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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한테 이 소리 들을 때 대처하는 법

진학과 취업, 연애와 결혼, 환경과 여성 문제까지, 내 속만 해도 복잡해 죽겠는데 부모님하고는 왜 사사건건 부딪힐 일 천지일까? 하지만 모두가 혼란스러운 이 시기가 어쩌면 진짜 대화를 시작하기 가장 좋은 때일지도 모른다. 화를 못 이겨 자리를 박차고 뛰쳐나가는 한이 있더라도 이 말은 꼭 하고 넘어가자.

BYCOSMOPOLITAN2020.09.21
하루에도 여러 번 울리는 긴급재난문자가 익숙해졌다. 처음에는 코로나19 때문이었는데, 이제는 호우경보까지 더해졌다. 잠시 움츠리고 있으면 언제 그랬냐는 듯 지나갈 해프닝이 아니다. 사회는 물론 개개인의 인생에 큰 변곡점이 될 시기를 우리는 함께 지나고 있다. 재난 문제뿐만이 아니다. ‘미투’는 각계각층에서 현재진행형이고, 썩은 뿌리를 파헤치고 난 잔재를 다시 고르게 덮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다. 당신이 만약 학과 교수를 한 번도 제대로 보지 못한 채 한 학기를 보낸 대학생이라면 천문학적인 등록금이 과연 의미가 있나 싶을 테고, 코로나19로 직장을 잃은 부모님의 자녀라면 상황이 어려워질 때 인정사정없이 내팽개쳐질 회사에 입사해 청춘을 바치는 게 가치 있을까 반문할지 모른다. 부모님이라고 왜 안 그러겠는가. ‘내 자식만큼은 안 그랬으면 좋겠다’라는 바람 때문에 이것저것 잔소리도 많아진다. 한 치 앞은 보이지 않고, 살아온 경험이 자기 인생 한 번뿐이다 보니 조언이 아니라 ‘고나리질’이 되기 일쑤다. 꼭 지금이 아니더라도 진로와 일상, 여성에 관한 문제는 언제든 한 번쯤은 얘기해볼 필요가 있다. 우선 조심스레 말문을 열자. 긴히 할 얘기가 있다고 말이다. 그 과정에서 몇 가지 전형적인 질문(혹은 공격)을 받을 때가 있을 것이다. 그 질문들에 꼬박꼬박 반박하는 것이 업인 사람들에게 코스모가 조언을 구했으니, 버벅거리지 말고 다음의 답변을 참고하길.
 
▶우리에게 물어봐! 
안연정 청년허브 센터장
심보라, 엄창환 심오한연구소 공동대표
서늘한여름밤 〈어차피 내 마음입니다〉 작가
 
 

그래도 졸업장은 있어야지.

대학 생활 전반에 약 8천만원이 들어가고, 그 빚을 다 갚는 데 평균 20여 년이 걸립니다. 그러나 요즘은 대학 졸업자 절반 정도가 전공과 전혀 다른 일을 하게 되죠. 노동 유연성이 높아지고, 평생직장을 찾아보기 쉽지 않기에 앞으로 배움이라는 것은 말 그대로 평생교육이 필요한 일이 될 거예요. 따라서 졸업장은 없을 수도 있고, 정해진 시점에 획득하는 것이 아닐 수도 있으며 여러 개가 필요할지도 모르죠. 요지는 졸업장으로 삶이 정해지거나 무조건 더 수월해지는 건 아니라는 겁니다. –심보라, 엄창환
 
블라인드 채용이 도입되면서 조직의 인재상과 채용 문화가 달라지고 있습니다. 어떤 제도권에서 교육을 받았는지보다 어떤 경로를 통해 성장했고 어떤 경험을 했는지, 그 과정에서 무엇을 배웠는지가 더 중요해진 세상이 됐죠. 나를 소개하는 기준이 다양해지고 나의 조건 때문에 차별받지 않는 세상이 되려면 더 많은 사람이 원하는 것을 이룰 수 있게 하는 제도와 문화가 필요해요. 제도와 문화라고 해서 거창한 것이 아니라, 당장 내 자녀를 대하는 태도에서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지지하고 동참해주세요. 사회는 점점 더 예측 불가능한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으니까요. –안연정 


교사 자격증 따고 스킨스쿠버는 취미로 해.

‘사’ 자가 들어가는 직업이 무조건 좋다는 건 옛말이죠. 전혀 돈이 되지 않을 것 같던 취미가 일자리가 되고, 개인이 유행을 선도하며 SNS를 통해 직접 1인 홍보를 하고,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에 걸맞게 새로운 직업이 속속 등장하고 사라지길 반복합니다. 등단하지 않아도 작가가 될 수 있고, 출판사를 거치지 않고 스스로 책을 펴내기도 하죠. 자신의 일상을 공유하는 것이 콘텐츠가 될 수도 있고, 요리를 좋아하면 쿠킹 클래스를 열어 수입을 얻기도 하고요. 삶의 안정성에 대한 기준도 달라지고 있습니다. 오히려 스스로 하고 싶은 것을 탐구하며 집중하는 과정이 삶의 만족도를 높이고 지속적으로 새로운 시도를 해볼 수 있는 삶의 근육이 될 거예요. –심보라, 엄창환 


차별금지법? 전과자도 차별하지 말란 거야?

