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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셀럽 안영미

안영미가 벗었다. 부드러운 속살이 아닌 단단한 복근과 내면을 보여주기 위해서. 안영미가 또 한번 벗었다. 그때와 다른 몸과 마음으로.

BYCOSMOPOLITAN2020.05.22
 
 
크롭 톱, 팬츠 모두 가격미정 손정완. 뮬 31만8천원 슈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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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능동적으로 움직여보려고요. 영화도 직접 만들고 싶고, 더 크게는 하나의 문화를 만들어보고 싶어요. 연기를 하는 코미디언으로서는 무대, 영화에도 도전해보고 싶어요.
 
7년 전에도 누드 화보를 찍었어요. 그땐 멋모르고 촬영했다면서요.
30대 초반엔 무조건 마르면 예쁜 줄 알고 무리해서 몸을 만들었어요. 운동보단 굶기를 선택했죠. 그 화보를 찍고 나서 몸이 정말 안 좋아졌어요. 당시엔 뮤지컬 〈드립걸즈〉와 〈코미디빅리그〉 등을 하느라 바쁠 때인 데다 대상포진, 이석증, 폐렴까지 와서 한동안 고생했죠. 그 이후 5년 동안 쉬지 않고 필라테스를 하고 있어요. 내 몸을 먼저 생각하고 운동하며 만든 몸은 좀 다르겠단 생각이 들어 스타일리스트를 졸랐죠. 화보 촬영 잡아달라고요. 예전에는 ‘섹시’에만 초점이 맞춰져 누드 화보를 다 섹시 화보라고 말했잖아요. 그런데 지금은 내 몸을 사랑하고, 멋있는 모습을 최대한 부각시킬 수 있는 화보를 찍고 싶더라고요.


그때와 비교할 때 스스로의 몸을 보는 시선도 달라졌을 것 같아요.
중점적으로 운동한 부위가 복근과 어깨예요. 예전에는 몰랐는데 남자 못지않게 여자에게도 어깨가 참 중요하더라고요. 또 몸에서 에너지원이 되는 곳이 복근과 엉덩이예요. 운동을 해서 겉으로 보기에 예쁜 부위가 아니라 몸에서 중요한 부분이죠. 운동을 시작한 이후로 잔병치레가 없어졌어요.


운동으로 다진 몸을 화보로 남기고 싶었던 이유는 뭔가요? 개그우먼이 스스로의 외모를 희화화하는 것으로 웃음을 주는 게 아니라 멋있을 수도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다는 바람의 일환인가요?
30대 중반이 넘어가면서 말 그대로 ‘술살’이 찌더라고요. 운동하면서도 ‘내가 왜 몸을 이렇게 만들어야 하지?’라는 생각이 들어 동기부여가 생기지 않더라고요. 내 정신력을 다잡는 데 운동이 중요하단 생각을 했고, “나 아직 정신력 강한 사람이에요”라고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싶었어요. 사실 개그우먼들이 스스로 망가질 수 있는 건 그만큼 멘탈이 강하다는 의미거든요. 그걸 어필할 수 있는 방법은 결국 건강한 몸을 보여주는 게 가장 좋겠다란 생각을 했죠. 방송에서 저는 흥청망청 막 사는 것처럼 보이잖아요. 그런 모습 뒤에 이렇게 열심히 운동하는, 의외의 안영미가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어요. SNS를 안 하니까 운동하는 걸 보여줄 확실한 방법도 없었고요.


점점 나이가 약점이 되거나, 나이를 핑계로 안(못) 하는 일도 많아져요. 특히 한국에서는 여성이 오래 활동할 수 없는 묘한 분위기가 있죠. 그런데 영미 씨에게 나이는 더 좋은 방향으로 이끈 것 같아요.
저는 38살이지만 나이를 먹었다고 생각 안 했어요. 그런데 최근에 부분 염색을 했는데, 많은 분이 “안영미 힘든 일 있나 봐. 새치가 엄청 났다”라는 반응을 보이더라고요. 아이돌들이 저와 똑같은 염색을 하면 당연히 염색한 머리라 생각하는데 말이죠. 그때 비로소 내가 나이를 먹었구나 싶었죠. 사실 이번에 화보를 꼭 찍어야겠다고 다짐한 것 역시 나이를 떠나 여전히 탄탄하다는 걸 보여주고 싶은 마음도 있었어요.


