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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들 취향 저격, 바텐더가 추천하는 칵테일?

칵테일을 마시는 사람은 남자 반 여자 반인데, 왜 바텐더는 남자가 더 많을까? ‘2019 디아지오 월드클래스 글로벌’ 대회에서 쟁쟁한 바텐더들을 제치고 아시아 여성 최초로 우승을 차지한 한국계 싱가포르 바텐더 바니 강은 “주류 산업은 정체성에 상관없이 모두를 즐겁게 하는 일”이라고 강조한다.

BYCOSMOPOLITAN2021.03.31
 
‘2019 디아지오 월드클래스 글로벌’ 파이널 스피드 챌린지에서 6잔의 칵테일을 빠르게 완성한 뒤 여유롭게 조니워커 한 잔을 마셨습니다. 일종의 개인적인 의례 같은 건가요? 일 끝내고 즐기는 잠깐의 여유랄까요? 평소에는 하루 일과를 마친 직후에 하이볼을 한 잔씩 즐겨 마시거든요. 하이볼은 어디서든 쉽고 간단하게 만들 수 있어 좋아해요. 조니워커 블랙라벨에 앙고스투라 비터 2방울을 넣는 게 저만의 레시피예요. 
 
5분 10초 만에 6개 칵테일을 거의 완벽하게 만들어냈어요. 다른 참가자들이 최소 6~7분대를 기록한 것에 비하면 압도적인 속도였고, 그 광경을 지켜본 사회자들은 “어메이징!”을 연발했죠. 결국 스피드 챌린지상도 거머쥐었습니다. 이런 속도감과 완벽성을 유지하기 위해 어떤 훈련을 하나요? 오랜 경험에서 나오는 속도예요. 여러 가지 일을 한 번에 처리하는 훈련을 해야 합니다. 처음 일했던 바에서는 모두가 바텐딩과 서빙을 돌아가면서 맡았어요. 특히 바텐딩을 할 땐 주문받고, 음료를 만들고, 서빙하고 손님에게 설명하는 것까지 혼자서 모든 과정을 해내야 했습니다. 월드클래스 파이널 스피드 챌린지 전에는 호텔 로비에 앉아 어떤 칵테일을 먼저 만들지, 어떻게 만들지  공책에 펜으로 그림까지 그려가며 연습했던 기억이 있네요. 
 
최종 우승자로 선정된 뒤 실감이 나지 않아선지 별다른 소감을 말하지 않았는데요, 1년 반이 지난 일이지만 당시 어떤 기분이었는지 말해줄 수 있나요? 특히 아시아 여성으로서는 최초 우승으로 알고 있어 의미가 각별했을 것 같습니다. 우승자 발표에서 제 이름이 불렸을 때 그냥 머릿속이 하얘졌어요. 아시아 여성으로서 첫 우승을 했다는 것, 또 싱가포르를 대표했지만 한국인으로 첫 우승을 했다는 것에 자부심과 책임감을 느꼈습니다. 월드클래스는 제 꿈의 무대였고 바텐더 바니 강을 있게 해준 든든한 버팀목 같은 존재였습니다. 월드클래스로 시작해 월드클래스로 저의 바텐더 인생의 한 페이지가 마무리됐어요. 앞으로 일어날 수많은 페이지가 기대됩니다. 
 
최종 우승한 후 커리어에서 무엇이 가장 크게 달라졌나요? 크게 달라진 건 없어요. 똑같이 바에서 손님들을 만나고, 칵테일을 연구하고 직원들을 교육하며 바텐더로서 책임을 다하고 있죠. 아주 조금 달라진 게 있다면 많은 분들이 알아봐주신다는 것 정도예요. 
 
지겹게 받은 질문이겠지만, 바텐더라는 직업을 갖게 된 계기는 뭔가요? 운명처럼 왔던 것 같아요. 바텐더도 셰프처럼 여러 가지 식재료로 새로운 맛을 창조한다는 것에 매력을 느꼈습니다. 
 
