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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었던 식재료에 배신당한 썰 (feat.마늘, 생채소, 현미...)

원인도 모른 채 시름시름 앓고 피부까지 뒤집어져 병원에 갔더니 의사가 놀라운 진단을 내놓는다. 매일 맥주를 마시는 내게 맥주 알레르기가 있었다고? 지금껏 건강에 좋다고 믿고 먹어왔던 마늘과 채소, 현미밥을 멀리하라니? 난 내 몸을 몰라도 너무 몰랐다.

BYCOSMOPOLITAN2020.07.02
 
 

내가 맥주 고자라니!

자취생인 나의 주식은 2가지. 맥주와 달걀이었다. 자기 전 샤워 후에 들이켜는 맥주 한 모금에 그날의 스트레스를 풀었고, 건강한 독거인이 되기 위해 매일 달걀을 세 알 이상 먹으며 주 단백질 섭취원으로 삼았다. 이는 어디까지나 6개월 전까지의 이야기다. 올해 초 지연성 알레르기 검사를 받은 뒤, 내게 매일 먹던 맥주와 달걀흰자에 대한 알레르기 과민 반응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기 전까지는 그랬다. 시작은 피부 트러블이었다. 면역력이 약해졌는지, 아무리 쉬어도 체력이 회복되지 않고 피부까지 뒤집어진 것이다. 좀처럼 나지 않던 화농성 뾰루지가 얼굴 전체에 번지자, 사람을 만나는 것조차 꺼려졌다. 그때 지인이 예전에 자신도 비슷한 상황을 겪었는데 ‘이것’ 덕분에 해결했다며 추천해준 묘책이 바로 지연성 알레르기 테스트다.
그 흔한 복숭아나 꽃가루 알레르기도 없고 ‘돌도 씹어 먹는 아이’라 불릴 정도로 뭐든 잘 먹는 내가 아닌가? 일반적으로 우리에게 익숙한 ‘알레르기’는 음식을 먹은 뒤 대부분 피부나 호흡기에 즉각적으로 증상이 나타나는 급성 알레르기다. 이와 달리 지연성 알레르기는 음식 섭취 후 2일 이상 뒤늦게 나타나며 증상 자체가 큰 특징이 없어 원인을 찾기 어렵다. 지연성 알레르기 테스트는 음식물에 대한 만성 과민 반응을 조사하는 검사다. 우리 몸은 피부 접촉이나 호흡, 섭취 등으로 외부 물질과 만나면 몸을 보호하기 위한 면역반응이 일어나는데, 이 반응이 과하면 오히려 몸에 염증이 생기고 면역 기능을 해친다. 이 같은 음식물 과민 반응은 증상이 오래 지속되고, 체질에 맞지 않는 음식에 지속적으로 노출될 경우 만성질환을 유발할 수 있어 적극적으로 치료해야 한다. 그러나 모든 외부 물질이 한 사람의 체내에서 똑같은 이상 반응을 일으키는 건 아니며, 같은 물질이라도 체질에 따라 문제가 되지 않는 경우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특정 음식을 먹으면 어떤 수준의 과민 반응이 발생한다고 일반화하기는 어렵다. 만성 음식물 과민 반응 검사로 내 몸에 맞지 않는 음식을 가려내야 하는 이유다. 이 검사를 통해 과일, 채소, 곡물, 약초, 견과류, 육류, 해산물, 유제품 등 총 200여 종의 음식물에 대한 과민 반응 정도를 확인할 수 있다. 검사는 혈액 체취로 진행되며, 과일 37종과 채소 41종, 글루텐이 포함된 곡물 10종, 글루텐이 미포함된 곡물 7종, 약초와 양념류 32종, 견과류 15종, 육류 16종, 생선 및 해산물 40종, 달걀과 유제품 9종, 기타 항원 15종에 대해 검출된 면역반응의 민감도를 수치로 보여준다. 수치가 높을수록 그 음식에 대한 신체의 면역반응이 더 강하다는 의미다. 나는 달걀흰자, 보리, 맥주 주정 3가지 음식에 대한 알레르기 과민 반응이 드러났다. 또한 면역 과민 반응을 보이는 음식의 종류가 3가지로 다른 검진자들에 비해 확연히 낮은 편이었는데, 일반적으로 평균 8~10개 음식에 대해 민감성이 높은 수준이라고 한다. 한국 사람은 주로 밀가루나 유제품에 알레르기 반응을 보인다는 게 의사의 설명이다.
 

