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데이 프로젝트, 제니, NCT 위시의 세계관을 만드는 사람들
K팝 아티스트의 세계관을 매력적으로 풀어내는 디자인 스튜디오 3곳. 팬덤뿐만 아니라 업계와 대중의 입맛을 모두 사로잡은 비결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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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데이 프로젝트의 <FAMOUS> MV.
Rigend _ 윤승림 감독
K팝 뮤직비디오 분야에서 활발히 활동하는 영상 연출·제작 스튜디오로, 뛰어난 영상 미학으로 주목받고 있다. 대표작으로는 IVE <해야>, 에스파 <Armaggedon>, 올데이 프로젝트 <FAMOUS>가 있으며, 올해로 설립 10주년을 맞았다.
@rigend.film
」윤승림 감독이 하는 일은?
리전드의 헤드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아티스트의 세계를 강렬하게 시각화한다.
노래를 시각화하는 작업에는 개인의 어떤 감각과 능력이 동원되는지 궁금하다.
더 이상 뮤직비디오는 노래만을 시각화하는 작업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물론 음악이 중심이긴 하지만, 그 안에는 아티스트의 세계관, 브랜드, 시대적 감각까지 함께 담겨야 한다. 그래서 나는 곡과 가사를 해석하는 것에서 출발하되, 아티스트의 이미지를 끌어와 하나의 세계를 설계한다. 결국 노래를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 아티스트의 메시지를 녹여 더 큰 서사와 감정을 만들어내는 작업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인지 예전보다 자유도가 높은 작업들이 내게 주어지는 것 같다. 클라이언트들도 이제는 그 이상의 무언가를 기대하고 있다고 느낀다.

전소미의 <EXTRA> MV.
습득한 지식과 능력도 있을 테지만, 분명 타고난 지점도 있을 것 같은데.
타고난 지점이라고 하면 좀 거창하고, 유리하게 작용한 성향이 있긴 하다. 뭐든 쉽게 질려 한다는 것. 심지어 내가 만든 작업물도 금방 식상하게 느껴진다. 그게 단점처럼 느끼던 때도 있지만, 이제는 늘 다음 것을 찾게 되는 원동력이 된다.
최근 작업한 올데이 프로젝트의 <FAMOUS> 뮤직비디오는 눈을 뗄 수 없는 화려한 비주얼의 향연이다. 어떤 작업으로 기억에 남았나?
나에게 <FAMOUS>는 임신과 출산이라는 개인적인 변곡점과 함께한 작업이었다. 몸 상태 때문에 참여를 고민하기도 했지만, 다행히 더블랙레이블에서 많은 이해와 배려를 해준 덕분에 큰 무리 없이 작업할 수 있었다. 출산 직전까지 편집을 하고, 출산 후 다시 돌아와 후반 작업을 마무리했다. 그래서 나에겐 리전드 시즌 1의 마침표이자 시즌 2의 신호탄 같은 작업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이 작업을 통해 깨달은 게 있다면 연출을 빛나게 하는 건 아티스트와 곡 자체가 가진 힘이라는 것이다.
에스파의 <Armageddon> 역시 윤승림 감독의 추구미를 담은 작업물이 아닐까?
나는 적당히 가벼운 척하는 듯한 연출을 좋아한다. 그런데 알고 보면 그 안에 깊은 메시지가 녹아 있는. 마치 TV 애니메이션 <심슨네 가족들>처럼! 그래서 <Armageddon>이 더 독특하게 나올 수 있었던 같다. 진지한 소재를 진지하게만 담은 게 아니라, 그 안에 살짝 다른 온도를 섞었으니까. 기억에 남는 순간은 마지막 편집 때였다. 갑작스러운 CG 작업 때문에 마지막 코러스 부분을 30분 안에 편집해야 했거든. 그런데 다들 그 장면을 가장 좋아해준다. 그 긴박함이 오히려 좋은 에너지로 작용했나?

