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ve

결혼이 조급해진다고? 그럴 필요 없어!

뭔가를 선택해야 할 것 같은 ‘기로’에 섰을 때 우리의 이성은 잠시 총기를 잃고 성급한 결정을 내린다. 여기 ‘결혼’을 그렇게 결정하고 뼈저리게 후회하는 여자들이 있다.

BYCOSMOPOLITAN2020.06.07
 
 
결혼은 ‘품절 임박’, ‘할인 마감’ 광고가 아니다.

결혼은 ‘품절 임박’, ‘할인 마감’ 광고가 아니다.

29세, 34세, 39세를 조심하라
한 이혼 전문 변호사가 자신의 SNS에 “29세, 34세, 39세가 위험하다. 자신은 신중하게 결정했다고 생각하지만, 어떤 ‘기로’에 선 나이가 주는 불안에 떠밀려 결혼했다가 이혼한 사람이 많다. 지금 만나는 그 사람이 좋은 결혼 상대가 아닐 수 있다”라는 내용의 글을 올려 한동안 화제였다. 올해 서른아홉이 된 나 역시 주위의 불행한 결혼 생활을 보며 굳게 다지는 비혼 의지와 ‘그래도 좋은 사람이 나타난다면…’ 사이에서 왔다 갔다 한다. 마지막 승부수를 띄워야 하나? 그 고민 뒤에 체념이 항상 따라붙는다는 걸 깨닫고 (연애와 결혼을 ‘체념’의 정서로 결정할 순 없으므로) 비혼인의 자리로 돌아가기를 쳇바퀴처럼 반복하고 있다.
서른넷에 결혼한 유혜인(38세, 가명, 작가) 씨는 집에서 빨리 벗어나고 싶은 조급한 마음으로 결혼을 결심했고, 4년이 지난 지금은 그 결정을 후회한다고 말한다. “내가 생각하는 ‘결혼 생활’과 잘 맞는 배우자를 고민한 게 아니라 결혼을 마음먹었을 당시 사귀던 사람과 결혼한 게 실수였어요. 연애할 땐 잘 맞는다고 생각했던 점이 결혼 생활에서는 전혀 아니었거든요. 되돌아보면 결혼 결정 당시 진짜 필요한 질문을 나 자신에게도, 상대에게도 전혀 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놀라워요. 내가 왜 그랬을까요?”
비혼 인구가 급증하는 시대에 청춘을 보내는 ‘스물아홉’은 어떨까? 마케터 김민주(29세) 씨는 주변 친구들의 얘기를 들려줬다. “최근 친구 결혼식에 다녀왔는데, 거기서 가장 많이 들었던 얘기가 있어요. ‘우리도 한 살이라도 어릴 때 빨리 가자. 남자들이 나이 많은 여자는 부담스러워하잖아.’ ‘제일 예쁠 때 웨딩드레스 입어야 해.’ 솔직히 충격적이었죠. 왜 결혼하고 싶냐고 물었더니 ‘어차피 할 거, 그냥 서른 전에 하는 게 좋지 않겠냐’라고 하더라고요.” 29살 때 만난 남자와 30살에 결혼해 3년 만에 이혼한 박지영(34세, 가명) 씨는 어렵게 속내를 털어놨다. “결혼 당시 저는 제 미래에 큰 기대가 없었어요. 회사를 다니고 있었지만 연봉이 크게 오르는 직종이 아니고, 딱히 비전도 없었거든요. 그래서 내 외모나 나이에 콤플렉스를 느끼지 않아도 될 때 빨리 결혼을 하고 싶었죠. 결혼정보회사에서 소개받은 사람과 6개월 만나다가 6개월간 준비해 결혼했어요.” 그렇게 성급히 한 결혼은 신혼여행 때부터 삐거덕거렸다고 했다. “그저 평범한 다른 사람들처럼 결혼 적령기에, 직업이 안정적이고 가정환경도 좋은 남자와 결혼하면 평생 잘살 수 있을 줄 알았죠. 지금 생각해보면 스물아홉은 아무것도 모르는 나이인데, 왜 그렇게 시한부 판정받은 사람처럼 서둘렀는지…. 서른넷이라는 나이에 이혼이라는 값비싼 대가를 치르고 나서야 ‘결혼’의 실체가 무엇인지, 어떤 것을 고려해 결정해야 하는지 알게 된 것 같아요.”
 
