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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구하기 어려워? 2030을 위한 주거 안정 가이드!

취업도 힘든데, 취업해서 독립하기는 더 힘든데, 과연 내 집 같은 집을 구하는 게 가능할까? 국토교통부(이하 ‘국토부’)의 ‘주거복지로드맵 2.0’이 가동되는 5월을 맞아 코스모가 2030을 위한 주거 안정 가이드를 준비했다.※

BYCOSMOPOLITAN2020.05.21
 
 

라떼는 월세가 말야

한 3천쯤 되려나? 주인공 ‘미소’가 사랑하는 위스키와 담배를 끊을 수 없어 집을 포기하고 떠도는 영화 〈소공녀〉를 보고 문득 궁금해졌다. 대체 이 서울 땅에 버린 월세가 얼마야? 시작은 세기말을 지난 21세기 초 학교 앞 ‘할렘’이라 불리던 동네에서 월세 30만원짜리 ‘잠만 자는 방’이었다. 날아다니는 바퀴벌레(정말이다!)에 기겁해 옮긴 고시원에선 A4 사이즈 창문이 달렸다고 나름 비싼 28만원짜리 방. 월세 좀 줄여보겠다고 홍대 앞 친구 집에 얹혀 살 때는 20만원씩 내다가 싸워서 학교 앞으로 컴백. ‘철길 건너 슬램’ 다세대 주택에서 꽤 오래 살았을 때 월세가 30만원이었지 아마. 지금과 달리 기사 식당만 많던 연남동 시절, 보증금 3천만원에 월세 1백만원이던 2층 단독주택에서 친구들과 넷이 살 때는 보증금을 낸 친구들보다 많이 낸 게 30만원…. 계산기를 두드려보니 결혼 전까지 10년 넘게 쓴 월세가 못해도 4천만원이 넘는다(으악, 내 돈!).
캐리어만 안 끌었을 뿐, 싱글 때는 ‘미소’와 다를 바 없이 서울을 부유했다. 학교 앞 전봇대에서 발견한 ‘잠만 자는 방, 보증금 없음, 월 30만원’이란 문구는 내가 집에 기대하는 최소한이자 내가 집에 투자할 수 있는 최대한이 돼버렸다. 어엿한 직장인이 되면 상황이 좀 나아질 줄 알았건만, 방세에 식비, 교통비, 학자금 대출 상환금까지 고정 지출금을 빼고 나면 친구들과 이자카야 한 번 가기가 무서웠다. 누군가는 알뜰살뜰 모은 돈에 똘똘하게 알아본 은행 대출을 보태 깔끔한 보금자리를 마련했겠지만, 나는 일찌감치 의식주 가운데 집은 포기하고 (주로) 먹을 것과 (그에 못지않게) 입을 것에 주력해 월급을 탕진했다. 영화 〈기생충〉이 나오기 한참 전에 한 친구는 피부병을 얻은 반지하 생활에 치를 떨며 기필코 부자가 될 거라 했지만, 나는 반지하가 그리 싫지 않았다. 눅눅하긴 했지만 시원했고, 무엇보다 월세 오를 걱정이 없었으니까. 물론 어디까지나 아끼던 남색 가방에 하얗게 핀 곰팡이를 보기 전까지의 얘기다.
 

