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매 말고 몸! 우리가 운동하는 진짜 이유 || 코스모폴리탄코리아 (COSMOPOLITAN 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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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매 말고 몸! 우리가 운동하는 진짜 이유

여자라고 꼭 살 빼려고만 운동하는 건 아니다. 여자도 저마다 다양한 이유로 운동한다. 어떤 이는 몸을 위해서, 어떤 이는 마음을 다스리기 위해서, 혹은 그저 재미로. 농구와 등산, 파쿠르, 펜싱 그리고 킥복싱을 즐기는 5명의 여성에게 ‘운동하는 기쁨’에 대해 물었다.

COSMOPOLITAN BY COSMOPOLITAN 2020.05.30
 
 
돌이켜보면 여자들은 체육 시간에 구기 종목을 즐길 기회가 별로 없었다. 그나마 대중적인 건 피구였지만, ‘팀워크’보다는 ‘경쟁’ 혹은 ‘누가 누구에게 악감정이 있는가?’의 문제가 더 중요하게 여겨지곤 했다. 그렇게 ‘팀 스포츠’에 갈등을 느끼며 자란 여자들이 삼삼오오 모여 농구 동호회를 만들었다. ‘미엔(MIEN)’이 생긴 건 2013년 8월, 이후로 지금까지 7년째 매주 일요일마다 8~10명이 모여 2시간씩 농구를 한다. 그러는 동안 취미 삼아 이들을 지도해주는 감독님도 생겼다. 코로나19 사태로 요즘은 정기 모임이 없지만, 날씨가 좋을 땐 한강 농구 번개 모임을 가지곤 했다. 팀원 유슬아(32세, 회사원) 씨 역시 어릴 때부터 공놀이를 즐겼다. “처음에는 내 몸도 공도 마음처럼 되지 않지만, 원하는 만큼 컨트롤할 수 있게 되기까지 길게 보고 시작했어요. 그 과정에서 하나씩 동작을 만들어가는 재미가 있었죠. 또 매 순간 상대의 움직임을 읽고 반응해야 하기 때문에 운동하는 내내 쫄깃한 텐션도 있어요. 무엇보다 팀원과의 호흡을 통해 슛을 던질 공간을 만들어낼 때, 그리고 그 슛이 성공했을 때는 정말 가슴이 벅차올라요.” 결국 팀 스포츠의 핵심은 ‘호흡’이다. “연습하면서 맞춘 것이든, 눈빛만으로 완성된 플레이든 팀워크가 조금씩 발전할 때마다 성취감을 느껴요. 운동하다 말고 누군가는 삐끗해 의외의 ‘몸 개그’를 안겨주기도 하고요. 다 같이 깔깔거리며 운동을 하고 끝나면 ‘치맥’하러 가기도 하죠.” 팀의 호흡뿐 아니라 폐활량과 심폐지구력도 한 뼘 이상 성장했다. 유슬아 씨는 농구를 시작하고 나서 “어설픈 내 모습도 사랑할 줄 알게 됐다”라고 고백한다. “튼실해진 허벅지와 종아리에 새삼 놀라곤 하지만, 원핸드슛으로 3점슛을 넣을 땐 제 허벅지가 자랑스러워요.”

 

 
이미림(32세, 디자이너) 씨가 등산을 시작한 건 약 1년 반 전,  다이어트를 위해서였다. 처음에는 체력이 따라주지 않아 동네 뒷산에서 ‘트레킹’을 하는 정도였지만, 점차 욕심이 났다. “저도 모르게 높은 산 정상에 올라야 한다는 강박이 생기는 거예요. 아등바등 등산을 마치고 나면 그다음 날은 앓아눕기 일쑤였죠.” 직장을 그만둔 뒤의 불안함이 고스란히 반영된 결과였다. 힘든 만큼 먹어줘야 하기에 다이어트는 일찌감치 물 건너갔다. 그러다가 불현듯, ‘지금 끝까지 오르지 않아도 괜찮아’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날 컨디션에 따라 선택적으로 포기하는 법을 배웠다. 그렇게 차근차근 운동 강도를 높이다 보니 어느새 지리산을 오를 수 있는 체력이 생겼다. 지난해 11월, 토요일 새벽 4시부터 산행을 시작해 비상식량이 가득 든 무거운 배낭을 지고 이틀간 매일 12시간씩, 총 33km를 걸었다. “정말 힘들 땐 힘들다는 생각밖에 안 들어요. 잡생각이 싹 사라지죠. 그 맛에 자꾸 다시 산에 오르는 거예요.” 물론 위험한 순간도 많았다. 한라산 정상에 올랐을 때는 눈보라가 거세 경치를 누리기는커녕 10분 만에 발걸음을 돌려야 했다. 그래도 산에서 보는 풍경은 도시에서 생활하며 회사에 다니는 사람들이 쉽게 볼 수 없는 것이었다. 평소 사진 찍기와 아웃도어 룩을 좋아하는 그에겐 또 다른 소소한 재미가 생겼다. 요즘 주변 사람들에게 ‘등산 영업’하는 데 빠져 있다는 그에게 어떤 여성에게 등산을 추천하고 싶은지 물었더니 “마무리를 못하는 사람들”이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길을 잃지만 않는다면 산은 시작과 끝이 확실하거든요.”
 

