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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의세계> 지선우식 연애 따라잡기

그 누구도 아닌 자신의 욕망만을 따르는 여자. 철저히 필요에 의해 섹스하고 단칼에 상대를 내칠 수 있는 여자. <부부의 세계> 속 ‘지선우’가 우리에게 ‘사이다’였던 이유는 무엇일까? 우리를 ‘지선우’가 되지 못하게 가로막고 있는 것은 무엇일까? 원하는 걸 속 시원히 말하지 못하는 여자부터 화끈하게 ‘리드’하려다 의문의 1패를 당한 여자까지, 4가지 사연을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분석하고 조언을 구했다.

BYCOSMOPOLITAN2020.07.13
 
 
“본능은 남자한테만 있는 게 아니야.” 2020 백상예술대상에서 김희애에게 TV 여자최우수연기상을 안겨준 〈부부의 세계〉 ‘지선우’의 명대사 중 하나다. 여자라고 먼저 덤벼들지 말란 법도, 리드하는 쪽이 되지 말란 법도 없건만, 왜 우리는 ‘지선우’가 불륜 상대인 ‘손제혁’에게 그랬듯 남자를 화끈하게 눕히지 못할까? ‘본능따라’ 섹스하는 건 여자에게 불가능한 일일까? 미국의 저널리스트이자 〈뉴욕 타임스〉의 기고가 페기 오렌스타인은 TED 강연에서 “내가 기분 좋은 섹스가 진짜 좋은 섹스라는 점을 직시해야 해요. 여성들에겐 생각보다 쉽지 않은 일이죠”라고 말한다. 어릴 때부터 자신의 성기를 거침없이 만지고 이름을 부를 수 있는 남자들과 달리 여자들에게 성기는 오랫동안 이름을 부를 수 없는, ‘볼드모트’ 같은 존재였기 때문이라는 것. 섹스 토이 숍 ‘피우다’의 강혜영 대표는 “〈부부의 세계〉 속 ‘지선우’를 보고 ‘뽐뿌’ 왔다는 지인이나 손님들이 꽤 많아요. 그런데 사실 ‘지선우’는 초현실주의적인 캐릭터예요. 현실에서 남자와 여자가 동등한 위치에 있지 않다는 걸 너무 잘 이해하고 있는 사람인 거죠”라고 말한다. 섹스에서 여자가 남자를 리드하는 법에 대해 논하려면, 그 불평등한 관계를 먼저 짚고 넘어가야 한다는 거다. 무엇보다 여성은 피임과 성병, 범죄로부터 안전한 섹스를 하기 쉽지 않다. “진정으로 기분 좋은 섹스를 위해선, 우선 스스로 지금 안전하다는 믿음이 있어야 해요”라고 강혜영 대표는 덧붙인다. 물론 그렇다고 ‘안전’만이 즐거운 섹스의 기준이란 건 아니다. 기본 바탕이 깔렸다면 ‘진짜 좋은 섹스’에 대한 기준을 스스로 높여가자. 과연 여자들이 진정으로 섹스를 이끌어가는 데 방해가 되는 요소는 무엇일까? 스스로 극복하는 방법이 있을까? 강혜영 대표와 섹스 칼럼니스트 김얀의 조언이 당신에게도 도움이 되길 바란다.
 

스타트를 끊는 여자?

호감 표현은 잘하는데 섹스어필을 못 해요. 마음에 드는 남자에게 번호를 건네기도 하고, 술 먹자고도 하는데 먼저 스킨십을 시도하는 것만은 도무지 못 하겠어요. 둘 다 술기운이 올라 분위기가 무르익으면 눈을 맞추기조차 민망하죠. 예를 들면 밤에 날이 쌀쌀해져 남자가 자기 재킷을 벗어 내게 입혀주는 순간이 있잖아요. “너랑 자고 싶어”라고 말하며 훅 들어갈까, 그냥 덮칠까, 상상은 스무 번쯤 했는데 막상 그때는 망부석이 되는 거예요. 그런 모습을 되레 귀여워하는 남자도 있는데, 저는 귀엽기보다 시작부터 주도권을 쥐는 강렬한 여자이고 싶거든요. 남자를 먼저 쓰러뜨리는 사람이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29세, MD
 
김얀(이하 ‘김’) 일단 직접적으로 말할 생각을 하는 건 좋은 출발이라고 봐요. “라면 먹고 갈래?”의 시대는 지났습니다. 여자는 성적 욕망을 직접 말하기보다 에둘러 표현해 ‘사랑스러움’을 잃지 말아야 한다는 해법은 촌스럽죠. 나와 상대방 모두를 위하는 길은 무엇보다 솔직해지는 것. 솔직하고 담백하게 직진!
 