보증금은 없지만 집은 구하고 싶어

연기자 지망생인 A(21세)는 현재 셰어하우스에 살고 있다. 집에서 독립을 반대해 보증금 없는 집을 찾다 알게 된 것이 월세 한두 달치를 보증금 형식으로 먼저 내는 셰어하우스였다. 그런데 방 3개에 화장실 2개가 있는 집에서 여자 넷이 사는 건, 특히 하우스메이트 중에 집주인이 있다(드문 경우이긴 하다)는 게 갈수록 불편했다. A는 이사를 결심했고, ‘중소기업 청년 전세자금대출’을 받기 위해 사무직 보조 일을 시작했다. “중소기업에 다니는 청년층한테 임대 보증금을 지원해준다고 친구가 알려줬어요. 친구는 보증금이 1천만원인 오피스텔에 들어갔는데, 8백만원을 대출받았더라고요. 최대 1억까지 대출되는데 이자가 1.2%라 부담이 적어요.” A는 첫 월급이 나오는 대로 필요한 서류를 준비해 집을 보러 다닐 계획이다. “직접 발로 뛰어야 더 좋은 집을 찾을 수 있대요. 부동산 중개 앱이나 카페에 올라와 있는 정보만으로는 원하는 조건을 확인하기 어렵고, 저처럼 대출을 받으려고 하면 집주인이 기피하는 경우도 있어서요.”
‘중소기업 청년 전세자금대출’은 만 19세부터 34세 청년층이 중소기업에 다니며 연소득이 3천5백만원 이하인 경우, 전셋집을 구할 때 임대 보증료를 최대 1억원까지 1.2%의 대출 금리로 빌려주는 상품이다. 여기서 중요한 건 ‘중소기업’의 정의. 직원들이 다 같이 공장 점퍼를 입고 있는 제조업 회사만 중소기업이 아니다. 중소기업의 형태는 다양하며, 우리에게 이름이 익숙한 중견 기업도 이 범주에 들어가기 때문이다. 3대 기획사 중 한 곳에서 근무하는 지인도 알고 보니 이 대출로 보증금을 마련했다. 중소·중견 기업에서 근무하지 않는다면 ‘청년전용 버팀목’ 대출 상품을 이용할 수 있다. 이전까지 만 25세 미만의 대학생만 신청할 수 있었지만, 지난 3월 국토부는 ‘주거복지로드맵 2.0’을 통해 오는 5월 8일부터 대상이 만 34세 이하로 확대된다고 발표했다. 이 밖에도 연소득 2천만원 이하의 청년에게 보증금은 물론이고 월세도 대출해주는 ‘청년전용 보증부월세대출’도 있으며, 민간 셰어하우스보다 월세가 저렴한 대신 보증금을 내야 했던 셰어형 공공 임대주택도 앞으로 주택도시기금을 대출받을 수 있게 됐다.
빚은 빚일 뿐, 절대 재산이 될 수 없다 생각하는 ‘빚 포비아’라면 공공주택에 눈을 돌리는 것도  방법이다. 대기업을 그만두고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B(32세)는 얼마 전 ‘행복주택’에 들어갔다. “부모님께 생활비 지원을 받고 있어 월세라도 줄여보려고 공공주택을 찾아봤어요. 행복주택과 역세권 청년주택을 알아봤는데, 이곳 입주가 더 빠르더라고요. 보증금과 월세를 조정할 수 있어 보증금으로 최대 전환(7백만원)했고, 현재 월세는 10만원씩 내고 있어요.” B는 관리비까지 다 해도 이전에 살던 원룸의 반도 되지 않는 금액이라 마음의 부담을 덜었다고 했다. 층간 소음이 흠이긴 하지만, 청춘의 7할을 보낸 반지하에서 벗어나 햇살에 눈뜨는 아침은 꽤 기분 좋은 변화였다.
도심 지역에 저렴하게 공감하는 ‘행복주택’, 지하철 역세권에 공급하는 ‘역세권 2030청년주택’, 셰어형 공공 임대주택인 ‘청년주택공공지원’, 다세대주택을 리모델링해 저렴하게 공급하는 ‘청년 매입임대주택’ 등은 청년 계층의 주거 해결을 위한 공공주택이다. 만 19세부터 만 39세의 대학생, 취준생, 사회 초년생, 미혼 직장인 등의 청년층이 입주할 수 있으며 자격 여부는 주거 복지 통합 정보센터인 마이홈(myhome.go.kr)을 통해 확인 가능하다.
 

야, 너두 집 구할 수 있어!

