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는 왜 임금 차별을 받는가?
직장에서 같은 업무를 하고도 오직 여자라는 이유만으로 남자에 비해 적은 몸값을 받으며 일하는 여자들. 남의 일처럼 느껴지는가? 지금 당장 그러한 상황에 처해 있지 않더라도 언젠가 당신 역시 그 불평등의 주인공이 될 수 있다. 여자의, 여자에 의한, 여자를 위한 소리를 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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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 정규직과 비교했을 때, 여자 정규직의 임금은?” 68.7%
당신이 하루 이용료 10만원의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하고 있다고 가정해보자. 그런데 어떤 여행객이 와서는 “주인이 남자가 아니라 여자이니 6만8천원만 내겠다”라고 우긴다면 어떨까? 우리 모두 이것이 부당하다는 데 동의할 것이며, 그가 제안한 가격으로 이용하도록 절대 허용하지 않을 거다. 그런데 회사에서 월급을 받을 때 바로 이와 같은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아는지? 이처럼 말도 안 되는 일이 벌어지고 있음에도 왜 우리는 그토록 안일하게 대응하는 것일까? 취업도 어려운데 어쩔 수 없는 일이라며 착한 양처럼 현실에 순응하거나, 그게 아니라면 다른 누군가가 언젠가 해결해줄 거라고 믿고 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다른 누군가는 바로 당신이어야 한다.
상당수의 한국 여성 직장인들은 남성과 동일한 일을 하고도 그들보다 적은 월급을 받고 있다. 한국노동사회연구소 김유선 선임연구원이 통계청의 2015년 8월 경제활동부가조사를 분석해 펴낸 비정규직 규모와 실태 보고서에 따르면 남성 정규직 임금을 100%라 할 때 여성 정규직 임금은 68.7%, 남성 비정규직 임금은 53.7%, 여성 비정규직 임금은 36.3%로 큰 격차를 보이고 있었다. 이러한 결과는 여성 근로자 중 고위직이나 임원의 비율이 낮은 ‘유리 천장’의 상황이 반영된 것이기도 하지만 그 문제를 차치하고라도 여성이 남성에 비해 차별적인 임금을 받고 있음은 명백한 사실이다. 물론 이렇게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부당한 임금 차별을 받는 것이 우리만의 일은 아니다. 최근 세계경제포럼이 발표한 ‘2015년 세계 성차별 보고서’에 “지금 여성들의 1인당 평균 수입이 2006년 남성의 평균 수입과 비슷한 액수”라는 분석 결과가 발표돼 전 세계 여성들이 부당한 근무 조건하에 일하고 있음이 명백해졌으니 말이다. 그중에서도 한국은 평가 대상 국가 145개국 중 116위로 하위권을 기록하며 임금 성차별 선발주자임을 인증했다.
그런데 더욱 놀라운 것은, 세계적인 임금 성차별 국가에서 살고 있는 우리는 정작 그 사실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코스모폴리탄이 웹사이트를 통해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직장에서 임금 성차별을 느낀 적이 있는가?”라는 질문에 대해 35%의 여성만이 “그렇다”고 응답했다. 과연 나머지 65% 여성은 남성과 동등한 임금과 대우를 받으며 일하고 있는 것일까? “세계적인 기준에 따른 인력 채용으로 군 가산점도 폐지되고 남성에 비해 여성의 대학 진학률이 높은 상황이기 때문에 우수한 여성 인력들의 경우 임금 차별을 생소하게 느낄 수 있죠. 적어도 100인 이상 규모의 기업에서는 공채라는 채용 제도를 통해 공정하게 입사해 남성 동료와 동일하게 경력을 유지한다면 남성과 다를 바 없는 임금을 유지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하지만 국내 사업체 중 100인 이상 규모의 사업체가 차지하는 비율은 0.5%에 지나지 않으며, 100인 이상 사업체에 종사하는 여성 근로자는 전체 여성 근로자 중 26.3%에 불과합니다. 그러니 나머지 73.7%의 여성이 그러한 공정한 근로 조건하에서 일하고 있으리라고 볼 수 없죠.” 여성정책연구원 김난주 부연구위원의 분석이다.
이것이 임금 성차별의 현실이다
임금 성차별이 여전히 막연한 이야기로 들리는가? 그렇다면 중소기업 인사 담당자로 근무한 Y양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회사 규모가 작다 보니 연봉 테이블이 없었어요. 입사할 때 재량껏 연봉 협상을 하고 들어오게 되는데, 비슷한 경력과 직급일 때 남성과 여성의 연봉이 보통은 2백만~3백만원, 많게는 4백만~5백만원까지 차이가 났어요. 이런 식으로 임금에 차이를 두는 게 법에 저촉되지 않느냐고 인사팀 사수에게 물었더니 직무가 다르다고 보고하면 된다고 하더군요.” 한국여성민우회가 발간한 <나만 힘든가?>를 통해 그녀는 인사 담당자이기에 알 수 있는 임금 성차별의 실태를 낱낱이 고발했다. 그렇다면 과연 100인 이상 규모의, 공정한 연봉 체계를 갖춘 회사라면 임금 성차별이 전혀 없는 것일까?