강혜영(이하 ‘강’) 따지고 보면 남자들도 섹스하자고 직접 얘기하는 사람은 잘 없어요. 분위기를 유도해갈 뿐이죠. 그만큼 먼저 섹스하자고 제안하는 게 어려운 일인 건 맞아요. 하지만 동의를 구하는 건 중요해요. 우선 본인의 욕구를 표현하는 걸 가로막는 게 뭔지 알아보세요. 혹시 밥 먹자는 말도 내가 했는데 섹스하자는 말까지 내가 해야 하나 싶지는 않나요? 아니면 내가 섹스하자고 자신 있게 제안했는데 스킬이 좋지 않아 무안당할까 봐 걱정되는 건 아닌가요? 이유가 무엇이든, ‘섹스’에 대한 환상을 버리면 접근이 한결 수월할 것 같습니다.
 

리드하려면 ‘잘’해야 하나요?

저는 아직 제게 맞는 체위가 뭔지 잘 모르고, 분위기를 더 타는 성격이에요. 그래서 남자들이 이리저리 체위를 바꿀 때마다 그냥 맞춰주곤 했거든요. 딱히 좋지는 않아도 아프지만 않으면 그냥 냅두고, 남자가 민망해할까 봐 일부러 신음 소리를 내기도 해요. 그런데 어느 날, 다른 여성 유튜버가 “섹스할 때 여자를 인형처럼 다루지 말라”라는 내용의 영상을 올린 걸 보고 정신이 확 들었어요. 이제는 저도 제게 맞는 체위를 적극 연구해봐야겠다 싶었죠. 문제는 실전이에요. 상대가 “너 하고 싶은 대로 다 해”라며 배려해주는데도 몸을 어떻게 움직여야 할지 좀처럼 감이 안 잡히더라고요. 워낙 몸치인 데다 상대가 반응이 없어 분위기가 쎄~해질까 봐 걱정도 많아져요. -25세, 유튜버
 
의외로 몸치라 다양한 섹스가 힘들고 부끄럽다는 사람들이 꽤 있어요. 몸을 잘 쓰는 것도 물론 중요하겠지만, 섹스는 꼭 몸으로만 하는 게 아니죠. 바야흐로 21세기, 하이브리드가 대세인 시대입니다. 다음번 데이트 코스에는 섹스 토이 숍을 방문해보세요. 요즘에는 유쾌하고 밝은 분위기의 섹스 토이 숍이 많답니다. 인간의 부족한 부분을 대신해줄 훌륭한 토이도 많고요. 특히 바이브레이터 강추!
 
‘섹스는 분위기’라는 말을 정말 싫어합니다. 머리 스타일을 바꿀 때 원하는 결과물을 얻기 위해 잘하기로 소문난 숍을 검색해 시안을 찾는 등의 노력을 기울인다면, 섹스도 마찬가지여야 하지 않을까요? 전략과 계획이 필요하죠. 또한 지금까지 남자가 주도하는 섹스에 불만을 느낀 건 남자의 일방적인 소통 방식 때문이었다는 걸 되새기세요. 똑같이 답습해선 안 되겠죠. 상대에게 자신이 원하지 않는 섹스가 무엇인지 확실히 말하고, 내 의사에 따를 수 있는지 물어보세요. 나 자신보다 상대를 검열하는 게 진정 주도권을 쥐는 섹스의 시작이에요.
 

