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사님, 이 놈 궁합 좀 봐주세요 || 코스모폴리탄코리아 (COSMOPOLITAN 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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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사님, 이 놈 궁합 좀 봐주세요

너무 잘 맞아도 문제, 너무 안 통해도 문제! 이별과 재결합을 무한 반복하는 ‘징한’ 연인 사이부터 애인의 생년월일시를 알아내 상대 몰래 궁합을 보러 가는 ‘사주 마니아’의 기묘한 심리까지. 역술가가 직접 전하는, 궁합을 둘러싼 웃지 못할 사연들.

COSMOPOLITAN BY COSMOPOLITAN 2022.05.24
 

지긋지긋한 우리 사이, 선연인가요 악연인가요?

한번 만나면 웬만해선 헤어지지 못하고, 결혼하면 아무리 치고받고 싸워도 절대 이혼은 안 하는 사이. 궁합을 보다 보면 이런 인연이 꼭 있다. 도대체 선연인지 악연인지 모를 궁합. 이럴 때 나는 한마디로 정의한다. “엿 같은 궁합입니다.” 비속어로서의 ‘엿 같다’가 아닌, 진득진득한 엿처럼 한번 붙으면 여간해선 떨어지지 않는 질긴 인연이라는 뜻이다. 흔히 말하는 ‘질긴 인연’은 기운으로 따지면 남녀가 서로 집착하는 궁합이라고 할 수 있다. 궁합은 본래 결혼하려는 남녀 간에 서로 좋고 나쁨을 보는 것이지만 사업 파트너나 동성 간에도 궁합이라는 게 존재하듯, ‘엿 같은’ 궁합은 어디에나 있기 마련이다. 목화토금수의 오행으로 보면 이런 식. 예를 들어 여름에 태어난 ‘목마른 나무’는 땅이 없어 뿌리를 내리지 못하는, 근본에 대한 안정이 전혀 없는 사주다. 이런 사람은 수분이 충분한 ‘촉촉한 땅’의 사주를 가진 사람에게 끌리고, 자연스럽게 집착하게 되며, 설사 말다툼으로 사이가 어색해졌다 해도 시간이 지나면 결국 상대에게 먼저 연락하게 된다. ‘촉촉한 땅’ 입장에서도 자신에게 뿌리를 든든히 내린 나무 덕에 흙 간의 결속을 다져 장마에 쓸려 내려가지 않을 수 있으니 나쁘지 않은 거래다. 결국 서로 끌리는 셈이다. 궁합에서는 기운뿐 아니라 성향 면에서도 서로 잘 맞아야 좋은 짝을 이룬다고 본다. 이를테면 처가 있어야 할 자리에 마님이 들어와 있어 아내를 공경하고 심지어 두려워하는 돌쇠형 남자는 가끔 마님에게 반항하고 싶다가도 이를 참고 억누르며 살아가야 하는 운명이다. 이런 공처가 혹은 경처가 스타일의 남자는 확률상 가정의 경제권 등 모든 권한을 쥐고 흔드는 여자를 만날 가능성이 크다. 어찌 보면 딱 어울리는 한 쌍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공처가·경처가 스타일의 남자가 내 아들이라 생각하면 나도 마음가짐이 달라진다. 기운적으로는 서로 상생하는 궁합이라 해도, 며느리 될 사람으로 내 아들을 쥐락펴락하는 여자가 들어온다고 생각하면 속이 복잡해지는 것. 타고난 기운이 센 여자에게 내 아들이 처참하게 당하는 장면을 상상하니 더욱 그렇다. 내 아들이 퇴근 후 아내를 보는 게 두려워 집 앞 포장마차나 공원을 빌빌 돌아다닌다고 생각하면 아무래도 마음이 아픈 것이다. 그러나 이런 사주의 여자가 내게 궁합을 보러 와 남자의 생년월일시를 내밀 때는 마음 자세가 또 달라진다. 애초에 궁합이라는 것은 양쪽 다 좋을 확률이 낮고, 설사 양쪽 다 좋다 해도 어느 한쪽이 더 좋기 마련이다. 그러니 이런 여자 입장에서는 상대 남자와의 궁합이 좋은지 나쁜지를 보면 그만이다. 다음으로 궁합에서 가장 중요한 남녀 간의 소통에 대해 이야기해볼까 한다.
 

애인이 사주 마니아? ‘소통’ 궁합부터 체크하자!