2018년 국토부가 발표한 ‘2017년도 주거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청년층 가운데 자기 소유의 주택에 거주하는 비율은 18.9%로 57.7%인 일반층에 비해 매우 낮다. 나머지는 전세나 월세를 살고 있는 것인데, 월 소득에 비해 월 임대료가 차지하는 비율(RIR)은 이전 해보다 더 높아져 이보다 더 나쁠 수 없는 취업 지옥에서 주거 비용에 대한 부담은 더 커진 상태다. 하지만 한 줄기 희망도 보인다. 수도권 청년층만 떼어놓고 보면 RIR이 이전 해보다 낮아진 것. 행복주택을 비롯한 공공주택 지원의 결과다.
〈공공주택으로 난생처음 내 집 마련〉 저자인 홈드림연구소의 김상암 소장은 집을 포기하는 순간 더 큰 어려움이 생길 거라고 말한다. “연애, 출산, 결혼을 포기한 3포 세대가 내 집 마련과 인간관계를 포기하는 5포 세대가 되고, 꿈과 희망까지 포기한 7포 세대가 되는 과정을 보세요. 내 집 마련을 포기하면 현재와 미래의 연결 고리이자 구심점이 사라지는 겁니다.” 김상암 소장은 집을 투자가 아닌 거주의 관점으로 바라보라고 조언한다. “집을 사고팔아서 부자가 돼야 한다는 목적이 분명한 경우 현실적으로 돈의 한계에 부딪히면 힘들 수밖에 없어요.” 부동산으로 부자가 되겠다는 건 꿈도 꾸지 않으며, 나만의 보금자리를 찾고 있을 뿐이지만 내 집을 마련하는 게 너무 막막하다면? “공공주택을 알면 집에 대한 절망이 희망으로 바뀝니다. 실제로 공공주택을 알게 됐을 때 사람들이 가장 먼저 놀라는 건 가격이에요. 주변 시세의 반값이 되지 않는 금액으로 내 집을 마련할 수 있으니까요. 요즘 공공주택의 공급 입지 역시 많이 좋아졌어요. 역세권 청년주택은 물론이고 행복주택의 경우도 반포·개포 지역에 브랜드 아파트로 들어서니까요.”
하지만 영화 프로덕션 디자이너인 C(39세)는 자신 같은 경우 주거 지원 정책의 사각지대에 있다고 푸념했다. “지원 연령층을 확대했어도 우리 나이엔 해당 사항이 없어요. 저 같은 비혼 프리랜서는 은행에 대출을 받으러 가면 자괴감을 느껴요.” 김상암 소장은 비혼 1인 가구는 공공주택에 입주할 자격 요건이 안 된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어떤 주거 환경을 원하느냐에 따라 더 유리할 수도 있다고 말한다. “나이나 소득이 초과되더라도 일반 1인 가구로 신청할 수 있는 공공주택도 있어요. 청약통장의 가입 기간, 납입 금액, 해당 지역 거주 기간이 그런 조건보다 더 중요할 수 있고요.” 분양을 꿈꾼다면 청약통장은 필수. 이때 은행에서 일러주는 대로 일정 기간 동안 일정 금액만 넣어둬서는 안 된다고 김상암 소장은 말한다. “비혼 1인 가구의 경우 행정 분양가 10억을 넘나드는 민영 아파트를 살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어요? 공공주택의 경우 청약통장을 오랜 기간 유지하면 더 유리해져요.”
마지막으로 김상암 소장은 청년층을 대상으로 한 집 구하기 세미나나 강연에 여성 참여자가 훨씬 많은 현상에 주목했다. “참여 인원의 60~70%가 여성이에요.  더 이상 결혼을 전제로 남자가 집을 준비하고 여자는 혼수를 준비하는 분위기가 아닌 거죠. 안전성과 쾌적함 등 여성이 남성보다 더 많은 조건을 보기 때문에 더 잘 알고 싶어 하는 것 같아요.” 굳이 여기서 버지니아 울프의 말을 인용하지 않더라도, 우리는 이미 잘 알고 있다. 결혼은 선택이지만, 집은 필수라는 걸. 그러니 가능하다면 오는 5월에는(어렵다면 이 역병이 걷히는 대로) 찾아 나서도록 하자. 우리 각자의 ‘자기만의 방’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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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 프리랜스 에디터 김가혜
  • photo by Cara Howe for Comedy Center
  • Digital Design 조예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