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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뷰티풀 민트 라이프 헤드라이너, 홍이삭 화보 공개!

자유와 경계 사이에서, 선명해지는 홍이삭이라는 이름의 색.

프로필 by 천일홍 2024.04.24
의상 모두 Dolce&Gabbana.

의상 모두 Dolce&Gabbana.

촬영하면서 여러 번 음악을 바꿨어요.
초반에 몸이 경직돼 있어 긴장을 풀 무언가가 필요했는데, 마침 잔잔한 음악이 흐르고 있더라고요. 노래를 한번 바꿔보면 어떨까 싶었죠.

나씽 벗 띠브스(Nothing But Thieves), The 1975 등 여러 밴드의 음악을 틀었죠?
평소에 듣고 싶었던 밴드의 앨범들이었어요. 듣다 보니 ‘아, 이 밴드도 궁금했는데’ 싶은 생각이 들어 바꿔도 보고요. 제 사심을 채운 플레이리스트가 됐네요.(웃음)

오늘 촬영 목표는 이삭 씨의 이면을 포착하는 거였어요. 그게 밝은 모습일 수도, 반대로 어딘가 삐딱하거나 냉소적인 모습일 수도 있고요.
전 웃음이 많은 한편 차분하고 조용한 성격의 사람이기도 해요. 하지만 제 안의 틀을 벗어나는 훈련이 필요한 때가 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저도 오늘은 평소와는 다른 태도를 취해보려고 노력했어요. 플레이리스트도 그 노력의 일환이었고요.(웃음)

재킷 Golden Goose. 티셔츠 Courrèges. 목걸이 Dolce&Gabbana. 데님 팬츠, 슈즈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기타 본인 소장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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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면’이라는 키워드를 전 <싱어게인3>의 이삭 씨 모습에서 포착했을지도 모르겠어요. 자신이 상한 우유는 아닌지 유통기한을 알고 싶다고 말한 58호 가수가 유통기한은 의미 없다는 확신을 얻기까지 이삭 씨 내면에선 여러 충돌과 혼란이 있었을 거라고 생각했거든요. 뜨기 위한 노래와 ‘나’를 보여줄 수 있는 노래 사이에서 말이죠.
“하고 싶은 걸 하기 위해서 돈을 먼저 벌고 그다음에 하고 싶은 걸 해라”라는 얘기들을 하잖아요. 이건 대중음악을 하는 데 있어 필수 불가결한 갈등일 거라 생각해요. 돈을 벌 수 있는 히트곡을 만들어야 한다고는 하지만, 히트곡이 될 만큼 사람들이 즐겨 듣는 노래가 되기 위해선 자신의 취향과 고집이 곡 안에 자연스럽게 들어가야 한다고 봐요. 그게 매력의 척도를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일 테고요. 그 둘 사이에서 무얼 택할 것인지, 둘을 다 택할 것인지 그게 고민이 되는 거죠. 이 모순된 것들 사이에서 끊임없이 무언갈 선택하는 게 어쩌면 삶의 숙명이 아닐까 싶어요.

그 기로에서 불안감을 느꼈을지언정 홍이삭은 ‘나’를 보여주는 길을 택했죠.
4라운드 때 딱 그 생각을 한 거예요. (소)수빈이가 하는 음악을 좋아해주시는 모습을 보면서 ‘부럽다. 나도 저런 음악 할 수 있는데’ 이런 생각이 들다가도 그게 잘 안 되는 거예요. 그럴 바엔 내가 잘하는 걸 해야겠다는 결심이 섰죠. 사실 불안이라는 것도 누구나 항상 달고 사는 감정이잖아요. 어떻게 매 순간 순수한 감정으로 살 수 있겠어요. 그 불안함에 잘 대처하면서 걸어가는 게 결국 어른이 되는 과정이겠죠?

이제 곁에는 홍이삭의 음악을 사랑하는 ‘이삭 토스트’(팬덤명)라는 존재도 있잖아요. 불안을 더 내려놔도 되겠어요.
맞아요. 덕분에 제가 하고자 하는 바를 향해 좀 더 나아갈 수 있겠다는 확신이 생겨요. ‘계속해보자. 이 마음으로 하다 보면 뭐라도 돼 있지 않을까’ 그런 마음도 들고요. 돈의 가치도 중요하지만, 동시에 소신의 가치가 중요하다는 생각이 드는데, 제 마음 안의 소신과 본심을 봐주실 거란 믿음은 확실히 생긴 것 같아요.

