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CELEBRITY
황인엽의 스펙트럼
선과 악이 공존하는 눈빛, 배우 황인엽의 끝없는 스펙트럼 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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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님 재킷, 셔츠, 팬츠 모두 Wooyoungmi. 타이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코스모와는 4년 만이네요. 그사이에 드라마 <안나라수마나라> <왜 오수재인가> <조립식 가족>까지 꾸준히 작품 활동을 했지만 다작을 하는 배우는 아니라고 생각했어요.
잘할 수 있는 작품을 신중히 고르는 편이에요. 가장 고심하는 부분은 제가 이 캐릭터를 통해 어떤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느냐는 거예요. 그래서 혼자 고민하기보다는 회사 직원분들과 함께 대본을 읽으며 의견을 나누는 편이죠.
<조립식 가족>의 ‘김산하’를 선택한 이유는요?
캐릭터 간의 관계성이 신선했어요. 지금껏 보지 못한 장르였고요.

레더 재킷, 레더 팬츠, 스틸레토 부츠 모두 Diesel. 이너 톱 Recto. 벨트, 목걸이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이번 작품도 그렇고 어쩌다 보니 짝사랑하는 역할을 굉장히 많이 했네요. 성향이 조금씩 다르기는 했지만요.
맞아요. 그래서 작품을 시작할 때, 이전과는 다른 모습을 보여드려야 된다는 부담감이 있기도 했어요. 그렇게 발버둥치다 보니 짝사랑에 대한 감정의 레이어가 정말 많이 쌓였죠. ‘김산하’를 연기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눈빛이에요. 대사를 하지 않고 눈빛만으로 “좋아한다, 사랑한다”를 표현하고 싶었거든요. 다시 <여신강림>으로 돌아가면 (짝사랑 연기를) 훨씬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아요.(웃음)
어떤 캐릭터가 가장 이입이 되던가요?
제가 좋아한다는 것을 상대가 아예 모를 때요. <조립식 가족>에서 ‘산하’의 상황이 딱 그랬죠. ‘내 마음을 몰라주는 것은 슬프고 답답한 일이지만, 그래도 곁에서 볼 수 있어 다행이야’라는 그 복합적인 감정선에 공감을 많이 했어요. 그래서 더 간절하게 눈빛으로만 말하죠. ‘주원’(정채연), 널 많이 사랑한다고.
그게 인엽 씨가 생각하는 가장 바람직한 짝사랑의 자세인가요?
네. 짝사랑이라면 제 마음이 조금 답답하더라도 상대에게 부담을 주지 않아야 하죠. 상대가 나에게 적당한 거리를 두고 다가오거나 혹은 멀어질 수 있도록 그 공간을 만들어주는 것도 잊지 않고요. 근데 현실에서 짝사랑 같은 건 하고 싶지 않아요.(웃음)

바이커 재킷 Emporio Armani. 이너 톱 Junyawatanabe Man. 레더 팬츠 Courrèges.
<조립식 가족> 촬영은 지난 7 월에 끝났죠. 곧 종영하는데, ‘산하’를 보내줄 준비는 마쳤나요?
사실 준비 안 됐어요. 이번 드라마에서 정채연·배현성 배우와의 케미가 워낙 중요했다 보니 셋이 너무 뭉쳐 다녔던 것 같아요. 촬영하는 동안 서로 정이 많이 들었는데 갑자기 뿔뿔이 흩어지니 정말로 이별한 사람처럼 마음이 아프더라고요. 요즘에도 많으면 일주일에 한 번, 못해도 2 주에 한 번은 만나요. 마지막 회는 함께 출연한 배우, 스태프들과 파티 룸을 빌려 다 같이 보기로 했죠. 현성 씨가 “나 눈물 예약해놓을 테니까 울어도 놀리지 마”라고 하더라고요.
작품이 끝나면 그 여운에서 벗어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는 편인가 봐요.
이번 작품은 유난히 더 그러네요. 함께 출연한 최원영 선배님이 그에 대해 팁을 주시기도 했어요. “온전히 혼자서 정화시키는 시간을 가져라!” 누군가를 만나며 시간을 보낼 수도 있겠지만 결국 혼자서 떨쳐내는 것이, 어렵겠지만 꽤 효과적인 방법이라고요. 배우라면 누구나 겪는 과정이니 슬기롭게 지나가길 바란다며 격려해주셨죠.
혼자 정화하는 시간은 어떤 식으로 가져요?
에어팟 맥스 배터리가 방전될 때까지 조성진이 연주하는 피아노 곡을 들으며 집 안 청소를 해요. 쓸고, 닦고, 재활용하다 보면 마음도 비워지죠. 그렇게 해도 마음이 복잡할 땐 마인드맵을 해요. 가운데에 ‘나는 왜 이럴까’를 먼저 써놓고 그 이유에 대한 줄기를 그려나가죠. 줄기의 대부분은 연기에 대한 고민이에요. 하나씩 토해내듯 종이에 적다 보면 마음속에 응어리져 있던 매듭이 풀려나가는 느낌이에요.