늘 새롭고 짜릿했으면…

만난 지 5개월 차인 남자 친구는 훈훈한 외모에 자상한 성격입니다. 번듯한 직장에 적당한 취향까지, 딱히 흠잡을 데가 없는 사람이에요. 문제는, 섹스도 딱 그 정도란 거예요. 불꽃 튀는 매운맛이 없죠. 그와의 섹스가 싫은 건 아니지만, 가끔은 화끈하고 힘 있는 섹스를 하고 싶어요. 그렇다고 평소 부드러운 남친이 갑자기 저를 거칠게 대하면 기분이 이상할 것 같아, 대신 제가 거칠어지기로 마음먹었죠. 하지만 남자의 리드를 따라가는 데 너무 익숙해졌는지, 막상 주도권이 제게 온다고 생각하니 막막해요. 짜릿한 섹스를 위해 무엇부터 시작하면 좋을까요? -27세, 회사원


먼저 나서서 리드하기가 부끄럽다 싶으면 남자 친구의 눈을 넥타이나 스카프 등으로 가려보세요. 좀 더 과감해지고 싶다면 두 손을 침대에 묶어보는 것도 좋아요. 아마 만나는 동안 꽤 친밀해졌을 테니 이 정도 변화를 주는 건 그리 어렵지 않을 거예요. 마찬가지로 BDSM도 시작이 힘들지 별거 아니랍니다.


마음만 먹는다고 해서 단번에 해결될 문제는 아닙니다. 단계적으로 차근차근 밟아가세요. 우선 애초에 파트너를 잘 고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봅니다. 섹스할 때 여성과 남성이 처한 상황이 명백히 다르다는 사실을 이해하고 있는 남성이어야 해요. 둘째, 본인이 어떤 섹스를 원하는지 혼자 고민할 시간이 필요합니다. 자위를 해서 물리적인 자극 포인트를 찾고, 정서적으로 섹스를 통해 무엇이 충족됐으면 하는지 혹은 어떤 성적 취향을 가지고 있는지 살펴보세요. 그리고 섹스할 때 ‘어디를 애무해줘’라고 요구하거나 새로운 걸 시도해보는 거예요. 마지막으로 내가 리드하는 섹스를 했는데도 왠지 허전하거나 오르가슴을 느끼지 못했다? 그렇다면 전 단계로 돌아가 곰곰이 되짚어보세요.
 

리드하다 ‘역관광’당했어요

데이팅 앱에서 만난 남자들과 원나이트 스탠드를 즐깁니다. 평소 성욕도 왕성하고 남자들에게 섹스 도중 이것저것 명령하는 걸 좋아해요. 의외로 많은 남자가 지시받는 섹스를 즐긴다는 사실을 알게 됐죠. 그런데 처음 만나는 남자들과 그렇게 섹스하다 보면 한 번씩 현타 맞을 때가 있어요. 말로 표현하기 어렵지만 상대방이 마치 제가 아닌 포르노 속 여성과 섹스하고 있다는 느낌 때문에 자극을 받는 게 아닌가 싶어 기분이 좀 이상해지는 거죠. 물론 저는 제가 경험 많은 여자로 보이는 것 따윈 신경 쓰지 않습니다. 너무 대상화되는 게 싫을 뿐이죠. 괜한 자의식일까요? 이런 생각 안 하고 마음껏 리드하는 기분을 즐기고 싶어요. -31세, 자영업자


단순히 성적 욕망으로 시작한 관계임에도 자신이 상대에게 어떻게 보이는지 신경 쓰인다면,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서 생각해볼 필요가 있어요. 나는 정말로 섹스를 너무 좋아해 앱으로 만난 낯선 남자들과 섹스를 하고 있는 건지, 아니면 인생의 무료함을 채우기 위해 섹스에 중독된 건지 말이에요. ‘낯선 남자와 섹스를 잘한다는 것’과 ‘관계를 잘 리드하는 것’은 조금 다른 문제라는 걸 기억하세요.


혹시 본인 스스로가 ‘밝히는 여자는 야동에 나오는 여자’라는 생각을 하고 있지는 않나요? ‘나’의 행위와 ‘야동’의 행위를 분리할 필요가 있어요. ‘쿨한 여자’를 연기하느라 ‘명령하는 섹스’를 즐기고 있는 건 아닌지도 살펴볼 필요가 있고요. 정말로 내가 즐겁기 위해 한 행동인데도 마치 상대의 쾌락을 위한 볼거리처럼 느껴진다면, 억울한 느낌이 드는 건 사연자의 잘못이 아니에요. 여자와 남자가 섹스에서 동등하지 않기 때문이죠. 이 기분을 완벽히 없애려면 남자들이 같이 바뀌어야 해요. 마지막으로, 섹스하는 동안 안전하다고 느낀다면 그 이상 섹스에서 자기 검열은 불필요하다고 덧붙이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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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Editor 김예린
  • photo by Getty Images
  • Digital Design 조예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