귀게 됐고 나흘 뒤에 차였는데, 친구에게 얘기했다가 그 정도면 어디 가서 사귄 거라 하지 말라는 소리를 들었다. 2 차이면서 들었던 말은 “내가 누구를 만날 상황이 아니다”였는데, 치졸한 변명에 너무 화가 나서 선물 같은 걸 돌려주고 말고 할 경황이 없었다. 3 언젠가 촬영 소품으로 쓸 데가 있으려나 싶어 종이 봉지에 아무렇게나 담아뒀다가 어느 무료한 주말 혼자 이런저런 공상을 하던 중 새카맣게 변색된 그 은잔을 떠올렸다. 작은 크기의 마티니 잔인데, 닦아놓고 보면 참 예쁘겠다는 생각에 안 쓰는 립스틱을 솜에 묻혀 벅벅 문질러 새것처럼 닦았다. 두 시간쯤 걸렸나. 립스틱 한 통을 다 써서 닦고 나니 신기하게도 남아 있던 앙금이 싹 정리됐다. 그 뒤 변색되지 말라고 비닐 팩에 넣어뒀다. 4 대학생 때 만나던 남자 친구에게 생일 선물로 100만원 상당의 후지 디지털 카메라를 받은 적 있다. 그 무렵 사진 찍기에 관심을 들이던 터라 한동안 잘 썼는데, 헤어지려고 보니 내가 차는 거라 왠지 미안해 돌려줬다. 예의상 한 번은 거절할 줄 알았지만 냉큼 받던데? 5 21살 때 만나던 20살 남친에게 코흘리개 가르쳐서 받은 과외비 모아 사준 아베크롬비 후드 스웨트셔츠와 향수. “너랑 있는 게 재미없다”라고 이별을 통보한 지 일주일 만에 그는 내가 사준 후드 스웨트셔츠를 입고 누가 봐도 여자 친구가 찍어준 것 같은 사진으로 카톡 프로필을 바꿨다. 6 한때는 우리가 연인이었다는 걸 부정할 수 없듯, 선물로 준 물건에 대한 소유권을 소급 적용할 순 없다고 생각한다. -때묻은여자(28세, 에디터, 이별 2년 차) 눈 부릅뜬 보노보노 인형 1 23살에 만난 첫 남친은 바보 온달처럼 나에게 잘해주는 타입이었다. 사귄 지 100일 됐을 무렵 함께 제주도에 놀러 가기로 하고 열심히 일정을 짰는데, 하필 내가 전날 몸살에 걸려 취소할 수밖에 없었다. 잔뜩 우울해진 채로 집에서 오들오들 떨고 있는데 남자 친구가 차를 끌고 집 앞까지 왔다. 뒷좌석에 한아름 크기의 보노보노 인형을 태우고 말이다. 너무 감동받은 나머지 펑펑 울었다. 2 오히려 돌려주는 게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3 크기가 너무 크다 보니 살아 있는 것 같아 버리기도 좀 께름칙하더라. 본가에 그대로 둔 채 자취를 시작해 지금은 곁에 없다. 사실 께름칙한 이유는 또 있다. 1년 정도 만난 그 남친은 겪어보니 집착이 상당히 심했다. 친구랑 밥 먹느라 잠깐 전화를 못 받으면 부재중 전화가 5분 간격으로 5통 찍혀 있는 식이었으니까. 오죽하면 친구들이 나더러 그 보노보노 인형 눈을 자세히 살펴보라고, 소형 카메라가 달려 있을지 모른다고 했을 정도다. 4 옷이나 작은 생활용품을 자주 받았는데, 특별히 기억나는 건 없다. 시간이 지나면 선물이었다는 걸 잊고 잘 쓴다. 5 좋아하던 남사친에게 준 스피커. 사귀는 건 아니라며 선을 그은 건 그였는데, 누가 봐도 사귀는 사이처럼 할 건 다 했다. 