방송 활동이 좀 뜸했을 때 “방송국이 날 품어주지 않는다”라고 했지만 사실은 영미 씨가 할 수 있고, 하고 싶은 것을 하겠다는 의지에서 비롯됐다는 걸 예전 인터뷰에서 봤어요.
장난 삼아 “방송국놈들이 나를 안 불렀다”라고 말하지만 사실 정말 많이 찾아줬어요. 하지만 제가 했을 때 보람을 느끼지 못할 것 같고, 굳이 내가 아니더라도 다른 누군가 할 수 있는 역할이라면 하고 싶지 않더라고요. 〈라디오스타〉도 게스트로 출연했을 때 너무 재미있었기 때문에 MC를 하겠다고 한 거였어요. 제가 즐겁게 해야 시청자분들도 알아주시는 것 같아요. 또 중요한 건 지금 방송 채널이 엄청 많은데 프로그램 성격은 다 비슷해요. 저는 어느 채널을 틀어도 나오는 사람이 되고 싶진 않아요.


스스로를 잘 알기 때문에 할 수 있는 얘기 같아요.
저는 잘하는 것과 못하는 걸 잘 알아요. 패널 자리에 앉아 리액션하는 걸 잘 못해요. 그걸 시청자들한테 자주 들키고요. 하하. 제가 〈너의 목소리가 들려〉 초창기 멤버였을 때 작가님이 리액션을 풍부하게 해달라고 해서 노래 도중에 큰 소리로 “와~ 대박” 이러다가 욕을 엄청 먹었어요. 그때 내가 진짜 못한다는 걸 알았죠. 하지만 봉선 언니는 이런 걸 되게 잘하잖아요. 며칠 전 언니랑 서로에게 없는 부분을 얘기하다 “난 언니 역할을 정말 못해”라고 말했어요. 표현력이 풍부하지 못하기 때문일 거예요. 대신 저는 사람들의 집중을 받고, 노력해 결실 맺는 걸 좋아하는 것 같아요.
 
데님 팬츠 가격미정 코치. 귀고리 3만8천원 겟미블링. 목걸이 (위부터)1만9천8백원, 1만7천9백원 모두 H&M. 반지 (왼쪽부터)15만3천원, 17만4천원, 14만3천원 모두 아느작. 3만8천원 앵브록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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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미 씨가 잘하는 것 중 하나는 ‘섹드립’을 치거나 19금 콘텐츠를 만들더라도 너무 저속해 보이지 않는 거예요. 그 비결은 이 호탕한 웃음 때문일까요?
하하하. 그 안에서 눈치를 엄청 보기 때문이에요. 하도 눈치를 봐서 눈 사이가 점점 더 멀어지고 있어요. 하하. 사실 19금 멘트가 떠올라도, 웃기려는 욕심이거나 상대가 불편해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면 하지 않아요. 멘트 하나를 해도 이런 내적 갈등을 엄청 하죠. 분위기 파악하는 게 중요해서 늘 흐름을 파악하려 노력해요. 〈라디오스타〉 녹화할 때도 앞에 앉아 있는 작가님과 PD님이 “어우~”라는 반응을 보이면 얼른 멘트를 주워 담거나 수습하죠. 아무렇게나 막 던지는 건 ‘섹드립’이 아니라 그냥 희롱일 뿐이니까요.


〈라디오스타〉에 게스트로 나왔을 때랑 MC가 된 지금이랑 비교하면 너무 점잖아졌다는 평이 많아요.
게스트로 나가면 상황을 정리하고, 리드하는 MC가 있으니까 그들이 나를 부른 의도에 맞게 움직이기만 하면 돼요. 다른 사람 눈치 볼 것 없이 그냥 하고 싶은 대로 막 해도 되는데, 진행자 입장이 되면 달라요. 게스트를 띄워줘야 하는데 제가 튀려고 하면 안 되죠. 그 자리에 앉아보니 제가 게스트로 나갔을 때 MC분들의 마음이 어땠을지 보이더라고요. 하하. 저 역시 배우는 과정이에요. 라디오 DJ도 하다 보니 웃겨야 한다는 압박감을 많이 내려놔 편해졌어요. 그러니까 다른 사람의 이야기도 들리더라고요.