의상 모두 Ferragamo.

의상 모두 Ferragamo.

홍이삭이 지키려 노력하는 소신은 뭔가요?
가수로서 음악을 대하는 태도, 그리고 홍이삭이라는 사람의 정체성을 잃지 않기 위한 선택이죠. <싱어게인3>에서 보여드린 선곡도 제 정체성에 대한 선택이었고요. ‘나’라는 사람을 온전히 보여줘도 되겠다는 결심이 서니까 스스로 덜 흔들릴 수 있는 단단한 마음이 생겼어요. 예전엔 제 생각에 반대하거나 절 싫어하는 사람 앞에서 ‘어떻게 하지?’라는 고민에 휩싸이곤 했는데, 지금은 ‘죄송해요. 하지만 지금의 전 이런 사람인데, 어떻게 하겠어요’라고 낙천적인 방향으로 생각할 수 있게 됐죠.

반대로 무얼 경계하나요?
전 교만이 눈을 멀게 한다고 생각해요. 볼 수 있는 걸 보지 못하게 하고, 너무나 중요한 것들을 놓치게 만들죠. 그 교만이 찾아오는 것도 한순간이에요. 그래서 스스로 뭔가 놓치고 있다는 불편한 기분이 들 때면 저 자신을 돌아보려고 노력해요. 지금의 나는 너무 우쭐해하고 있진 않나, 너무 교만하지 않았나, 아직 실력이 이거밖에 안 되는데 스스로를 너무 높이고 있는 건 아닌가.

셔츠 The Greatest. 데님 팬츠 Coach. 타이 Maison Margiel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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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자기 자신을 끊임없이 되돌아보는 사람인데, 종종 속을 알 수 없는 사람 같다는 말을 듣곤 한다고요.
어떤 상황이든 전 일단 가만히 지켜보는 편이에요. 어떤 행동을 하는 건 하나의 이유 때문이 아니라 복합적인 요소가 그 순간에 작용하는 거잖아요. 과거의 트라우마 때문일 수도, 현재를 지배하는 감정 때문일 수도 있는 것처럼요. 그래서 전 어떤 행동이나 감정 앞에서 일단 지켜보며 생각해요. ‘왜 이 사람은 이런 행동을 했을까?’ 하고요. 음악을 들을 때도 비슷해요. 노래를 듣다 보면 아티스트가 이 가사를 쓰기까지 어떤 경험과 생각을 거쳤는지 궁금할 때가 있거든요. 그 아티스트가 어디서 태어났고, 어떤 환경에서 자랐는지 찾아봐요. ‘그래서 이 가사가 나올 수 있었겠구나. 내 삶은 이들과 어떤 면이 다르지?’ 이렇게 생각이 이어지곤 하는데, 그게 좋아요.

정의해보자면, 이삭 씨는 관찰하고 사유하는 사람이네요.
그러네요. 사유를 하다 보니 그 모습이 속을 알 수 없는 사람처럼 느껴졌을 수도 있겠어요.

관찰하는 시선을 ‘홍이삭’에게 대입해보면 어떤 키워드가 나올까요?
교회 오빠.(웃음) 교회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며 자랐으니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죠. 교회의 영향을 받고 크다 보면 어른들, 그러니까 권위 있는 사람의 말에 잘 순종한다는 장점이 있는 반면, 사람들의 말을 잘 듣고 따르다 보니 ‘나’를 없애는 것에 익숙해지는 경향이 있어요. 홍이삭이라는 이름으로 살고 있지만, 정작 그 안에 ‘나’라는 사람이 잘 보이지 않는 거죠. ‘나’라는 사람이 날카로워야 매력적일 수도 있는데 그걸 너무 뒤늦게 깨달은 거예요. 그래서 요즘 저의 키워드는 ‘나’를 알아가는 것이기도 해요.

