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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지스폿은 존재하지 않는다?

정정합니다, 지스폿 같은 건 없습니다

BYCOSMOPOLITAN2020.08.11
옛날 옛적에, 정확히 말하자면 1982년에 ‘섹스’는 우리가 알 수 없는 깊은 미궁으로 빠졌다. 왜냐고? 여성의 몸에서 극강의 흥분을 선사할 수 있는 어떤 부위가 발견됐다고 하는데, 아무도 그것의 정확한 위치를 몰랐던 것이다. ‘지스폿’은 보통 “여성의 질 앞면 상단 벽에 있는 아주 작은, 1.3cm 정도의 골이 들어간 부위”라고 설명되곤 했다. 과학자들과 잡지(〈코스모폴리탄〉 포함!), 책, 섹스 토이 회사, 영화, TV 프로그램, 당신의 룸메이트와 성교육 선생님 등등 너나 할 것 없이 지스폿홀릭이었다. 오랫동안 미스터리로 남았던 여성의 오르가슴으로 이르는 공통되는 열쇠가 바로 지스폿이라고 설파했다. 그 이후로 많은 여성이 섹스할 때마다 술자리에서 “나, 드디어 찾았어!”라고 자랑하던 친구를 떠올리며 박탈감을 느껴야만 했다.
 

지스폿이 있었는데, 없었습니다

그러니까 지스폿은 7.6cm 정도 크기일 수도 있다. 훨씬 더 바깥쪽인 질 입구 근처에 있을 수도 있고, 골이 있는 것이 아니라 매끈할 수도 있으며, 만졌을 때 탄력이 있을 수도 있다. 어쨌든 아무도 정확히는 모른다. 그럼에도 오랫동안 지스폿이 존재한다는 믿음은 굳건했다. 자신의 지스폿을 찾기 위해 노력하지 않는 여성들은 게으르거나 섹스에 무지한 사람이 됐다. 1982년 미국 〈코스모폴리탄〉은 섹스 기사에 “쪼그리고 앉아서 손가락 한두 개를 질 안으로 넣고 손가락을 구부려 누군가를 부르는 동작을 해보자”라고 적었다. 시간이 흘러 2020년이 됐지만, 여전히 구글 검색 데이터에는 ‘지스폿 찾는 법’에 대한 검색 기록이 수천 개가 넘는다. 심지어 ‘지스폿이 어디인가?’는 ‘마이클 조던’과 ‘마이클 잭슨’보다도 더 많이 검색됐다. 기억을 되새겨보자. 그동안 만났던 많은 남자가 지스폿을 찾기 위해 당신의 몸에 거의 말뚝이라도 박듯 피스톤 운동을 시전했지만 딱히 짜릿하고 새로운 건 없었지 않나.
 
하지만 거의 40년이 지나도록 지스폿의 존재가 불분명하다는 사실에도 아랑곳 않고 지스폿 경제는 성장을 거듭했다. 지스폿 바이브레이터, 지스폿 콘돔, 지스폿 윤활유가 나왔고 지스폿 찾기 워크숍이 열렸다. 그중에서도 가장 파격적이었던 건, 귀네스 팰트로가 자신이 운영하는 웰니스&라이프스타일 브랜드 구프(Goop)에서 언급해 수많은 여성에게 ‘뽐뿌’를 넣었던 20만원짜리 지스폿 주사였다. 심지어 브리태니커 자회사인 메리엄웹스터도 이 물결에 동조했다. 이곳에서 출판된 모든 사전에 지스폿은 “성적으로 굉장히 민감한 조직이다”라고 적혀 있다. 〈코스모폴리탄〉은 지스폿을 발견하는 데 개입했다고 알려진 한 전문가 여성에게 지스폿에 대해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그녀는 “우리 모두가 잘못된 정보에 집착하고 있었다”라는 답변을 내놓았다.
 

