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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면증후군을 아시나요?

가면우울증은 들어봤는데 가면증후군이란 말은 처음 듣는다고? 당신이 일군 성과는 단순히 운이 좋았기 때문이고 언젠가 능력 없는 자신의 실체가 드러날까 봐 두려운가? 칭찬을 받는 것이 너무 어색하고 불편하기만 한가? 알버트 아인슈타인, 미셸 오바마, 메릴 스트립 등 의심할 여지없이 성공한 사람들도 겪었다는 이 증후군에 대해 제대로 알아보자.

BYCOSMOPOLITAN2020.07.20
 
처음 가면증후군 증상에 대해 알게 됐을 때, 내 불안의 원인을 찾은 것 같았다. 친구 C에게  실제 내 증상에 대해 말했다. “운 좋게 좋은 대학에 갔고, 게으른 탓에 다른 새로운 일을 할 생각도 하지 못한 채 잡지 만드는 일만 10년쯤 하다 보니 어느 순간 디렉터가 돼 있었다. 그래서 나는 언젠가 내 (나쁜 의미의) 진면모가 드러날까 봐 걱정돼 스스로를 더 다그치고, 이걸 다른 사람에게도 적용시키는 것 같다”라고. 그러자 C는 웃음을 참으며 “네가 회사 대표라도 되냐, 편집장이라도 되냐? 고작 팀원 셋 데리고 있는 디렉터인데 뭘 그렇게 대단한 걸 한다고 거창하게 생각해? 누가 보면 엄청 성공한 사람인 줄 알겠다!”라고 일갈했다. 말하고 보니 그랬다. 내가 전 인류를 구원하는 코로나19 백신을 만든 것도 아니고,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것도 아닌데 웬 오버란 말인가? 정말 민망했다.
 
가면증후군(Imposter Syndrome)은 신분을 속인 사기꾼(Imposter)이 남들보다 인정받고 성공하는 것처럼 자신이 세상을 향해 사기 치고 있다는 느낌을 갖는 것을 의미한다. 사실 가면증후군은 성공한 사람들에게 많이 보인다. 실제로 미셸 오바마, 메릴 스트립, 나탈리 포트먼, 알버트 아인슈타인 등의 유명 인사들이 가면증후군에 시달린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에는 봉준호 감독의 통역을 전담했던 샤론 최 역시 가면증후군과 싸웠다고 고백했다. 정신과 전문의인 최명기 청담하버드심리센터 연구소장은 “성공하면 가면증후군이 성립될 수 있지만 실력이 없어 매번 실패를 한다면 사람들은 실력에 맞는 결과가 나온 것이라고 생각하죠. 즉 성공한 사람들이 자신을 낮게 평가하면 가면증후군이라고 하지만, 실패한 사람이 그런다면 자기 분수를 안다고 표현할 수 있어요”라고 설명한다.
 
그렇다면 진짜 사회적으로 성공한 사람만이 가면증후군과 같은 증상을 겪는 것일까? 중동의 정신과 센터인 ‘라이트하우스 아라비아’의 임상심리학자 타라 와인 박사는 “세계 인구 중 70%의 사람은 살면서 최소한 한 번쯤 가면증후군을 경험해요. 근본적으로 가면증후군은 일을 하거나 어떤 역할을 수행할 때 자신의 역량이나 능력을 의심하는 생각과 감정, 그리고 행동의 패턴이죠. 이런 사람들은 자신이 들통날까 봐 두려워하면서 살아요”라고 말한다. 그러니까 백신을 개발하지 않고, 노벨 문학상을 받지 않은, 지극히 평범한 나도 가면증후군을 겪을 수 있다는 말이다. 이제 덜 민망해도 되겠지?
 

왜 쭈그러드는 것일까?

“오늘 유독 아름다우시네요!” “하하. 감사합니다.” 난 이 평범한 대화를 하지 못한다. 누군가 칭찬이라도 하면 마치 오해를 해명하려는 사람처럼 나 스스로를 깎아내리지 못해 안달 난다. 칭찬이 불편하고, 어색하다. 칭찬받는 걸 힘들어하니 타인에게 하는 것도 어렵다. 과장되거나 왜곡되지 않게 스스로를 보는 게 왜 그렇게 힘든 걸까? 그리고 그렇게 하지 않으면 어떤 문제가 생길까? 타라 박사는 “타인의 엄격한 비난, 모든 행동이 평가받는 등 일상적인 요인이 이런 증후군을 일으키는 데 영향을 줄 수 있어요. 낮은 자존감, 자기 자신과의 비판적인 관계도 이 증후군에 빠질 수 있게 만드는 요소죠”라고 분석한다. 가면증후군에 시달리는 사람들은 면밀한 평가가 뒤따르는 상황이나 평가를 하는 이들을 피하고, 다른 사람들보다 도전하는 횟수가 적다. 위험을 회피하는 이유는 실패를 원치 않기 때문이다. 타라 박사는 “이 증후군을 겪는 사람은 완벽주의자일 가능성이 높고, 실패하지 않기 위해 과도하게 준비하는 경향이 있어요. 이들은 항상 자신들의 성과가 요행이거나 좋은 타이밍 덕이라 생각해요. 그게 아니면 다른 사람들이 제대로 들여다보지 않아서, 혹은 올바른 판단을 내리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여기죠”
 