“올해 삼재라던데 내년에는 좀 나아질까요?” “제 팔자에 역마가 있다던데요.” “제 대운수가 6이라던데 맞나요?” 요즘 사주를 보다 보면 상담하러 오시는 분들 수준이 보통 아니다. 이제는 나도 익숙해져서 그리 놀랍지도 않을 정도다. 잘 보는 데가 있다고 하면 친구들과 우르르 몰려가 사주를 보는 것이 취미인 이른바 ‘사주 마니아’들이랄까. 하기야 갈수록 사는 게 힘들어지는 세상인 만큼 사람들이 자신에 대한 수많은 고민과 궁금증으로 머리를 싸매는 것도 당연하다. 그런데 왜, 사람들은 그토록 사주 보는 것을 즐기는 걸까? 그중에서도 특히 여자가 이를 더 즐기는 이유는 뭘까? 실제로 내게 상담 오는 분들의 80%는 여자 손님이다. 남자는 정말 힘든 인생의 고비를 넘겼거나 혹은 넘기는 중에 힘에 부쳐 찾아오는 경우가 많다. 아니면 대부분 역학에 관심이 있거나 아내 손에 끌려 같이 온 경우다. 마음속에 말 못 할 힘듦이 있지만 정신과 진료는 왠지 스스로에게 문제가 있는 것 같아 꺼려하는 남자들이 망설이다 이쪽을 찾는 경우도 종종 있다. 오죽하면 정신과 전문의인 후배가 자신의 가장 큰 경쟁자는 나 같은 일을 하는 사람이라고 말했을까.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그동안 수많은 분의 사주를 보며 나름대로 내린 결론은 이렇다. 사람들 모두 자신의 관심 분야에 대해 대화하길 즐긴다는 것이다. 예컨대 애인과 원치 않게 헤어지게 되면 누구를 만나건 그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싶고, 결론도 안 나는 얘기를 자꾸 하고 싶은 것이 사람 심리다. 특히 여자의 경우 대화를 통해 상대에게 공감을 얻고자 하는 욕구가 강하다. 하지만 남편이나 남자 친구는 자신의 이야기에 진심으로 귀 기울이지 않는 일이 많다.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리며 대충 대화에 응하거나 TV를 보며 딴청 피우기 일쑤다. 이러니 여자는 불만이 쌓이고 대화에 대한 욕구도 그만큼 커진다. 본래 여자는 한 시간짜리 드라마를 보면 그에 대해 한 시간은 넉넉히 이야기할 수 있는 동물이다. “누구는 죽고, 나머지 둘은 다시 만나서 잘됐어” 하고 결과 위주로 줄거리를 받아들이는 남자와는 완전히 다르다. 문제 해결을 위해 대화하는 남성과 공감과 위로를 받기 위해 대화하는 여성은 그 목적부터가 다른 것이다. 인간의 변하지 않는 유일한 관심사는 당연히 ‘자기 자신’이다. 마치 중독처럼 계속해서 사주를 보게 되는 가장 큰 이유는 잘 모르는 누군가에게 자신에 대해 객관적인 이야기를 들을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사주를 보는 동안 내담자는 이야기의 중심이 돼 상담자의 절대적인 집중과 관심을 받을 수 있다. 특히 요즘 사주는 운명 결정론적 상담보다는 카운슬링의 성격이 강해 사주를 통해 상대의 공감을 얻기가 더 쉬워졌다. 다만 사주는 상담자와 내담자가 서로 직접 마주하며 보는 것이 제일 좋다. 디지털 시대를 맞아 화상 상담이니 채팅이니 여러 가지 방법이 시도되고 있으나 그래도 사주는 서로 기가 통해야 제대로 풀어낼 수 있다는 게 내 생각이다. 남자 입장에서 아내나 여자 친구가 큰 이유 없이 사주에 빠져 있다면 혹시 둘 사이에 대화가 부족했던 것은 아닌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공감을 원하는 여자에게 해결책만 들이밀어 답답하게 만든 것은 아닌지, 상대의 기질과는 동떨어진 어설픈 해결책으로 본인의 자존감만 채운 것은 아닌지도 함께 살펴봐야 한다. 드물지만, 남편이나 남자 친구가 자신과 한마디 상의도 없이 어딘가로 사주를 보러 갔다면 이것도 문제가 있다. 일반적으로 남자는 혼자 사주를 보는 것이 쑥스러워 여자를 대동하기 마련이다. 특히 한국 남자들은 사적 관계에서조차 상하 관계를 벗어나지 못해 스트레스받는 일이 많고, 누구 앞에서 우는 것도 잘 못 한다. 이럴 때는 상대를 보채기보다 그냥 위로하고 안아주는 것이 현명하다. 궁합에 대한 글을 쓰며, 무궁무진한 경우의수가 있는 이 세상에서 누군가를 온전히 사랑한다는 것이 참 어려운 일임을 새삼 깨닫는다. 하지만 계획대로 풀리지 않는 사랑이라도 스스로 몰입하고 에너지를 쏟다 보면 새로운 문은 반드시 열리기 마련이다. 나는 그 문을 좀 더 빨리 열 수 있도록 도와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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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editor 강보라
    photo by Getty Images
    글 박성준(역술가
    <연애운도사> 저자)
    digital designer 김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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