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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재능을 사고 파는 시대?

부업 찾는 N잡러, 자신이 가진 기술을 홍보하며 일자리를 찾는 전업 프리랜서,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한 개인 등 재능을 펼치고 싶은 사람과 필요로 하는 이를 연결하는 재능 마켓의 세계를 탐험했다.

BYCOSMOPOLITAN2021.02.16
누가 나 좀 안 사가나?
지난해부터였나. 중고 거래 앱이 부쩍 활성화되더니 별의별 게 다 사고팔렸다. 노동력을 거래하는 현상도 생겼다. ‘벌레 잡아주세요ㅠㅠㅠ’라는 제목의 거래가 등장하며 온라인상에서 화제가 된 것이다. 역으로 “미취학 아동 시절부터 메뚜기튀김을 좋아했고 여치와 방아깨비, 매미를 잡으며 자랐습니다”라는 이력을 소개하며 건당 1만~2만원에 벌레를 잡아주겠다는 버그 마스터들이 등장한 걸 보면 수요와 공급이 맞아떨어지긴 했고 말이다. 그냥 웃어넘기기엔 이 이야기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제 사람들은 그 어떤 작은 것이라 해도 ‘재능’을 쉬이 사고파는 거래 대상으로 여기기 시작했다는 걸 보여주기 때문이다. 나아가 최근엔 무형의 재능만 거래하는 플랫폼도 각광받으며 인기를 끌고 있다.
 
온라인에서 거래되는 기간제 근로?  
재능 마켓은 재능 판매자와 구매자의 니즈를 연결해주는 일종의 인력 중개소다. 유저의 필요에 따라 1인 프리랜서부터 업체까지, 적합한 도움을 제공할 수 있는 재능 셀러와 이어준다. 노동력을 중개하고 수수료를 받는 식으로 이윤을 창출하는 것이다. 비교적 빨리 재능 거래 분야가 조성된 해외에서는 업워크(Upwork)·폴요(Folyo)· 구루(Guru)·피버(Fiverr) 등이 영역을 확장해왔고, 국내에서는 크몽·오투잡·숨고·디노 등이 사람 중개 산업을 개척하고 있다. 이렇게 온라인에서 재능이 거래되는 현상을 설명하기 위해서는 ‘긱 경제(Gig Economy)’ 얘기를 빼놓을 수 없다. 1920년대 미국에서는 재즈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재즈 밴드 공연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자 공연장 부근에서 즉흥적으로 임시 연주자를 섭외했다. 이런 일용직 연주자를 ‘긱’이라고 불렀는데, 현대사회에 이르러 디지털 플랫폼과 단기 계약 체결 후 노동력을 제공하는 ‘긱 노동자’를 이르는 것으로 변화했다.
글로벌 컨설팅 회사 맥킨지는 긱 경제를 ‘디지털 장터에서 거래되는 기간제 근로 형태’로 정의하기도 했는데, 이 긱 노동의 세계에서 일어나는 재능 거래 범주는 무궁무진하다. 가볍게는 여행 계획 짜주기, 탈모 방지 비결 공유, 모닝콜 날씨 안내, 중고 거래 대행 서비스까지 각종 생활 밀접형 재능의 별천지가 열린다. 주로 수요가 많은 카테고리는 디자인과 앱 개발처럼 전문 기술이 필요한 분야다. 홈페이지 및 앱 제작부터 유튜브 섬네일, 로고, 명함, 패키지, PPT 템플릿, 인테리어 디자인까지 다양한 영역에서 전문가의 도움을 구한다. 마케팅 분야에서는 브랜드 네이밍, 빅데이터 분석, 마케팅 전략 수립, SNS 계정 관리, 라이브 커머스 대행 서비스 등이 거래된다. 그 밖에 이사 및 청소 전문가의 생활 대행 서비스, 역술 전문가의 운세 상담, 번역, 자기소개서 첨삭, 심리 상담, 녹취 풀이, 기념품 제작, 법률 및 세무 상담 등 몸과 머리, 연륜, 경험을 아우르는 온갖 재능이 높낮이를 가릴 것 없이 사고팔린다.
 