얼핏 가면증후군은 자존감이 낮고 자신감이 없는 사람들에게 해당되는 심리로 보인다. 그런데 최명기 소장은 “주변에서 그런 사람들은 자존감이 낮다고 생각해 스스로를 오해하고 있을 뿐”이라고 말한다. “다른 사람들이 나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는가를 ‘공적 존중감’, 내가 스스로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는가를 ‘자기 존중감’이라고 해요. 가면증후군을 겪는 사람은 공적 존중감에 비해 자기 존중감이 낮아요. 남들은 높게 평가하지만 스스로는 낮게 평가하는 거죠. 그러나 가면증후군이 있다고 해서 자기 존중감이 절대적으로 낮은 것은 아닙니다. 공적 존중감에 비해 낮은 것일 뿐 자기 존중감에 문제가 있는 경우는 드물어요.” 목표한 바를 달성하는 사람들은 대체적으로 자기 존중감, 즉 자존감이 높다. 결과적으로 가면증후군은 좋은 결과를 내는데도 스스로에 대해 과소평가하는 사람들에게 적용되는 용어인 만큼 이 증후군에 해당하는 사람은 대체적으로 자존감이 낮지 않다.
 

가면증후군의 두 얼굴

사람들이 자신을 알아봐주지 않으면 화가 나는 이가 있는 반면, 사람들이 알아보면 불편해하는 이도 있다. 조금만 잘하면 자신감에 차서 우쭐대는 사람이 있고, 나중에 실패하면 망신당할까 봐 겸손해지는 사람이 있다. 가면증후군을 겪는 사람은 모두 후자에 속한다. 최명기 소장은 가면증후군을 반드시 고쳐야 하는 문제라고 말하지 않는다.  “사람들이 열심히 일하는 이유는 일이 재미있고, 또 성과를 내고 싶어서예요. 그렇지만 열심히 한다고 해서 모든 사람이 성과를 올리는 것은 아니죠. 지속적인 성과를 내는 것도 능력이 있기 때문에 가능한 겁니다. 그런데 가면증후군에 사로잡힌 사람들은 실패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걱정만 할 뿐이죠. 칭찬을 받기 때문에 불편한 게 아니라 실패를 염두에 두기 때문에 불편하고, 주변 시선 때문에 겸손한 게 아니라 겸손하기 때문에 주변 시선이 불편한 겁니다.” 그리고 가면증후군이 어떤 심리적 장애의 원인이 되지 않는다고 덧붙인다. “가면증후군 때문에 불안 장애가 생기는 게 아니라 불안 장애 증상의 하나로 가면증후군이 발생합니다.” 앞서 언급했듯 누가 봐도 성공한 유명 인사들이 가면증후군에 대해 이야기한 적이 있다. 그들은 각 분야에서 최고의 위치에 있지만 가면증후군의 순기능인 겸손함으로 무장돼 있어 자만하지 않는다. 그래서 오랫동안 사람들에게 인정받고 존경받을 수 있다.
 
그렇다면 자신의 성공이나 능력을 의심하는 마음이 몰려올 때는 어떻게 해야 할까? 우선 스스로에게 가장 중요하고 의미 있는 멘토를 여럿 두는 방법이 있다. 그들이  당신이 해낸 어떤 일을 잘했다고 말한다면, 당신은 진짜 그 일을 잘했을 것이다. 혹은 당신이 믿는 사람에게 현실적인 피드백을 얻는 것도 좋다. 자신에 대한 의심이 근거 없는 두려움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면 훨씬 마음이 편안해질 것이다. 그리고 누구도 완벽하지 않다는 사실을 기억하자. 일을 완벽하게 하는 것 같은 사람들조차도 스스로 이뤄낸 것에 대해 백 퍼센트 만족하지 않는다. 스스로 낮은 평가를 뒷받침하는 근거가 무엇인지 확인하고, 자기 평가를 할 때만큼은 자기 연민을 가지는 것이 좋다. 스스로 가면증후군이라는 사실을 인정하고, 다른 이에게 나약한 면이 노출되는 걸 두려워하지 말자. 끊임없이 완벽을 추구하면서 햄스터 쳇바퀴 안에 머무를 것인가, 가끔씩 스스로를 객관적으로 평가해서 더 발전할 것인가? 모쪼록 당신이 겪고 있는 가면증후군을 더 건강하고 이로운 방식으로 활용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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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Editor 전소영
  • illustrator Humeara Mohamed
  • Digital Design 조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