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가 맥주 고자라니!
」그 흔한 복숭아나 꽃가루 알레르기도 없고 ‘돌도 씹어 먹는 아이’라 불릴 정도로 뭐든 잘 먹는 내가 아닌가? 일반적으로 우리에게 익숙한 ‘알레르기’는 음식을 먹은 뒤 대부분 피부나 호흡기에 즉각적으로 증상이 나타나는 급성 알레르기다. 이와 달리 지연성 알레르기는 음식 섭취 후 2일 이상 뒤늦게 나타나며 증상 자체가 큰 특징이 없어 원인을 찾기 어렵다. 지연성 알레르기 테스트는 음식물에 대한 만성 과민 반응을 조사하는 검사다. 우리 몸은 피부 접촉이나 호흡, 섭취 등으로 외부 물질과 만나면 몸을 보호하기 위한 면역반응이 일어나는데, 이 반응이 과하면 오히려 몸에 염증이 생기고 면역 기능을 해친다. 이 같은 음식물 과민 반응은 증상이 오래 지속되고, 체질에 맞지 않는 음식에 지속적으로 노출될 경우 만성질환을 유발할 수 있어 적극적으로 치료해야 한다. 그러나 모든 외부 물질이 한 사람의 체내에서 똑같은 이상 반응을 일으키는 건 아니며, 같은 물질이라도 체질에 따라 문제가 되지 않는 경우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특정 음식을 먹으면 어떤 수준의 과민 반응이 발생한다고 일반화하기는 어렵다. 만성 음식물 과민 반응 검사로 내 몸에 맞지 않는 음식을 가려내야 하는 이유다. 이 검사를 통해 과일, 채소, 곡물, 약초, 견과류, 육류, 해산물, 유제품 등 총 200여 종의 음식물에 대한 과민 반응 정도를 확인할 수 있다. 검사는 혈액 체취로 진행되며, 과일 37종과 채소 41종, 글루텐이 포함된 곡물 10종, 글루텐이 미포함된 곡물 7종, 약초와 양념류 32종, 견과류 15종, 육류 16종, 생선 및 해산물 40종, 달걀과 유제품 9종, 기타 항원 15종에 대해 검출된 면역반응의 민감도를 수치로 보여준다. 수치가 높을수록 그 음식에 대한 신체의 면역반응이 더 강하다는 의미다. 나는 달걀흰자, 보리, 맥주 주정 3가지 음식에 대한 알레르기 과민 반응이 드러났다. 또한 면역 과민 반응을 보이는 음식의 종류가 3가지로 다른 검진자들에 비해 확연히 낮은 편이었는데, 일반적으로 평균 8~10개 음식에 대해 민감성이 높은 수준이라고 한다. 한국 사람은 주로 밀가루나 유제품에 알레르기 반응을 보인다는 게 의사의 설명이다.
믿었던 채소가 뒤통수쳤다
」결과적으로 쌀밥에 고기 반찬을 곁들여 먹는 것이 인간의 몸에 가장 이로운 식단이다. 일반적으로 현미가 백미보다 건강하다고 알려졌지만, 사실 현미를 먹으면 소화가 잘 안 되고 속이 더부룩하다고 호소하는 사람도 많다. 오히려 고도로 정제된 탄수화물로 혈당을 빠르게 높여 건강에 안 좋다고 알려진 백미를 먹는 것이 몸에는 더 이롭다. 백미는 도정을 거치면서 렉틴이 모두 제거되므로 염증과 알레르기를 일으키지 않기 때문이다.
한국인의 식단에서 빠질 수 없는 마늘과 파 역시 염증을 유발하니 피하는 게 좋다. 특히 마늘은 항암 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있지만, 학계에서는 이를 인정하지 않는 분위기다. 오히려 마늘은 복부에 가스를 차게 하고, 뾰루지를 만들고, 얼굴색을 칙칙하게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마늘을 멀리하면서 피부가 좋아지고 건강을 회복하는 환자들을 수없이 봤다. 마늘은 위궤양을 유발하고 장에 구멍을 낸다. 그 구멍으로 렉틴이 들어와 몸에 염증 반응을 일으킨다.” 식단 조절 후 수많은 환자의 몸이 변화하는 걸 지켜본 양준상 교수의 간증이다.
내 몸에 곰팡이가 산다
」생리 전 뾰루지가 안 난다
」두 달 뒤 내 몸은 어떻게 변했을까?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기분 탓인지 몰라도 생기 넘치는 바이오리듬을 되찾았고, 하루의 끝에 느끼는 피로도도 낮았다. 피부도 눈에 띄게 좋아졌다. 심지어 호르몬의 영향이라 생각했던 턱 뾰루지도 완화돼, 생리 주기 직전에도 별다른 피부 트러블이 없어 놀라울 정도였다. 식이 조절과 항생제 복용 중 어떤 것이 주된 해결책이 됐는지는 알 수 없지만, 여러 가지 노력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건강을 되찾은 것이다.
때때로 우리는 몸에 대해 너무 막연한 이해를 앞세워 몸이 보내는 신호를 간과한다. 컨디션이 좋지 않으면 그저 “피곤해서”, “면역력이 떨어져서”같이 관대한 이유를 상정한 뒤, 내 몸이 왜 아픈지에 대한 세부적인 요인은 이해하려 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저 주위에서 그렇다고 하니 ‘배달 음식보다는 집밥이’, ‘고기보다는 채소 위주의 식단’이 건강하다고 여길 뿐, 내 몸이 어떤 음식에 민감하게 반응하는지 몸의 미세한 변화에 대해서는 귀 기울이지 않는다. 만약 당신이 뚜렷한 연유도 모른 채, “왜 이렇게 맨날 피곤하지?”라고 외치고 있다면, 이제는 자신의 몸을 이해하려 노력해야 할 때다. 스스로의 몸이 특별하다 여긴다면, 먼저 나의 몸이 가진 특별한 성질부터 파악해야 한다. 자신의 몸에 대해 알아가는 과정에서 만성 음식물 과민 반응 검사로 상상도 못 했던 음식과 궁합이 맞지 않다는 사실을 알게 될 수도 있고, 렉틴을 멀리하는 식습관을 시도하다 보면 마냥 채소만 많이 먹는다고 좋은 게 아니라는 사실을 온몸으로 체감할지도 모른다. 물론 만성 음식물 과민 반응 검사 비용이 20만원대로 결코 적은 액수는 아니지만, 평생 풀어나가야 할 ‘건강’이라는 숙제의 첫 장에 쓸 수 있다면 꽤 합리적인 투자가 아닐까? 무엇보다도 중요한 건 내 몸에 대해 적극적으로 탐구하려는 자세라는 것은 두말할 것도 없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