IVE의 <해야> MV.
대표작 중 하나인 IVE의 <해야> 뮤직비디오 속 2D와 3D를 넘나드는 신들도 인상적이라고 생각했다.
<해야>에서 2D와 3D를 오가는 신은 동양풍 미장센에서 거의 시도되지 않았고, 그 2가지 요소를 결합해보고 싶어서 만든 장면이다. 보통 애니메이션을 쓰더라도 한국화의 미감을 직접적으로 가져오는 경우는 드물다. 나는 그 요소를 3D와 결합해 전통적인 질감과 현대적인 입체감을 동시에 경험하게 하고 싶었다. 하나의 화면 안에서 평면과 입체가 공존하는 건 매우 독특한 감각을 자극할 테니까.
엔딩 크레딧을 보면 협업하는 사람들의 숫자가 어마어마하다. 수많은 스태프와 소통하고 협업하는 일이 고되지는 않나?
스태프들의 의욕을 끝까지 지키면서 내가 그리는 그림대로 끌고 가는 건 결코 만만한 일이 아니다. 모든 사람이 납득할 수 있는 디렉션을 제시하려면, 각자의 성향을 읽고 그에 맞게 내 캐릭터를 바꿔야 한다. 상황에 따라 악역이 될 수도, 귀인이 될 수도 있는 입체적인 위치에 있지만, 가장 중요한 건 내가 어떤 면을 보이더라도 결국 팀원이 믿고 따라올 수 있는 감독이 돼야 한다는 사실이다. 작업 과정에서 불가피한 상황들로 아티스트와 스태프 그리고 나 또한 불안해질 때가 있다. 그럴 때마다 나는 장난스럽게 말하곤 한다. “어차피 아웃풋은 잘 나와.” 그리고 그 말이 허언이 되지 않도록 끝까지 책임지려고 한다.
해를 거듭할수록 들어오는 일의 양이 상당할 텐데, 어떤 기준으로 작업을 수주하나?
해마다 제안받는 작업의 양이 많아지면서, 선택의 기준도 조금씩 변해가고 있다. 이제는 단순히 규모나 장르에 초점을 맞추기보다는 아티스트와 곡이 가진 개성이 뚜렷한지, 내가 새로운 시도를 할 수 있는 여지가 있는지를 우선적으로 본다. 그런 프로젝트들이야말로 내게도, 보는 이들도 오래 기억에 남는다. 나는 ‘잘 만들 수 있는 것’보다 ‘다르게 만들 수 있는 것’을 좋아한다.

에스파의 <Armageddon>MV.
‘나’를 가장 많이 성장시킨 작업물이 있다면?
XG의 <TGIF> 뮤직비디오. 처음으로 해외 디자이너와의 협업을 적극적으로 했던 작업이고, 근본 없음의 미학을 그려보고자 한, 내 안의 틀을 깨는 데 많은 도움을 준 프로젝트였다.
꼭 협업해보고 싶은 아티스트 혹은 브랜드가 있나?
특정 아티스트나 브랜드로 내 목표를 설정해두고 싶진 않다. 늘 예상치 못한 만남에서 가장 큰 시너지와 자극이 오는 법이니까. 애초에 내가 이 일을 시작한 이유도 내가 꿈꾸는 그림을 실현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앞으로도 서로 좋은 영향을 주고받을 수 있는 작업이라면, 그 형태나 대상이 무엇이든 협업해보고 싶다.

XG의 <TGIF> MV.
거대한 팬덤을 거느린 K팝 아티스트와의 협업은 위험부담도 있지만 짜릿함도 클 것 같다. 윤승림 감독도 과거 누군가의 팬이었나?
초등학생 때 엔싱크의 국내 팬클럽 회원이었고, 고등학교 때는 가수 세븐의 팬이었다. 아티스트의 매력을 깊게 이해하고 존중하는 마음이 남아 있고, 지금 내 작업물의 완성도를 높이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는 건 분명하다.
