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거니즘이 곧 환경보호인 이유?

고생했으니 고기 먹으러 가자고? 저기압일 땐 고기 앞으로? 이런 말들이 ‘쿨’하다고 여겨진다면 다시 생각해보자. 지구는 지금 전혀 ‘쿨’하지 않다.

BYCOSMOPOLITAN2021.04.07
 
당신이 먹는 것이 곧 당신이다. 당신이 먹는 것은 곧 지구를 만든다. 70억 인구가 식습관을 조금만 바꿔도 생태계는 울고 웃는다. 전 세계인의 평균 1일 고기 소비량은 약 120g이다. 70억 인구 전체로 계산하면 하루에도 약 17만 톤의 고기가 소비된다. 감이 잡히지 않을 정도로 많은 양이다. 지난 2020년 한국에서 도살된 동물의 수는 11억 마리가 넘고, 그중 소만 해도 한 달 평균 최소 6만~7만 마리가 도살된다. 그런데 이렇게 고기를 얻기 위해 대기는 물론 수질, 토양이 심각하게 오염된다면? ‘비거니즘’을 실천하는 목적에 ‘환경보호’를 추가해야 하는 이유다. 비단 땅 위의 동물들만이 아니다. 가축을 사육하는 것만큼 어류를 포획해 밥상에 올리는 일은 놀랍도록 비효율적이며 지구 상에서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기까지 한다. 하지만 생존이 걸린 문제 앞에서도 관성 때문에 여전히 육식을 놓지 못하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그래서 과학자들은 지금도 우주에서 곡식과 채소를 기르는 법이나, 실험실에서 DNA를 배합해 배양육과 인공 우유 만드는 법을 연구하고 있다. 그렇다면 당장 하루 세끼 밥을 먹을 때 조금 다른 선택을 하는 건 모두의 몫이 아닐까? 당장 고기가 너무 먹고 싶을 때, 한 번쯤 생각해봐야 할 환경 문제를 짚어봤다.
 

가축이 뿜는 가스가 하늘을 뒤덮는다

소가 내뱉는 트림이 지구온난화를 야기한다는 말, 장난처럼 들릴지 모르겠지만 진짜다. 미국 하버드 법학대학원의 헬런 하워트 박사에 따르면 전 세계 가축 수는 280억 마리. 물론 식용으로 사육하기 위해 비정상적으로 개체 수를 증가시킨 결과다. 소가 내뿜는 트림의 주요 성분인 ‘메탄’은 지난 약 20년간 이산화탄소보다 지구온난화에 85배나 더 큰 영향을 미쳤다. 이대로 계속 모두가 고기 먹는 것을 자제하지 않는다면 가축의 메탄 방출량은 2030년까지 60%나 증가할 것이라고. 한편 전 세계 과학자들은 연간 지구의 기온 상승 제한선을 1.5로 둬야 한다고 발표하고 지구온난화의 심각성에 대해 여러 번 경고했다. 기온이 계속 상승하면서 지난해 12월에는 남극에서 제주도 면적의 2배가 넘는 크기의 빙붕이 분리된 일이 있었다. 거대 빙붕이 분리돼 야생동물의 사냥을 방해하고 생태계를 위협하는 일은 올해 들어서도 벌써 여러 번이다. 빙하가 녹으면 수면 상승으로 인한 자연재해 외에도 다양한 문제를 불러온다. 전문가들은 특히 ‘영구동토층’이라 불리는 고대 시기의 지층이 수면 위로 드러나게 되면서 현대 인류가 면역력을 미처 갖지 못한 고대 시기의 바이러스가 다시 확산될 수 있음을 경고하고 있다.
 
 

우리는 지구의 허파를 담보로 고기를 먹는다

가축을 키우는 일 자체도 환경에 엄청난 악영향을 준다. 우선 가축을 먹이기 위해 전 세계 경작지의 무려 3분의 1이 사용된다. 세계 곳곳의 삼림이 공장식 축산을 위한 토지를 만들기 위해 잘려나간다. 벌채는 오래전부터 심각한 환경문제로 지적돼왔다. 2001년부터 2016년까지 아마존에서 사라진 산림만 197만4209ha. 매년 평균 축구장 20만 개 넓이의 산림이 사라진다는 얘기다. 산림이 파괴되면 지구온난화가 가속화하는 것은 물론이고 해당 지역 사람들의 식수가 부족해진다. 또 가축용 사료로는 옥수수처럼 한정된 작물만 계속해서 대량으로 재배하기 때문에 토양이 미네랄 균형을 회복할 틈이 없어 금방 산성화되고, 이는 더 많은 토양 확보를 위해 더 많은 산림을 벌채하게 되는 악순환을 낳는다. 하지만 이런 부작용을 야기하며 생산된 가축용 작물의 총열량 중 최종적으로 인간에게 도달하는 것은 20% 미만, 생산되는 식물성 단백질 중 인간에게 도달하는 비율은 절반도 되지 않는다.
 
