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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 원격 근무러들의 업무 비결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한층 더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원격 근무. 그런데 이미 오래전부터 이를 실행한 기업들이 있다. 유경험자들의 생생한 후기를 통해 초심자들이 궁금해하는 원활한 원격 근무의 비결을 한 껍질, 한 껍질 벗겨봤다.

BYCOSMOPOLITAN2021.02.17
위에는 정장, 아래는 수면 바지를 입은 채 회의를 하고, 고양이를 담요 삼아 무릎 위에 올려둔 채 업무를 본다. 비록 책상에는 먹다 남은 과자 부스러기가 널브러져 있지만 통화하기 전에 목소리를 한껏 가다듬는다. 먼 미래처럼 느껴졌던 원격 근무 및 재택근무가 한층 더 가까워진 지금, 국내 업계 실정은 제각각이다. 원격 근무 방식을 통해 발전한 대표적 기업인 넷플릭스부터 에어비앤비, 마이크로소프트 등 외국계 기업의 한국 지사는 일찍이 원격 근무를 시행하고 있었고,  배달의민족, 토스, 카카오와 같은 신흥 기업들은 대세에 맞춰 발 빠르게 원격 근무를 도입했다.  반면 LG나 삼성, 현대그룹과 같은 국내 대기업의 경우 업무 환경을 바꾸는 데 까다로운 조건과 제약이 따른다. 원격 근무가 잘 시행되려면 무엇이 필요할까? 코스모가 원격 근무를 경험한 사람들에게 직접(물론 언택트로!) 들어봤다.
 
탄탄한 서버 구축은 필수 
먼저 기업 설립 초반부터 원격 근무 방식을 고집했던 넷플릭스를 살펴보자. “글로벌 서버나 협업 서비스가 굉장히 잘 구축돼 있어요. 이전에 근무한 회사들은 사무실 PC에 모든 자료가 있어 출근하지 않으면 일 자체를 할 수 없는 구조였거든요. 하지만 넷플릭스에서는 랩톱만 있으면 언제 어디서든 일을 할 수 있죠.” 현재 넷플릭스 콘텐츠팀에서 일하는 장소라(가명) 씨의 이야기다. 업무 특성상 글로벌 지사와 끊임없이 자료를 공유하고 팔로업해야 할 일이 많은데, 이에 대비해 구글 시트, 에어 테이블 등 원격 근무를 위한 글로벌 서버와 자료가 잘 마련돼 있어 업무 파악에 굉장히 용이했다는 것이다. SK텔레콤 경영지원팀에서 일하는 문다정(가명) 씨 역시 비슷한 답변을 내놨다. 그는 “SK 내에는 이미 그 전부터 재택에 필요한 시스템이 갖춰져 있었어요. 물론 필수 인력들은 출퇴근했다고 들었지만, 대부분의 직원이 큰 차이를 못 느꼈죠”라며 원격 근무에 대한 높은 만족도를 보여줬다. 하지만 여전히 글로벌 서버에 대한 시스템 구축이 더 탄탄해야 한다는 숙제가 남아 있기도 하다. “업무 공유 폴더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시스템 구축이 아직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걸 최근 원격 근무를 하며 느끼게 됐어요. 재택을 할 때 서버가 너무 느려지거나 오류가 발생하는 경우가 많아 애를 먹었죠. 가끔은 출근을 하는 게 더 마음이 편할 정도였어요”라며 JTI 코리아 마케팅팀의 홍주형(가명) 씨는 말했다. 원격 근무 유경험자들은 업무를 위한 서버 구축 이전에 철저한 사이버 보안도 회사 측에서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라고 입을 모았다.
 
업무 분담은 칼같이
네이버에서 데이터 추출과 분석 업무를 맡은 한지희(가명) 씨는 업무 분담을 성공적인 원격 근무 환경의 가장 큰 요소로 꼽았다. “애당초 회사 시스템 자체가 얼마나 체계적인지가 중요한 것 같아요. 주먹구구식으로 각자의 포지션을 오가며 일 처리를 하는 회사 구조였다면 쉽지 않았을 거예요”라고 그는 입을 뗐다. “제가 할 일은 데이터 추출과 분석이 전부죠. 이전 회사에서는 지금과 같은 직함을 맡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칸막이를 오고 가며 어쩔 수 없이 맡게 되는 잡무가 많았거든요. 원격 근무를 하는데 이 팀 저 팀을 오가며 소통해야 한다고 생각해보세요. 상상할 수 없을 만큼 복잡해질 거예요.” 워드프레스 관리 서비스 회사인 오토매틱의 창업자 맷 멀런웨그는 원활한 원격 근무를 위해서는 서버 구축뿐 아니라 직원들 간의 엄격한 원칙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무의미한 통화는 줄이고 기록이 남을 수 있는 문자와 메일을 적극적으로 사용할 것, 업무 책임자와 마감일을 명확히 해 중간 회의는 생략할 것 등이다. 원격 근무와 관련한 룰은 세세하고 철저할수록 좋다는 것이다.
 