차별금지법은 누군가를 남들보다 특별 대우하는 게 아니라, ‘존재’ 자체에 대한 차별과 혐오 표현을 금지하는 법입니다. 범죄를 저지른 자가 법이 정한 책임을 수행하고 사회에 복귀했을 때 부당한 이유로 차별하지 말아야죠. 우리 사회가 차별금지법 제정을 통해 생물학적 조건이나 정치적 성향, 경제적 능력, 혹은 속한 어떤 문화권 때문에 혐오의 대상이 되지 않는 사회로 나아갔으면 합니다. 자기답게 살 권리는 누구에게나 있고, 그러려면 다른 누군가의 존재를 부정하지 않아야 하죠. 그런 사회를 구성할 책임 역시 누구에게나 있습니다. –안연정

차별금지법이란 모두가 함께 살아야 하는 최소한의 영역, 공공의 영역에서 차별하지 말자는 취지를 담고 있습니다. 누군가가 성별이나 장애 유무, 인종 때문에 채용이나 교육, 교통수단 이용 등에 있어 차별당하는 일은 없어야 합니다. 평등한 사회를 만들어나간다는 것은 개인이 노력해야 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사회적인 약속도 중요합니다. 그리고 우리 사회의 최소한의 약속과 규범은 법으로 정해지죠. 결국 차별금지법은 평등한 사회를 만드는 것을 개인의 책임으로 떠넘기는 것이 아닌 국가와 사회의 책무로 규정하자는 뜻입니다. –심보라, 엄창환 


제로 웨이스트? 채식? 해도 바뀌는 거 없잖아?

육류 소비와 쓰레기를 줄이는 것은 소비 시스템에 관한 얘기입니다. 올여름 한국을 삼켜버린 비는 장마가 아니라 이상기후 때문이며, 코로나19로 다시는 이전 사회로 돌아갈 수 없을 것이라고들 합니다. 모두 인간의 생산과 소비 시스템이 야기한 결과입니다. 하루에 두 번 커피를 마시는 제가 매번 일회용 컵을 쓴다면 버려지는 종이 혹은 플라스틱 컵이 1년에 700여 개입니다. “나 하나쯤이야 극히 일부분”이라고 하기엔 한 사람이 소비하는 쓰레기가 상상 이상으로 많아요. 진짜 불편한 건 채식과 제로 웨이스트 운동이 아니라, 비정상적인 소비 시스템입니다. –안연정
 
부모님이 혹은 다른 사람들이 이렇게 말하는 순간에도 세상은 달라지고 있습니다. 좋은 쪽으로도, 나쁜 쪽으로도 말이에요. 어차피 변할 세상이라면 좋은 쪽으로 동참하는 게 낫지 않을까요? –서늘한여름밤
 
“행동은 또 다른 행동에 영감을 준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그냥 편하게 살기보다 모두가 함께 오래 지속하기 위한 시도를 하는 일은 환경뿐 아니라 스스로의 몸과 마음을 건강하게 하기도 하죠. 내 삶에서 주변을 더럽히거나 망가뜨리지 않도록 노력하는 것, 다음 세대를 위한 여지를 남겨두는 것은 멋진 일입니다. 함께하지는 못할망정 비난은 하지 말아야죠. –심보라, 엄창환 


그래도 애는 낳아야지.

일과 결혼, 자녀, 주거에 관해 기성세대의 정형화된 삶의 방식이 있었겠지만, 더 이상 유효하지 않고 그것을 선택이라 말하는 이들이 다수인 시대입니다. 어려운 상황에 따른 포기인가 아니면 가치관의 변화에 따른 선택이냐에 대해 사회적으로 오랫동안 논의돼왔지만, 포기든 선택이든 분명한 건 누군가에게 강요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겁니다. 한 가지 덧붙이자면,  나와 모두의 행복을 고려할 때 우리가 새로 태어날 어느 한 생명에게 “이 세상이 참 괜찮은 곳이라서 너를 이곳에 불러왔어”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나요? 만약 그렇지 않다면, “아이를 낳아라”라고 얘기하기 전에 다른 사회적 문제를 돌보는 게 순서가 맞겠죠. –심보라, 엄창환
 
‘그럼에도’ 무언가를 해야 한다는 것의 규칙은 누가 정하나요? 강요는 엄연한 폭력입니다. “우리 때랑 다르다”, “세상 참 많이 변했다”라는 말은 하지 말아주세요. 어떤 변화는 논의의 대상이 아니라 그냥 기본적으로 탑재하고 받아들여야 합니다. –안연정 


그 여자 꽃뱀 아니야?

이 질문 자체가 방증하는 지점이 있어요. 스스로 성폭행 피해 사실을 고발할 때마다 “진짜 피해자가 맞느냐”라며 의심과 비난의 눈초리를 쏟아내는 우리 사회에서 누가 자신의 삶을 걸고 그런 거짓말을 할까요? 돈 몇 푼 벌겠다고요? 피해자가 오랜 고민 끝에 용기 내어 고백할 때 진위 여부부터 의심하는 게 과연 합리적인 의심인지, 아니면 그저 자신의 오래된 습관인지 돌아봐야 합니다. –서늘한여름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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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Editor 김예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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