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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스폿 모르는 게 죄는 아니잖아?

섹스에 마법의 버튼 같은 건 없다.

BYCOSMOPOLITAN2020.07.27
 

왜 잘못된 정보는 고쳐지지 않는가

과학적 근거가 터무니없이 부족함에도 아직 수많은 지스폿 신봉자가 존재한다. 그중 많은 사람이 굉장히 똑똑하고 선한 의도를 가진 성 교육자들이다. 굉장히 열성적인 사람들이고(비록 어떤 사람은 전화로 인터뷰를 요청하자 바로 끊어버렸지만), 그들이 완전히 틀린 건 아니다. 요지는 만일 어느 여성이 자신의 지스폿을 찾았다고 믿는다면, 그 경험이 실험실에서 나온 과학적 근거보다 더 중요하다는 점이다. “만약 누군가 지스폿으로 흥분을 느꼈다고 한다면 그녀에게 틀렸다고 말하는 것은 이상하죠”라고 켄터키 대학교의 성 교육자 크리스틴 마크 박사는 말한다. 그것 역시 지스폿의 존재를 강요하는 것만큼이나 시대착오적이라는 의미다. 다만 프로즈 박사가 말했듯, 여성들은 자신의 신체에 대해 보다 정확히 알 권리가 있다. 즐거움과 진실을 모두 얻을 수는 없을까?
 
모든 사람이 동의하는 부분은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는 점이다. 여성의 성과 성기에 대한 연구는 심각하게 부족하다. 2015년 프로즈 박사는 UCLA에서 여성들을 대상으로 오르가슴에 대한 실험을 진행하려고 했다. 이사회는 프로즈 박사의 요청을 들어줬지만 실험 대상들이 “절정에 이르지 않을 거라는” 전제를 요구했다. 여성들이 자신들의 연구실에서 오르가슴을 느끼는 광경이 마음에 들지 않았기 때문이다. 결국 그 실험은 승인받지 못했다.
 
이 사례를 고려하면, 아무래도 여성들의 성적 흥분에 대한 새로운 사고가 받아들여지기까지는 시간이 꽤 걸릴 듯하다. 지스폿으로 오르가슴을 느꼈다고 말하는 여성들이나, 지스폿이라는 마법의 버튼 존재를 매우 반기는 남성들에게는 특히나. 지스폿 오르가슴은 삽입을 필요로 하고, 압도적인 수의 남성들은 물론 삽입 섹스를 선호하기 때문이다. “만일 당신에게 페니스가 달렸다면, 질을 가진 사람을 성적으로 흥분시키는 방법이 당신의 페니스를 질 안에 넣는 것이라는 설명이 정말 편리하지 않겠어요?” 여성의 성생활 과학을 다룬 책 〈Come as You Are〉를 쓴 에밀리 나고스키 박사의 말이다. 미국 〈코스모폴리탄〉이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남성 중 약 80%는 모든 여성이 지스폿을 갖고 있다고 믿으며, 60%에 달하는 남성은 지스폿 자극이야말로 여성들이 성적 흥분을 느낄 수 있는 최고의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저처럼 경험이 많은 사람은 모든 여성의 지스폿을 찾아낼 수 있어요”라고 한 남성은 자신감 있게 말했다.
 
나고스키 박사는 “지스폿에 대한 허상은 남성들에게 섹스 스킬을 측정하는 보편적인 기준이 있다는 헛된 믿음과 ‘여성들의 성적 즐거움은 자신의 페니스를 여성의 질에 열심히 삽입하는 것에서 온다’는 잘못된 메시지를 만들었죠”라고 분석한다. 그녀에 따르면 그래도 한때는 여성의 성에 대해 꽤 실효성 있는 연구가 이뤄지기도 했다. “1980년대 초, 클리토리스를 중점적으로 다루는 연구가 있었어요. 그러나 곧 지스폿에 대한 연구가 시작됐고, 대부분의 여성 신체는 그렇지 않음에도 질 자극으로 성적 흥분을 유발해야 한다는 압박감이 생기기 시작했죠. 질 자극이 이렇게까지 중요해진 이유는 섹스에 대한 연구가 늘 남성의 즐거움에 초점이 맞춰져 있기 때문이에요.”
 

