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면증후군(Imposter Syndrome)은 신분을 속인 사기꾼(Imposter)이 남들보다 인정받고 성공하는 것처럼 자신이 세상을 향해 사기 치고 있다는 느낌을 갖는 것을 의미한다. 사실 가면증후군은 성공한 사람들에게 많이 보인다. 실제로 미셸 오바마, 메릴 스트립, 나탈리 포트먼, 알버트 아인슈타인 등의 유명 인사들이 가면증후군에 시달린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에는 봉준호 감독의 통역을 전담했던 샤론 최 역시 가면증후군과 싸웠다고 고백했다. 정신과 전문의인 최명기 청담하버드심리센터 연구소장은 “성공하면 가면증후군이 성립될 수 있지만 실력이 없어 매번 실패를 한다면 사람들은 실력에 맞는 결과가 나온 것이라고 생각하죠. 즉 성공한 사람들이 자신을 낮게 평가하면 가면증후군이라고 하지만, 실패한 사람이 그런다면 자기 분수를 안다고 표현할 수 있어요”라고 설명한다.
그렇다면 진짜 사회적으로 성공한 사람만이 가면증후군과 같은 증상을 겪는 것일까? 중동의 정신과 센터인 ‘라이트하우스 아라비아’의 임상심리학자 타라 와인 박사는 “세계 인구 중 70%의 사람은 살면서 최소한 한 번쯤 가면증후군을 경험해요. 근본적으로 가면증후군은 일을 하거나 어떤 역할을 수행할 때 자신의 역량이나 능력을 의심하는 생각과 감정, 그리고 행동의 패턴이죠. 이런 사람들은 자신이 들통날까 봐 두려워하면서 살아요”라고 말한다. 그러니까 백신을 개발하지 않고, 노벨 문학상을 받지 않은, 지극히 평범한 나도 가면증후군을 겪을 수 있다는 말이다. 이제 덜 민망해도 되겠지?
왜 쭈그러드는 것일까?
」얼핏 가면증후군은 자존감이 낮고 자신감이 없는 사람들에게 해당되는 심리로 보인다. 그런데 최명기 소장은 “주변에서 그런 사람들은 자존감이 낮다고 생각해 스스로를 오해하고 있을 뿐”이라고 말한다. “다른 사람들이 나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는가를 ‘공적 존중감’, 내가 스스로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는가를 ‘자기 존중감’이라고 해요. 가면증후군을 겪는 사람은 공적 존중감에 비해 자기 존중감이 낮아요. 남들은 높게 평가하지만 스스로는 낮게 평가하는 거죠. 그러나 가면증후군이 있다고 해서 자기 존중감이 절대적으로 낮은 것은 아닙니다. 공적 존중감에 비해 낮은 것일 뿐 자기 존중감에 문제가 있는 경우는 드물어요.” 목표한 바를 달성하는 사람들은 대체적으로 자기 존중감, 즉 자존감이 높다. 결과적으로 가면증후군은 좋은 결과를 내는데도 스스로에 대해 과소평가하는 사람들에게 적용되는 용어인 만큼 이 증후군에 해당하는 사람은 대체적으로 자존감이 낮지 않다.
가면증후군의 두 얼굴
」그렇다면 자신의 성공이나 능력을 의심하는 마음이 몰려올 때는 어떻게 해야 할까? 우선 스스로에게 가장 중요하고 의미 있는 멘토를 여럿 두는 방법이 있다. 그들이 당신이 해낸 어떤 일을 잘했다고 말한다면, 당신은 진짜 그 일을 잘했을 것이다. 혹은 당신이 믿는 사람에게 현실적인 피드백을 얻는 것도 좋다. 자신에 대한 의심이 근거 없는 두려움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면 훨씬 마음이 편안해질 것이다. 그리고 누구도 완벽하지 않다는 사실을 기억하자. 일을 완벽하게 하는 것 같은 사람들조차도 스스로 이뤄낸 것에 대해 백 퍼센트 만족하지 않는다. 스스로 낮은 평가를 뒷받침하는 근거가 무엇인지 확인하고, 자기 평가를 할 때만큼은 자기 연민을 가지는 것이 좋다. 스스로 가면증후군이라는 사실을 인정하고, 다른 이에게 나약한 면이 노출되는 걸 두려워하지 말자. 끊임없이 완벽을 추구하면서 햄스터 쳇바퀴 안에 머무를 것인가, 가끔씩 스스로를 객관적으로 평가해서 더 발전할 것인가? 모쪼록 당신이 겪고 있는 가면증후군을 더 건강하고 이로운 방식으로 활용하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