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auty

나도 혹시 '펀슈머'?

코로나19로 역대급 인생 노잼 시기가 찾아왔다. 지루하고 따분한 것이라면 뭐든 극혐 대상 일순위. 화장품도 재미가 있어야 팔린다.

BYCOSMOPOLITAN2020.06.29
 
숨이 넘어갈 듯 ‘깔깔’ 소리 내어 웃어본 게 대체 언제인지. 낙이라고는 당최 없는 코로나19 일상을 화려한 빛으로 감싸준 것이 있으니, 바로 유튜브 알고리즘이 찾아낸 ‘깡’ 댓글 모음 영상이었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밤새 댓글을 완독하며  〈놀면 뭐하니?〉 본방 사수도 했다. 이유는 단 하나, 그저 ‘재미’있어서다.  ‘재미’가 이렇게나 중요하다. 쇼핑도 마찬가지다. 단순히 기업이 제공하는 서비스나 재화를 수동적으로 소비하는 것은 ‘라떼’ 시절 얘기. 누구나 유튜브와 소셜 미디어를 통해 콘텐츠를 재가공하고 공유할 수 있게 된 밀레니얼 세대와 Z세대에게 중요한 것은 오직 ‘재미’다. 기발하거나, 우습거나, 특별하지 않다면 아웃 오브 안중. 그래서 우리는 이들을 재미를 뜻하는 펀(Fun)과 소비자를 뜻하는 컨슈머(Consumer)가 합쳐진 신조어, ‘펀슈머(Funsumer)’라는 이름으로 부른다.
 

내 피드는 소중하니까

2020년 7월 기준, 전 세계 인스타그램 사용자는 무려 10억여 명. 그중 대다수는 밀레니얼 세대와 Z세대다. 이들은 앞서 설명한 것처럼 자신이 먹거나, 구입하거나, 경험한 것들을 SNS에서 공유하는 것에 굉장히 익숙할 뿐더러 때로는 그것이 삶의 전부인 것처럼 여긴다. 그래서 이들은 화장품을 살 때도 ‘인스타에 올리기 적합한지’를 먼저 따진다. 예쁘거나, 재미있거나 혹은 그 둘 다이거나. 펀 마케팅이 성행하는 이유다. 브랜드에서도 이러한 소비 트렌드에 맞춰 다양한 ‘핵잼템’을 선보이고 있다. 그중에서도 특히 펀슈머들의 반응이 뜨거운 것은 이종 업계 간의 협업물이다.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두 분야가 만나 탄생한 컬래버 제품은 순식간에 ‘인싸템’으로 등극! 특성상 한정 판매될 수밖에 없기에 펀슈머들은 더욱더 절실하게 달려든다. 출시되자마자 순삭된 미샤×팔도 비빔면 ‘팔도 BB크림면’, 스와니코코×곰표 밀가루 ‘밀가루 쿠션’, 닥터케라피×말표 ‘말표 종합선물세트’ 등이 대표적. 대대적인 광고도, PPL도 없었지만 당시 인스타그램에는 연일 이와 관련된 포스팅이 줄을 이었다. 지금 위시 리스트에 있는 건 얼마 전 ‘밉지 않은 관종 언니’ 이지혜의 피드에서 발견한 구달×삐삐 버전의 ‘청귤 비타C 잡티 세럼 플러스’. 카카오 리틀 프렌즈 덕후라면 에스티 로더가 카카오 선물하기에서 단독으로 선보이는 ‘퓨어 컬러 러브 립스틱×리틀 프렌즈 에디션’이나 온더바디의 ‘리플 프렌즈 섬머 스페셜’도 흥미로울 터.그렇다고 모든 협업이 다 구미를 당기는 건 아니다. 컬래버레이션의 성패는 ‘궁합’에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비벼 먹는 면이니까 BB크림면(미샤×팔도 비빔면), 피부를 밀가루처럼 새하얗게 만들어주는 미백 쿠션(스와니코코×곰표 밀가루), 손발과 입술에 광을 내주는 밤(닥터케라피×말표 구두약)처럼 누구나 손뼉을 ‘탁!’ 치게 만드는 접점이 있을 때 더 큰 공감을 이끌어낼 수 있다. “삐삐의 밝고 당찬 매력과 구달이 추구하는 여성상이 일치했고, 그런 삐삐와 구달이 함께라면 잡티 따위 쉽게 물리칠 수 있을 거라는 재미난 상상에서 출발했어요.” 구달 MC팀 한송이 대리의 설명이다.
 

