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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모 20주년을 축하하는 마음을 은근하게 보여줄 포즈를 시도해봤어요. ‘어떻게 20주년을 표현하지?’ 생각하면서요.
선미 씨는 콘셉트부터 곡 작업까지 능동적으로 임하는 아티스트죠. 어떤 것에서 영감을 얻나요?
뭔가 꽂히는 키워드를 발견하면 ‘여기에 뭘 연관시키면 좋을까’ 상상을 더해 이야기를 만들죠. 인터넷에서 SNS의 폐해에 대한 기사를 보다가 누아르 영화가 떠올라 만든 ‘누아르’처럼요. 내 경험에 기반을 두기보다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사람이 돼보자고 생각했어요. 경험에만 의존하면 한계가 더 빨리 올 것 같아서요. 아티스트로서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은지 스스로 알고 있어야 무대든, 영상이든, 사진이든 메시지가 잘 전해진다고도 생각하고요.
‘여덕’ 많은 아티스트로도 유명하죠. 이성에게 사랑받는 것과는 다른 느낌일 것 같아요. 어떨 때 실감하나요?
일화가 하나 있는데…. 작년 월드 투어 중 해외에서 겪은 일이에요. 무대에서 다음 곡을 소개하던 중 객석에서 브래지어가 날아온 거예요. 하하. ‘이게 뭐지…?’ 하고 놀랐는데, 무대를 정말 열정적으로 즐겼다는 표현이더라고요. 보통 남자 아티스트에게 여성 팬이 하는 표현인데, 제 무대에 해주신 거죠. 그런 말도 있잖아요. “여자도 예쁜 여자, 멋진 여자 좋아한다”고요. 여자분들이 좋아해주시면 ‘내가 멋있고 예쁜가 보다’는 생각이 들어 행복해요. 아무래도 동성보다 이성을 좋아할 확률이 높은데, 그걸 뚫은 거니까요. 퀴어층에서도 절 많이 좋아해주셔서 남녀를 떠나 한 아티스트로서 사랑받는다는 느낌이에요.
박진영 PD와 함께한 ‘When We Disco’가 곧 공개되죠. 100% 즐길 수 있는 포인트는요?
저희가 사제지간임을 잊고 보시면 곡 자체를 즐기실 수 있고, 기억하고 보시면 정말 재미있을 거예요. 뮤직비디오를 진짜 진지하게 찍었거든요. 하하. ‘Nobody’ 뮤직비디오를 같이 촬영했을 때 제가 17살이었는데, 그로부터 12년이 지나 스승님과 듀엣을 하다니 정말 영광이었죠. ‘나 정말 많이 컸다!’ 싶었어요. PD님께 여쭤봤죠. 왜 저랑 같이 하려고 하셨냐고요. 그랬더니 “너는 날 만만하게 봐서 기죽지 않을 것 같았다” 하시더라고요. 원더걸스 시절부터 PD님과는 정말 친구 같았거든요.
패션 취향이 뚜렷하죠. 한동안 빈티지에 푹 빠져 있는 것 같았는데 요즘엔 어때요?
지금 입은 블라우스도 빈티지예요. 빈티지를 좋아하는 이유로는 희소성이랑 기성품과 다른 질감이나 형태도 있어요. 제 스타일을 한마디로 정의하긴 어렵지만, 믹스매치를 정말 좋아해요. 부츠를 정말 많이 신고요. 워커, 컴뱃 부츠처럼 투박한 모양으로요. 아주 러블리한 블라우스나 원피스를 입더라도 무조건 신발은 이렇게 크고 둔한 걸 신어요.
인스타그램에서 부츠 신은 모습을 정말 많이 봤어요.
인스타에서 자주 보신 건 자라 거고요, 한동안 프라다의 긴 컴뱃 부츠를 많이 신었어요. 뭐든 꽂히면 되게 오래 신는 편이에요. 이런 부츠가 어디에나 잘 어울리기도 하고요. 머리부터 발끝까지 여리여리한 느낌은 별로 안 좋아해서, 부츠가 그런 느낌을 눌러주는 역할을 하죠.
벌써 14년 차 가수죠. 6년 후 데뷔 20주년인데, 어떤 모습이길 바라나요?