전문가들은 결코 그렇지 않다고 말한다. “공채로 입사해 남녀가 동일한 연봉으로 출발했을지라도 매년 연봉 조정 과정을 통해 그 격차가 점점 벌어질 확률이 높죠. 인사 평가는 채용 때와 달리 시험을 통해 명확하게 채점 결과가 나오는 것이 아니며, 객관적으로 성과를 산출할 수 있는 기준만으로 이뤄지는 것이 아니거든요. 평가 기준이 애매하기 때문에 그 과정에서 여자라는 이유로 남성에 비해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하고, 연봉은 물론 승진에도 차별을 받는 경우가 많습니다.” 헤드헌팅 기업 파인 강연희 상무의 조언처럼 말이다. 최근 미국 뉴욕연방준비은행은 “취업 직후인 20대에 남성보다 많은 연봉을 받는 여성도 시간이 지나면 결국 역전되는 추세가 나타나며 30대 중반부터는 남성에 비해 평균 15% 적은 연봉을 받게 된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국내 상황 역시 이와 다르지 않을 것임은 불 보듯 뻔한 일이다.
국내 최고의 기업으로 꼽히는 모 기업 마케팅 팀에서 근무하는 K사원의 경우만 봐도 그렇다. “남자 동기 두 명과 함께 공채로 입사했어요. 올해 3년 차인 저는 당연히 대리로 승진할 거라 예상했죠. 동기들에 비해 일도 많이 했고, 언제나 성실한 태도로 임해왔거든요. 그런데 진급 심사 결과는 놀라웠죠. 동기 둘은 대리를 달았고, 저만 승진에서 누락됐어요. 모든 부분에서 그들보다 부족함이 없다고 생각했기에 너무나 황당해 상사에게 이유를 물었더니, ‘남자는 가장으로서 가족을 부양해야 하니까 어쩔 수 없다. 이해해라’라고 하더군요. 기가 막혔어요. 심지어 동기 중 한 명은 아내가 회계사인데, 혼자 벌며 월세 내고, 생활비 쓰고, 부모님 용돈 드리기도 빠듯한 제가 배려를 해줘야 하다니.” 남들 못지않은 훌륭한 스펙을 쌓아가며 공채로 당당히 대기업에 입사해 남성과 동일한 연봉으로 출발한 K양은 결국 입사 3년 차에 “남자가 아니라는 이유만으로” 진급 심사에서 미끄러지며 동기들과의 연봉 격차를 실감하게 됐다. 그녀의 사례를 통해 알 수 있듯 중소기업뿐 아니라 대기업에서마저도 성별에 따른 임금 격차는 빈번하게 벌어지고 있다. ‘남자는 생계 부양자’라는 무의식적인 편견 때문에 대부분의 기업에서 이렇게 불평등한 처사를 자행하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이러한 격차는 결혼, 출산, 육아 등으로 인해 경력 단절을 경험하게 됐을 때 더 극대화될 것임은 자명한 일이다.
여성이기 때문에 겪는 이 부당함을 도대체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 것일까? 이에 대해 김난주 부연구위원은 “가장 큰 문제는 이미 존재하는 법과 제도조차 현실에서 제대로 작동되고 있지 않다는 거예요. 국가적으로 근로기준법, 모성 보호 관련 제도, 여성의 생애주기별 지원 정책 등을 추진하고 있고, 여성에게 임금을 적게 주라는 조항은 어디에도 없지만 그것을 지키지 않는 기업들에 문제가 있는 겁니다. 사회의 인식 개선이 우선입니다. 작년 5월 추진됐다가 실패한 ‘동일임금의 날’ 제정과 같은 시도를 통해 남녀가 동일한 노동에 대해 동일한 임금을 받아야 한다는 것을 모두가 인식하는 과정이 필요하죠”라고 강조한다. 인식의 변화가 필요한 것은 기업뿐 아니라 개인도 마찬가지다. 이제 더 이상 ‘공채라 남자 동료와 연봉이 다르지 않은데, 뭐가 문제지?’, ‘남자는 군 가산점이 반영돼 연봉이 높은 거겠지’, ‘이미 굳어진 시스템인데, 일개 직원인 내가 어쩌겠어?’라며 지극히 수동적이고, 안일한 ‘여성’ 직원으로 살아가지 않도록 하자. 남자 동료와 비교할 때 현재 내가 어떤 수준의 연봉과 평가를 받고 있는지부터 기업의 인사 시스템까지 꼼꼼히 체크하며 누구보다 적극적으로 상황을 인식하고, 여성 직장인이자 국민으로서 의견을 개진해야 한다. 당장은 아니더라도, 우리의 이러한 인식의 변화와 작은 움직임이 수십 년간 지속돼온 남녀 간 임금 격차를 좁히며 궁극적으로는 직장에서의 양성평등을 실현하는 시발점이 될 수 있을 것이다.
Credit
- Editor 김혜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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