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징어 게임 2' 세미, 배우 원지안의 코스모폴리탄 4월호 화보와 인터뷰 전문 보기
과거도, 미래도 아닌 지금 이 순간에 가장 충만한 배우 원지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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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트 1백10만원 Onitsuka Tiger. 목걸이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미래는 제가 정하는 것도, 정할 수 있는 것도 아니잖아요. 대학교에 입학하면 이 개념부터 배워요. ‘Here&Now.’ 어떻게 보면 철학적인 이야기일 수 있는데, 모든 것은 과거나 미래에 있는 것이 아니라 지금 여기에 존재한다는 것. 그래서 어떤 걱정이나 망상도 필요 없고, 그저 지금에 충실하는 것밖에는 할 수 없다는 거예요.

바머 재킷 50만원, WS 프린티드 드레스 48만원, 레슬링 A60 NM 스니커즈 51만원 모두 Onitsuka Tiger. 양말, 스타킹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전 세계를 떠들썩하게 만든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 게임 시즌2>가 공개됐던 겨울이 지나고 새 계절이 왔어요. 봄을 어떻게 맞이하고 있나요?
얼마 전에 처음으로 한라산을 다녀왔어요. 촬영을 시작하고 나면 더 정신없을 테니 큰마음 먹고 다녀 왔는데, 올라갈수록 아직 눈이 많이 쌓여있더라고요. 그 광경을 ‘얼음 나무 숲’이라고 표현하고 싶어요. 제가 좋아하는 게임 <포켓몬스터>에 ‘파랑구조대’라는 게임이 있어요. 거기에 ‘얼음 나무 숲’이라는 던전이 하나 있거든요. 그게 갑자기 생각나 올라가는 길에 게임의 BGM도 들었죠.(웃음)
평소에 등산을 즐겨 하나 봐요. 한라산은 오르기 꽤 어려운 산이잖아요.
한라산이 오르기 어려운 산이었군요? 어쩐지 다음날 잘못 걷겠더라고요.(웃음) 어렸을 때는 할머니를 따라서 산에 있는 절을 자주 갔기 때문에 등산이 익숙하긴 했어요. 성인이 되고 나서는 자주 가지 못해 정말 오랜만에 산을 찾았죠.

니트 후디 70만원, 멕시코 66 TGRS 스니커즈 21만원 모두 Onitsuka Tiger. 쇼츠, 목걸이, 반지, 니삭스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타고난 체력인데요?(웃음) <오징어 게임 시즌2>는 전작에 이어 캐스팅 단계부터 굉장한 주목을 받았죠. 이 작품이 지안씨의 세계에 어떤 영향을 준 것 같아요?
워낙 규모가 큰 작품이었잖아요. 비중이 크지 않아도 출연 자체만으로 많은 관심을 받았던 것 같아요. SNS도 갑자기 팔로어가 확 늘어나는 신기하고도 감사한 경험을 했고요. 그 풀을 제 일상으로 가져와본다면, 주변에 좋은 친구들이 생겼다는 것이 아닐까 싶어요. 주로 호흡을 맞췄던 (노)재원 선배, (이)다윗 선배는 또래기도 해서 촬영이 끝난 지금도 자주 연락하는 사이가 됐죠.
쇼트커트 헤어에 코와 입술엔 피어싱을, 목엔 초커를 한 ‘세미’ 가 돼 처음 스스로를 바라봤을 때 어떤 기분이 들던가요? 지금 마주하고 있는 지안씨의 얼굴을 보면 전혀 ‘세미’가 떠오르지 않거든요.(웃음)
저도 처음엔 너무 낯설었어요. 평소에 한 번도 해보지 않은 스타일링이었잖아요. 피어싱과 초커, 쇼트커트같이 외적인 모습만으로 ‘세미’가 어떤 캐릭터인지 파악할 수 있는 도구가 필요했는데, 분장팀에 서 잘 구현해주셨죠. 만약 ‘세미’를 길에서 마주한다면 말도 걸지 못할 것 같아요.(웃음)
‘세미’는 약한 자를 보호할 줄 알고, 강한 상대에겐 지지 않는 ‘강강약약’ 그 자체죠. 그런 매력적인 캐릭터를 연기할 때 느껴지는 카타르시스도 있어요?
물론이죠. 특히 ‘남규’(노재원)가 욕을 하면 주눅 들지 않고 맞서서 욕하고 싸울때?(웃음) 평소의 저라면 전혀 맞받아치지 못했을 것 같은데... 그럴 때마다 생각해요. 나도 ‘세미’처럼 강해져야겠다고.

