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근데 그걸 전화로 받았어요?” 14화에서 가장 소름 끼쳤던 명장면. 가짜 목격자인 전기혁 앞에서 황시목은 비리 검사 연기를 펼쳤다. 황시목이 전화로 내용 전달 받았다며 미끼를 던지자 덥석 물어버린 전기혁. 전화로 받을 일이 아닌 것을 전화로 받았냐는 뜻인 그의 대사에서 다들 우태하와 김사현을 떠올렸을 테다. 굳이 전화로 전달받을 필요가 없는 황시목의 측근이자 검찰의 수사권을 사수하기 위해 경찰을 내몰고 있는 주요 인물(조작된 노란 넥타이 제보는 경찰을 범인으로 몰고 가는 역할을 했다)인 대검의 우태하와 김사현! 그중 김사현을 가짜 제보 범인으로 뽑은 이유는 김사현이 과거에 성남지청 형사2부에서 일했기 때문이다. 전기혁의 전과를 보면 그곳에서 그와 연이 닿았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하지만 한편으로 생각하면, ‘검사인데 이렇게 허술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도 든다. 진범이 잡히면 가짜 제보라는 것도 들통날 게 뻔한데 정말 검사가 발 벗고 나섰을까?

지난주만 해도 서동재 납치범으로 한조를 꼽은 시청자가 다수였다. 한조가 은폐해왔던 박광수 사건을 파헤치려는 서동재 검사가 한조에겐 거슬릴 수밖에 없기 때문. 그런데 알고 보니 납치범은 엉뚱한 대학생이었고, 제보된 단서는 가짜라고? 그럼 후자야말로 한조 짓이 아닐까? 오랫동안 검찰과의 유착 관계를 맺어온 한조. 이번 검경협의회로 인해 검찰의 수사권이 경찰에게 빼앗기는 걸 결코 원하지 않았을 테다. 그랬기에 경찰을 납치 범인으로 몰고 갈 제보를 조작했을 수도! 게다가 묵혀뒀던 박광수 사건을 들쑤시려는 서동재 검사가 돌아오지 않는 게 더 이득인 입장이다. 이 두 가지 이유만으로 한조가 수사에 혼란을 일으키려는 동기는 충분하다. 가짜 목격자로 전기혁을 써먹은 것도 의심을 피하기 위해서가 아니었을까? 김사현만큼 전기혁과 연결고리가 있는 사람도 없으니, 들켜도 김사현이 의심받기 더 좋다. 한조 회장 이연재의 오른팔 박상무. 평소 이연재에게 업무 이상으로 충성하는 그가 홀로 저지른 일일 수도 있다. 이연재 몰래 처리하는 일이 있다는 건 모두가 다 아는 사실이니까.

시즌1 때도 시즌2에서도 강원철은 가장 적당한 사람이다. 진실을 추구하면서도 융통성을 갖고 있는 인물. 봐주기 수사는 아니지만 눈 감을 건 눈 감고 넘어갈 줄 아는 편이다. 게다가 황시목을 챙겨주는 츤데레 선배라 더 정감갔던 인물이다. 근데 그가 시청자가 뽑은 범인 후보에 올랐다고? 14화에서 실종된 서동재가 발견되자 마자 강원철은 황시목에게 다급하게 전화해 생사를 확인했다. 그것도 아주 디테일하게. 그리고 살아있지만 아직 의식이 없다는 답변에 안도했다. 이뿐만 아니다. 그 또한 박광수 사건에 얽매여있다. 박광수 사건 회상 씬에서 반복해서 나오는 박광수 변호사가 한조의 박상무에게 누군가를 소개해 주는 장면. 그 ‘누군가’가 강원철이었다. 괜히 나왔을 장면일 리 없다. 정말 강원철은 두 얼굴을 가진 사람이었을까? 아님 동부지검장이란 위치가 그를 그렇게 만든 걸까?

서동재와 그의 아내는 사이가 좋지 않았다. 연애결혼했지만 동재의 처는 오직 아이들에게만 신경을 써왔고, 서동재가 실종된 직후에도 아이들 걱정이 먼저였다. 그런 그녀가 제보를 조작해 수사에 혼란을 줬다면? 수사 혼란으로 영영 서동재가 돌아오지 않길 바랐다면? 같이 사는 사람으로서 넥타이 정보는 가장 잘 알 법하니 공범일 수도 있겠다. 물론 동기가 약하긴 하지만, 사실 동재 처는 전부터 의심됐던 인물이다. 3월 29일 장건 형사가 자택에 방문하고 발길을 돌리자마자 누군가에게 전화해서 “집이에요? 지금 형사가 왔는데”라며 비밀스럽게 속삭였고, 그녀의 달력엔 ‘Erlkonig D.328’이라 적혀있다. 슈베르트의 〈마왕〉 곡에 얽힌 사연을 읽어보면 그녀가 더 의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p.s. 장건 형사가 의심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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