생일 선물로 평소에 그가 갖고 싶어 하던 스피커를 해외 직구로 사서 포장까지 정성스레 해줬던 기억이 난다. 그랬는데 그는 여자 친구가 생기더니 잠수를 탔다. 괘씸해서 돌려받고 싶지만 전화와 카톡, 인스타그램까지 모두 차단당했다. 겹치는 친구가 몇 있어 뒷조사를 해보니 나 같은 피해자가 한둘이 아니었다. 얼마 전에는 SNS에서 이런 문구를 보고 격하게 공감했다. “나이 먹으니 복수하는 것도 귀찮다. 그냥 알아서 망해라.” 6 돌려주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한다. 다만 적.당.히. 예의를 지켰을 경우에 한해서. -집착은싫은평강공주(29세, 영상 디자이너, 이별 5년 차) 남은 건 뽑기 에비츄 인형뿐 1 4년 넘게 사귀었던 전 남자 친구는 세상 무심한 사람이었다. 그간 받았던 선물이라고는 누구나 사줄 수 있는 생일 케이크, 카카오 기프티콘으로 보낸 츄파춥스 100개처럼 입에 들어가서 똥으로 나오는 것들뿐이었다. 그나마 수중에 남은 선물은 한창 인형 뽑기가 유행하던 시절, 단돈 3000원 들여 그가 뽑아준 에비츄 인형. 2 돌려주기엔 너무 하찮아서. 당시 나도 인형 뽑기에 빠져 있었는데 실력이 좋지 못했던 터라, 뽑기 인형에 대한 집착이 있었다는 점도 부정할 수 없다. 3 내가 가까스로 뽑은 인형이 딱 하나 있었는데, 카카오프렌즈의 프로도였다. 까맣고 머리가 큰 게 남자 친구랑 닮았다며 놀리곤 했지…. 에비츄 인형과 함께 나란히 방 한쪽에 두었는데 헤어지고 나서 1년쯤 지난 뒤 쌍으로 헌옷 수거함에 넣었다. 자꾸 눈에 밟히는 게 거슬려서. 4 나는 늘 꽃을 받고 싶었다. 아무리 말해도 그는 한 번도 꽃을 사준 적이 없었는데, 이유는 “사람들이 놀릴까 봐 민망해서”였다. 이해를 못 할 건 아니었다. 캠퍼스 커플이었던 우리의 데이트 장소는 늘 학교 근처였는데, 그는 학생회장인 데다 하도 발이 넓어 별명이 ‘신촌 연예인’이었으니까. 그래서 화분으로 타협을 했다. 함께 꽃집에 가서는 자기도 키우겠다며 같은 걸로 2개를 샀다. 나는 애지중지 3년을 키웠지만 그의 화분은 한 달이 채 안 돼 그가 농활 간 사이에 폭우를 맞고 목이 꺾여 죽었다. 5 돌려받고 싶지 않았는데 얼떨결에 주자마자 돌려받은 물건이 있다. 2주년 기념일이었던가, 둘 다 학생이라 딱히 크게 돈을 쓰기는 힘든 상황이었다. 나는 고민 끝에 공원에서 함께 찍은 사진을 퍼즐로 제작해 선물했다. 그런데 당시 셰어 하우스에 살던 남자 친구는 룸메이트가 커플 사진을 보는 게 남사스럽다고 받자마자 “고맙지만 네가 간직해”라며 내 손에 쥐여줬다. 까맣게 잊었다가 이사할 때 발견하고는 신문지에 둘둘 말아 가져왔는데, 지금도 그대로 신문지에 싸여 있다. 6 3000원이든 3000만원이든, 선물은 한번 줬으면 땡이지. -인형뽑기중독자(29세, 교사, 이별 2년 차)   나는 업보를 믿는다. 나한테 잘해준 것만큼 나중에 다른 여자 친구한테 더 비싼 선물을 받아 그의 살림살이에 보탬이 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