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스폿이 있었는데, 없었습니다
」하지만 거의 40년이 지나도록 지스폿의 존재가 불분명하다는 사실에도 아랑곳 않고 지스폿 경제는 성장을 거듭했다. 지스폿 바이브레이터, 지스폿 콘돔, 지스폿 윤활유가 나왔고 지스폿 찾기 워크숍이 열렸다. 그중에서도 가장 파격적이었던 건, 귀네스 팰트로가 자신이 운영하는 웰니스&라이프스타일 브랜드 구프(Goop)에서 언급해 수많은 여성에게 ‘뽐뿌’를 넣었던 20만원짜리 지스폿 주사였다. 심지어 브리태니커 자회사인 메리엄웹스터도 이 물결에 동조했다. 이곳에서 출판된 모든 사전에 지스폿은 “성적으로 굉장히 민감한 조직이다”라고 적혀 있다. 〈코스모폴리탄〉은 지스폿을 발견하는 데 개입했다고 알려진 한 전문가 여성에게 지스폿에 대해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그녀는 “우리 모두가 잘못된 정보에 집착하고 있었다”라는 답변을 내놓았다.
어디에서부터 어긋난 걸까
」연구가들도 마찬가지였다. 2012년 〈성의학 저널〉은 지스폿이 실재한다고 주장했다. 단지 콩 모양이 아닐 뿐이라는 것이었다. 산부인과 외과의인 애덤 오스트르젠스키 박사가 사망한 83세 여성의 질을 관찰한 내용에 따르면 지스폿은 8.1×3×6mm 크기의 “밧줄 같은” 신체 조직으로 “푸르고”, “포도 같은” 주머니다. 그는 자신의 연구 결과를 내세워 여성들에게 ‘지스폿 성형수술’을 시작했다. 그 후로도 수년간 연구가들은 모두 자신이 발견한 지스폿을 나름대로 정의했다. 그 결과 지스폿이 무엇인가에 대해서는 “신경으로 이뤄진 두꺼운 부분”이라든지, “요도 스펀지”, “분비선”, “수많은 신경 뭉치” 등 각양각색의 의견이 난무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전문가가 여성들에게 직접 찾아야 한다고 하면서도 정확히 ‘무엇을’ 찾아야 하는지 설명해주지 않았다. 수많은 연구가가 설문조사, 병리학 시료, 초음파나 MRI 등의 의학 촬영, 생화학적 표지 등 온갖 수단을 동원해 지스폿의 정확한 위치를 찾아내려 애썼지만 결과는 시원찮았다. 2006년 여성의 생체 조직 검사 결과에서는 아무것도 발견되지 않았으며, 2012년에 몇몇 의사들이 기록으로 남아 있는 그간의 모든 데이터를 샅샅이 살폈지만 지스폿이 존재한다는 그 어떠한 근거도 찾지 못했다. 가장 최근 자료이며 최고 규모였던 2017년 연구에서는 13구의 시체 해부가 이뤄졌지만, 역시 진전이 없었다.
“지스폿은 엘리베이터 버튼이나 조명 스위치 같은 게 아니에요”라고 러트거스 대학교의 신경과학자 배리 코미사룩 박사는 말한다. 지스폿이 어떤 단일한 기관이 아니라는 의미다. 그 부분을 자극한다고 단숨에 오르가슴에 오르는 것도, 온몸의 감각이 일제히 곤두서는 것도 아니다. 오르가슴과 성적 흥분을 연구하는 니콜 프로즈 박사는 “지스폿이 어떤 지점 혹은 구조라는 근거는 전혀 없어요”라고 말한다. 그녀는 “지스폿이 왜 마치 새로 발견된 성적 장기처럼 해석되는지 이해할 수 없었어요. 여성의 질은 규격화될 수 없잖아요. 모든 여성이 흥분을 느끼게 하는 하나의 특정 부위란 있을 수 없죠”라고 덧붙였다. 물론 일부 여성들은 질 안에 작고 매우 민감한 부위를 가졌을 수도 있다. 하지만 어떤 여성들은 쪼그려 앉아 두 손가락으로 질 안을 헤집는 방식에 불편함을 느낄 뿐이다. 혹은 아무것도 느끼지 못하거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