믿었던 채소가 뒤통수쳤다

만성 음식물 과민 반응 검사를 하기 전에 일종의 문진을 받았다. 의사의 소견은 지금껏 내가 몸에 좋은 식습관이라 여겼던 대부분의 것을 전복시켰다. 요는 개인적 체질에 의한 음식물 과민 반응을 식단에 반영하는것 외에도 보편적인 식습관 조절이 필요하다는 것인데, 가장 놀라운 사실은 모든 사람에게 생채소가 건강에 해롭다는 견해였다. 이게 무슨 뜬금없는 소리냐고? 〈플랜트 패러독스〉의 저자 스티븐 R. 건드리의 얘기를 들어보자. 그는 동물이나 곤충, 미생물, 균류에 잡아먹히지 않기 위한 식물의 방어 체계인 ‘렉틴’의 위험성을 강조한다. 식물은 동물 포식자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독소를 만드는데, 이 렉틴이 인간의 체내에 염증을 일으키고, 살찌게 하며, 심각한 질병을 유발한다는 것이다. 나의 주치의이자 이 책의 검수를 담당한 호산병원 가정의학과 양준상 교수의 의견도 건드리 박사 이론과 궤를 같이한다. “그동안 사육당하고 도살당하는 동물의 스트레스에 집중해온 결과, 동물 대신 식물을 선택하면서 채식은 그 자체로 미화돼왔다. 식물에 포함된 렉틴은 포식자를 공격한다. 그래서 식물을 적절하게 가공하지 않고 함부로 먹으면, 면역 체계가 교란돼 스스로를 공격하는 지경에 빠질 수 있다.” 그렇다면 무엇을 어떻게 먹어야 건강한 걸까?
결과적으로 쌀밥에 고기 반찬을 곁들여 먹는 것이 인간의 몸에 가장 이로운 식단이다. 일반적으로 현미가 백미보다 건강하다고 알려졌지만, 사실 현미를 먹으면 소화가 잘 안 되고 속이 더부룩하다고 호소하는 사람도 많다. 오히려 고도로 정제된 탄수화물로 혈당을 빠르게 높여 건강에 안 좋다고 알려진 백미를 먹는 것이 몸에는 더 이롭다. 백미는 도정을 거치면서 렉틴이 모두 제거되므로 염증과 알레르기를 일으키지 않기 때문이다.
한국인의 식단에서 빠질 수 없는 마늘과 파 역시 염증을 유발하니 피하는 게 좋다. 특히 마늘은 항암 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있지만, 학계에서는 이를 인정하지 않는 분위기다. 오히려 마늘은 복부에 가스를 차게 하고, 뾰루지를 만들고, 얼굴색을 칙칙하게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마늘을 멀리하면서 피부가 좋아지고 건강을 회복하는 환자들을 수없이 봤다. 마늘은 위궤양을 유발하고 장에 구멍을 낸다. 그 구멍으로 렉틴이 들어와 몸에 염증 반응을 일으킨다.” 식단 조절 후 수많은 환자의 몸이 변화하는 걸 지켜본 양준상 교수의 간증이다.
 

내 몸에 곰팡이가 산다

주치의가 내 건강 악화와 피부 트러블의 원인으로 꼽은 또 한 가지 가능성은 체내 곰팡이인 진균이다. 실리콘밸리식 건강 식단을 소개하는 〈최강의 식사〉의 저자 데이브 아스프리는 우리가 먹는 음식에 든 항영양소 중 하나가 곰팡이 독소라고 지적한다. 거의 모든 사람이 끼니마다 만성적으로 곰팡이 독소를 섭취해, 음식을 먹으면 먹을수록 체내에 곰팡이가 축적된다는 것이다. 직접 섭취하지 않더라도 요즘같이 더운 여름철에는 집 안에 곰팡이가 피기 쉬워, 호흡기를 통해 곰팡이에 노출된다. 이렇게 체내로 유입된 곰팡이가 필요 이상으로 증식하면 구토, 재채기, 천식, 기관지염, 편도선염 등의 만성 증상을 일으키고, 신장이나 간에 치명적인 손상을 입힐 수도 있어 유의해야 한다. 특히 몸의 면역력이 낮아진 상황이라면, 진균에 감염될 가능성이 높으니 특히 주의하는 것이 좋다.
 