스스로를 떠민 사람들
법무법인 젠 대표 류은아 변호사는 박지영 씨처럼 결혼정보회사를 통해 만나 빠르게 결혼했다가 3~4년 안에 이혼하는 경우가 꽤 많다고 말한다. 실제로 통계청이 발표한 ‘2019년 혼인·이혼 통계’에 따르면 이혼의 절반 이상은 결혼 4년 차 이하나 20년 차 이상 부부에서 주로 발생했다. “결혼 3~4년 이내에 하는 이혼을 신혼 이혼이라고 부릅니다. 신혼기에 이혼 상담을 위해 찾아온 클라이언트 중 ‘중매’로 만났다고 답한 이들은 대부분 결혼정보회사를 통해 결혼이 성사된 케이스예요. 다들 수치화된 자료나 팩트를 기반으로 매칭된 사람과 서로에 대해 알아갈 충분한 시간을 갖지 못한 채 결혼해 신혼여행에서 돌아오자마자 혹은 아이가 생기기 전에 이혼을 하러 찾아오죠.”
구로 연세봄정신의학과의 박종석 원장 역시 조급한 마음으로 한 선택을 후회하는 사람이 많다고 말한다. “성급하게 결혼하고 후회하는 이들을 보면, 대부분 본인이 아닌 사회가 정한 프레임, 주변의 시선 때문에 수동적인 결정을 내린 사람들입니다. 결혼을 결정할 때 가장 중요한 건 자율성과 독립성이에요. 자신이 100% 확신하고 원해서 내린 결정도 후회할 수 있는데 시간이나 주변 사람들의 의견에 쫓겨 ‘그래, 이 정도면 괜찮겠지’라는 생각으로 결정하고 진행한 결혼은 위험 요소가 큽니다.”
류은아 변호사는 누군가를 선택하거나 결혼을 추진하는 등 중요한 결정을 할 때 불안, 조급함 등의 감정이 동력으로 작동하지 않았는지 살피라고 조언한다. “간절히 원하는 게 결국 약점이 돼요. 적어도 몇 살 전에는 결혼하고 싶다는 조바심을 내면 성급한 결정으로 흘러가죠. 자신이 경제적으로 불안정하다고 생각하면 탄탄한 직업과 경제력 있는 남자를 만났을 때 판단력이 흐려지고요.” 결혼을 전제로 한 교제의 함정도 주의해야 한다. 결혼정보회사 혹은 상대방이 알려주는 신상 정보만으로 판단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 “‘사업체를 운영하고 있다, 어디 대표다, 최종 학력은 이렇다’ 같은 정보만 믿었다가 그게 다 ‘빚’이고 거짓말이라는 걸 알게 돼 이혼소송을 하죠. 결혼한 적 있는데 초혼인 척하다가 걸린 상대에게 소송을 거는 경우도 있고요. 너무나 다양한 변수가 있기 때문에 결혼정보업체가, 상대가, 혹은 누군가가 하는 이야기만 듣고 판단하지 않는 주도함이 필요합니다.”
30대 후반 혹은 40대를 맞이한 만혼자들도 ‘조급함’의 마수에서 자유롭지 않다. 특히 원하는 바를 이룬 성공한 커리어 우먼들이 종종 실수와 실패를 겪는다. “40대가 넘어가면 진짜 초조함이 생기죠. 본격적인 노화가 시작되고, 영원히 비혼일 줄 알았던 친구들도 하나둘 결혼하고. 너무 외롭고. 폐경, 갱년기를 앞두고 ‘마지막 기회’라는 생각에 성급하게 결혼했다가 헤어지는 과정에서 큰 상처를 받는 이들을 많이 봅니다.” 류은아 변호사의 말이다.
 