WS 드레스 73만원, 덕 타이거 트레이너 스니커즈 33만원 모두 Onitsuka Tiger. 목걸이, 암 워머, 스타킹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생각한대로 강해지고 있나요?
시간이 흐르고 일을 하면 할수록 점점 더 강해지겠죠? 강해질 거예요.
인터뷰를 준비하며 ‘지안’이 아닌, 소녀 ‘인선’의 시간이 궁금했어요. 아까 말한 것처럼 할머니를 따라 자주 절에 가기도 하고, 할머니의 가르침 덕분에 책을 가까이했던 문학소녀였다고요.
저희 할머니야말로 문학소녀셨어요. 교사 생활을 오래하셨고, 책을 늘 가까이 두고 독서와 필사를 즐겨하셨죠. 그런 할머니의 영향을 자연스럽게 받으며 자랐어요. 어렸을 땐 할머니의 칭찬을 듣는 게 그렇게 좋았거든요. 좋은 시를 발견하면, 그 시를 써서 할머니께 드리곤 했는데 좋아하셨던 기억이 나요. 그렇게 할머니와 교감을 했던 것 같아요. 지금도 할머니는 신문에 실린 시를 하나 하나 모아서 제게 보내주시죠.
할머니와 함께 지안씨 눈에 담았던 풍경들도 궁금하네요.
어렸을 때 김포에 살았거든요. 그때는 지금처럼 도시가 개발되기 전이라, 주변에 논밭과 자연이 펼쳐져 있었죠. 그 옆으로 길게 쭉 이어져있는 길을 저와 할머니, 동생 셋이 손 잡고 걸어가면서 노래를 불렀던 장면이 종종 생각나요. 하늘엔 노을이 지고, 노을 빛을 받아 반짝이는 논밭의 광경이 너무나 아름다웠어요.

데님 재킷 1백10만원, 니트 카디건 69만원, WS 데님 스커트 42만원, 벨트 28만원, 멕시코 66 TGRS 스니커즈 21만원 모두 Onitsuka Tiger. 목걸이, 타이츠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어떤 책은 한 시절을 길러내기도 하죠. 그 시절 지안씨를 기른 책은 뭐였어요?
어릴 적에는 어른들이 위인전을 많이 읽으라고들 하시잖아요. 사실 제가 좋아했던 책은 위인전보다는 판타지 소설이었어요.(웃음) 마법의 문을 열고 또 다른 세계를 여행하는 <율리시스무어>라는 판타지 소설이었는데, 새 시리즈가 나올 때마다 꼭 챙겨 봤죠. 재미있는 게, 그때는 소설 내용을 진짜라고 믿었어요. 워낙 작가님의 묘사가 실감 났고, 중간중간 삽화도 있으니 진짜 어딘가에 시간의 문이 있다고 생각한 거죠. 헤헤. 부끄럽지만.
연기가 좋았던 이유는 뭐였어요? 삶의 방향을 연기로 삼기로 한 건 그만큼 호기심도, 애정도 동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처음 시작했을 땐 막연한 호기심이었어요. 영화를 좋아했던 단짝 친구의 영향을 받아 멋있다는 생각도 했던 것 같아요. 그러다 중학생 때 단체로 연극을 관람하러 간 적이 있었어요. 1인극이었는데, 무대에서 연기하는 배우를 보면서 그동안 영화를 보며 느꼈던 것과는 차원이 다른 감정이 느껴졌어요. 배우라는 직업 자체가 엄청 궁금해졌죠. 그래서 연기를 배워보자고 결심하게 됐어요. 하지만 제가 연기를 놓지 않고 계속 할 수 있었던 힘은 사람인 것 같아요. 연극이든 영화든 결국 사람 사는 이야기잖아요. 그걸 공부하는 것 자체가 좋았고, 공부를 하면 할수록 애정이 깊어졌어요. 현장에서도 연기는 혼자서는 절대 할 수 없는 일이에요. 배우들과 스태프가 다 같이 만들어간다는 점이 좋았어요. 그래서 지금은 연기를 하고 있는데, 이 일보다 더 좋아하는 게 생기면 공부하러 가겠죠? 제 미래의 모습은 뭐가 될지 모르겠어요. 하지만 지금은 제게 주어진 환경 안에서 최선을 다하려고 해요.

WS 더블 티셔츠 26만원, 멕시코 66 TGRS 스니커즈 21만원 모두 Onitsuka Tiger. 니트 쇼츠, 목걸이, 니삭스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현재에 가장 무게를 두는군요.
네. 미래는 제가 정하는 것도, 정할 수 있는 것도 아니잖아요. 대학교에 입학하면 이 개념부터 배워요. ‘Here&Now.’ 어떻게 보면 철학적인 이야기일 수 있는데, 모든 것은 과거나 미래에 있는 것이 아니라 지금 여기에 존재한다는 것. 그래서 어떤 걱정이나 망상도 필요 없고, 그저 지금에 충실하는 것밖에는 할 수 없다는 거예요.
그런 지안씨가 지금 가장 충실하는 건 뭐예요?
지금 저희가 나누고있는 대화?(웃음) 아, 잘 대답하고 싶은데 좀 더 생각 해볼게요. (잠시 정적) 제 주변이요. 그러니까 가족과 친구들. 제가 해외여행을 간 게 얼 마 되지 않았어요. 첫 해외여행을 아테네로 다녀왔는데, 마냥 설레고 재미있을 줄 알았거든요. 그런데 막상 현지에 도착하니 제가 완전한 이방인처럼 느껴졌어요. 모든 게 낯설고 두려웠죠. 그때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지금 드는 이 감정이 나는 해외여행 와서 잠시 느끼는 거지만, 누군가에게는 그게 매일일 수도 있겠다고요. 그 순간 주변의 모든 게 너무 소중하게 다가왔어요. 가족, 친구들 생각도 많이 나고요. 그동안 그렇게 소중한 주변을 돌보는 데 미숙했다는 사실도 뼈저리게 느꼈죠.
큰 깨달음을 준 여행이었네요.
너무 소중한 경험이었죠. 여행하는 동안 가족 생각도 정말 많이 했어요. 어찌 보면 제게 집이란 가족 그 자체기도 하니까요. 집의 의미에 대해서도 돌아보게 됐어요. 집은 단순히 살아가는 공간이 아니라 가족이 내 집이겠구나, 이 순간 나와 함께 시간을 보내는 이가 내 집이겠구나 하고요. 가족을 생각하면 이렇게나 애틋한데, 저 어떻게 하죠? 곧 독립하거든요.(웃음)