 
파쿠르 하면 건물 사이를 자유자재로 뛰어넘고 높은 벽을 오르내리는 ‘익스트림 스포츠’를 떠올리는 사람이 많다. 움직임 교육 연구소 ‘변화의월담’ 공동 대표 리조(문현정) 씨는 좀 다른 접근 방식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10~20대 남성 중심의 파쿠르 동호회에는 경쟁적 분위기가 있어요. ‘내 몸은 왜 이게 안 될까?’ 하고 좌절하는 일이 많았죠.” 그가 생각하기에 파쿠르가 특별한 건, 도구나 시공간에 구애받지 않는 데다 어떤 주변 환경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매번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건축을 포함한 도시 환경에는 ‘어떤 방식으로 움직일 것인가’에 관해 암묵적 룰이 깃들죠. 파쿠르는 이 규칙을 깨고 일상 환경을 놀이의 장으로 만드는 거예요.” 한편 파쿠르로 몸의 움직임에 대한 상상력을 넓힐 수도 있다. 시민들 대상으로 워크숍을 할 때 그는 각자 도전하고 싶은 지형지물을 자유롭게 선택하도록 격려한다. 각자의 몸에 따라 움직임도 달라지기 때문이다. 그는 10대부터 60대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여성과 함께 파쿠르를 즐겨왔다. “여성들이 온갖 시선에서 벗어나 마음껏 움직일 수 있는 기회가 생각보다 그리 많지 않거든요. 파쿠르를 할 땐 심지어 원피스를 입었다고 해도 신경 쓸 필요 없죠.” 참가자들과는 언제든 ‘움직이고 싶을 때’ 만나는 동료가 됐다. “곳곳에서 매달리거나, 균형을 잡거나, 뛰어노는 동안 몸에 대해 솔직한 이야기를 나누곤 해요.”

 

 
유희열(30세) 씨가 손에 칼을 쥐게 된 건 ‘세상에 무찌르고 싶은 게 많아서’다. 8년 전, 학교 내의 펜싱 클럽에 유일한 여성 멤버로 가입했다. 3개월 만에 은메달을 땄고, 2년 반 뒤에는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부상과 재활, 기대와 실망 사이에서 박진감 넘치는 나날을 보냈다. “펜싱이 좋은 건, 몸으로 하는 대화 같아서예요. 상대와 칼을 매개로 대화를 나누고 서로의 공격 의도를 읽는 과정을 통해 연결된다는 느낌이 들거든요.” 펜싱은 그에게 몸을 몸 자체로 볼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주기도 했다. “역사가 400년이나 된 벨기에 펜싱 클럽에 간 적 있는데, 여자 탈의실이 남자 탈의실에 비해 너무 낙후됐더라고요. 양해를 구하고 보다 쾌적한 남자 탈의실에 들어갔어요. 사람이 별로 없을 시간이라 방심했는데, 남성 펜서를 딱 마주친 거예요. 그것도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채로요. 어쩔 줄 모르고 서 있는데 그가 먼저 인사를 건네더군요. 저희는 자연스럽게 각자 옷을 입고 또 벗으면서 ‘어떤 종목의 칼을 쓰는지’, ‘왜 이곳에 오게 됐는지’ 같은 대화를 나눴어요. ‘남녀’가 아닌 또 하나의 ‘펜서’로서 벗은 몸을 만난 후 몸에 대한 시선에서 한결 자유로워졌죠.” 다만 요즘 코로나19 때문에 도통 펜싱 클럽을 방문할 수 없어 아쉽다. “펜싱은 마스크를 쓰고, 장갑도 끼고, 선수 간 일정 거리를 지키는 것이 룰인 스포츠예요. 이 시국에 가장 걸맞은 운동 아닐까요? 하하. 전국의 펜싱인 여러분, 상황이 좀 진정된 뒤 친선 게임 릴레이 어떠신가요?”

 

 
“보통 마흔이 되면 체력이 반으로 확 준다잖아요. 그런데 저는 삼십대 중반에 이미 ‘마흔의 몸’이 된 거예요. 몇 시간 외출하고 돌아오면 지쳐 쓰러져 잠들 정도였어요. 이대로 살 순 없겠다 싶었죠.” 책 〈난생처음 킥복싱〉을 쓴 황보름 씨는 약 1년 전, 축 늘어진 몸을 보며 한탄하다가 ‘킥복싱’을 떠올렸다. 체력을 끌어올리는 김에, 오랜 숙원 사업이었던 ‘강한 몸’도 갖고 싶었다. “가장 좋아하는 건 ‘콤비네이션 훈련’이에요. 코치의 구령에 맞춰 주먹과 발차기 시퀀스를 만드는 건데, 머리로 외우기엔 꽤나 긴 패턴이지만 몸의 감각을 믿고 계속하다 보면 어느새 완성되죠. 그럴 때 짜릿한 성취감을 느껴요.” 삐쩍 마른 몸을 동경했던 그가 운동을 계속하며 몸을 바라보는 관점도 달라졌다. 예전엔 들지 못했던 무거운 아령을 머리 위로 번쩍 들어 올릴 수 있는 몸, 부들부들 떨면서도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푸시업을 해내는 몸이 참 멋지다고 생각하게 됐다. 몸을 다스리는 건 기분을 다스리는 일이기도 했다. “체육관 가득 ‘탕!’ 소리가 울려 퍼질 땐 기분이 정말 좋아요. 꼴 보기 싫은 사람, 닿을 수 없는 이상향을 떠올리며 주먹을 날리다 보면 달라진 건 하나도 없는데 ‘이제 됐다’ 싶은 기분이 들기도 해요.” 킥복싱을 하며 황보름 씨는 ‘강한 몸’과 함께 자신감을 얻었다. ‘누구든 덤비면 이길 수 있다’는 것보다 ‘내가 날 위해 무언가를 하고 있다’는 자신감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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