재능, 놀려서 뭐하니?
앞서 예로 든 버그 마스터의 이야기가 보여주듯, 인간은 각자 잘하는 것과 못하는 것이 뚜렷한 존재다. 누구나 저마다의 재능이 있으며, 별것 아닌 것 같은 작은 특기가 누군가에겐 타인의 도움이 간절히 필요한 영역일 수 있다. 내 기준에서 어렵지 않은 일에 쩔쩔매는 친구를 보며 대신해줄 테니 돈을 달라는 농담도 살면서 한 번쯤은 해봤을 거다. 재능 거래의 가치는 결국 서로의 부족한 조각을 내어주고 채우는 데 있다.  
그렇다고 재능 마켓이 아마추어들이 모여 취미로 자아를 실현하는 공간이라는 얘기는 아니다. 주된 유저의 첫 번째 유형은 본업에서 써먹지 못하는 재주를 발현할 부업을 찾는 N잡러다. 취미로만 그치기엔 아까운 고급 재능을 발현해 만족감을 얻고, 수익을 올린다. 그렇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근무시간이 유연하고 워라밸이 높은 프리랜서로 살길 희망하는 직장인 사이에선 재능 거래 플랫폼이 ‘회사에 다니지 않고도 먹고살 수 있을까’라는 논제를 실험하는 수단으로 쓰이기도 한다. 다음 유형은 자신이 가진 전문 기술을 홍보하며 일자리를 찾는 전업 프리랜서다. 재능 마켓은 ‘프리랜서 마켓’이라고도 불릴 만큼 많은 프리랜스 전문가가 모여 인력 풀이 형성되기 때문에 전문성이 보장된다. 잠시 일을 쉬는 직장인의 경우 단기 아르바이트 기회를 얻는 것은 물론, 그 과정에서 타인의 사업 계획이나 아이디어를 간접 체험하게 돼 실무의 감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재능 구매자의 경우 단기 프로젝트를 발주할 전문가를 찾는데 아는 인맥이 없을 때 유용하다. 특히 개인 구매자라면 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인맥도 얕고 예산도 작기 때문에 막막한 경우가 많은데, 재능 거래 플랫폼에서는 다양한 규모의 거래가 이뤄지기 때문에 작은 규모의 작업도 합리적인 가격으로 이용할 수 있다.  
 