최근 가장 재미있게 한 작업은?
전소미의 <EXTRA> 뮤직비디오 작업. 당시 나는 VFX 연출에 다소 지침을 느끼고 있었고, 실사 기반의 코레오그래피 연출을 해보고 싶었는데, 마침 엄청난 자유도를 부여받은 <EXTRA> 뮤직비디오 작업 제안이 들어온 것이다. “감독님의 방식으로 ‘EXTRA’를 그려주세요”라는 말과 함께. 보통 ‘엑스트라’를 표현할 때는 인물 간 대비로 접근하는 경우가 많지만, 나는 공간과 인물의 충돌로 풀어봤다. 그래서 ‘그 공간에 존재해서는 안 되는 인물 – 소방 훈련장 안에서 홀로 진짜 감정으로 타오르는 소미’로 시작해 디테일한 시놉시스를 만들었다. 전소미가 이 시놉시스를 깊이 이해하고 그 이상의 퍼포먼스를 보여주었기에 가능한 작업이었다. 이 작업을 하며 느낀 건, 전소미는 정말 특별한 아티스트다.
영감 충전을 위해 자주 하는 행동이나 루틴이 있다면? 끊임없이 성장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나?
습관적으로 뭐든 계속 아카이브한다. 짧은 글귀든, 이미지든, 쇼츠든. 내가 느끼기에 ‘다른 무언가’가 있다고 생각된다면 무엇이든. 그리고 메타인지를 유지하려고 한다. 장르와 규모를 가리지 않고 새로운 시도를 찾고, 내 작업을 늘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태도는 중요하다. 그리고 내 작업 한정, 잘된 점보다 아쉬운 점을 먼저 보려는 습관이 있다.
바쁜 와중에 영상 제작 교육 아카데미인 ‘엘렙’을 운영하며 후배 양성에도 힘쓰고 있다.
솔직히 정말 힘든 일이다. 그런데도 어린 친구들의 눈빛을 보면 묘하게 힐링이 된다. 실제로 그중 몇 명은 리전드의 조감독으로 함께 하고 있다. 그 과정을 지켜보는 것도 큰 보람이다.
리전드를 설립한 지 10년이 되는 해다. 헤드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서, 새롭게 다짐한 것이 있나?
벌써 10년이다. 우선 그동안 함께 해온 장동주 감독과는 각자의 길을 응원하기로 했다. 그리고 현재 내 마음가짐은 신기하게도 초창기와 크게 다르지 않다. 다만 이제는 좀 더 큰 판을 기획해야겠다는 생각이 뚜렷해졌다. 내부적으로는 좋은 팀이 오래 버틸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 외부적으로는 리전드만의 색깔을 더 선명하게 각인시키는 작업을 이어가고 싶다.
‘윤승림’이 하나의 장르가 된 지금, 포스트 윤승림의 등장이나 대체될지도 모른다는 것에 대한 두려움은 없는지?
솔직히 두렵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내 장르’가 뭔지 나조차 명확하게 설명하지 못한다. 사람들이 말하는 ‘윤승림다움’은 내가 의도적으로 만든 틀이라기보다, 매번 다른 환경과 주제에서 내 방식대로 풀어낸 결과들이 쌓인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대체된다는 개념보다는 각자의 방식으로 새로운 답을 찾는 여정을 함께하는 게 아닐까? 그 안에서 나도 발전하고 변화할 것이라고 믿는다. 그리고 그 변화 자체가 장르가 되겠지. 언젠가 ‘포스트 윤승림’이 나타난다면, 스스로를 업데이트 못 했다는 뜻으로 이해하고 자극제로 삼을 것 같다.
어디까지 가보고 싶나? 윤승림의 야심은?
인간 레퍼런스 그 자체.

NCT WISH의 <Melted Wichu Inside My Pocket> MV에 활용된 그래픽 디자인.