생리 전 뾰루지가 안 난다

나는 의사의 진단에 따라 건강 악화의 원인으로 의심되는 3가지 요인에 대해 각각 다른 방법으로 대처했다. 하나, 만성 음식물 과민 반응 검사 결과 과민 반응이 높은 것으로 나타난 달걀흰자와 보리, 맥주 주정을 철저히 멀리했다. 대신 여러 가지 대체 음식으로 균형 있게 영양소를 섭취할 수 있도록 신경 썼다. 달걀흰자는 두부와 닭 가슴살, 콩 등으로 대체해 단백질을 보충하는 식이다. 문제는 보리, 주정과 관련 있는 맥주였다. 취향의 영역을 제한받는 건 영양소와는 또 다른 차원의 고뇌였다. 맥주 금주령은 삶의 텐션을 상당히 떨어뜨렸지만, 증류주와 전통주로 눈을 돌렸더니 해결됐다. 둘, 식단에서 렉틴을 줄이려면 습관을 바꾸는 게 중요했다. 채소는 렉틴을 최소화할 수 있게 가급적 익힌 채소 위주로 먹었다. 조리 과정에서 렉틴이 제거될 수 있도록 말이다. 난제는 마늘과 파 섭취량을 줄이는 것이었다. 외식을 하면 할수록, 한식에서 파와 마늘이 얼마나 큰 비중을 차지하는지 실감할 뿐이었다. 온갖 음식의 맛을 마늘로 시작해 파로 마무리하는 한식을 먹을 때 이 둘을 완전히 배제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대신 가능하면 식사하기 전에 요리의 파와 마늘을 숟가락으로 조금 덜어내 섭취를 줄이는 수준에서 만족해야 했다. 셋, 체내에 있을지도 모를 진균은 약으로 다스렸다. 이라졸정, 라모난정, 독시라마이신 캡슐, 보령메이액트정 등 진균 항생제를 두 달간 하루에 2회 복용했다.
두 달 뒤 내 몸은 어떻게 변했을까?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기분 탓인지 몰라도 생기 넘치는 바이오리듬을 되찾았고, 하루의 끝에 느끼는 피로도도 낮았다. 피부도 눈에 띄게 좋아졌다. 심지어 호르몬의 영향이라 생각했던 턱 뾰루지도 완화돼, 생리 주기 직전에도 별다른 피부 트러블이 없어 놀라울 정도였다. 식이 조절과 항생제 복용 중 어떤 것이 주된 해결책이 됐는지는 알 수 없지만, 여러 가지 노력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건강을 되찾은 것이다.
때때로 우리는 몸에 대해 너무 막연한 이해를 앞세워 몸이 보내는 신호를 간과한다. 컨디션이 좋지 않으면 그저 “피곤해서”, “면역력이 떨어져서”같이 관대한 이유를 상정한 뒤, 내 몸이 왜 아픈지에 대한 세부적인 요인은 이해하려 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저 주위에서 그렇다고 하니 ‘배달 음식보다는 집밥이’, ‘고기보다는 채소 위주의 식단’이 건강하다고 여길 뿐, 내 몸이 어떤 음식에 민감하게 반응하는지 몸의 미세한 변화에 대해서는 귀 기울이지 않는다. 만약 당신이 뚜렷한 연유도 모른 채, “왜 이렇게 맨날 피곤하지?”라고 외치고 있다면, 이제는 자신의 몸을 이해하려 노력해야 할 때다. 스스로의 몸이 특별하다 여긴다면, 먼저 나의 몸이 가진 특별한 성질부터 파악해야 한다. 자신의 몸에 대해 알아가는 과정에서 만성 음식물 과민 반응 검사로 상상도 못 했던 음식과 궁합이 맞지 않다는 사실을 알게 될 수도 있고, 렉틴을 멀리하는 식습관을 시도하다 보면 마냥 채소만 많이 먹는다고 좋은 게 아니라는 사실을 온몸으로 체감할지도 모른다. 물론 만성 음식물 과민 반응 검사 비용이 20만원대로 결코 적은 액수는 아니지만, 평생 풀어나가야 할 ‘건강’이라는 숙제의 첫 장에 쓸 수 있다면 꽤 합리적인 투자가 아닐까? 무엇보다도 중요한 건 내 몸에 대해 적극적으로 탐구하려는 자세라는 것은 두말할 것도 없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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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 Editor 하예진
  • photo by Donna Trope/Trunk Archive/Snapper Images
  • reference book <최강의 식사>/<플랜트 패러독스>
  • Digital Design 조예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