20주년에도 계속 춤추고 노래했으면 좋겠어요. 지금처럼! 사실 저조차도 이렇게 오래 활동할 거라 예상 못 했거든요. ‘가시나’ 할 때까지도 길면 3년 더 하려나 생각했죠. 근데 이젠 나이가 많다고 뭔가를 못 하는 그런 시대는 아닌 것 같아요. 대중이 콘텐츠를 소비하는 기준도 나이보다는 신기하고 새로운 느낌인 것 같고요. 그러니 제 노력이 필요하죠. ‘고인 물’이라고 하잖아요. 고여 있지 않고 도태되지 않게, 스스로 경계를 계속 허물면서 활동하면 제가 몇 살이 돼도 소비될 수 있을 것 같아요. 정말 오래 살아남는 여자 솔로 가수가 되고 싶어요.
선미 씨라면 그럴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이렇게 패션이나 예술 쪽에 있는 분들이 저를 좋아해주시는 게 굉장히 영광이고, 힘이 많이 돼요. ‘아직도 날 궁금해하시는구나. 그럼 좀 더 해도 되겠다. 다음엔 더 멋있게 나와야지!’ 생각하게 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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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널 좋아하진 않아.” 전 모두에게 사랑받으려고 악착같이 노력하는 스타일이었어요. 근데 스물아홉이 된 지금 돌이켜보니 모두가 호불호 없이 나를 좋아할 수 없더라고요. 자주, 오래 보지 않을 사람들에게 사랑받으려 감정을 소모한 게 나중에 ‘현타’가 왔어요. 특히 우리나라에는 이런 욕구를 가진 분이 많은 것 같아요. 쉽지 않겠지만, 조금만 내려놓으면 좋겠어요. 그럼 나를 훨씬 더 잘 돌아보고 돌볼 수 있거든요. 스쳐가는 사람들에게 쏟을 감정을 나 자신에게 쏟았으면 좋았을 것 같아요.
다시 20살을 맞는다면 하고 싶은 일은요?
운전면허 따는 거요. 저는 아직도 면허가 없어요. 조금 무서워요. 남에게 피해 주는 걸 되게 싫어하는데, 왠지 제가 운전을 못해서 피해 줄 것 같거든요. 20살은 좀 더 무모하게 도전할 수 있는 나이잖아요. 그때만은 좀 용기를 내서 면허 딸 생각이라도 해봤으면 좋았겠다 싶어요.
20살이 된 코스모, 앞으로의 20년은 어떨 것 같나요?
지난 20년 동안 코스모가 여성을 대표해왔다고 생각해요. 감히 이런 말을 하기는 그렇지만, 이제부터가 시작일 것 같고요. 요즘 코스모와 같은 모토를 가진 여성들이 더 많아지고 있잖아요. 여성들이 더 좋은 길, 올바른 길로 나아갈 수 있도록 코스모가 인도해줄 수 있지 않을까요? 그러니 이제부터 시작이죠. 사실 되게 좋은 말이잖아요. 저도 이제부터 시작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장기전으로 가기 위한 시작!
20대로서 가진 가장 큰 고민은 뭐예요?
전 20대의 마지막이라는 사실에 큰 감흥은 없어요. 30대가 돼도 지금의 모습이나 생활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 같고, 오히려 로망이 있거든요. 주위에서 “30대 진짜 재밌어!”라고 하더라고요. 그래도 고민이라면… ‘어떻게 하면 K팝이나 댄스 음악을 소비하는 연령층이 나를 궁금해하도록, 관심을 갖도록 할 수 있을까?’, ‘어떻게 해야 고인 물이 되지 않을까?’ 이런 거요. 이런 고민을 놓지 않아야 오래 할 수 있으니까요. 요즘 어린 친구들이 뭘 좋아하는지 간파해야 하는데, 그게 정말 어려워요. 특히 밀레니얼 세대는 특징이 각자 다 달라요. 그래서 예측도 어렵고요.
코스모와 함께하는 2030 여성들에게 꼭 필요한 한 가지는 뭘까요?
이 말을 해주고 싶어요. 남들이 다 한다고 꼭 나도 할 필요는 없다! ‘이런 게 유행이래, 남들이 이거 다 사더라, 나만 뒤처지는 건가?’ 이런 생각을 안 해도 되는 시대인 것 같아요. 요즘엔 트렌드가 없는 게 트렌드잖아요. 유행이나 다른 사람들을 좇아가려고 아등바등할 필요가 없죠. 나는 나대로 사는 게 트렌드랄까? 쟤가 뭐 한다고 나도 할 필요는 없고, 오히려 그걸 피했으면 좋겠어요. 남들이 야근한다고 나도 할 필요는 없죠. 요즘이 어떤 세상인데! 더 개성이 풍부해졌으면 좋겠어요. 저도 그래야 하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