재미있어서 하마터면 먹을 뻔했다

끝내주는 컬래버는 아니지만, 그 자체로도 지름신을 부르는 이른바 ‘가잼비’ 아이템도 있다. 가잼비란, 가성비&가심비를 잇는 핵찐 소비 트렌드. 가격과 비례해 얻을 수 있는 즐거움의 크기에 제품의 가치를 둔다는 개념이다. 진짜 초콜릿 아니냐고 난리가 났던 에뛰드하우스 ‘허쉬 컬렉션’의 2가지 아이 팔레트는 출시된 지 반년이 돼가는 지금도 틈틈이 피드에 오르내리는 역대급 가잼비의 아이콘이다. ‘초코렛’ 하면 또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오즈 시리얼을 꼭 닮은 토니모리의 ‘트로피칼 시리얼 초코 오즈 볼’ 구슬 파우더다. 구슬 파우더의 원조는 겔랑이지만, 비싼 럭셔리 화장품은 펀슈머들에게 그저 ‘노잼’일 뿐! 자신의 소비 경험을 SNS에 공유하며 ‘좋아요’와 댓글을 부르고, 이를 통해 일종의 유행을 선도하는 것에서 희열을 찾는 Z세대는 가격 착하고 귀여운 이른바 ‘탕진잼’에 훨씬 큰 반응을 보인다. ‘멘토스’ 캔디에서 모티브를 얻은 이니스프리 ‘노세범 미네랄 파우더 멘토스 에디션’, ‘스키틀즈’를 연상시키는 패키지와 새콤달콤한 과일 캔디 향의 16 브랜드 ‘R U 16 후르츄 립스틱’도 SNS상에서 핫한 가잼비 아이템. 펀슈머들은 비용을 지불하고 물건을 구입하는 것에 그치는 게 아니라, 자신들의 SNS를 통해 자발적이며 적극적으로 이를 다시 홍보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브랜드 입장에서도 여간 고마운 일이 아니다.
 

사지 마세요, 인스타에 양보하세요

밀레니얼 세대와 Z세대의 또 다른 뚜렷한 특징 중 하나는 ‘경험’을 소비하는 데도 적극적이라는 점이다. 물론 여기서도 선별 기준은 같다. 시코르나 세포라 같은 대형 편집숍이 굳이 제품을 구매하지 않는 방문객일지라도 마음껏 제품을 써볼 수 있도록 테스트존을 마련한 것은 업로드와 이를 통한 홍보 효과까지 치밀하게 계산한 마케팅의 일환이라는 소리다. ‘손해 보는 장사’임이 뻔한데 소위 콘셉트 스토어에 막대한 자본을 투자하는 대기업의 행보도 같은 맥락. 재미나고 특별한 경험을 통해 동반 상승하는 브랜드 이미지는 덤이다. 아모레퍼시픽의 거의 모든 제품을 체험할 수 있고, 아티스트로부터 공짜로 메이크업 터칭 서비스를 받거나 여러 가지 무료 클래스에 참석할 수 있도록 꾸며진 ‘아모레 성수’, ‘아이글로우미 컬렉션’ 론칭과 함께 한 달간 운영될 헤라의 팝업 스토어 역시 방문객들에게 재미있는 경험을 제공하는 데 사활을 걸었다. “과연 ‘가고 싶은, 인증하고 싶은 전시회’인가를 끊임없이 재고했죠. ‘인스타 사진 맛집’이라는 입소문을 통해 헤라라는 브랜드의 이미지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더하는 것이 이번 팝업 스토어의 목표라 할 수 있어요.” 헤라 마케팅 담당자의 말이다.
 

재미는 잠깐이지만 경험은 영원하다

경험이 주는 재미는 온라인상에 더 방대하게 존재한다. 누구나 한 번쯤 해봤을 스냅챗의 ‘아기필터’, 스노우의 ‘닮은꼴 연예인 찾기’ 같은 서비스도 여기에 해당된다. 최근 눈에 띄는 건 Z세대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는 ‘잼페이스’ 애플리케이션이다. 잼페이스는 AI 기반의 뷰티 콘텐츠 큐레이션 앱. 사진을 찍으면 AI가 얼굴형과 이목구비를 분석해 나와 가장 닮은(?) 뷰티 크리에이터를 찾아주는 페이스 매칭 서비스로 인기다. 게다가 20~30분가량 되는 풀 메이크업 동영상을 세부화해서 ‘입술’, ‘셰이딩’, ‘눈’ 메이크업처럼 내가 원하는 부분으로 점프하거나 그 부분만 구간 반복해서 보는 것이 가능해 유튜브보다 훨씬 더 편리하고 직관적이라는 평. “재미있는 정보만 ‘툭’ 제공한다면 한 번으로 끝이겠죠. 개개인이 필요로 하는 정보(뷰티 크리에이터)를 콕 집어 찾아주는 것으로 시작하지만, 그보다 더 알찬 정보가 이어진다는 데 차별점이 있어요.” 잼페이스 마케팅 디렉터 조은선은 AI 객체 인식 기술을 통해 유튜버가 사용한 화장품을 바로바로 확인하고, 구매까지 원스톱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구현하는 것이 잼페이스의 최종 목표라고 덧붙였다. 재미있는 것은 물론 매력적이다. 이런 제품이나 장소를 찍으면 사진도 예쁘게 나오고, 인스타그램에서 반응도 좋다. 하지만 여기서 멈춘다면 ‘예쁜 쓰레기’에 지나지 않는다. 일회성의 피드가 아닌 파우치 속에서 오래오래 함께 할 수 있을 만큼 매력적인 대상을 찾는 것이야말로 현시대가 요구하는 절대 안목. 물론 웃기기만 한 게 아니라, 유머와 지성을 겸비한 남자를 찾는 일처럼 쉽진 않겠지만 말이다.

Keyword

Credit

  • 프리랜스 에디터 김희진
  • photo by Getty Images(여자)
  • iMBC <놀면 뭐하니?> 화면 캡처(비)
  • 각 브랜드(나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