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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전 섹스 기사를 지금 다시 읽어보니...

레트로가 대세라지만, 섹스 기사도 그럴까? 2000년대 한국에서 화끈하기로 이름났던 <코스모폴리탄>의 섹스 기사는 20년이 지난 지금 보기에도 의미 있을까? 창간 즈음의 <코스모폴리탄>을 뒤져 15개의 기사를 꼽았고 섹스 콘텐츠에 특화된 ‘요즘 20대’ 5명에게 솔직한 리뷰를 부탁했다.

BYCOSMOPOLITAN2020.09.11
 

‘COSMO SEX SCHOOL’ 2000년 9월호(창간호)

“잡지마다 섹스 얘기로 가득하다. 하지만 코스모의 섹스 기사는 전혀 다르다.” 〈코스모폴리탄〉 섹스 기사의 서막을 알린 기사. ‘에로틱한 영화 연구’, 쾌감을 극대화하는 ‘즐거움의 물리학’, 선사시대에 유행한 도기 스타일부터 차례로 발전해온 ‘체위의 역사학’ 등을 소개했으며, 남자 몸의 성감대를 자세히 다룬 ‘How to Touch a Naked Man’이라는 후속 기사로 이어진다.
박미남(29세, 성인 웹툰 작가) 섹스의 역사를 아는 게 실질적으로 섹스에 도움이 될까? 남자의 성감대를 아는 게 진정으로 내가 즐거운 섹스로 이어지나? 별로 궁금하지 않은 정보를 주입하려고 한다는 점에서 ‘섹스 스쿨’이라는 제목이 딱이다.
박진아(29세, 섹슈얼 헬스 케어 브랜드 이브 대표) 다양한 관점으로 섹스를 분석한 건 신선하지만 수긍하기 힘든 문장이 몇 군데 있다. 예를 들어 후배위는 질이 짧은 여성들의 경우 깊은 삽입감으로 쾌감을 주기보다는 자궁 경부를 자극해 통증을 유발할 수 있다. 또 ‘살짝 힘주어 꼬집기’, ‘가볍게 할퀴기’ 같은 동작은 상호 동의 없이 시도한다면 ‘갑분싸’가 되기 마련.  
전민아(28세, 〈알성달성〉 PD) ‘A+ 연인이 됐나요?’라니. 섹스에 정답이 있나? 그건 오직 섹스를 나누는 당사자끼리만 결정할 수 있다. 






‘LOOK! HIS SEXY HIP!’ 2000년 10월호

“우리는 남자의 뒷모습에서 제일 먼저 히프에 눈길을 빼앗기곤 한다.” 남자들의 엉덩이에 관한 세레나데. 가장 ‘탐스러운’ 엉덩이를 가진 셀러브리티, 영화 속에 나온 남자들의 엉덩이 등을 분석했다.  
안진영(27세, 섹스 토이 숍 유포리아 대표) 엉덩이는 남녀불문 성적 매력을 어필하는 대표적인 신체 부위 아닐까? 여성에게 과도하게 ‘섹시한 엉덩이’를 뽐낼 것을 강요하는 사회에서 남성의 엉덩이를 관찰하고 평가하는 기사가 매우 신선하게 다가온다.
전민아 20년 전보다 지금이 성에 대해 더 개방적일지 모르지만 오히려 ‘정치적 올바름’에 얽매여 성을 다루기 더 까다로워진 측면도 있다고 생각한다. 서로의 성에 대해 이렇게 솔직하게 ‘원한다’, ‘만지고 싶다’ 말하는 기사가 2020년에 다시 나올 수 있을까?  
최유경(20세, 청소년 페미니스트 네트워크 위티 공동대표) 남성의 엉덩이에 대한 구체적인 묘사가 조금 민망하지만, 오히려 그 시절이라 쓸 수 있는 글이 아니었나 싶다. 지금으로서는 미러링처럼 느껴져 통쾌하기까지 하다.






‘1000명의 여자들이 밝히는 ‘나의 첫 경험’’ 2000년 12월호

1천 명을 대상으로 첫 경험에 대한 설문을 진행하고, 25명의 경험담을 실었다.
안진영 설문 결과를 보면 26.9%가 술이나 기분에 취해 섹스했다고 답했으며 9.2%는 ‘강제적으로’ 했다. 물리적 강압이 있어야만 성폭행이 성립하는 건 아니다. 담담한 해프닝처럼 털어놨지만 깊은 트라우마가 느껴진다.
박미남 좋고 나쁨, 사랑, 분위기 등 추상적 가치가 아닌 있는 그대로의 경험을 이끌어낸 건 의미 있다. ‘첫 섹스’에 대한 환상은 제발 지나간 시대의 달갑지 않은 잔재로 사라지길.
최유경 얼마 전 주변 사람들과 ‘왜 여성들의 첫 경험은 대부분 강간에 가까운 모습일까?’라는 주제로 대화한 적이 있다. 이때나 지금이나 별로 바뀐 건 없구나. 






