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에 팝콘으로 나왔던 ‘곰표’가 올해는 맥주로 출시됐다. 편의점 CU와 대한제분, 세븐브로이가 협업해 만든 ‘곰표 밀맥주’는 3일 만에 10만 캔이 팔리며 ‘레트로’의 위력을 입증했다. 예능 〈나 혼자 산다〉에서 서지혜가 마시는 모습이 나온 뒤에는 CU 편의점마다 “발주 자체가 안 된다”라고 할 정도. 기세를 이어 CU는 지난 10월 말표산업과 스퀴즈브루어리와 함께 차기작 ‘말표 흑맥주’를 내놓았고 3일 만에 25만 캔이 팔렸다.
한국에서도 와인을 소주 마시듯 부담 없이 즐길 수 있게 됐다. 작년 여름 단돈 4천9백원짜리 와인이 생기면서부터다. 이마트에서 파는 도스코파스는 1년 만에 2백만 병이라는 기록적 매출을 올렸고, 올해 여름에는 8천9백원짜리 리저브를 새로 내놓았다. 와인은 싸면 비지떡이라고? 유튜브 채널 〈대동여주도&니술냉 가이드〉의 이지민 대표는 꼭 그렇지만은 않다고 한다. “이마트에서 도스코파스만 보이면 그냥 아무거나 집어 들면 돼요.”
최근 전통주를 양조하는 스타트업이 눈에 띄는 가운데 30대 청년 4명이 창업한 한강주조는 단연 ‘젊은’ 막걸리의 대세다. 이지민 대표, 전통주전문점협의회 이승훈 대표 그리고 푸드 칼럼니스트이자 F&B 콘텐츠 컴퍼니 포르테의 이해림 대표가 공통으로 꼽은 전통주는 한강주조의 나루 생 막걸리다. 서울에서 생산하는 경복궁쌀을 이용해 만드는데, 감미료를 넣는 대신 쌀을 다른 막걸리보다 2배나 많은 20% 첨가해 은근한 단맛이 일품이다.
작년에 클래식의 복귀를 알린 진로 소주가 트렌드였다면 올해는 토끼 소주가 있다. ‘tokki soju’는 한국과 한국 술을 사랑하는 미국인인 브랜 힐이 뉴욕 브루클린에 있는 양조장에서 시작한 증류식 소주다. 전통 방식대로 손으로 직접 누룩을 빚어 만드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2016년 출시 이후 미국에서 꾸준한 인기를 얻었다. 국내 주당들이 알음알음 직구해 마시던 이 소주는 올해 양조장을 한국 충북 충주로 옮겨 한국에서 공식 판매를 시작하면서 본격적인 붐 조성에 나섰다.
이해림 대표는 델링퀀트를 두고 “이제는 대기업도 내추럴 와인에 구미를 느낀다는 것을 보여준 의미심장한 와인”이라고 말한다. 남호주에서 생산된 와인 ‘델링퀀트’ 시리즈는 올 한 해 신세계가 운영하는 리큐어 숍 와인앤모어에서 3만원대라는 염가 행사를 통해 매출 1위를 기록한 주인공. 컨벤셔널 와인에서 좀처럼 쓰지 않는 투명 글라스를 사용해 진한 핑크빛 와인 컬러가 그대로 비치는 데다, 감각적 일러스트가 있는 라벨 덕에 소장 욕구를 부추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