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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시대, 21세기형 바람은 또 다르다?

만나지 않고, 만지지 않고 즐기는 ‘하이테크’의 세계.

BYCOSMOPOLITAN2020.08.10
 
과학기술의 발전이 가져온 어두운 미래를 그린 SF 드라마, 〈블랙 미러〉. 절친인 두 남자 ‘칼’과 ‘대니’가 VR 버전으로 출시된 추억의 비디오게임을 하다가 가상현실에서 육체관계를 맺고 쾌락을 느끼면서 혼란에 빠진다. 시즌 5의 1화 ‘스트라이킹 바이퍼스’ 얘기다. 프로듀서 애나벨 존스는 제작 발표회에서 “포르노가 기술적으로 발전한다면 구석에서 몰래 보는 것에 그치지 않고 실제로 불륜을 저지르는 것과 같이 활용될 수도 있다는 가정과 질문을 던지는 것이 목적”이라고 밝혔다. 
 
왼쪽 가슴에 손을 얹고 스스로에게 묻자. 연인, 배우자가 있는 상태에서 VR로 타인과 몸을 섞는 것은 ‘바람’일까? 채팅으로 외간 남자 혹은 여자와 뜨거운 대화를 나눠놓고 “물리적인 접촉이 없었다”고 잡아떼면 면죄부가 될까? 회사원 김민이(가명, 32세) 씨는 판단하기 쉽지 않은 일이라고 고백한다. “남자 친구가 열심히 공부한 영어를 써먹고 싶다며 인스타그램에서 만난 외국 여자와 채팅을 하더라고요. ‘너 지금 내 앞에서 뭐 하냐?’라고 화를 냈더니, 어디에 사는지도 모르고 평생 만날 일도 없는 외국 여자인 데다, 너 앞에서 떳떳하게 밝히고 대화하는데 뭐가 문제냐고 하는 거예요. 그럼 남자랑 대화하라고 했더니 남자끼리 누가 채팅 앱에서 만나 떠드냐고 되레 화를 내고. 궁금하면 자기 대화 내용을 다 보라고 하는데, 제가 매번 눈에 불을 켜고 감시할 수는 없지 않나요? 남친 태도가 너무 당당해 ‘내가 너무 구식인가?’ 하는 생각까지 들었다니까요.”
 
김민이 씨의 사례처럼 인터넷, 각종 데이팅 앱, 채팅 앱, 소셜 미디어, AI 기술이 발전하면서 ‘데이트’와 ‘연애’, ‘바람’의 정의에 혼란을 느끼는 이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 무엇보다 이 첨단 기술은 ‘바람피우기 좋은 환경’을 만드는 데 전에 없는 공을 세우는 중이다. 팟캐스트에서 〈섹스의 미래〉를 진행하는 브라이어니 콜은 “외도의 정의가 나날이 새롭게 갱신되고 있습니다. 인류 역사에서 처음으로 인생의 동반자와 한 침대에 누워 있는 상태에서도 바람을 피울 수 있는 시대가 됐어요”라고 말한다. 어떤 숫자는 이 비극적인 현실에 신빙성을 보탠다. 최근 미국에서 실시된 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18~45세 미국인 중 55%가 본인의 연인, 배우자보다 자신의 스마트폰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낸다(그 많은 사람이 왜 침대 위에서도 스마트폰을 쥐고 있을까? 어디서 구린 냄새 안 나나?).
 
게다가 VR과 로봇 등으로 대변되는 첨단 기술은 섹스를 위한 기술로 빠르게 진화 중이다. 올해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기술 전시회 CES 2020에선 52년 역사상 처음으로 마이크로 로봇 기술을 활용한 여성용 섹스 토이 ‘오세’가 ‘건강 및 웰니스’ 섹션에서 전시돼 화제였다. 섹스와 사랑이 혁신이라는 단어와 몸을 섞고 있다는 뜻이다. 오세의 등장은 곧 이 ‘디지털 연인’들을 일상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날이 머지않았다는 사실을 암시한다. 신뢰는 희석되고 바람이라고 믿었던 행위가 바람이 아닌 것이 된 요즘, 코스모가 최신 ‘바람’의 흐름과 미래에 맞닥뜨릴 배신의 신세계를 탐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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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 Freelancer Editor 류진
  • Photo by Clayton Cubitt
  • Digital Design 온세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