재킷 Givenchy.
일을 하지 않을 때도 온통 연기 생각뿐이군요. 언젠가 커리어와 라이프를 분리하려고 노력한다는 인터뷰를 본 것 같은데요.
고군분투 중이에요. 이번 작품을 끝내고는 집 인테리어를 바꿔서 분위기 전환도 하고, 드라이브도 하며 환기를 시켰죠. 다음 작품을 위해서라도 얼른 보내줘야 해요.
차기작 소식도 궁금해요.
드라마 <도깨비>와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스위트홈>을 연출한 이응복 PD님의 새 드라마 <친애하는 X> 촬영에 막 들어갔어요. 톱스타 ‘허인강’이라는 캐릭터를 맡았죠. 겉으로 봤을 땐 밝고 명랑하지만 혼자 있을 땐 우울하고 퇴폐미까지 느껴지는 인물이에요. <조립식 가족>까지가 ‘소년미’를 어필하는 작품이었다면 <친애하는 X>부터는 좀 더 ‘남성미’를 느끼실 수 있을 거예요.
황인엽을 대중에게 각인시킨 드라마 <여신강림> 이야기를 안 할 수가 없어요. 저 역시 그때의 황인엽을 참 좋아했거든요.
그 작품이 제게 와준 건 정말 기적 같은 일이었죠. 웹툰 원작 속 ‘한서준’ 모습이 제 모델 시절 모습과 상당히 닮아서 정말 재미있게 본 작품이거든요. 드라마화된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저는 팬이자 독자로서 ‘내가 이런 걸 할 수 있다면 어떨까?’ 하고 막연한 상상을 해본 적이 있어요. 그런데 말도 안 되는 상상이 현실이 된 거죠. 4년이 지난 지금도 해외 팬분들로부터 많은 사랑을 받고 있어 정말 감사해요.

재킷, 슈트 셋업, 이너 톱, 로퍼 모두 Givenchy.
‘한서준’이 워낙 강렬해서 다음 작품을 고를 때 부담감도 있었을 것 같아요.
<여신강림>이 잘돼서 정말 행복한 한편, ‘한서준’을 넘어서는 캐릭터를 만나고 싶다는 욕심도 있었죠. 지금은 그렇지 않아요. ‘한서준’도 결국 좀 더 어리고 예쁜 시절의 ‘나’인데 굳이 그걸 뛰어넘어야 할 필요가 있나 싶죠. 가끔 집에서 다운될 때 <여신강림>을 돌려봐요. ‘저때 왜 저렇게 멋있는 척을 했지’ 하며 이불킥을 하면서요.(웃음)
지금껏 하이틴과 로맨스 장르를 많이 해왔어요. ‘추구미’가 그런 장르인가요?
로맨스물에 어울리는 얼굴도 좋지만, 요즘엔 반대 사이드의 얼굴도 보여드리고 싶어요. 예를 들면 산전수전 다 겪고 밑바닥 인생을 사는 캐릭터라든가, 누아르 속 스타일리시한 악역 같은. 영화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에 나오는 이정재 선배님처럼요.