바텐더로서 자신의 가장 큰 장점은 무엇이라 생각하나요? 일단 여러 문화가 섞여 있는 싱가포르에서 바텐딩을 시작한 게 장점이 아닐까 싶어요. 다양한 사람을 만나고, 여러 문화를 접한 경험이 많은 도움이 됐습니다. 
 
2010년부터 싱가포르의 바 ‘안티도트’에서 근무했죠. 싱가포르에서 근무하게 된 계기가 있나요? 대학 시절 처음 싱가포르 호텔에서 일했어요. 이후 한국에 와서 조니워커 스쿨(현 디아지오 바 아카데미)에서 교육을 받게 됐는데, 그때 만난 분들이 한국보단 싱가포르로 돌아가 경험을 쌓는 걸 추천하셨어요. 
 
싱가포르는 월드 베스트 바 50에서 늘 순위권을 다투는 바를 배출하는 바 신의 격전지 중 하나죠. 10년간 싱가포르 바에서 근무하며 무엇을 느꼈는지 궁금합니다.바 신의 클래식과 동시대성을 말한다면? ‘화이트 스피릿’으로 알려진 증류주는 보통 ‘독주’라는 이미지 때문에 남성들이 더 많이 찾는 주류라는 편견이 있었어요. 하지만 최근 바텐딩 스킬이 진화하고, 본인의 취향을 더욱 뚜렷하게 찾아내는 소비자 성향까지 더해지면서 싱가포르에서뿐만 아니라 많은 나라의 바 문화가 급격히 발전하고 있는 걸 느껴요. 전보다 칵테일을 즐기는 여성 소비자들도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고요. 특히 싱가포르는 동서양의 문화가 공존하며 더 빠르게 바 시장이 성장한 것 같아요. 정말 다양한 스타일, 메뉴, 칵테일이 자리를 잡아 질리지 않고 다양하게 바 호핑을 즐길 수 있거든요! 
 
그중에서도 특히 눈에 띄는 트렌드가 있나요? 하나를 꼽자면 보틀 칵테일이 아닐까 합니다. 최근 보틀 형태로 칵테일을 만드는 법에 대해 많은 바텐더분이 연구하고 개발하신 걸로 알고 있어요. 덕분에 꼭 바에 찾아오지 않아도 언제 어디서든 칵테일을 즐길 수 있게 됐죠. 싱가포르에서 유명한 바 ‘지거 앤 포니’는 보틀에 든 프리미엄 칵테일 제품을 론칭했어요. ‘칵테일은 무조건 바에서’라는 인식이 이젠 ‘어디서든’으로 조금씩 바뀌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평소 한국의 전통 음식을 활용해 독특한 메뉴를 선보인다고 알고 있어요. 요즘 K뷰티, K팝 등의 인기가 나날이 높아지고 있는데요, 현지에서도 한국의 전통주나 전통 식재료를 이용한 칵테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것을 느끼나요? 한국의 음식이나 문화 전반, 전통주에까지 관심이 높아지는 것은 느끼고 있지만, 해외에서 전통 식재료를 활용한 레시피를 연구하는 데는 많은 한계가 있어요. 관련 세미나 등이 많이 열리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저도 한국 전통주에 대해 제대로 공부해보고 싶거든요. 
 
저는 우리가 함께 주류 산업을 일궈나간다는 것에 자부심을 가지고 있어요. 바텐딩을 포함한 주류 산업은 성별, 인종, 민족을 가리지 않고 모두에게 즐거움을 주는 일이죠.
 
여성 바텐더로 10년 넘게 일하면서 어려운 점은 없었나요? 외국인으로서 타국의 문화, 언어, 생활 환경에 적응하기가 힘들었던 탓에 성별에 따른 어려움을 명확히 알아채기 어려웠던 것 같아요. 올해 새롭게 열리는 ‘2021 디아지오 월드클래스’에 참가한 여성 바텐더도 많이 늘었다는 이야기를 접했습니다. 앞으로 더 늘어나길 바라요. 자질 있는 바텐더들이 성별에 상관없이 평등한 경쟁을 하면서 더욱 업계가 발전하고 있다고 믿습니다. 
 
