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auty

피부도 해킹이 된다고요?!

맞춤 의학의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 피부 건강과 관련된 분야 역시 예외는 아니다. 가까운 미래에는 화장품의 고성능 스펙보다 개인의 유전 정보에 최적화된 일명 ‘맞춤 스펙’을 갖춘 개인형 화장품이 더 각광받을 수 있다. 피부의 유전적인 특성을 분석하는 게 점차 쉬워지고 인공지능, 빅데이터 서비스가 보편화되는 만큼 뷰티의 개인화 서비스는 먼 미래에 있을 법한 허구의 이야기가 아니다.

BYCOSMOPOLITAN2020.07.06
 
 
개인의 DNA 정보 분석으로 한 사람만을 위한 맞춤형 로션이 만들어진다? 멀고 먼 미래에나 실현 가능할 법한 판타지적인 스토리는 어쩌면 아득한 미래가 아닌 생각보다 훨씬 가까운 곳에 존재할지도 모른다. 그도 그럴 것이 유전자 검사 비용은 갈수록 저렴해지고, 그만큼 누구나 쉽게 검사를 받을 수 있게 되면서 많은 유전체 분석 회사가 앞다퉈 개인 맞춤 스킨케어 상품을 내놓고 있기 때문. 나 역시 최근 ‘상상 속에나 존재할 법한 미래형 뷰티 솔루션이 실생활에 적용되는 날이 임박하지 않았을까?’ 싶은 날들을 경험했다. 최근 들어 유독 피로감이 쌓이고 컨디션 불균형이 계속될 때면 내 피부는 악화일로로 치닫기 일쑤였다. 고가의 크림과 파운데이션은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았다. 무려 40가지 성분이 들어간 고농축 세럼과 최신상 페이스 마스크도 마찬가지였다. 아침저녁으로 아무리 열심히 발라도 오히려 제품 안에 들어 있는 수많은 활성 성분이 염증과 컨디션 불균형을 초래하는 게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들 정도였다. 제품에 대한 실망은 독특하고 복잡 미묘한 내 복합성 피부의 불만으로 이어졌는데, 그러던 와중에 일부 미디어와 방송, 매거진을 무심코 보다가 우연히(사실 당시 나의 모든 관심은 피부 스트레스로 향해 있긴 했다) #퍼스널 #맞춤형 #커스터마이즈뷰티와 같은 키워드를 마주했다. 그래서 퍼스널 뷰티템을 찾아보기로 했다. 생각보다 많은 브랜드에서 ‘퍼스널’에 중점을 둔 제품을 선보였는데, 크리니크의 ID 모이스처라이저 역시 개인형 맞춤형 솔루션을 제공하는 화장품 중 하나다. 이제 화장품 회사에서도 초간편 사용만을 앞세운 올인원 제품의 종식을 약속하기라도 한 걸까? 물론 이렇게 거창한 메시지를 내포하지 않더라도 내 예감대로라면 화장품업계는 분명 달라지고 있는 게 분명했다.
 

