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에서의 성차별, 없애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 코스모폴리탄코리아 (COSMOPOLITAN 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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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에서의 성차별, 없애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오늘날 많은 여성이 자신의 건강 상태에 대한 제대로 된 진단을 받지 못한 채 집으로 돌아간다. 심지어 이로 인해 처참한 결과를 얻기도 한다. 의료계에서 여성 환자들이 이런 대접을 받는 이유가 무엇인지 살펴봤다.

COSMOPOLITAN BY COSMOPOLITAN 2020.06.09
 
 
가치관의 학습
해마다 새로운 학기가 시작되면 수천 명의 학생이 의대에 입학한다. 그들은 마음속에 무의식적으로 자리 잡은 편견을 가지고 캠퍼스에 들어선다. 물론 이는 사람마다 다르다. 살면서 겪은 경험과 성장 환경이 가치관이나 편견을 만드는 데 영향을 미칠 테니 말이다. 하지만 우리 모두 어느 정도의 편견을 가지고 있다. 신경과학자들은 이것이 아주 이른 나이에 형성된다고 말한다. 게다가 의료 훈련은 남성 중심의 연구에서 얻은 정보를 토대로 할 뿐만 아니라 기존의 편견을 확증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그 훈련을 받는 의사가 남자인지 여자인지는 관계없이 말이다.
영국 의사 협회의 회원이자 영국 국민보건서비스 소속 정신의학 전문의 수련의인 나탈리 애시버너 박사는 “확실히 의대에서는 배워야 할 것이 많아요. 그래서 종종 우리는 패턴 인식법을 터득하죠. 공통적인 것을 찾는 방법 말이에요”라고 설명한다. “이 때문에 우리가 치료 방법을 살펴볼 때 특정 집단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만약 당신의 증상이 정해진 패턴(한 가지 성별에 치우친 연구 결과에서 나온 자료와 세부 사항을 바탕으로 형성된 패턴)에 해당되지 않으면, 당신의 질환이 제대로 파악될 가능성은 줄어드는 것이다.
과학자들은 우리 뇌가 무의식적인 편견에 사로잡히기 쉬운 이유는 사람들을 특정 집단으로 묶는 것이 압도적인 세상을 헤쳐 나가는 데 도움을 주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니 일부 의사들이 패턴 인식이라는 방법에 의존한다는 사실은 놀랄 일도 아닌 셈이다.
“이런 편견을 인식하는 유일한 방법은 자기반성을 하는 것이죠”라고 공중 보건의 겸 임상 강사인 세라 힐만은 말한다. “저는 수년간 맹목적으로 의료 행위를 행해왔어요. 제가 가진 편견을 인식하지 못한 상태로 말이죠. 그러한 편견에 대해 저 자신을 일깨우기 시작했을 때 비로소 저의 의식이 성장하기 시작했어요. ‘왜 누군가에게 그런 감정을 느꼈을까?’라는 생각을 하지 않는 이상, 우리는 평생 똑같은 의료 행위를 반복할 위험에 놓인 거예요”라고 그녀는 경고한다.
현재 영국 국민보건서비스 내 모든 직원은 매년 평등 훈련을 받는다. 하지만 코스모가 만난 총 10명의 의사는 이 훈련 과정이 보통 30분간의 온라인 강좌와 마무리 퀴즈로 구성된다고 말한다. 이러한 훈련 방식은 의사들이 가진 개인적인 편견, 또 그로 인한 잠재적인 차별 대우의 가능성을 자세하게 들여다보지 않는다.
선입견에 따른 행동은 우리 모두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다. 남자 환자에게서 미처 발견하지 못한 유방암이든, 제대로 치료하지 못한 여자 환자의 심장 질환이든, 이러한 피해는 성별에 대한 고정관념을 고수하는 한 계속해서 발생한다. 의사들이 고의로 여자 환자를 차별한다고 말하는 이들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무의식적인 편견은 말 그대로 무의식적이라는 점에서 문제다. 이는 우리 사회 전반에 스며든다. 마치 우리가 들이쉬는 공기처럼 말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외과의’라는 단어를 들으면 남자부터 떠올리고, 각종 TV 프로그램에서는 여전히 “히스테리 부리는 여자”라는 묘사를 사용하는 것이다.
물론 편견은 양방으로 형성된다는 사실도 빼놓을 수 없다. “남자는 강해야 한다”라는 말을 듣고 자란 남자들에게도 편견은 존재한다. 그래서 그들은 정신적 혹은 신체적인 건강 문제에 직면해도 늦어서 손쓸 수 없을 때까지 의사를 찾아가길 거부하는 것이다. 남자들은 여자들보다 병원을 찾아가는 횟수가 적다. 그리고 자살은 여전히 50대 이하의 남성들에게 발생하는 사망의 주요 원인이다. 또한 40가지의 주요 사망 원인 가운데 33가지는 남자들에게서 더 흔하게 발생한다고 한다. 여기에는 물론 다양한 요인이 존재할 것이다. 하지만 전문의들은 이것이 주로 환경적인 요인이라고 생각한다. 남자들은 술과 약물로 자가 치료를 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또한 이들은 자동차 사고를 겪을 확률이 더 높다. 부주의한 운전의 결과다. 그런가 하면 이들은 한 가지 길을 고수해야 한다는 말을 듣고 자라는데, 이 또한 남자들에게 큰 해를 끼치는 것이나 다름없다. 그래서 건강에 관해서는 남자들도 그들만의 문제를 겪는다. 하지만 남자들이 직면하는 문제는 여자들의 그것과는 다르다. 여자들은 무시당하고, 집으로 돌아가거나 오진을 받고, 최악의 경우 아예 진단조차 받지 못한다. 편견은 어디에나 존재한다. 그리고 의료계에서는 그에 대한 위험성이 훨씬 더 크다.