Studio V1C3 _ 강지웅 디렉터
비주얼, 브랜딩, 아이덴티티 작업 등 다양한 시각 작업을 주도하는 디자인 스튜디오로, V1C3은 ‘All about V1sual Cr3ation’을 뜻한다. 아티스트뿐만 아니라 패션 브랜드, 매거진,갤러리 등 다양한 분야와 협업한다.
@studiov1c3
」V1C3은 어떤 스튜디오인가?
어떤 대상에 대한 비주얼을 다양한 형태로 보여주는 일을 하고 있다. 요즘에는 그 결과물이 꼭 시각적인 것일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이를테면 만져야만 느낄 수 있는 섬유의 텍스처, 교집합이 없을 듯한 음악의 믹스 등을 통해서도 표현할 수 있다. 한계나 바운더리를 정해두지 않은 것이 V1C3의 철학이니까. 그래서 우리의 작업 스튜디오는 파티션이 하나도 없는 거대한 원룸 형태다. 원활한 소통과 교류를 통해 한계 없는 작업을 하는 것이 목표다.
커리어의 시작점은?
태용의 미니 1집 <SHALALA>의 앨범 BI 로고 작업을 한 것이 출발점이었다. 그 이후로 많은 아티스트를 만나 협업할 수 있었으니 내 커리어의 포문을 열어준 고마운 작업이다.
강지웅 디렉터가 작업한 엔하이픈, NCT WISH, XngHan&Xoul(승한앤소울)의 캐릭터 디자인을 보면 아티스트에 대한 이해도가 남다르다는 게 느껴진다.
캐릭터 작업을 할 때는 클라이언트가 제공한 자료와 해당 아티스트에 대한 자료 조사도 무척 중요하지만, 다양한 캐릭터 IP들을 직접 보고 소비하는 것도 상당히 중요하다. 나는 어린 시절 좋아했던 만화영화 속 캐릭터들에서 영감을 많이 받곤 하는데, 내가 작업한 캐릭터들에서 느껴지는 왠지 모를 친숙함은 이 때문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엔하이픈의 미니 6집 <DESIRE:UNLEASH>의 캐릭터 디자인.
최근에 가장 재밌게 한 작업은?
아티스트 XngHan&Xoul의 BI와 X 형태의 심벌을 만든 것. 특히 BI는 종이를 직접 잘라가며 만들어낸 작업이라 과정이 기억에 많이 남는다. X 그래픽도 어떻게 보면 굉장히 과장된 형태라 시안을 전달할 때 걱정이 많았는데, 다행히 XngHan&Xoul 팀에서 긍정적으로 봐주어 세상 밖으로 나올 수 있었다. 설명을 덧붙이자면 XngHan&Xoul은 승한이 솔로 데뷔를 한 후 론칭한 아티스트 브랜드다. 음악, 퍼포먼스, 아트워크 등 그때그때 다양한 분야의 창작자들과 협업하며 활동한다. 이렇게 새로운 형태의 아티스트 시작을 함께 할 수 있는 작업이었기에 더 의미 있다.

XngHan&Xoul의 BI 디자인.
유난히 힘들었던 작업도 있을까?
없었다! 나는 시각적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일은 무엇이든 즐겁게 한다. 좀 더 솔직하게 말하면 많이 힘들 것 같은 일은 피하려고도 한다. 오래오래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살기 위한 나만의 철학이랄까?
이 일을 하며 뿌듯했던 순간은?
예상치 못한 장소들에서 내가 디자인한 아티스트의 굿즈를 착용한 사람들을 봤을 때. 그리고 나의 작업물이 누군가에게 영감이나 용기를 줄 때. 사실 뿌듯함보다는 고마운 마음이 더 크다.
요즘 업계 트렌드를 강지웅 디렉터의 시선에서 분석해본다면?