맞춤형 퍼스널 뷰티의 세계

나는 우선 크리니크에서 선보인 ID 모이스처라이저의 제품군을 살펴봤다. 피부 고민별로 고를 수 있는 베이스 로션과 48가지 액티브 카트리지 조합은 꽤나 인상적이었다. 부스팅 라인업이 다양한 만큼 세상에 존재하는 웬만한 피부 고민은 이 제품만으로 해결할 수 있을 것처럼 느껴졌으니까. 우선 수분 보충용 젤과 오일 프리 톤 업 젤, 워터 젤리 타입 로션으로 구성된 베이스 중에서 한 가지를 고른다. 그런 다음 시카, 디-에이징, 모공, 진정 등 다양하게 세분화된 액티브 카트리지를 골라야 하는데, 바로 여기서 난관에 봉착했다. 지금의 내 피부는 고르지 못한 얼룩덜룩한 피부 톤과 염증 흔적, 고된 업무로 잃어버린 피부 윤기와 트러블 등으로 건강한 피부 컨디션을 회복하기 위한 필요조건이 너무 많아서 1~2개 정도의 카트리지를 고르는 건 너무 어렵게 느껴졌다. 게다가 수면 부족에 만성 피부 건조까지! 심지어 수십 개의 부스팅 제품을 구매하기엔 비용 부담도 만만치 않았다. 아마 대다수의 여성은 나와 비슷한 고민을 할 게 분명하다. 브랜드 입장에서 철저히 개인을 위한 맞춤형 콘셉트를 반영해 만든 제품임은 분명하겠지만 막상 사용하려니 그 어떤 선택도 할 수 없는 모순에 맞닥뜨렸다. 그래서 선택한 또 다른 옵션은 ‘듀오랩’이다. 듀오랩은 록시땅 그룹에서 선보이는 새로운 개인화된 뷰티 시스템이다. 스마트폰의 앱과 연동, 앱에 등록된 피부 진단 키트를 사용해 사용자의 피부 컨디션, 피드백과 사진을 평가한 후 맞춤형 스킨케어 캡슐을 제조하는 방식을 적용했다. 그야말로 미래지향적 뷰티 툴인 셈인데, 철저히 개인화시켰을 뿐 아니라 자연적이며 방부제가 없는 스킨케어용 포뮬러를 생산해낸다는 점에서 혁신적이라고 느껴졌다. 나는 스마트폰 앱을 이용해 인공지능(AI) 피부 과학을 체험할 수 있다는 생각에 상기된 나머지 사용 약관과 개인 보안 정책 내용은 읽어보지도 않고 곧바로 셀피를 촬영했다. 앱은 내 얼굴을 순식간에 분석한 뒤 생각지도 못한 수많은 질문을 내게 쏟아냈다. “현재 얼굴 모공이 얼마큼 분포하며,  어느 정도 늘어져 있는가?”, “눈가 피부 상태가 어떠한가?”, “블랙헤드가 얼마나 분포했는가?” 등등 세세한 질문을 던졌다. 그러나 기대와 다르게 수많은 질문을 마주하는 순간 인내심이 바닥나며 모든 게 지루하게만 느껴졌다(물론 이건 철저히 개인적인 느낌이다). 듀오랩의 신박한 방식 중 하나는 독자적인 블렌딩 기술력이다. 동그랗게 생긴 카운터 디바이스가 소비자 니즈와 정확히 일치하는 신선한 화장품을 피부의 자연 온도에 맞춰 즉시 따뜻하게 만들어내는 것. 듀오랩이 미래지향적이며 앞으로 비전이 무궁무진하다는 점은 나 역시 동의한다. 기존에 없던 새로운 스킨케어 접근 방식을 도입했고, 동시대 가장 이슈가 되는 키워드인 지속 가능성, 천연 화장품에 대한 요건을 모두 충족시키는 신생 스타트업이기 때문!
 
 
개인 맞춤화된 DNA 분석과 피부 과학 전문성이 결합된 크로스오버 솔루션은 머지않은 미래에 뷰티 시장에 보편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로인해 뷰티 유저들은 지금보다 더 적은 스킨케어 제품을 소비하게 될지도 모른다.
 
 