5백원 주고 산 시에서 발견한 N잡러의 미래
재능 거래 플랫폼은 노동 형태의 변화를 제시한다. 점점 더 명료하게 개인의 재능과 기술이 부를 창출하는 원천이 될 것이며, 필요에 따라 고용되고 노동력을 제공하는 형태에 익숙해진 세대에서는 돈을 벌고 일을 하는 행위가 직장(job)에서 일(work) 중심으로 일어날 수 있다는 얘기다. 그런 환경에서는 ‘이렇게 간단한 일을 남에게 맡겨도 될까?’라는 고민을 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프리랜서와 외주의 영역이 확장되는 효과도 있다. 일례로 재능 거래 플랫폼에서 ‘글 써’, ‘그림 그려’, ‘대신 만들어드려’ 등의 키워드를 검색하면 여러 결과가 도출된다. 재능 판매자를 탐색하던 중 5백원에 시를 써준다는 거래에 호기심이 발동했다. 밀린 원고에 허덕이던 힘든 시기라 일하기 싫을 때 힘이 나는 시를 써달라고 청탁했는데, 50분 뒤에  
한 편의 시가 도착했다. 작품 제목은 〈퇴사하고 싶을 때 읽는 시〉라는데, 한 소절 소개하자면 이렇다.  
‘야근? 우리 같이 쿨하게 퇴장하자 / 여기에선 네가 주인공 / 흥얼거리는 복도는 어느새 너만의 런웨이 / 벗어버려, 꽉 끼는 옷들 / 떠나버려, 꽉 막힌 걔들 / 넌 내가 응원하는 사람 / 너를 위해 준비한 레드 카펫
너를 위해 내가 쓴 글’
솔직히 호기로운 초딩 래퍼가 쓴 것 같은 문체에 보자마자 웃음이 터졌다. 부업 찾는 N잡러, 전문 프리랜서 등 전형적인 유저의 유형과 거리가 멀어 보였고 왠지 나이도 어릴 것 같아 궁금증이 증폭했다. 잠시 대화를 이어나갔는데, 본업이 뭐냐는 물음과 함께 래퍼 지망생이냐는 질문도 덧붙였다. (대학생도 아닌 심지어) 고등학생이라는 그는 기부를 목적으로 재능을 판매한다고 했다. 국가와 자선단체의 보호망에서조차 벗어나 있는 가난한 사람들에게 생리대를 기부하고 있다는 것이다. 자신은 아직 사회생활을 해보지 않아 청탁자의 의도를 파악하고자 유튜브에서 ‘퇴사 썰’과 ‘이상한 직장 상사 썰’도 한참 찾아봤다고 했다. 간단한 작품 설명도 들을 수 있었다. 생각만 하고 실제로 행동에 옮기지 못하는 현실이 무거울 때, 그와는 반대로 뭐든 할 수 있는 세계를 의뢰인에게 선물하고 싶었다는 나름의 철학이 담겨 있었다. 그의 표현을 빌리자면 그 세계에서는 내가 ‘짱 먹기’ 때문에 야근도 일도 하기 싫은 건 안 하고 쿨하게 살 수 있으니, 현실에서도 그럴 수 있도록 응원하고 싶다는 설명이었다.  
나는 이 온라인 시인에게 ‘묻고 따블로’ 작업료 1천원을 송금했고, 시는 내게 1천원 이상의 감동을 남겼다. 재미로 시도해본 거래였지만, 1천원 주고 산 시 한 편에서 재능 거래 플랫폼의 미래도 볼 수 있었다. 직장인이란 그만두지 않고 회사에 다니는 것만으로도 ‘대단한 사람’들이라는 이 학생의 말처럼, 지속적인 노동이란 실로 대단한 것이며 재능이란 숭고한 것이다. 그에 대한 정당한 가치를 스스로 정하고 사고파는 세대에서는, 어떤 조직에 소속되지 않고도 이익을 창출하는 것이 더욱 자연스러워질 것이다. 자신은 어디 소속될 그릇이 못 돼서 어른이 돼도 회사 다닐 엄두가 안 난다는 이 고등학생은 커서 프리랜서의 삶을 살게 될까? 그리고 이 학생이 사회로 나올 땐, 그런 대단한 노동자들이 틀에 박힌 ‘일’에서 벗어나 재능을 발현하고 돈을 벌 수 있는 세상이 돼 있었으면 좋겠다. 제아무리 작고 사소한 것이라 해도 인간의 노동과 수고를 ‘마이크로’, ‘나노’ 단위로 귀히 여기는 세상이 왔으면 좋겠다. 세상의 모든 재능은 존중받아 마땅하니까.
 
세상의 모든 재능이 사고팔리는 재능 거래 앱, 특장점 비교 
크몽
프로젝트에 딱 맞는 전문가를 찾아주는 맞춤 견적 서비스를 제공한다. 방대한 인력 풀에 선택하기 어렵다면, 크몽이 직접 엄선한 TOP 2% 프라임 추천 서비스를 이용하자.  
 
숨고
‘숨은 고수’의 약칭. 48시간 내에  의뢰인의 요구 사항에 맞는 고수를 찾아준다. 유저가 전문가들의 견적서를 받아보고 비교한 뒤 선택할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특히 이사 및 청소 분야의 인기가 높다.  
 
오투잡
재능을 시간 단위로 구매 가능하다. 가령 디자이너 재능 5시간+IT 개발자 재능 10시간+마케터 재능 10시간을 조합하는 식. 꼭 필요한 전문가의 도움만 골라 쓰는 재미와 유용함이 있다.   
 
탈잉
‘모든 재능이 콘텐츠가 되는 곳’을 표방한다. 업무적인 재능을 사고파는 것을 넘어 재능 판매자들이 재능을 강의 콘텐츠로 만들어 공유할 수 있는 자기 계발 기능을 더해 재능 거래의 영역을 확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