무엇이든 트렌드가 될 수 있다. 트렌드 기조에서 벗어난 것도 트렌드가 되니까. 다만 한 걸음 더 나아가 트렌디하면서도 감도 높은 디자인이 완성되려면 꼭 ‘진정성’을 포함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야 소비자도 내가 의도한 디자인을 누락 없이 전달받을 수 있을 테니까.

Hearts2Hearts 1집 <The Chase>의 앨범 로고 디자인.
오래도록 커리어를 유지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는가?
V1C3에서 하는 작업들을 끝없이 확장시키기 위해 비주얼뿐만 아니라 모든 영역에 교집합을 두고 달리기를 한다. 그리고 아무리 시간이 부족해도 퀄리티 유지하기, 쌓아가는 모든 커리어와 경험을 어떻게 하면 내면의 성장과 연결 지을 수 있을지 끊임없이 고민하기.

태민의 2024 월드 투어 ‘Ephemeral Gaze’ 포스터.
Studio Onsil _ 조인옥 디렉터
아티스트 앨범 디자인을 중심으로 공연물, 인쇄물, 웹, 일러스트 및 광고 디자인까지 폭넓은 분야를 다루는 디자인 스튜디오다. 설립 초반엔 앨범 재킷 디자인만 맡아 작업했지만, 현재는 콘셉트 수립 단계부터 참여해 앨범 비주얼 전반을 총괄하는 경향으로 정체성이 보다 뚜렷해졌다.
@studio_onsil
」조인옥 디렉터가 하는 일은?
아티스트의 음악과 세계관을 시각적으로 완성하는 그래픽 디자이너다. 앨범의 아트워크, 콘서트 비주얼, MD 디자인 등 다양한 작업을 통해 아티스트와 팬이 같은 장면을 공유할 수 있도록 돕는다.
스튜디오 온실만의 감각적인 디자인은 어디서부터 시작됐나?
오마이걸의 첫 정규 앨범 <The Fifth Season>이 본격적인 시작이었다. 그전에도 여러 아티스트의 앨범이나 공연 포스터 디자인을 진행하긴 했지만, 한 앨범의 세계관과 전체 콘셉트에 맞춰 아트워크 디렉션부터 앨범 패키지 디자인까지 맡은 것은 <The Fifth Season>이 처음이었다. 그 작업을 계기로 K팝 아티스트 앨범 작업을 본격적으로 착수하게 됐다.

제니 첫 솔로 정규앨범 <Ruby> 앨범 디자인.
어떤 커리어 패스를 거쳐 지금의 스튜디오 온실을 설립하게 됐나?
대학에서 시각디자인을 전공했는데, 그때부터 워낙 음악을 좋아해서 음악과 디자인이 연결된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확고했다. 당시에는 앨범 디자인만 전문적으로 하는 회사가 많지 않았지만 워너뮤직코리아와 소니뮤직코리아의 디자인 팀을 거쳐 지금의 스튜디오 온실을 설립하게 됐다.
어떤 아티스트인지에 따라 자유롭게 변모하는 스튜디오 온실의 작업물이 인상적이다.
작업한 모든 아트워크가 하나하나 모두 소중하다. 최근에 작업한 태민의 2024 월드 투어 ‘Ephemeral Gaze’ 포스터가 특히 기억에 남는다. 강하고 무게감 있는 아트워크에 갈증이 있던 시기였는데, 마침 그런 결을 가진 프로젝트를 만나 매우 반갑고 즐거웠다.
앨범이 아닌 공연 포스터는 작업 과정이 어떤지 궁금하다.
단순히 공연을 알리는 포스터가 아니라 무대와 영상, 연출과 연결되는 아트워크를 제작하고자 했다. 그래서 첫 번째로는 아티스트의 의견을 가장 많이 참고했고, 공연 콘셉트에 대한 레퍼런스를 바탕으로 핵심 키워드를 표현하려고 했다. 끝으로, 무게감 있는 이미지를 만들기 위해 소재 리서치를 굉장히 많이 했다. 완성한 포스터가 무대 연출과 잘 어우러진 것을 공연장에서 스튜디오 온실 멤버들과 직접 확인했을 때, 정말 큰 보람을 느꼈다.