오늘 찍은 화보를 셀럽파이브 멤버들에게도 실시간으로 보여줬죠. 연예인 생활, 아니 안영미 씨의 인생에서 셀럽파이브 존재는 특별한 것 같아요.
예전에는 하루 종일 ‘안영미’만 검색하고, 관련 검색어와 댓글을 봤어요. 다른 건 안 보고 나만 보니까 다른 사람들도 다 나만 보는 줄 알고 스스로 더 옥죄었죠. 사실 사람들은 나한테 그리 관심이 많지도 않은데 말이죠. 하하. 그래서 계속 과거만 돌아보고, 레전드 영상만 보게 되더라고요. 셀럽파이브를 하면서 제 안에 있던 춤과 무대에 대한 열정이 다 충족됐어요. 그리고 〈무한걸스〉 할 때 제가 놓쳤던 게 참 많았는데, 그걸 다시 잡을 수 있게 해준 것도 셀럽파이브예요. 그야말로 산교육이었죠. 포기를 잘하는 사람인데 우악스러운 신영이와 봉선 언니, 송은이 선배님이 저를 끌어줬어요. 그에 따른 결실이 맺어진 걸 보면서 세상을 보는 눈이 달라졌고요. 주변을 둘러보고, 내 동료를 챙기고, 잘하지 못해도 괜찮다는 걸 알았죠. 그리고 결과 못지않게 과정이 중요하다는 것도 알았어요.


지금 간증 듣는 느낌이에요.
맞아요. 하하. 어버이날에 송은이 선배님한테 “선배님이 저희 어버이십니다”라며 선물을 보냈어요. 스승의날에는 김숙 선배님이랑 봉선 언니, 신영이한테도 보낼 거예요. 그들에게 너무 많은 걸 배웠어요. 늘 혼자라고 생각했는데 든든한 ‘빽’이 생긴 것 같아요. 얼마 전에 멤버들이랑 영화 〈작은 아씨들〉을 봤는데, 딱 우리 같다고 생각했어요. 그 둘째는, 누가 봐도 봉선 언니고요. 하하.


〈무한걸스〉를 할 때는 왜 지금만큼 친하지 않았어요?
급했어요. 지금도 그렇지만 여자 예능 프로그램이 많지 않았고, 개그우먼들이 빛을 볼 수 있는 딱 하나의 무대가 〈무한걸스〉였죠. 거기에 사활을 걸 수밖에 없으니까 누구 하나 마음에 여유가 없었던 것 같아요. 서로에 대한 선입견도 있었고요. 우리가 얼마나 안 친했냐면, 봉선 언니가 당시 4년 넘게 사귄 남자 친구랑 헤어졌는데 멤버들 누구도 몰랐어요. “봉선이가 남자 친구가 있었어?” 이런 반응이었죠. 당시 말하지 않았다는 것에 대해 너무 서운해했더니 봉선 언니가 그때 일을 지금도 기억하고 무슨 일이 있으면 꼭 저한테 먼저 이야기해요. 작은 것 하나까지 너무 공유해서 탈이죠. 얼마 전에 1시간 넘게 통화하면서 이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내가 이렇게까지 원한 건 아니었는데… 내가 원한 건 알짜배기 정보였는데… 하하.


지난 연말 MBC 〈방송연예대상〉에서 했던 수상 소감이 화제였어요. 송은이 씨는 당사자인 영미 씨 모르게 ‘선한 영향력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있다던데, 어떤 건지 알고 있어요?
그냥 뱉으신 말인 줄 알았는데 6월쯤에 진짜 있다고 하더라고요. 사실 선한 영향력이라는 말을 하게 된 이유는, 어느 날 ‘왜 다들 악플러 얘기만 할까? 분명 그 안에 선플이 있을 텐데’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에요. “언니 너무 재미있어요”라는 댓글을 다는 사람도 많은데, 왜 그들에겐 아무도 주의를 기울이지 않고 나쁜 말만 하는 사람에게 관심을 가질까 싶었죠. 그게 선플러들에 대한 예의는 아닌 것 같더라고요. 제가 〈라디오스타〉에 MC로 합류한 계기도 댓글 덕이 컸어요. 실제로 담당 PD님도 그 얘길 했을 정도예요. 선한 영향력은 이 감사함을 어떻게 표현할까 싶어 하게 된 말이었어요. 더 이상 악플러한테 관심 주지 말고 선플러한테 관심 주자는 생각이 컸죠.
 
재킷 79만8천원, 팬츠 53만8천원 모두 ck 캘빈클라인. 목걸이 가격미정 잇츠. 슬링백 13만8천원 레이첼콕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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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응이 이렇게 클 줄 알았어요?
이게 악영향도 있는 게, 제가 댓글 덕에 MC가 됐다고 말하니까 〈라디오스타〉 실시간 댓글 창에 ‘안영미 하차’라고 쓰는 분도 엄청 많아졌어요. 그만큼 힘 있는 공간이라는 걸 사람들이 알게 된 거죠. 결국 제가 한 말이 댓글 쓰는 불특정 다수 모두에게 힘을 실어주는 거였더라고요. 후회하진 않아요. 어차피 감사함을 표현한 거니깐요.