‘BEYOND KAMASUTRA...TANTRIC SEX’ 2000년 12월호

“오르가슴까지 이르는 시간을 가능한 한 길게 유지하며, 오감의 전체적인 자극을 통한 쾌감의 극대화가 가능한 이 탄트라 섹스를 경험해보지 않으렵니까?”
안진영 처음에는 ‘영적인 섹스라니 이게 뭐야?’ 싶었지만 끝까지 읽고 나니 꼭 시도해보고 싶어졌다. 의무를 모두 잊고 편안한 분위기에서 서로 교감을 나누고 정성 들여 애무하는 슬로 섹스. 나쁠 리가 없잖아? 이렇게 애무에 각박한 세상에서. 






‘HOLLYWOOD’S BIGGEST&BEST SEX STORY’ 2000년 12월호

“로스앤젤레스 사람들의 입을 통해 들어본 할리우드 스타들의 섹스 스토리.” 변태적 섹스 취향을 가진 사람, 일 때문에 섹스한 사람, 충격적일 정도로 큰 페니스를 갖고 있는 사람 등 유명 배우들의 사생활에 대한 가십 기사.
박미남 톱스타들이 실제로 뭘 하고 다니든 그게 내게 무슨 의미? 악의적인 추측성 보도는 그만.
박진아 기사를 읽으며 할리우드 내 미투를 떠올리고 마음이 아팠다. 일자리를 위해 섹스한 사람이 이렇게 많다는 사실을 과연 지금도 20년 전 기사처럼 유쾌하게 표현할 수 있을까? 






‘섹스와 건강의 함수관계’ 2000년 12월호 

성행위감염증(STD) 6종의 감염 경로와 증상, 검사 절차, 치료법을 소개했다. 그 외 관계 시 유의할 점, 관계 후에 생길 수 있는 이상 증세에 대해 조언했다. 
박진아 기사의 취지는 전반적으로 좋다. 그런데 후반의 4개의 이미지 중 STD 예방에 가장 효과적이고 저렴하며 널리 쓰이는 피임 도구인 ‘콘돔’이 왜 빠져 있는지 의문. 피임약과 임신 테스트기 등은 성병과 큰 관련이 없잖아?
안진영 잘 나가다가 요도염에 관한 답변에서 “소변을 볼 때의 아픔을 남자 탓으로 돌리지 말자. 자주 파트너를 바꾸며 갑작스럽고 격렬한 섹스를 하는 당신의 남자관계가 진짜 원인이다”라는 문장에 확 깬다.
전민아 보디로션이나 바셀린을 러브젤 대용으로 사용하면 위험하다는 걸 20년 전에도 얘기했다니. 알성달성에서도 얼마 전에 비슷한 내용을 촬영했다. 한번 잘못 퍼진 정보는 바로잡기가 이렇게 힘들구나. 






‘HIS 8 SEXIEST SPOTS’ 2001년 3월호

“남자 몸에 대한 취향으로 알아보는 당신의 감정적 성향.” 남성의 신체 부위를 8개로 나누고 센슈얼한 이미지와 함께 ‘여자들이 그 부위에 끌리는 감정적 이유’를 분석했다.
박미남 기획은 좋지만, “기댈 수 있을 것 같은 안락함을 제공”, “남편이 그 팔로 저를 안아줄 때면 나는 이 험한 세상으로부터 최고로 안전한 안식처에 머물고 있다는 행복한 느낌” 등 여성의 감정적 성향을 대부분 주체적이지 못한 것으로 그리고 있다.
안진영 기사 이미지만 보고 반가웠다. 남성의 즐거움에 복무하는 오조오억 개의 섹스 기사 가운데 이것만큼은 언니들의 솔직한 욕망을 드러냈구나 싶어서. 
 
 
 

 ‘테스트로 알아보는 나에게 맞는 피임 방법은?’ 2001년 4월호

자연피임법부터 콘돔, 다이아프램, 자궁 내 삽입 장치(IUD), 미레나, 페미돔, 먹는 피임약, 살정제 등 8가지 방법과 피임 성공률, 장단점을 소개했다. 
안진영  남자 친구와 피임에 대한 의사소통이 잘되지 않고 주기가 일정한 경우 자연피임법과 페미돔을 추천하고 있다. 결국 남자가 콘돔을 착용하지 않으면 여자가 하라는 건데, 내가 직접 경험해본 입장에서 말하자면 콘돔을 싫어하는 사람이라면 페미돔은 훨씬 더 싫어하더라. 그리고 지금도 페미돔을 구하기 쉽지 않은데 당시에 한국에서 팔긴 했을까?
전민아 ‘자연피임법’이 제외된 2020년형 기사를 보고 싶다! 