로봇의 등장
기술은 종종 의료계의 부담을 완화해줄 돌파구로 묘사되곤 한다. 이는 결과적으로 진단, 치료, 성별에 있어 좀 더 평등한 환경을 형성할 수 있다. 의료 앱과 AI가 통합된 의료 서비스는 의료계의 규칙을 다시 쓸 수 있는 기회가 될지도 모른다. 어쨌든 AI는 성별에 대해 개인적인 견해를 갖지 않으니 말이다. 이는 선입견이라는 베일을 통해 데이터를 바라보지 않기 때문이다. 아닌가? AI도 선입견으로 환자를 볼 가능성이 있을까? 의료 서비스 앱 ‘바빌론’은 지난해 대중적으로 큰 비난을 받았다. 해당 알고리즘이 갑작스러운 가슴 통증과 구토 증세를 보인 남성 흡연자에게는 응급실에 가라고 조언한 반면, 그와 나이·프로필·증상이 같은 여자에게는 공황장애 발작일 가능성이 높다고 말한 것이다. 바빌론 측에서는 그들의 증상 검색 프로그램이 진단 도구로 사용되길 의도하지는 않았다는 점을 강조했다. 또한 해당 여성은 예전에 공황장애로 발작을 일으킨 병력이 있다는 점도 언급했다. 그들은 앱의 검색 프로그램이 수많은 연구 논문에서 얻은 자료를 토대로 증상을 파악한다고 했다. 하지만 만약 그러한 논문이 남성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나온 자료라면, 기술 기반의 의료 서비스도 그 속에 편견을 가지고 있다는 뜻이 아닐까? 어쨌든 공식 자료에 따르면 STEM(과학, 기술, 공학, 수학) 분야에 종사하는 사람 중 여자가 차지하는 비율은 현저히 적으니 말이다.
나노 기술 전문 물리학자인 소니아 안토란즈 콘테라(그녀는 더 많은 여성 인력을 STEM 분야로 불러들이기 위해 캠페인 활동을 펼친다)는 “이 업계에는 여성 종사자가 드뭅니다”라고 말한다. “기술을 개발하는 사람들이 폭넓은 공동체를 갖게 되면, 그 기술이 훨씬 더 유익하게 사용되는 상황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이해할 수 있죠. 만약 남자만 의사와 대화를 나눈다면, 이는 대화의 주제뿐 아니라 관련 기술이 개발되는 방식에도 영향을 미칩니다.”
어쩌면 캐서린의 뇌종양은 약물로도 치료될 수 있었을지 모른다. 베카는 자신이 10대 때 자궁내막증 진단을 받았다면 어떤 일이 생겼을지 상상해보곤 한다. 궁극적으로 그들 모두 누군가가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주기 원했던 것이다. 마침내 이야기를 들어주는 의사를 만났을 때 그들이 첫 번째로 느낀 감정은 자신의 진단명에 대한 좌절이나 슬픔이 아니라 안도감이었다. 누군가 그들의 말을 진지하게 들어줬다는 사실, 자신이 ‘예민하거나 히스테리를 부리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에 대한 안도감 말이다.
“대체로 의사는 연민을 지닌 사람들이라 상대방에게 도움을 주고자 합니다”라고 애시버너 박사는 말한다. 게다가 의사들의 판단이 맞는 경우도 있다. 그러니까 진짜 원인이 스트레스인 경우도 있다는 말이다. 인터넷에서 자신의 증상에 대한 진단명을 찾고 싶은 충동이 생길 수도 있지만, 이는 우리에게 겁을 주는 동시에 근거 없는 피해망상에 빠지게도 한다. 그러나 의료 서비스에서 성차별은 실제로 존재하며, 그것이 초래하는 결과 또한 무시할 수 없다. 이는 반드시 바뀌어야 한다. 물론 의료 연구 분야의 여성 참여 비율을 높이고, 수십 년간 편견을 토대로 이뤄진 의대 학습 과정을 고쳐나가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다. 하지만 실제로 이에 대한 담론은 이미 진행되고 있다. 그때까지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옳지 않은 것을 마주했을 때 자신의 소신을 끝까지 밀어붙이는 것이다. 우리의 목소리가 상대방에게 들릴 때까지 멈추지 말자. 편견이라는 녀석은 주목받았을 때 한없이 약해지니 말이다.
 

 
BEHIND STORY
캐트리오나 가비제너 & 다니엘라 스콧
아무도 우리 이야기를 들어주지 않는 것 같을 때는 어떻게 해야 할까? 이러한 질문에 애시버너 박사는 “다른 의사에게 진단을 받는다고 해서 불쾌하게 생각하지는 않을 거예요. 의사들은 항상 다른 의사에게 의견을 물어봅니다”라고 말한다. “서로 해당 증상이나 문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다양한 소견을 들어보죠. (그러니) 다른 의사를 찾아가도 괜찮은지를 물어본다고 해서 나쁠 건 없어요. 오히려 또 다른 관점에서 당신의 문제에 접근할지도 모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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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Write 다니엘라 스콧/캐트리오나 가비제너
    photo by Jobe Lawrenson
    Digital Design 조예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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