코트, 이너 톱 모두 Gucci.
인엽 씨가 생각하는 좋은 배우란 뭐예요?
창의적인 일을 하는 사람에게 영감을 줄 수 있는 배우요. 제겐 조인성 선배님이 그런 존재예요. 그의 외모도, 연기도, 행보도 모두 동경하죠. 중학생 때 드라마 <발리에서 생긴 일>을 보며 배우의 꿈을 키웠거든요. 지금 당장은 아니더라도 언젠가 ‘황인엽 같은 배우가 되고 싶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한 명이라도 생긴다면, 그 사람에게 정말 좋은 아이디어와 영감을 주고 싶어요. 진심으로!
배우 외에 다른 걸 꿈꿔본 적은 없나요?
늘 무언가를 만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은 해요. 전엔 옷을 디자인하고 싶었는데 요즘엔 가구를 만들고 싶어요. 가구가 옷보다 오래 남으니까.(웃음)
지금 당장 만들고 싶은 건 뭐예요?
향수를 담을 수 있는 케이스.
바로 답이 나와서 놀랐어요.
‘먼 훗날, 배우로서 커리어가 끝난다면 한 번쯤 해보고 싶다’가 아니라 지금 당장 실행에 옮기고 싶은 작업이라서요. 기회가 된다면 브랜드와 협업도 해보고 싶네요.
하고 싶은 일을 명쾌하게 답할 수 있다는 건 스스로를 많이 파악했다는 거겠죠?
제가 연기를 하지 않았다면 그렇게 생각하며 살았을 거예요. 그런데 카메라 앞에서 매번 새로운 제 모습을 발견해요. 요즘 촬영 중인 <친애하는 X> 현장에선 감독님이 즉흥적인 상황을 자주 던져주세요. 전혀 준비되지 않은 상황에서 튀어나오는 제 표정이나 목소리가 낯설 때도 있고, 평소엔 차분한데 촬영장에서 한껏 텐션이 오른 제 모습을 보며 기분이 묘할 때도 있죠.

레더 재킷 Recto. 레더 셔츠 Ferragamo. 터틀넥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이제 보니 선과 악이 공존하는 얼굴이에요. 각도에 따라 분위기가 달라져요.
언제나 제 눈은 희한해요. 거울에 비친 제 모습을 보며 ‘쟤는 누구지? 왜 저렇게 생겼지?’ 생각해요. 화려하게 풀세팅한 모습도, TV 앞에 쪼그려 앉아 팝콘 먹는 모습도 다 저라는 게 새삼 신기하죠.
내년엔 또 어떤 모습을 보여줄 건가요?
팬분들이 저를 너무 귀여워하시는데 이제 안 되겠어요. 몸을 열심히 만들어서 노출 있는 옷도 입고, 남자다운 모습을 보여드릴 거예요.
연말에 예정된 팬미팅에서 확인할 수 있나요?
메이비?(웃음)
2024년은 어떤 한 해였나요?
무모했지만 잘 버텼다! 저는 사실 엄청난 내향형 인간이에요. 분위기를 띄울 수 있는 성격도 못 되고요. 하지만 촬영장에서만큼은 분위기를 업시키려고 노력해요. 누구도 강요하지 않았지만 그래야 한다는 부담감 때문에 촬영장에 도착하기 직전까지 덜덜 떨기도 했죠. 촬영장은 연기자와 스태프가 협업해 작품을 만들어가는 곳이잖아요. 채연 씨와 현성 씨도 그리 외향형 인간이 아니지만 티 내지 않으려고 노력하더라고요. 저도 그들의 노력에 보답하고 싶었고, 때로는 더 장난스럽게, 때로는 더 무모하게 현장 분위기를 이끌어나갔죠. 아직 노련함이 부족한데 스태프분들이 모른 척해주셔서 감사해요.
Credit
- Feature editor 김미나
- Photographer 고원태
- Hair 안홍문
- Makeup 전달래
- Stylist 박성배
- Assistant 이나라
- Art designer 김지은
- Digital designer 민경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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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smo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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