얼마 전 JTBC 코미디 프로그램 〈장르만 코미디〉에 출연한다는 소식과 함께 〈개그콘서트〉 폐지 기사가 공교롭게도 동시에 떴어요.
연초에 〈장르만 코미디〉 출연 제안을 받았어요. 〈SNL〉을 사랑했기 때문에 이런 코미디 프로그램이 다시 생겼으면 했거든요. 지금은 쉬고 있는 후배나 동기들에게 기회가 많이 주어질 수 있겠단 생각도 했고요. 송 선배님 역시 격려해주셨죠. 그 타이밍에 〈개그콘서트〉가 폐지된다는 소식이 나오니 가슴이 아팠어요. 저에게 친정과도 같은 프로그램이니깐요. 한편으론 ‘내가 더 잘해야겠다. 그래서 더 많은 기회를 만들어줘야겠다’란 생각밖에 들지 않더라고요. 사실 이 길이 막혀도 다른 길도 많거든요. 저 역시 〈개그콘서트〉에서 나왔을 때 아무것도 없었고, 이게 끝이라 생각했지만 〈코미디빅리그〉가 생기면서 또 다른 형식의 코미디를 할 수 있었거든요. 〈개그콘서트〉 폐지가 곧 한국 코미디의 끝이라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한 인터뷰에서 20대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로 “나중에 ‘다 해봐서 20대로 돌아갈 필요 없어’란 생각이 들만큼 열심히 살라”라고 한 게 인상적이었어요. 20대 때 안영미 씨는 그렇게 살았어요?
코로나19 때문에 여유가 생겨 과거를 추억하곤 하는데요, 전 다 해봤던 것 같아요. 과거에 했던 행동을 생각하면 ‘여한이 없다’ 그리고 ‘난 참 운이 좋았다’ 싶어요. 멋모르고 정말 잘 살았어요. 하하. 20대 때를 생각하면 그런 마음이에요. “자~알 놀다 갑니다~! 하하하.”


요즘 TV에서 안영미 씨를 포함해 장도연, 박나래 씨 등 30대 여성 개그우먼들이 활약하는 모습이 보기 좋아요. 한편으론 ‘이들 이후엔 어떤 개그우먼이 있을까?’란 질문을 해보니 답이 떠오르지 않더라고요. 영미 씨는 후배들에게 어떤 선배가 되고 싶어요?
송은이 선배님, 김숙 선배님은 이상적인 선배의 표본이에요. 저는 ‘내가 잘하는 걸 잘해야지’라고 생각하는데, 사실 이게 자칫 잘못하면 고인 물이 될 수도 있거든요. 그런데 선배님들은 그 자리에 안주하지 않고 “또 어떤 걸 해볼까?”라고 하세요. 그래서 후배들이 갈 수 있는 길을 많이 뚫어주셨죠. 저도 그런 선배가 되고 싶어요. 대신 저는 선배님들이 안 갔던 길을 뚫어보고 싶죠. 애초에 개그우먼보다는 연기자가 되고 싶었으니까, 그쪽으로 길을 열어보고 싶어요. 예전에는 별생각 없이 코미디 영화를 해보고 싶다고 했는데, 이제는 수동적이지 않고 능동적으로 움직여보려고요. 그래서 영화도 직접 만들고 싶고, 더 크게는 하나의 문화를 만들어보고 싶어요. 난 코미디언이니까 이것만 해야겠다고 제한을 두는 게 아니라 진짜 하고 싶던 연기를 재미있게 보여주는 무대, 영화에 도전해보고 싶어요.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만 에피소드로 엮어도 엄청 재미있는 코미디 영화가 탄생할 것 같은데요?
〈행오버〉를 여자 버전으로 만들어보고 싶어요. 특히 박나래 씨의 일상이나 주사만 가지고 짜깁기해도 충분히 재미있는 이야기가 나올 것 같아요.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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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 Feature Director JEON SO YOUNG
  • Photographer KIM YEONG JOON
  • Stylist 서수경
  • Hair 장혜연
  • Makeup 오가영
  • Assistant 김지현
  • Digital Design 조예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