프린티드 스웻 후디 50만원, 멕시코 66 TGRS 스니커즈 21만원 모두 Onitsuka Tiger. 쇼츠, 타이츠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새로운 집에서 또 다른 의미를 채워나가면 되죠.(웃음) 배우로선 지금 어떤 기점에 서 있는 것 같아요? 데뷔작 <D.P.> 이후 벌써 3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어요.
일을 계속해서 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 감사한 마음이 들어요. 그러니 할 수 있을 때까지 최선을 다해보는 수밖에요. 3년이라는 시간 동안 연기를 하면서 생각이 완전히 달라진 것도 있어요. 처음엔 연기는 카메라 앞에서 온전히 내가 해내야하는 일이라고 생각했거든요. 근데 그게 아니에요. 제가 하는 건 아무것도 없는 것 같아요.
그럼요?
이를테면 신안에서 함께 연기하는 배우에게서 힘을 받을 때도 있거든요. 얼마 전 일본의 대선배님과 호흡을 맞출 기회가 있었어요. 엄청 긴장했는데, 슛이 들어가고 나선 제가 연기를 하고 있다는 것도 잊은 채 연기했죠. 오직 내 앞의 상대 배우만 존재하는 것 같은 느낌. 내가 무언갈 연기하는 게 아니라, 그 신에 완전히 동화된 것 같다고 할까요. 모든 신을 그렇게 연기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웃음) 더 열심히 정진해야죠.
곧 JTBC 드라마 <경도를 기다리며> 촬영에 들어간다고요. 풋풋한 청춘의 로맨스부터 시간이 흐른 뒤 다시 재회하는 애틋함까지 여러 결의 사랑을 보여줄 예정이죠? 어떻게 준비하고 있어요?
정말 열심히 대본을 보고있어요. 감독님께서 촬영 전에 참고하면 좋을 것 같은 영화 몇 편을 추천해주셨는데, 그 작품들을 보며 나름대로 연구도 해보고요. 아마 그동안 해왔던 것과는 많이 다른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을 것 같아요. 사람과 사람의 관계를 농도 있게 다루는 작품도 처음이라 기대되고 걱정도 되지만, 열심히 한번 해볼게요.

WS 톱 캐미솔 39만원, 팬츠 97만원, 덕 타이거 트레이너 스니커즈 33만원 모두 Onitsuka Tiger. 목걸이, 팔찌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그나저나 새로 시작했다던 일렉 기타 취미는 여전한가요?
아쉽지만 요즘은 작품 준비 때문에 자주 못하고 있어요. 그래도 아직 손가락에 굳은 살이 좀 남아 있네요. 일렉 기타는 꾸준히 가져가고 싶은 취미예요. 워낙 밴드 음악을 좋아하기도 하고요.
지안 씨의 ‘록스타’는 누구예요?
제게 ‘록’이라는 장르의 포문을 열어주신 분은 고등학교 때 사회탐구 선생님이셨어요. 메탈의 계보부터 상징적인 곡까지 하나하나 가르쳐주셨죠. 선생님은 메탈리카, 본조비를 무척 좋아하셨는데 저도 본조비의 노래를 즐겨 듣고 있네요.
이 화보와 인터뷰를 보며 같이 들으면 좋을 곡도 추천해줄래요?
(노래를 고르며) 오니츠카타이거와 함께한 <코스모폴리탄>의 커버 화보! 뭐가 좋을까요. 이 노래로 할까요? 250의 ‘휘날레’, 그리고 요즘은 빌리 아일리시의 ‘BIRDS OF A FEATHER’에 빠졌어요. 봄에 더 자주 듣게 될 것 같아요.
Credit
- Fashion Editor 서지현
- Feature Editor 천일홍
- Photographer 박배
- Hair 손혜진
- Makeup 최수일
- Stylist 김수린
- Set Stylist 최다예
- Assistant 조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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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smokore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