내 몸속 유전자 빅데이터

미래형 뷰티의 다음 단계는 누군가의 눈에 띄지 않게 면봉으로 내 입안에서 검체 표본을 채취하는 것이 그 시작이었다. 무엇이든 시도해볼 준비가 된 나는 알렐(Allel)에 연락을 취했다. 알렐은 고객 개개인을 상대로 노화의 주요 원인과 증상을 찾도록 도와주는 DNA 테스트 키트를 내놓는 곳이다. 힘겹게 긁어낸 검체물을 샘플 키트에 담아 보낸 지 12일 만에 알렐의 컨설턴트로부터 게놈 분석 결과에 대한 피드백을 받았다. 전화 통화로 진행된 피부 상담은 생각보다 꽤 디테일하고 심도 깊었는데, 먼저 현재 스킨케어 습관과 피부 고민에 대한 간단한 설문조사를 했다. 하지만 그 전에 듀오랩 솔루션을 경험해본 나는 가장 크게 고민하는 피부 트러블(가령 반복된 염증과 햇빛에 민감하다는 것)에 대해서는 의도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굳이 당사자가 먼저 피부 문제를 얘기하지 않더라도 표본 데이터로 정확한 문제 파악이 가능한지 알고 싶었기 때문. 담당 컨설턴트로 지목된 앨리는 내가 먼저 피부 고민에 대해 말하려 하지 않는다는 걸 인지해서인지 상담 초반에는 유독 말이 적었다. 하지만 검사 결과에 대한 이야기가 시작되자 이후 30분간 이어진 그녀의 심층적인 분석은 꽤나 의미심장했다. 특히 그녀는 내가 겪는 피부 문제와 노화의 주된 원인을 민감한 피부와 광노화라고 정확히 지적했다. 그리고 이로 인해 예상되는 피부 트러블로 불규칙적이고 얼룩덜룩한 색소침착, 터진 모세혈관, 특정 스킨케어 제품에 대한 과민 반응, 쉽게 민감해지는 피부를 언급했다. 문제점 발견과 솔루션의 정확도는 만족스러웠다. 하지만 사실 이 검사의 부담스러운 요소는 값비싼 검사 비용이었다. 최근에는 많이 저렴해진 편이지만 내 경우 이번 DNA 테스트를 위해 대략 2백70파운드(약 45만원)를 지불했다. 그리고 검사 결과에 따른 권장 제품을 전부 구입하려면 3천3백 파운드(약 5백만원) 이상을 지출해야 한다.
체계적인 제약업체이자 화장품 회사인 존슨앤존슨이 후원하는 스킨텔리(Skintelli) 같은 브랜드 역시 피부 진단이나 처방 비슷한 서비스를 제공하지만, 임상적인 코멘트가 함께 제공되는 퍼스널 DNA 검사 영역(시장)과 비교했을 때는 여전히 큰 갭이 있다. 이에 대해 피부과 전문의(유전학 부전공)인 소피 쇼터 박사는 “아직 유전학에 대한 이야기는 그저 어렵고 먼 얘기처럼 들릴 뿐이죠. 유전학이란 단어의 의미 자체가 매우 복잡하거든요”라고 말하며, 알렐과 스킨텔리 같은 회사가 개개인의 유전적 정보와 관련된 서비스를 시작한 점에 대해 매우 긍정적으로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또한 “개인 맞춤화된 DNA 분석과 피부 과학 전문성을 합친 크로스오버 솔루션이 가까운 미래에는 보편화될 거예요”라며 기대감을 표했다. 더불어 맞춤형 DNA 테스트가 제품 판매율을 높이기 위한 일종의 마케팅 역할을 하기보다는 소비자들이 오히려 더 적은 스킨케어 제품을 소비하는 방향으로 정착될 것으로 예상했다. 개인의 유전자 정보에는 디테일한 피부 정보까지 들어 있으므로 언제, 어떤 제품을 필요로 하는지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기 때문이다. 즉 화장품 회사는 지금으로선 상상할 수 없을 정도의 정밀한 데이터에 근거해 맞춤형 제품 생산이 가능해지고, 이는 결국 소비자의 화장품 사용 개수를 줄여주는 것과도 연결되는 셈이다.
 

미래의 뷰티는?