 

향긋한 고기를 내기 위해 토양은 썩는다

수익성을 위해 축산업계의 절대 다수가 공장식 축산을 선택하는데, 이에 따른 환경 부담도 심각하다. 밀집된 지역에서 빠른 시간 내에 번식하고 자라기 때문에 면역이 취약하고 따라서 항생제를 사용하게 되는 것. 가축의 배뇨 및 항생제 처방 과정에서 나오는 폐수로 인한 수질 및 토양 오염 문제도 있다. 또 바이러스로 인한 집단 감염병이 발생할 때마다 가축을 그대로 살처분하는 경우가 많은데, 사체를 매몰시킬 때 나오는 침출수도 치명적일 수 있다. 우리나라는 2010~2011년 구제역으로 20만 마리의 소와 돼지를 매몰시켰고 매몰지 105곳에서 침출수 유출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조사된 바 있다. 가축 사체의 부패로 인해 질산성 질소, 암모니아성 질소, 염소이온, 총대장균군 등이 지하수를 오염시키고 가축 매몰지의 침출수가 인근 바다로 흘러들어가 철갑상어 수천 마리의 떼죽음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육식은 생태계의 조화를 무너뜨린다

육식 문화는 지구의 생물 다양성을 파괴하는 가장 큰 원인이다. 1차적으로는 식용으로 사용하기 위해 매년 수십억 마리의 야생동물이 희생되며, 가축을 사육하기 위해 열대우림을 파괴할 때마다 생물의 서식지가 파괴된다. 쇠고기 패티가 들어가는 햄버거 하나를 만들 때마다 약 5m2의 열대우림이 사라지며 수십종의 식물과 곤충, 파충류, 포유동물이 사라진다는 분석도 있다. 세계자연기금의 〈지구생명보고서 2014〉에 따르면 40년 전과 비교해 지구상의 포유류, 파충류, 어류 등이 절반가량 줄었다. 생물종이 줄어든다는 건 그저 좀 덜 풍요로워지는 것이 아니라 생존의 문제와 직결된다. 인간을 포함한 지구 상의 모든 생물은 하나의 유기체처럼 관계하고 있기에, 전문가들은 지구에서 생물종 하나가 사라지는 것을 두고 “비행기 날개에 달린 나사못을 뽑는 것과 같다”라고 비유하기도 한다. 벌채와 육식 문화로 생태계가 교란되고 서식지가 전혀 다른 생물종이 만나면서 슈퍼 바이러스가 생기고, 메르스나 조류독감 같은 인수공통감염병 발병률이 높아지기도 한다.
 
 

물고기를 먹기 위해 바닷속도 망가진다

바다에서 일어나는 양식과 어류 포획도 문제다. 1950년대에 비해 전 세계 어선 수는 약 2배로 늘었다. 그린피스의 보도에 따르면 무거운 그물로 해저를 긁는 방식의 ‘저인망 어업’, 수천 개의 낚싯바늘을 단 줄을 수십km 길이로 늘어뜨려 물고기를 포획하는 ‘연승선’은 해저 생태계를 교란하는 것은 물론, 상어나 바닷새 등 우리가 먹지 않는 것 외의 다른 생물종을 죽인다. 참치 떼를 유인한 뒤 거대한 그물로 둘러싸는 ‘선망선’은 어린 물고기나 다른 해양생물까지 주워 담고 있다. 해산물 양식장에서는 미세 플라스틱이 발생한다. 바닷가에 촘촘하게 떠 있는 스티로폼 부이 말이다. 그 아래에서 굴과 홍합, 멍게, 바지락 등이 양식되고 있다. 오랜 시간 바다에 떠 있던 스티로폼 부이는 부식되기 마련이고, 부산물은 바다에 떠다닌다. 해양정책연구원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 18개 해안의 미세 플라스틱 오염도는 세계 최고 수준으로, 오염 물질의 99%는 스티로폼이다.
 

 

삼시 세끼 탄소 발자국표

소고기 75g (버거 패티 분량) 7.7kg돼지고기 75g (베이컨 3장) 4.8kg닭고기 75g (작은 닭 가슴살 하나) 1.4kg치즈 30g (슬라이스 2장) 0.9kg바나나 1개 0.7kg달걀 2개 0.6kg우유 200ml 0.6kg두부 250g(반 모) 0.4kg두유 200ml 0.2kg아보카도 반 개 0.2kg아몬드 우유 200ml 0.1kg사과 1개 0.03kg견과류 한 움큼 0.01kg
동물성 식품과 식물성 식품을 생산하기 위한 온실가스 배출량은 얼마나 차이가 날까? 옥스퍼드 대학과 스위스 취리히의 Agroscope 연구소가 분석한 바에 따르면 다음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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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editor 김예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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