BTS <7 Moments> MD 디자인.
아티스트와 팬덤을 모두 만족시킬 수 있는 작업 비결도 궁금하다.
작업을 의뢰받으면 노래를 들어보는 것이 첫 번째다. 그다음 클라이언트가 준비한 시안을 철저히 분석해 아트워크 방향성을 도출한다. 모티브를 얻기 위해 관련 서적이나 영화를 찾아보기도 한다. 나 역시 누군가의 팬이기 때문에 팬덤의 반응과 문화를 깊이 이해하고 있고, 최종 작업물이 세상에 공개되면 피드백 모니터링도 꼼꼼히 한다. 이렇게 즉각적인 피드백을 받을 수 있는 디자인은 엔터테인먼트 분야가 유일하다. 그 점이 정말 매력적이다.
스튜디오 온실을 운영하며 가장 많은 성장을 이룬 경험은?
지난 3월에 발매된 제니의 정규 앨범 <Ruby> 작업이 떠오른다. 아티스트와 회사의 미감이 워낙 뛰어나기도 하고, 사진들도 아름다워서 이 매력을 어떻게 패키지에 잘 담아내면 좋을지 정말 많은 고민을 했다. <Ruby>의 앨범 콘셉트기도 한 셰익스피어의 희극 <뜻대로 하세요(As You Like It)>를 이해하고, 각 분야와 장르에 맞는 음악적 캐릭터를 연결하는 아티스트의 모습을 한 편의 연극처럼 보여주고 싶었다. 국내뿐 아니라 해외 팬들까지 좋아해주어서 또 한 번 성장한 기분을 느낄 수 있었다.
요즘 앨범 패키지 트렌드를 짚어준다면?
엔터테인먼트 디자인은 트렌드에 굉장히 민감하고 변화 속도도 매우 빠른 분야다. 예전에는 묵직한 박스 패키지에 다양한 구성품을 꽉 채운 ‘볼륨감 있는’ 형태가 대세였다면, 최근에는 북 형태에 간결한 구성품을 담아내는 방식이 늘었다. 대신 인형, 키링, 다이어리처럼 실용성을 갖춘 MD 형태로 확장되는 흐름이 뚜렷하다.
K팝 업계에서 살아남기 위한 그래픽 디자이너의 핵심 역량은 뭐라고 생각하나?
이 일을 단순히 ‘직업’으로만 대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매너리즘에 빠지지 않고, 힘든 순간에도 ‘완성도 있게 만들고 싶다’는 마음을 잃지 않아야 한다.
스튜디오 온실의 영역을 어디까지 확장해보고 싶나?
사실 올해 큰 전환점을 준비하고 있다. ‘푸르트 레이아웃(@furtlayout)’이라는 디자인 레이블을 론칭해 지금까지 온실에서 보여주지 않았던 또 다른 무드의 작업을 선보일 예정이다. 자체 제작 MD부터 다양한 실험적인 작업물까지 새로운 도전을 통해 스튜디오 온실의 디자인을 좋아하는 많은 분들에게 좀 더 가까이 다가가보려고 한다.
스튜디오 온실로서 어디까지 가보고 싶나?
앞으로는 더 다양한 해외 아티스트와 협업해보고 싶다. 세계관부터 음악, 비주얼까지 모든 요소를 통합한 브랜딩 작업은 언제나 큰 설렘을 주니까. 언젠가는 해외에서도 ‘스튜디오 온실’이라는 이름이 자연스럽게 언급되며 우리의 디자인이 더 넓은 세상으로 나갈 수 있는 날이 오면 좋겠다.
Credit
- Editor 김미나
- Photo By Studio
- Assistant 정주원
- Art Designer 김지은
- Digital Designer 김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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