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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휴가에 친구 결혼식이 끼인다면?

이젠 더 이상 ‘우정’과 ‘연휴’ 사이에서 한 가지만 선택하긴 싫다. 제발 너의 결혼식이 나의 연휴에 끼어들지 않길 바란다.

BYCOSMOPOLITAN2020.06.19
 
 
나는 나쁜 친구가 아니다... 내 휴일을 약탈하는 당신이 나쁜 친구다!

나는 나쁜 친구가 아니다... 내 휴일을 약탈하는 당신이 나쁜 친구다!

연휴란 우리의 꿈을 펼칠 수 있는 날이다(우선 미리 달력을 확인한 사람은 알겠지만, 올해는 현충일도 광복절도 개천절도 전부 토요일이라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부터 전해야겠다. 이쯤이면 2020년이 우리에게 단단히 삐친 게 분명한 것 같은데…. 그래도 다행히 추석 연휴와 한글날·크리스마스 황금연휴가 있으니 너무 좌절하지는 말자). 연휴엔 하고 싶은 게 너무 많다. 침대에 드러누운 채 하루 종일 넷플릭스 정주행하기, 의자와 침대 발치에 쌓아둔 빨랫감 세탁기에 빨기, 하루 세끼 다양하고 풍족한 배달 음식 시켜 먹기 등…. 마침 공휴일이 주말 앞뒤로 붙어 있을 땐 그야말로 우리의 꿈을 이룰 수 있는 최적의 타이밍이다.  
하지만 근래 새로운 하나의 트렌드가 우리의 소중한 72시간짜리 연휴를 위협하고 있다. 바로 ‘홀리데이 웨딩’, 즉 연휴에 (특히 여행지에서) 결혼식을 올리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최근에는 코로나19 사태로 일시적이나마 그 숫자가 줄어들었지만) 유명한 휴양지에 친지와 친구들을 초대해 결혼식을 올리는 일도 드물지 않다. 잠깐만, 뭐라고? 홀리데이 웨딩은 아무런 잘못이 없다고? 오히려 휴가나 축제처럼 연휴를 더욱 알차고 재미있게 즐길 수 있다고? 진심으로 하는 말은 아니겠지?
 
우선 이러한 홀리데이 웨딩은 일반 결혼식보다 더 많은 돈이 든다. 예를 들어 새해 연휴에 휴양지에서 결혼식을 올린다고 치면, 교통비만 해도 두세 배가 넘게 지불해야 한다. 게다가 숙박은 또 어떻고? 신부가 예약하라고 알려준 그 호텔은 지금 전 세계의 모든 여행객이 눈여겨보는 곳이라 비싼 것은 물론이요, 예약도 쉽지 않다(물론 네 결혼식에는 정말 참석하고 싶지만, 그 돈이면 배달 음식을 몇 주나 시켜 먹을 수 있는지 알고 있니, 친구야?). 게다가 수많은 인파는 또 어떤가? 개인적인 경험담을 털어놓자면, 언젠가 공휴일이 낀 극성수기 연휴에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결혼식에 참석한 적이 있다. 그 당시 호텔 체크인을 기다리는 대기 줄은 호텔 출입문을 지나 바깥까지 뜨거운 뙤약볕 아래 뱀처럼 이어졌다.
 
그런가 하면 정신적인 스트레스도 빼놓을 수 없다. 애초에 연휴는 오래전부터 미리 계획을 세우기 때문에 취소하거나 일정을 다시 잡기가 쉽지 않다. 가령 다 같이 시간이 맞아 가족 여행을 떠나기로 했다든가, 오랜만에 엄마와 오붓하게 데이트를 즐기기로 했다든가…. 미리 가족과 잡은 약속을 취소하거나 미루는 것은 말처럼 쉽지 않다(엄마의 서운함을 결혼하는 친구가 대신 풀어주는 것도 아니고 말이다!). 실제로 그 여파는 몇 주, 몇 달간 이어질 수도 있다. 아마 명절 때마다, 혹은 가족이 한데 모일 때마다 “그때 네가 여행을 취소하는 바람에…”라는 말을 귀에 딱지가 앉도록 듣게 될지도 모른다.
 
몇몇 사람들은 이렇게 말한다. “진짜 당신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공휴일이든, 가족 행사나 다른 무슨 일이 있어도 당신의 결혼식에 참석할 것이다”라고 말이다. 이 케케묵은 사고방식은 정말이지 불공평하다. 물론 내가 사랑하고 아끼는 친구가 식장을 걸어 들어가는 모습을 놓치고 싶진 않다. 마치 내 딸이 결혼하는 것처럼 축하의 눈물을 펑펑 쏟아줄 자신도 있다.
 
하지만 나에겐 그 친구만큼이나 내가 사랑하는 ‘다른’ 사람들(가족이나 친구, 심지어 반려동물까지)과의 선약이 있을 수도 있지 않겠나? 친구들아(특히 평소에는 연락도 안 하다가 갑자기 묵직한 초대장을 보내 나의 소중한 자유 시간을 빼앗아 가는 친구들아), 제발 우리의 부탁을 들어주길 바란다. 네 인생의 터닝 포인트가 될 그 중요하고 성대한 파티는 일 년 중 100여 일이나 되는 많고 많은 다른 주말에 계획하자. 그렇지 않으면 분명 네 결혼 날짜를 두고 평생 뒷담화하는 사람들이 생길 거다(진짜 이런 얘긴 평생 술자리의 안주로 입에 오르내린다). 그러니 제발 연휴(올해는 특히나 귀중한 한글날과 크리스마스 연휴)를 피해주길 바란다. 사랑한다. 진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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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 Write 로라 벡(Laura Beck)
  • freelance editor 박수진
  • illustrator Katie Buckleltner
  • Digital Design 권형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