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늘이오! 커버 찍는다는 소식에 저희 어머니는 스케줄 잡혔을 때부터 몇 월 호냐고 계속 물어보세요. 서점도 가시고…. 커버 촬영을 아무나 하는 건 아니잖아요. 또 박나래, 양세형같이 친한 친구들과 예능에 함께 출연할 때 우리가 성공했구나 느껴요. 얼마 전 〈집사부일체〉 촬영할 때도 아침 7시에 녹화가 끝났는데 셋이 신나서 술을 마셨죠. 같이 뭘 하는 것 자체가 여전히 신기해요.
여성 코미디언의 시대인 것 같아요. 〈밥블레스유〉를 보면 일종의 ‘시스터후드’가 느껴진달까요. 또래 그리고 선배 코미디언들과 함께 해서 좋은 점은 뭔가요?
배울 점이 많은 선배님들, 친구와 함께여서 매 회 공부하는 느낌이었어요. ‘이걸 배워야지’ 같은 자세가 아니라 자연스럽게 체감하게 되는 것 있잖아요. 지금 이 자리에 있기까지 선배들의 하루와 일주일이 어떤지 또 얼마만큼 고군분투했을지 느껴졌고, ‘나도 더 열심히 해야지!’라는 생각이 절로 들더라고요.
지난 시즌에도 송은이·이영자 씨 등 선배들이 도연이가 잘해서 같이 하는 거라고 말해 감동 눈물 쏟았잖아요. 도연 씨를 가장 기쁘게 하는 말은 뭔가요?
‘일 잘한다’ 의미가 내포된 “괜찮은 코미디언이다”라는 말이 제일 좋은 것 같아요. 옛날에는 “잘한다”, “천재다”, “너무 웃기다” 이런 말이 좋았는데 지금은 “얜 좀 괜찮다”가 듣기에 부담 없이 가장 좋은 말이 아닌가 싶어요.
〈나 혼자 산다〉에서 기안84와 어색한 사이죠? 스스로를 소심한 편이라고 했는데 코미디언으로서 그런 성격이 도움 될 때도 있나요?
학창 시절을 돌이켜보면 학년이 바뀌어 새로운 친구들을 만날 때 늘 긴장했던 것 같아요. 설레기보다 부담스럽고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어요. 코미디언이 되고 나서는 친근해선지 사람들이 먼저 부담 없이 다가오니 오히려 더 편하더라고요. 그런데 기안84님과 여전히 쭈뼛거리는 스스로를 보며 아직 내 성향을 못 버렸구나 싶죠. 하하.
장도연 팬 계정을 시험공부 때문에 일시적으로 접는다는 운영자의 글에 댓글을 달아 화제가 됐죠. 그냥 지나칠 수도 있었을 텐데, 댓글을 남긴 이유가 있어요?
요즘같이 바쁜 시대에 자기 할 일도 많은데 제 팬 계정을 운영한다는 점이 정말 고마웠어요. 사실 포털 사이트에서 (악플에 상처받을까 봐) 제 이름은 검색 안 해도, 팬 카페는 진짜 자주 들어가거든요. 일이 끝난 뒤나 일하는 중간중간에도요. 저의 힐링 공간이에요. 그 공간에서는 늘 좋은 말을 해주고, 따끔한 말이 있더라도 결국 다 저를 위해 하는 얘기라는 걸 아니까요. 그 공간에 있으면 마음이 좀 채워지는 느낌이에요.
예전에 한 토크 콘서트에서 무대에 오르거나 방송을 할 때 주눅 들면 스스로에게 하는 주문이 ‘나 빼고 모두가 다 XX이다’라고 생각하는 거라고 말했어요. 지금도 그 방법은 유효한가요? 그런 마음이 필요할 때가 여전히 있나요?