재킷 Golden Goose. 티셔츠 Courrèges. 목걸이 Dolce&Gabba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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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미해진 ‘나’를 선명하게 색칠해가는 과정에 있는 거군요.
맞아요. <슈퍼밴드>가 끝나고 사진작가 리에 누나와 프로필 사진을 찍은 적이 있어요. 촬영을 준비하면서 누나가 요즘 뭘 자주 보는지, 어떤 색을 좋아하는지 물어보는데, 제가 뭘 보고 뭘 좋아하는지에 대한 자각이 하나도 없었던 거예요. 내가 누군지에 대한 이해도가 있어야 건강할 수 있고, 내가 좋아하는 게 무엇인지 알아야 다른 사람이 좋아하는 게 뭔지 알 수 있다는 걸 그땐 몰랐던 거죠. 그때가 이미 스물아홉이었는데, 큰 무언가를 놓치고 있었다는 생각에 너무 충격이 컸던 기억이 나요.

<슈퍼밴드> 이후 5년이 지났고, <싱어게인3>라는 긴 여정도 지나왔어요. 그 시간 동안 체득한 것도 있겠죠?
<싱어게인3> 우승하고 나서 예상치 못한 일이 많이 일어났어요. 표면적으로 상금을 받은 것도 있겠고, 우승 이후에 어떻게 하면 더 잘할 수 있을까에 대한 이야기를 외부에서 많이 듣기도 했죠.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결정하는 데 있어 제 생각과 욕심, 다른 사람들의 의견과 욕심이 더해지니 어느 순간 과욕의 연장선에 서 있는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그러고 나니 몸이 좀 아프더라고요. 지금 일어나고 있는 모든 일이 감당이 안 됐나 봐요. 그래서 지금은 물리적으로라도 선순환시키려는 연습을 나름 하고 있어요. 건강하게 잘 먹고, 밖에 나가 운동도 하고요.

<싱어게인3> 투어 콘서트로 부쩍 무대에서 보내는 시간도 많아졌죠? 이 변화는 어때요?
좋아요. <싱어게인3>를 많은 분들이 좋아해주셨다는 걸 피부로 느낄 수 있는 시간이잖아요. 많은 도시를 돌며 이렇게 공연할 수 있는 기회가 얼마나 더 있겠어요. 참 감사한 일이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사실 경연할 때는 다음 라운드를 준비하느라 반응을 확인할 여유가 없었거든요. 경연이라는 특성상 부족한 면을 가리는 데 급급했던 것도 같고요. 무대에선 그럴 필요도 없고, 공연 자체를 즐길 수 있는 시간이 많아진 것 같아 좋습니다.

데님 팬츠 Maison Margiela. 슈즈 Mihara Yasuhiro. 티셔츠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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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 경험이 쌓인다고 하잖아요. 퍼포머로서 경험치도 많이 쌓이던가요?
좀 뻔뻔해진 게 아닌가 싶기도 하고요.(웃음) 공연마다 같은 노래를 부르지만 매번 느끼는 감정도 조금씩 다르고, 다음 공연 때는 어떻게 더 발전시킬 수 있을까를 생각하게 돼요. 미세한 액션이라도 ‘여기서 이렇게 해볼 수도 있구나’를 조금씩 체득해가면서요.

<싱어게인3> 이후 다음 여정을 준비하는 지금 홍이삭은 무엇을 기대하나요?
매번 다시 시작하는 것 같아요. 지금도 ‘아, 이제야 시작이구나’ 하는 생각이 앞서요. 사실 스스로에게 기대하는 것보다는 실망하는 게 더 많은데, 이를테면 이런 것들이에요. ‘연주를 왜 이렇게 못하지? 여기서 왜 이걸 놓쳤지?’ 그러니까 지금보다 더 좋은 실력과 표현력을 가진 저에 대한 기대감을 품게 돼요.

재킷 Marni. 반지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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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생 가수의 답이네요.
그런가 봐요.(웃음)

모든 불안과 걱정, 경계에서 벗어나 홍이삭이 가장 자유로운 때도 떠올려보죠.
요즘은 뛸 때가 가장 자유로운 것 같아요. 뛰기 시작하면 내가 가고 싶은 길로, 내가 원하는 페이스와 속도로 갈 수 있거든요. 별거 아닌 것 같지만,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한다는 이 주도권 하나가 생각보다 큰 위로를 줘요.

Credit

  • Feature Editor 천일홍
  • Photographer 임유근
  • Hair 박규빈
  • Makeup 안세영
  • Stylist 현국선
  • Assistant 박한나
  • Art designer 김지은
  • Digital designer 민경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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