첫 단추는 서로 간의 신뢰
“업무 분담도 분담이지만, 회사 내의 유연한 분위기가 크게 한몫했어요.” 스노우에서 근무하는 배경희(가명) 씨는 원활한 원격 근무의 비결에 대해 좀 더 본질적인 의견을 덧붙였다. “딱히 크게 달라진 제도가 많지는 않아요. 오전 10시 정도에 일어나 간단히 단체 채팅방에서 출근 인사를 나눠요. 퇴근할 때도 마찬가지예요. 간단한 업무 보고 후 퇴근하겠다는 메시지 하나면 그날의 업무가 끝나죠.” 별거 아닌 것 같지만 경희 씨가 이를 큰 특징으로 꼽는 데는 이유가 있다. 이전 회사에서는 원격 근무를 할 때 오히려 출퇴근할 때보다 심한 상사의 간섭을 받았다. “메시지 답장을 10분 내로 하지 않으면 바로 전화가 왔어요. 한 시간 단위로 지금 어떤 업무를 하고 있는지 보고를 해야 했고요. 퇴근 시간이 훌쩍 넘은 밤중에 전화가 와 업무 부탁을 하는 건 일상이었어요.” 서로가 보이지 않는 곳에서 업무를 진행하니, 팔로업에 대한 불안감이 항상 존재했다. 심지어 현재 있는 곳을 사진으로 찍어 보내라는 회사도 있었다. “지금 회사에서 제가 원활하게 원격 근무를 진행할 수 있는 이유는, 회사와 직원 그리고 팀원들 간의 신뢰가 탄탄하기 때문인 것 같아요. 보이지 않아도, 각자 맡은 바를 열심히 해내고 있다는 그 믿음 말이에요.” 실제로 세계적인 경영 컨설팅 회사인 맥킨지앤드컴퍼니는 직원들에게 일절 간섭 없이 몰입할 수 있는 시간과 공간의 자유를 주었을 때 업무 능력이 5배나 증가했다고 한다. 자잘한 커뮤니케이션에 얽매이지 않고, 효율적인 소통이 기반이 된 원격 근무를 했을 때 직원들의 생산성이 향상된다는 뚜렷한 증거다.
 
만날 수 없어도, 정은 쌓을 수 있지 
체계뿐만 아니라 회사에서 관계 맺는 문화도 바뀌어야 한다. 김이슬(가명) 씨가 몸담고 있는 미국의 저널리즘 협회는 매주 조원을 바꿔가며 10분씩 화상 모임 시간을 갖는다. “일과 관련 없는 사적인 농담을 주고받는 거예요. 덕분에 다른 팀에 속해 있는 직원과도 주기적으로 마주할 수 있어 좋더라고요.” 유대감은 업무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전반적인 회사 분위기도 오히려 더 좋아졌기 때문. “미국 시차 때문에 밤늦게 일하는 게 힘들긴 하지만, 팀원들이 있어 잘 버티고 있어요. 저도 모르게 두터운 정이 쌓였거든요. 매주 10분간 농담을 하는 그 시간이 기다려질 정도죠.” 비대면 수다 시간은 화상회의를 할 때마다 어색하게 아이스브레이킹할 필요를 줄여줘 업무 효율에도 도움이 된다. “일부 팀원들은 대면할 수 없어 늘 소외된다는 느낌이 있었는데, 이 제도를 도입하면서부터 오히려 코로나19가 긍정적으로 작용한다고 생각하게 됐어요. 모두가 동등하게 소통 기회를 가지니까요.”
 
위기를 기회로 바꾸려는 기업이 많다. 나이키는 유통업체의 의존도를 줄이고 온라인 플랫폼을 활용한 새로운 판매 전략을 펼치는 한편, 기업들 사이에서는 모든 통신과 기기, 사용자 등을 검증하는 개념인 ‘제로 트러스트’가 새로운 보안 솔루션 모델로 떠오르기도 한다. 단순히 울며 겨자 먹기로 원격 근무를 시행하는 게 아닌, 시장의 분위기에 맞춰 업무 환경을 능동적으로 변화시키는 기업도 많아질 거란 얘기다. 마지막으로, 앞으로 어떤 변화의 시대가 열리든지 간에 핵심 가치는 여전히 ‘사람’이라고 지희 씨는 덧붙였다. “새로운 기술도 중요하지만, 원격 근무에 대한 각 기업의 원칙과 문화가 먼저 잘 세워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함께 일하는 이들이 새로운 업무 방식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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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 프리랜서 에디터 이소미
  • art designer 김지은
  • photo by shutterstoc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