지금은 횟수가 많이 줄었어요. 하지만 늘 자신감에 차 있을 수는 없으니까 그럴 때 한 번씩 쓰는데, 언어가 너무 세다 보니 이제 이런 생각을 하는 것 자체가 미안하더라고요. 어렸을 때는 호기롭게 ‘뭐야, 내가 최고야’라고 생각해야만 조금은 힘이 생겼던 것 같아요. 주눅이 많이 들던 때니까. 그래도 요즘은 횟수가 많이 줄어 스스로도 조금 여유가 생겼나 보다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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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슴도치라는 종 자체가 잠도 많이 자고 야행성이니까 혼자서도 케어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결정했어요. 6~7년 정도 고민한 것 같아요. 그렇게 충분히 고민하고 함께 살게 됐지만 나 아닌 누군가와 함께 사는 것, 또 그 생명체를 돌봐야 하는 부분이 결코 쉽지 않더라고요. 온전히 제 책임인 거잖아요. 츄가 밥을 조금이라도 덜 먹거나 운동량이 적어진 것 같으면 죄책감이 들어요. 책임감에 대해 더 많이 생각하게 되는 요즘이에요.
다른 사람과 차별화된 장도연만의 무기는 뭐라고 생각해요?
제가 원래 말할 때 조곤조곤한 편이잖아요. 그래서 자연스레 흡수되는 게 있는 것 같아요. 자극적이진 않지만 스멀스멀 웃을 수 있는, 순한 맛 개그랄까? 마라 같은 향신료가 몇 개 들어 있어 가끔 톡 쏘기도 하고요. 순한 맛이긴 한데 밍밍하진 않은 거죠. 하하.
힘들거나 지칠 때 본인만의 극복법이 있나요?
저도 여전히 찾고 있는 듯해요. 명확하게 하나의 방법이 있는 건 아니고 매번 다른 것 같아요. 고리타분한 답변일 수 있지만 책을 읽으면서 찾을 때도 있고, 좋은 영화 한 편을 보고 난 뒤 위로받을 때도 있죠. 맛있는 음식을 먹거나 살얼음 맥주 한 잔을 마셨을 때 해소가 되기도 하고요. 말하고 나니 저는 주변에서 찾는 것 같아요. 힘든 것도 결국 일상 속에 있는 거잖아요. 힘든 일도 행복한 일도 늘 주변에 있다고 생각하면 좀 더 극복하기 쉽지 않을까요?
코스모가 20살을 맞았어요. 20살이던 장도연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당장 베이비 펌을 풀라고 하고 싶네요. 당시 유행이라 베이비 펌을 했는데 사진을 보면 아주 끔찍하더라고요.
20살을 다시 맞이할 수 있다면 무엇을 하고 싶어요?
가장 아쉬운 건 연애인 것 같아요. 20대 초반에만 할 수 있는 풋풋한 연애가 있잖아요. 그리고 여행을 많이 다니고 싶어요. 그땐 왜 그렇게 겁이 많았는지 모르겠어요. 친구들이랑 만나 소소하게 노는 것도 즐거워 새로운 재미를 찾으려 하지 않은 것 같아요. 그래서 20살로 다시 돌아간다면 용기 내서 여행도 더 많이 다니고, 그러면서 모르는 사람과도 더 친해져봤으면 좋겠어요. 근데 제 성향으론 다시 돌아가더라도 베이비 펌 하고 여행 안 가고 소소하게 놀 거 같긴 해요. 하하.
코스모는 2030 여성들의 진취적인 라이프스타일을 다루고 있어요. 이 시대 2030 여성들에게 가장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한 가지는 뭔가요?
스스로한테도 해주고 싶은 말이긴 한데, 자기애가 있어야 해요. 요즘은 SNS를 비롯해 다른 사람과 나를 비교할 수밖에 없는 여건이 너무 많은 것 같아요. 자신감도 중요하지만 ‘나라는 사람 괜찮다’는 셀프 위안도 필요해요. 그래야 심지가 굳어지고 덜 휘둘리게 되거든요. 저도 여전히 노력 중이에요. ‘이만하면 괜찮지’라고 매일 주입하고 마인드 컨트롤도 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