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식, 이게 맞아?

여름이다. 빠르게 살을 빼고 싶은 욕심이 드는 시기다. 체중 감소를 위한 가장 쉬운 길을 찾게 된다. 그리고 단식을 시작한다. 음식 섭취를 줄이는 것이 아니다. 극단적으로 물만 마신다. 여기까지는 문제가 없다. 흔히 알려진 ‘단식’이니까. 문제는 강박적으로 물만 마시는 이 행위가 ‘뼈말라(뼈가 드러날 정도로 마른 몸)’를 위해 유난스럽게 강행된다는 점이다. 미디어를 탓할 수는 없지만, 영향이 적지는 않았을 거다. 지난해 MBC 예능 <나 혼자 산다> 출연진이 오로지 물과 소금만으로 3일 동안 4kg을 감량하며 박수 갈채를 받았기 때문. 그러나 짧은 기간 내에 급격한 체중 감량을 이뤄낸 이장우의 지금 모습은 어떠한가? 거식증을 질환이 아닌 생활 방식으로 장려하는 인터넷 기반의 서브컬처로 여기며, 신조어도 생겨났다. 찬성을 뜻하는 ‘Pro(프로)’와 ‘거식증(Anorexia)’에서 딴 ‘Ana(아나)’를 합성한 ‘프로아나’가 바로 그것. 1990년대 말, 개인 블로그와 온라인 포럼에서 인기를 끌더니 거식증의 행동과 태도를 공유하고 강화하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자연스럽게 발전된 것이다. 20년이 지난 지금, 하나둘 그로 인한 새로운 질환도 생겨났다. 바로 키토 래시다.

키토 래시는 탄수화물을 적게 먹는 케톤 식단이나, 단식의 부작용으로 초래된 피부 질환을 뜻한다. 몸이 탄수화물 대신 지방을 에너지원으로 사용할 때 발생하는 대사 상태를 의미하는데, 주로 가슴, 목, 등, 겨드랑이에서 붉은 발진과 심한 가려움증을 동반하는 것이 특징. 이러한 발진은 염증 반응으로 인한 것이기에, 케톤체가 신체에 축적되면서 발생한다. 한마디로 신진대사에 장애가 생겨 피부로 드러나는 증상이다. 건강을 우선시하지 않고 보여지는 것에 집중한 극단적 다이어트기에, 원인이 단식의 부작용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내과가 아닌 피부과를 찾는 이들이 많아지는 추세다. 안타깝게도 피부과에서는 가려움증 완화에 도움을 주는 항히스타민제와 염증 감소를 위해 사용되는 국소 스테로이드 연고를 처방하는 것이 현재로서는 최선의 방법이다. 가려움을 참지 못하고 긁어 2차 감염이 의심될 경우 항생제를 추가로 처방하기도 한다. 장기 복용 시 면역력이 약화되기에, 애초에 끊을 수 없는 뫼비우스의띠를 만들지 않아야 한다. 키토 래시가 저탄수 식단으로 겪는 부작용이므로 탄수화물의 섭취를 하루 50~100g 정도로 늘리고, 적절한 단백질을 섭취하는 행위는 필수다. 극단적으로 물과 약간의 소금, 영양제만으로 하루하루를 버텨내는 이들은 경쟁하듯 SNS에 #물단식 해시태그로 몸무게를 인증한다.

잘못된 방법이라는 걸 알면서도 그들이 식이 제한을 끊을 수 없는 이유가 뭘까? 처음 단식을 시작할 때는 일반적으로 체중 감량, 세포 재생으로 드러나는 피부 질감 변화 등이 긍정적인 경험으로 다가오는 이유가 크다. 올바른 간헐적 단식으로 16시간 금식 후 8시간 동안 식사를 하는 16:8 방식이나, 매달 혹은 분기별로 3일을 넘기지 않으면서 칼로리 섭취를 조절하는 것만으로도 단식의 장점을 충분히 경험할 수 있다. 점진적으로 하루에 한 끼를 건너뛰는 식으로 점차 시간을 늘려나가는 것 역시 간헐적 단식의 좋은 예. 실제로 3개월간, 매달 5일 동안 간헐적 단식을 진행했을 때 피부 수분 공급과 피부 질감 개선에 뛰어난 효과를 보였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물론 단식하지 않는 시간에 영양가 있는 식사를 하며 신체에 필요한 영양소를 충분히 공급하는 것도 중요하다. 무엇보다 단식 중지를 필요로 하는 몸의 신호를 인지할 것. 불편함, 현기증, 집중력 저하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면 즉각 영양소 섭취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다이어트는 공식이 있다. 누구나 공식을 깨고 싶어 하지만, 부작용은 오롯이 자신의 몫이다. 피부로 드러내며 몸이 얘기한다. 피부과에 가달라는 의미가 아니다. 제발, 제대로 먹어달라는 울부짖음이다.

자신이 건강한 다이어트를 하고 있는지 궁금하다면, 자가 진단을 통해 확인해보자.

□ 목표 체중이 정상 범위를 벗어난 저체중이다.
□ 모든 음식의 열량을 철저히 계산해 1000kcal 미만으로 섭취한다.
□ 식사 시간이 되면 두렵고, 불안을 느낀다.
□ 식사 후 죄책감을 느끼며 빈번하게 후회를 한다.
□ 타인과의 식사를 피하고 혼자 먹고 싶다.
□ 체중이 조금이라도 증가할까 봐 심한 두려움을 느낀다.
□ 거울 속 자신의 모습이 실제보다 더 크다고 생각한다.
□ 자신의 체형을 부위별로 뜯어보며 비판적으로 감상한다.
□ 체중 증가를 막기 위해 스스로 구토를 유도한다.
□ 체중을 줄이기 위해 이뇨제나 설사약을 복용한다.
□ 빈혈, 탈모, 피부 건조, 소화불량을 경험한다.

✔ 1~3개 자신의 외모에 긍정적인 자아상을 확립하는 것이 우선이다. 스트레스 관리는 필수. 가족 또는 친구에게 자신의 고민을 나누며 지지와 격려를 받는 것도 좋다.
✔ 4~6개 규칙적인 식사와 자가 모니터링으로 스스로의 상태를 주의깊게 관찰하는 것이 필요하다. 식이 습관에 대한 올바른 정보 습득 역시 빼놓지 말자.
✔ 7개 이상 섭식 장애를 의심할 수 있다. 다이어트 강박은 심각한 신체적, 정신적 문제를 동반할 수 있으므로 전문적인 상담과 치료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