어디에서부터 어긋난 걸까

그 여성은 바로 베벌리 휘플 박사다. 그녀는 1980년대 초 지스폿이란 단어를 공식적으로 발표한 팀에서 함께 연구를 진행한 사람이다. 해당 연구팀은 이 부위를 최초로 발견한 독일 산부인과 의사인 에른스트 그레펜베르크의 이니셜을 따서 ‘지스폿(G-spot)’이라 이름 붙인 뒤, 그것을 “민감한, 작은 콩” 같은 말로 설명했다. 이름에서 예상했겠지만 그레펜베르크는 남성이다. 그렇게 수많은 여성에게 큰 좌절감을 안겨줄 거짓된 신체 부위가 탄생한 것이다.  거기서부터 모든 것이 꼬였다고 휘플 박사는 말한다. 당시 이 연구팀은 모든 여성이 지스폿을 가지고 있다고 말하지 않았다. 휘플 박사는 “여성들은 모두 다른 방법으로 성적인 만족감을 느낄 수 있어요. 모든 사람은 특별해요”라고 힘주어 말한다. ‘콩’에 비유하긴 했지만 정말 콩 모양의 ‘스폿’이 있다는 의미는 아니었다. 단지 몇몇 여성에게 만족감을 줄 수 있는 ‘부위’가 존재한다는 말을 한 것이다. 하지만 언론은(다시 한번 말하지만 〈코스모폴리탄〉 역시 유죄다) 늘 심플하면서 ‘섹시한’ 기사 소재에 목말라 있었고, ‘섹스 만병통치약’의 존재가 너무도 반가운 나머지 앞뒤 가리지 않고 지스폿에 대한 기사를 양산해냈던 것이다.  
 
연구가들도 마찬가지였다. 2012년 〈성의학 저널〉은 지스폿이 실재한다고 주장했다. 단지 콩 모양이 아닐 뿐이라는 것이었다. 산부인과 외과의인 애덤 오스트르젠스키 박사가 사망한 83세 여성의 질을 관찰한 내용에 따르면 지스폿은 8.1×3×6mm 크기의 “밧줄 같은” 신체 조직으로 “푸르고”, “포도 같은” 주머니다. 그는 자신의 연구 결과를 내세워 여성들에게 ‘지스폿 성형수술’을 시작했다. 그 후로도 수년간 연구가들은 모두 자신이 발견한 지스폿을 나름대로 정의했다. 그 결과 지스폿이 무엇인가에 대해서는 “신경으로 이뤄진 두꺼운 부분”이라든지, “요도 스펀지”, “분비선”, “수많은 신경 뭉치” 등 각양각색의 의견이 난무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전문가가 여성들에게 직접 찾아야 한다고 하면서도 정확히 ‘무엇을’ 찾아야 하는지 설명해주지 않았다. 수많은 연구가가 설문조사, 병리학 시료, 초음파나 MRI 등의 의학 촬영, 생화학적 표지 등 온갖 수단을 동원해 지스폿의 정확한 위치를 찾아내려 애썼지만 결과는 시원찮았다. 2006년 여성의 생체 조직 검사 결과에서는 아무것도 발견되지 않았으며, 2012년에 몇몇 의사들이 기록으로 남아 있는 그간의 모든 데이터를 샅샅이 살폈지만 지스폿이 존재한다는 그 어떠한 근거도 찾지 못했다. 가장 최근 자료이며 최고 규모였던 2017년 연구에서는 13구의 시체 해부가 이뤄졌지만, 역시 진전이 없었다.
 
 “지스폿은 엘리베이터 버튼이나 조명 스위치 같은 게 아니에요”라고 러트거스 대학교의 신경과학자 배리 코미사룩 박사는 말한다. 지스폿이 어떤 단일한 기관이 아니라는 의미다. 그 부분을 자극한다고 단숨에 오르가슴에 오르는 것도, 온몸의 감각이 일제히 곤두서는 것도 아니다. 오르가슴과 성적 흥분을 연구하는 니콜 프로즈 박사는 “지스폿이 어떤 지점 혹은 구조라는 근거는 전혀 없어요”라고 말한다. 그녀는 “지스폿이 왜 마치 새로 발견된 성적 장기처럼 해석되는지 이해할 수 없었어요. 여성의 질은 규격화될 수 없잖아요. 모든 여성이 흥분을 느끼게 하는 하나의 특정 부위란 있을 수 없죠”라고 덧붙였다. 물론 일부 여성들은 질 안에 작고 매우 민감한 부위를 가졌을 수도 있다. 하지만 어떤 여성들은 쪼그려 앉아 두 손가락으로 질 안을 헤집는 방식에 불편함을 느낄 뿐이다. 혹은 아무것도 느끼지 못하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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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write 엘리자베스 키퍼
  • editor 김예린
  • digital design 온세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