 
결혼 적령기 아홉수들의 초조함과 불안감, 조급함은 사실 민간에 오랫동안 전해져 오는 풍습에서 기인하는 감정이다.
 
 
아무도 늦지 않았다
에세이스트 곽정은이 저서 〈혼자여서 괜찮은 하루〉에서 쓴 문장은 마음을 한 템포 늦춰준다. “이 중요한 결정 속에 너무 많은 사회적 기대가 개입되고 ‘결혼을 선택하지 않을 자유’는 손쉽게 가려진다. ‘결혼을 해야 어른이 된다’, ‘애를 낳고 길러봐야 부모 마음을 안다’와 같은 이야기 앞에서 ‘미혼’은 미성숙과 동의어가 되니까. 한국 사회에는 개인의 행복론이 있어야 할 자리에 너무 많은 사회적 당위가 있다. (중략) 정말 중요한 건 내 삶을 스스로 어떻게 규정할지 정하는 일이다.” 서른아홉의 네 번째 달을 지나는 나는 최근 알랭 드 보통의 〈불안〉을 읽으며 덜컥 닥치는 초조함을 다독였다.
나의 안정제가 돼준 말은 다음과 같다. “사랑은 가족에서 나타나든, 성적 관계에서 나타나든, 일종의 존중이라고, 한 사람이 다른 사람의 존재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이라고 정의해볼 수도 있겠다. 누가 우리한테 사랑을 보여주면 우리는 관심의 대상이 됐다는 느낌을 받는다. 우리의 존재에 주목하고, 우리 이름을 기억해주고, 우리 의견에 귀 기울여주고, 약점이 있어도 관대하게 받아주고, 요구가 있으면 들어주기 때문이다. 이런 식으로 관심을 가져주면 우리는 번창한다.”
이 문장에서 ‘다른 사람’, ‘누가’, ‘우리’의 자리에 ‘나’를 넣어 읽어보자. 내가 나의 존재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나의 존재에 주목하고, 나를 관대하게 받아주면 나는 번창한다. 이것이 불안과 조급함에 잠식된 당신에게 들려주고 싶은 진짜 이야기다. 그래도 해소가 안 된다고? 그렇다면 스탠드업 코미디로 유명한 테일러 톰린슨이 지미 팰런의 토크쇼에 출연해 남긴 희대의 명언을 마지막으로 전한다. “사람들이 올린 사진을 보고 공허해 결혼하고 싶다가도 빵을 뜯으면 기분이 훨씬 나아지더라고요. 탄수화물이면 될 것을 인생을 망칠 뻔한 거예요. 결혼해야 할 것 같으면 크래커를 한번 드셔보세요.”  
 

 
아직도 비혼과 결혼 사이에서 갈대처럼 흔들리는가?


쫓기는 마음과 나약해진 판단력으로 상대방을 고르면 망할 확률이 높다.




시집간 친구들을 부러워하지 마라. 대부분은 평균보다 못한 남자와 산다.




신중하고 또 신중해라. 결혼은 순간이지만 이혼은 평생의 짐이다.




언제 아이를 낳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다. 독박 육아는 고통의 연속이다.




결혼은 최종 목표가 아니다. 행복하기 위한 수단이자, 행복의 필요조건일 뿐이다.




당신은 결혼을 ‘못’ 한 게 아니라 타협하지 않았을 뿐이다.




당신이 불안하고 초조해하는 모습을 보이면 만나는 남자도 그걸 눈치챈다. 매력이 떨어진다는 얘기다.




나이가 어떻든(40대라도!), 자존감이 높고 당당한 사람만이 좋은 상대를 만날 가능성이 높다.

Keyword

Credit

  • 프리랜스 에디터 류진
  • photo by Robert Delahanty
  • Digital Design 조예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