여전히 유명 바텐더들은 대부분 남성입니다. 더 많은 여성 바텐더가 나오기 위해 어떤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할까요? 먼저 바에서 일하는 여성을 바라보는 사회적 시선이 바뀌어야 할 것 같아요. 더불어 바텐더는 직업 특성상 늦은 시간까지 근무해야 하기 때문에 치안도 하나의 문제가 될 수 있죠. 마지막으로 결혼이나 출산을 겪는 여성을 배려하는 제도, 육아 제도가 전체적으로 개선된다면 더 많은 바텐더가 나오지 않을까요? 
 
당신이 좋아하는 다른 여성 바텐더들에 대해 말해줄 수 있나요? 런던 ‘더 깁슨 바’의 마티나 브레즈나노바, 브루클린의 바 ‘레옌다’의 오너 바텐더 아이비 믹스, ‘소셜 아워 칵테일’이라는 캔 형태의 칵테일 브랜드를 공동 창업한 바텐더 줄리 라이너, 그리고 세계 최초로 여성 전용 스피드 바텐딩 대회인 ‘스피드 랙(Speed Rack)’을 만든 리넷 마레로가 생각나네요. 여성 바텐더들이 활동할 수 있는 무대를 만들어주고, 자부심을 가질 수 있는 바 문화를 만들어나가는 분들이에요. 이들 모두 항상 여성의 권리와 사회적 지위 향상을 위해 힘쓰고 있죠. 
 
디아지오에서는 꾸준히 젠더 이퀄리티를 위한 캠페인을 펼치고 있는데요, 업무를 위해 평소 소통하는 여성 중 기억에 남는 사람이 있나요? 음식 칼럼니스트이자 요리 연구가인 비비안 페이가 기억에 남아요. 싱가포르에서 서양과 아시아를 이어주는 다리 역할을 하고 있죠. 바 업계에 많은 서포트를 해주고 계세요. 바쁜 와중에 자녀 교육도 소홀히 하지 않는 강인한 엄마, 강인한 여성이기도 하고요. 
 
3월 8일 세계여성의날이 당신에게 어떤 의미인지 궁금합니다. 이날을 기념한 칵테일을 하나 만든다면 어떤 게 좋을까요? 많이 개선됐다고는 하지만, 아직까지 여성을 바라보는 사회의 시선이 친절하지만은 않은 것 같습니다. 많은 편견이 난무하고, 부정적인 시선도 많죠. 세계여성의날은 여성들이 자신들의 목소리를 증폭시킬 수 있는 기회의 날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여성의 부드러움과 강인함을 동시에 표현할 수 있는 칵테일을 생각해봤어요. 위스키 싱글톤 더프타운을 베이스로, 부재료는 국화, 핑크 구아바, 오스만투스, 포시즌스 티가 들어가요. 굉장히 상쾌하고 청량감이 있어 가볍게 드시기 좋은 음료입니다. 
 
마지막으로, 바텐더를 꿈꾸는 여성들에게 조언 한마디 부탁합니다. 저는 우리가 함께 주류 산업을 일궈나간다는 것에 자부심을 가지고 있어요. 바텐딩을 포함한 주류 산업은 성별, 인종, 민족을 가리지 않고 모두에게 즐거움을 주는 일이죠. 여성 바텐더가 남성 동료들과 동등한 능력이 있고, 칵테일 업계에 긍정적 기여를 했다는 것은 이미 입증됐다고 생각해요. 어렵더라도 절대 포기하지 마세요. 분명히 꽤 재미있고, 보람 있는 직업이니까요. 도움이 필요하면 주변에 언제든 요청하세요. 저도 동료 남성 바텐더분들께 큰 도움을 받기도 했어요. 여성 바텐더들이 꿈을 펼치기 좋은 환경이 점차 만들어지고 있지만, 우리가 함께하면 더 큰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을 거예요.
 
강인하면서도 유연한 여성상을 표현한 싱글톤 더프타운 칵테일. 국화와 핑크 구아바, 오스만투스, 포시즌스 티를 넣는다.

강인하면서도 유연한 여성상을 표현한 싱글톤 더프타운 칵테일. 국화와 핑크 구아바, 오스만투스, 포시즌스 티를 넣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