지스폿을 찾지 못하는 건 내 탓이 아니야

무엇보다 가장 슬픈 건, 지스폿이란 허상 때문에 사람들이 섹스할 때마다 감정적 부담을 느끼게 됐다는 사실이다. 만약 지스폿이 정말로 마법의 버튼 같은 것이어서 자극하기만 하면 오르가슴을 느끼게 되는 기관이었다면 우리 모두는 똑같이 섹스를 즐길 수 있게 됐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지스폿이 존재한다는 잘못된 믿음은 엄청난 부작용을 낳았는데, 바로 자신의 지스폿을 찾지 못하는 여성들이 수치심을 느끼게 됐다는 거다. 〈코스모폴리탄〉의 설문조사에서 과반수의 여성이 다른 여성들은 지스폿 오르가슴을 느끼는데 자신은 그럴 수 없다는 데 스스로 무능함과 좌절감을 느꼈다고 답했다. 11%의 여성은 이로 인해 섹스를 아예 피하게 됐다고 말했다. 〈코스모폴리탄〉 독자인 이유진(가명) 씨는 삽입만으로 오르가슴을 맛봤다는 친구들 앞에서 바보가 된 기분을 느꼈다고 한다. “그 친구들은 ‘네가 아직 찾지 못한 것뿐이야’라고 하더군요. 그들이 운이 좋았던 거라고 스스로 합리화할 수밖에요.” 또 다른 〈코스모폴리탄〉 독자인 김은영(가명) 씨는 남편과의 성생활을 한 단계 끌어올리고 싶어 부부 상담을 시작했다. 사실 남편이 훨씬 더 원해서였다. 그녀는 “클리토리스 오르가슴은 느낄 수 있어요. 하지만 뭔가 더 대단한 것이 있다면, 왜 경험해보고 싶지 않겠어요?”라고 말했다. 치료사는 섹스할 때 시도해볼 ‘섹시한’ 동작의 목록을 숙제로 내주었다. 지스폿을 찾기 위한 동작이었다. “후배위가 지스폿 공략에 좋다고 하잖아요. 살이 부딪치는 소리는 요란하고 남편은 끊임없이 ‘어때, 좋아? 여기야? 효과 있어?’라고 묻고…. 정말 최악이었어요.” 은영 씨의 남편 역시 형편없는 섹스였다는 데 동의했다. 두 사람은 상담을 그만뒀다. 하지만 많은 커플이 여전히 미련을 버리지 못했다. 설문조사에 참여한 22%의 남성은 섹스의 첫 번째 목표가 여성의 지스폿을 찾는 것이라 했고, 이 결과는 섹스할 때 남성이 짜증 내는 걸 경험한 여성이 왜 31%나 되는지 설명해준다. 프로즈 박사는 “상대 남성들에게 ‘내 전 여자 친구는 별로 어렵지 않았어’, ‘너는 너무 손이 많이 가네’, ‘내가 지난번에 잔 여자한테는 통했는데’ 같은 말을 들었다는 사람이 많아요. 이런 발언은 여성들로 하여금 자기 자신이 정상이 아니라고 의심하게 만들어요. 정말이지 안쓰러운 일이죠”라고 말한다.
 

지스폿 과몰입을 멈춰주세요

〈코스모폴리탄〉은 이제 지스폿 탐색을 멈출 것을 강력히 요구한다. 애초에 잡지 섹스 기사에서 지스폿 이야기를 한 것에 대해 다시 한번 사과한다. 그리고 아주 의미 있는 연구 결과가 발표되지 않는 한 〈코스모폴리탄〉에서 더 이상 지스폿을 자극하는 체위나 지스폿을 찾는 방법을 소개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여성들의 성생활에 진정으로 혁명적인 일은 지금까지의 연구가 보여준 결과를 그대로 적용하는 거예요. 성적 만족의 가장 중요한 예측 변수는 바로 친밀함과 교감이라는 사실이죠.” 인디애나 공중보건학 대학의 교수이자 킨제이 연구소 연구원인 데비 헐베닉 박사는 불분명한 연구 결과에 연연하지 말 것을 강조했다. 한편 과학계에서는 지스폿에 대한 개념을 재정립하려는 움직임도 있다. 휘플 박사는 여전히 스폿이라기보다 ‘부위(area)’가 더 맞다는 의견이다. 이탈리아 연구가들은 이름을 ‘클리토리스 질 요도 복합 부위’와 같은 좀 덜 섹시한 것으로 바꾸는 방법을 제안했다. 헐베닉 박사는 “우선 무엇보다 남성의 이름을 따서는 안 됩니다. 여성의 신체에 대해 얘기하는 거잖아요. 단지 남성이 처음으로 이에 대한 글을 썼다고 해서 그가 이것에 대해 진정으로 이해하거나 경험했다고 볼 수는 없죠”라고 말한다. 그녀는 지스폿을 일종의 ‘구역(zone)’이라고 생각한다.
〈코스모폴리탄〉의 의견은 뭐냐고? 우리는 지스폿과 관련이 1도 없는 나고스키 박사의 조언을 빌려 비로소 자유로운 섹스의 장을 열고자 한다. “만약 지금 기분이 좋다면, 당신은 잘하고 있는 거예요.” 그러니 그것의 이름이 뭐든 간에 내가 원하는 대로 불러도 좋다.
 

 
*지스폿에 관한 더 많은 정보는 〈코스모폴리탄 8월호 섹스북〉을 확인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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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Write 엘리자베스 키퍼
  • editor 김예린
  • Digital Design 조예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