‘남자의 몸, 얼마나 아십니까?’ 2001년 6월호

남성 페니스와 성감대를 상세히 소개한 기사.  
안진영 기사 이미지를 보고 남성의 몸에 대한 욕망을 예찬하는 기사인 줄 알았는데, 남자를 만족시키는 애무법 강의라니, 실망이다.
박진아 여성지에는 어울리지 않겠지만 ‘게이들에게 물어보았다. 남자의 몸, 얼마나 아십니까?’와 같은 내용은 어땠을까? 남자의 몸을 가지고 있고 남자와 섹스하는 사람들이 전하는 팁이 훨씬 새롭고 재미있을 테니까.  
최유경 ‘Mr.Happy’라는 작명에 식겁했다. 왜 남성의 성기에 그렇게 깜찍한(?) 이름을 붙인 걸까? 남성들은 이 호칭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 다른 기사 내용이 눈에 들어오지 않을 정도로 분량 도둑을 자처하는 미스터 해피 씨…. 






‘WHAT IS YOUR SEXY?’ 2001년 8월호

스스로 생각하는 ‘섹시함’에 대해 셀러브리티와 구독자 36명에게 코멘트를 얻은 기사.
전민아 “분위기와 상황에 따라 잘 먹고 건강하게 사는 모습을 볼 때, 그런 건강함으로 다른 사람을 행복하게 만드는 모습을 보여줄 때 나는 섹시하다고 느낀다. 날씬한 허리, 부러질 것 같은 다리와 미니스커트가 섹시하다는 것은 그냥 하나의 표피적인 형식에 지나지 않는다”라는 방송인 최화정의 말이 와닿는다.
최유경 ‘섹시함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은 2020년인 지금도 여전히 유효한 것 같다. ‘섹시함’이 꼭 ‘섹슈얼함’과 직접적으로 연관될 필요는 없으니까. 각자가 해석하고 지향하는 ‘섹시함’이 다양하다는 걸 아는 건 참 멋진 일이다.  
안진영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섹시함’에 대해 물었는데 세어보니 16명이 여성의 섹시함에 대해 언급했고, 남성의 섹시함에 대해 언급한 사람은 8명밖에 없더라. 이상하지 않나?  
  




‘당신의 몸 얼마나 알고 계십니까?’ 2001년 9월호

“성기가 어떻게 생겼는지를 알게 되면 잘못됐을 때 문제점을 훨씬 수월하게 인식할 수 있는 것은 물론 성생활 역시 몇 배는 즐거워진다.” 소음순이나 질 등의 기본적 부위부터 처녀막과 지스폿 등 논란의 여지가 있는 부위까지 상세히 소개한 기사. 여성 생식기의 간단한 해부학 지도가 첨부돼 있다.
박미남 20년이 지난 지금은 의학이 발전함에 따라 정정이 필요한 사실도 많이 생기지 않았을까? 2020년 버전의 ‘여성 몸 지도’가 궁금하다.  
안진영 몸의 주권에 대해 강조한 점이 인상 깊다. 자세히 읽어보니 꽤 유익한 성교육 기사다.  박진아 〈코스모폴리탄〉이 여성의 신체와 섹스에 대해 오랜 기간 고민해왔음을 새삼 깨닫는다. 특히 이제야 겨우 공론화되는 클리토리스의 존재를 20년 전인 당시에 언급한 점을 매우 칭찬하고 싶다. 하지만 이제는 실용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섹스 전후 관리법, 문제 시 대처법 등을 아직도 공신력 있는 매체에서 들을 기회가 별로 없다.
전민아 성기 명칭이 해부학적 용어라 낯설게만 느껴진다. 여성의 신체 부위도 편하게 부를 수 있는 말이 생겨 널리 쓰였으면.  