현재 우리가 DNA에 집중한 미래형 뷰티의 초기 단계에 있다면 과연 미래의 뷰티는 어떻게 펼쳐질까? 후생 유전학 전문가인 울프 라이크 교수에게 어떻게 예상하는지 직접 물었다. 그는 집에서 할 수 있는 DNA 테스트, 그 이상의 미래에 대한 포부를 대략 2가지 정도 언급했다. 그가 알려준 정보에 따르면, 과학자들은 특허받는 과정에서 누군가로부터 채취한 피부 세포의 생물학적 나이를 0살로 리셋한 다음, 피부 과학 발전을 위해 그 세포를 사용한다고 한다. 라이크 교수는 이에 대해 “현재로선 가설에 가깝죠”라고 경고한다. 그는 젊고 건강한 상태의 피부 이식과 스킨케어용 화장품 제조에 생물학적 혁신을 도입하는 것에 대해 주의 깊이 생각해야 한다면서도 “업계 연구진은 실용적인 응용 방법에 대해 생각하기 시작했어요”라고 인정한다. “이것이 어떤 효과가 있을지는 전문가들도 예측하기 어렵습니다. 단순히 생각하면 회춘한 피부 세포로부터 추출물을 뽑아낸 다음 로션, 크림 등에 그 성분을 넣을 수도 있겠죠. 제조업자 입장에서는 수많은 의문을 제기할 수 있겠지만 이론상으로는 충분히 설명 가능한 일이니까요.” 프랑켄슈타인 같은 미래 시나리오를 듣고 있자니 현재의 DNA 서비스는 마치 혼돈의 질풍노도처럼 느껴졌다. 그래서 궁금증이 생겼다. 바야흐로 2020년, 초기 단계부터 맞춤형 DNA 사업에 투자한 만큼의 수익을 과연 얻고 있는 것일까? 재정적인 비용은 물론 방대한 데이터 프라이버시의 문제도 모두 포함해서 말이다. 앨런 튜링 연구소의 AI, 정의 인권 교수인 아잘리 모줌더는 “검사를 위해 오픈된 누군가의 유전 정보는 단순히 혼자만의 데이터가 아닙니다. 당사자를 비롯한 모든 친척의 정보까지도 오픈되는 겁니다”라고 조심스레 경고한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일부 유명한 유전자 분석 전문 기업들 덕분에 미국 인구의 절반 이상이 유럽 혈통이라는 사실을 DNA로 확인 가능할 정도니까 말이다. 심지어는 그 수치가 80%에 달한다는 전문가들도 있다. 물론 이러한 데이터베이스는 경찰이나 연방 기관에서 주요 범죄 사건의 용의자를 추적하는 데 큰 도움이 될 수도 있다. 단, 영국에서는 어떠한 범죄도 개인적인 유전적 데이터 자료를 사용해 해결한 적은 없다. 하지만 시행이 안 된 것뿐이지 가까운 미래에는 충분히 그러한 목적으로 이용될 가능성이 높다. 이뿐만이 아니라 보험회사가 거액의 보험금을 지불하기 전 미리 고객의 질병 유전자 정보를 참고할 가능성도 있다. 라이크 교수는 유전자 정보 및 데이터 축적에 관한 기술의 진보가 보편화되기 전에 더 많은 교육과 규제가 마련돼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모줌더 교수 역시 DNA 빅데이터가 우리에게 제공할 수 있는 의학적·사회적 그리고 인도주의적 진보를 감사하게 여기지만 본격 도입에 앞서 충분한 사전 조사와 부작용에 대한 검증도 반드시 선행돼야 한다고 설명한다. 그래서 결론적으로 내가 기대했던 맞춤형 뷰티 요법 찾기는 과연 어떻게 끝났는지 궁금한가? 실망스러울 수도 있지만, 나는 미션을 통해 완벽한 스킨케어에 대한 답은 업계의 가장 뛰어난 기술에서만 찾을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배웠다. 가장 최근의 연구가 이를 증명한다. 유전자 전문 분석 기업인 ‘23andMe’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진행된 한 연구에서는 피부 노화에 평소 습관이 유전적 요인보다 더 큰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현실에서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무엇일까?
자외선 차단, 보습, 규칙적인 숙면. 다시 말해 우리가 오랜 세월 들어왔던 가장 평범한 조언이라는 것이다. 내가 라이크 교수에게 안티에이징 팁을 물어봤을 때 그는 우리의 후생적 코드는 환경과 영양 그리고 라이프스타일 요소에 영향을 받는다고 말했다. 안티에이징을 위한 그의 권장 사항은 운동과 금연이다. 언젠가 멀지 않은 미래에는 커스터마이징과 DNA가 우리의 모든 시간과 돈 그리고 지구의 유한한 자원을 절약하게 해줄 것이다. 하지만 지금으로선? 나는 라이크 교수와 유선상으로 나눈 대화에서 얻어낸 조언을 당분간 믿어볼 생각이다.
 
 
DNA 유전 정보가 우리에게 제공할 수 있는  의학적·사회적 그리고 인도주의적 진보를 감사하게 여기지만 본격 도입에 앞서 충분한 사전 조사와 부작용에 대한 검정은 반드시 철저하게 이뤄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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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 Write 케이트 파솔라
  • editor 정유진
  • photo Dennis Pedersen
  • reference book <인류의 미래를 바꿀 유전자 이야기>
  • Digital Design 조예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