‘DATE-RAPE’ 2001년 11월호

“데이트 강간…. 이럴 땐 어떻게 해야 할까요?” 애인 혹은 지인에 의한 성폭력을 정의하고 예방 및 대처법을 다뤘다.
안진영 피해자를 ‘수동적이며 나약한 성격의 여성들’ 혹은 ‘충동적이며 현실감각이 떨어진 여성들’로 분류한 점이 불편하다.  
전민아 얼마 전 “모텔에 가자”며 여직원 손목을 억지로 잡아끈 상사가 ‘강제 추행’으로 유죄를 선고받았다. ‘성폭력’의 개념을 더 확장할 필요가 있다.
박진아 이 기사가 나오고 8년 뒤 미국은 데이트 폭력 피해자가 경찰에 신변 보호를 요청할 수 있는 ‘케이티법’을 제정했다. 한국에서도 비슷한 내용의 법안이 발의됐지만 국회에서 통과되지는 못했다. 〈코스모폴리탄〉이 더욱 분발해야 할 때다! 






‘침대에서 그에게 해주면 좋은 99가지 테크닉’ 2002년 1월호

“당신을 그가 꿈꿔오던 환상의 매직 우먼으로 만들어줄 상세한 목록을 소개합니다.” 실제로 남성 수십 명에게 섹스할 때 여자가 해줬으면 하는 것에 대해 묻고 그 내용을 정리했다. 
전민아 “당신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야한 비디오를 보내세요”, “전희 중에 폴라로이드 카메라를 꺼내주세요. 그건 그의 판타지를 만족시키는 멋진 일이 됩니다” 등은 요즘에는 절대 추천할 수 없을 듯.
박진아 읽기가 너무 괴롭다. 실제 주변 남성들에게 물어봤는데, 오히려 하지 말아야 할 것이 가득하다. ‘배꼽 아랫부분에 혀로 이름 쓰기’, ‘혀 빨아주기’ 등은 상당히 취향 타는 행동이다. 이런 ‘섹스 팁’에 대한 기사보다 ‘섹스할 때 커뮤니케이션 잘하는 법’에 대한 기사가 필요하다.
박미남 ‘내가 남자에게 받고 싶은 99가지 테크닉’으로 2020년에 다시 써주세요. 






‘당신의 섹스 감성 지수는?’ 2002년 2월호

“IQ, EQ, 다음은 SEQ.” 당시 〈코스모폴리탄〉의 섹스 담당 에디터가 개발한 SEQ를 ‘여성의 섹시한 매력을 측정할 수 있는 척도’라 소개하며 SEQ 테스트와 결과, SEQ 높이는 법에 대해 소개했다.
박진아 섹스 감성이라는 게 지수로 표현될 수 있을까? 어떤 사람을 만나든 상대방이 원하는 걸 잘 파악하고 내가 원하는 바를 잘 전달하는 사람이 섹스를 잘하는 사람이며, 성적으로 성숙한 사람이다. 훨씬 넓고 복합적인 영역이란 얘기다.
안진영 ‘성적으로 성숙한 사람’을 나타내는 지표라 했는데 질문이 잘못된 것 아닌가? 이건 한마디로 ‘섹스를 밝히는 사람인가 아닌가’를 판단하는 질문에 가깝다. 연인이 아닌 사람과 섹스할수록, 처음 만난 사람과 충동적으로 섹스한 경험이 있을수록, 스스로 “뜨거운 피가 흐르는 요부가 아닌가 하고 의심하거나 고민”할수록 지수가 올라간다. 섹스에 감성과 공감이 필요하다는 말엔 동감하지만, 취지를 잘 살리려면 “섹스 후에 충분히 피드백을 주고받는지” 등의 질문을 하는 게 더 맞는 것 같다. 






‘THE BURNING 9 SEX POSITIONS’ 2002년 8월호

“9가지 뜨겁고 새로운 섹스 포지션으로 관능의 여신이 돼보세요.” 
박미남 “그의 위에서 활처럼 등을 휘며 곡선미를 뽐낼 때, 당신은 관능의 여신이 된 듯한 희열과 에로틱함을 느낄 수 있습니다. (중략) 그의 머리맡에 한두 개의 베개를 받쳐주어 그가 벌개진 눈으로 당신이 벌이는 그 모든 꿈 같은 광경을 하나도 빠트리지 않고 볼 수 있게 해주세요”라니. 여성향 웹툰 작가로서 말하는데, 요즘 이렇게 쓰면 안 팔린다.
박진아 이런 기사가 ‘섹스는 곧 스킬’이라는 고정관념을 낳는 데 일조한 부분이 크지 않을까? 다양한 체위를 할 줄 아는 것, 뛰어난 섹스 스킬을 시전하는 것이 좋은 섹스라고 이해하는 이들이 주변에 참 많다. 오르가슴에 진짜 중요한 건 스킬보다 ‘케미’인데 말이다.
안진영 음. 세상에는 참 다양한 체위가 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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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 Editor 김예린
  • Photo by 최성욱
  • Digital Design 온세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