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

바이러스는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하루에도 수십 번 듣게 되는 코로나19. 불과 몇 달 전만 해도 이렇게 큰 파장을 몰고 올 거라곤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 마스크 안 쓰고 외출하는 건 상상할 수 없고, 꽃피는 봄날에도 야외 활동은 꿈도 꿀 수 없게 된 이 역병은 어디까지 영향을 미칠까? 경제, 환경 그리고 게임으로 본 이 죽일 놈의 바이러스.

BYCOSMOPOLITAN2020.05.16
 
 
코로나19로 세계가 멈췄다. 공장과 상점이 문을 닫고 사회적 거리두기가 당연해지면서 거리에는 자동차 통행과 사람의 발길이 끊겼다. 그 와중에 평소 도심에서는 눈에 띄지 않던 야생동물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밤 10시부터 다음 날 오전 5시까지 야간 통행금지령을 내린 칠레의 수도 산티아고 중심가에서는 야생 퓨마가 발견됐다. 콜롬비아 수도 보고타에서도 야생 여우가 목격됐다. 콜롬비아 역시 지난 3월 24일부터 전국에 봉쇄령을 내린 상태다.
동물들의 움직임만 달라진 게 아니다. 최근 중국의 공기가 맑아졌고, 이탈리아의 물도 깨끗해졌다. 중국 생태환경부는 후베이성의 지난 2월 ‘대기질 좋은 날’ 평균 일수가 작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21.5% 늘었다고 발표했다. 미국항공우주국과 유럽우주국 위성사진에 따르면 대기오염에 큰 영향을 끼치는 이산화질소도 중국에서 지난 1~2월 사이 대폭 감소했다. 이를 두고 “공장이 문을 닫고 자동차 운행이 줄면서 대기오염이 감소했다”라는 주장이 이어졌다. 확실한 증거는 없지만 분명 일리 있는 얘기로 들린다.
코로나19 여파로 관광객이 줄어든 베네치아의 물이 맑아졌다는 외신 보도도 있었다. 관광 중단으로 곤돌라 등 수상 교통 운행이 줄어 물이 투명해졌다는 것. 베네치아시는 수질이 근본적으로 개선됐다기보다는 운하의 교통량이 줄면서 운하 바닥 침전물이 떠오르지 않아 깨끗해 보이는 것이라고 분석한 바 있다. 하지만 현지 환경 운동가들은 크루즈 등이 베네치아의 지반을 마모시키고 오염을 유발한다고 주장해왔다. 외신 등도 주민 이동 제한으로 수상 버스 곤돌라 등의 교통량이 줄면서 대기오염도가 낮아지는 추세라고 보도했다. 여기서 드는 의문 하나. 공장이 돌아가지 않고 사람들이 집에 머물면서 환경에 긍정적인 효과가 나타났다면, 인류는 도대체 지구에 어떤 해를 끼치고 있으며 그 죗값은 어떻게 치러야 할까? 환경 전문가들은 코로나19가 환경 개선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단정 짓지는 않는다. 다만 환경이 파괴돼 간다는 점을 인정하고 지속 가능한 경제 시스템을 재점검하며 위기를 교훈 삼아 전 세계가 환경문제에 힘을 모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린피스 서울사무소 이인성 기후 에너지 캠페이너는 “올해 2~3월에는 국내 대기오염 역시 소폭 개선됐다”라면서 “중국에서 화석연료 사용량이 감소하며 오염 물질 유입이 줄었고, 국내에서도 자동차 통행량이 줄어 대기오염이 전체적으로 개선된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인성 캠페이너는 “산업과 교통이 멈추고 나서야 대기가 개선됐다는 사실은 현재 경제 시스템이 화석연료에 얼마나 의존하는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온실가스 감축과 재생 가능 에너지 확대를 중심으로 경제 패러다임이 전환된다면 경제와 환경을 함께 회복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기후변화행동연구소 이윤희 선임연구원은 “최근의 코로나19 셧다운과 기후 위기, 환경 영향 사이의 구체적인 인과관계를 증명한 자료는 아직 없다”라고 전제하면서 “경제 상황과 온실가스 배출량의 상관관계에 대해서는 과거에도 유사한 사례가 있었다”라고 말한다. 그리고 “우리나라 온실가스 배출량이 매년 빠른 속도로 늘다가 증가세가 둔화하거나 감소한 경우가 드물게 있는데, 공교롭게도 IMF와 금융 위기 시절”이라면서 “경제적으로 어려운 상황에서 환경문제만 앞세울 수는 없지만, 기후 위기 얘기가 자주 나오는 만큼 최근의 사례를 교훈 삼아 국제적 공조는 물론 지역사회까지 사회적 연대 체제를 갖추고 모두가 힘을 모아야 한다”라고 말했다. 어쩌면 지금이야말로 환경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는 좋은 기회일지도 모르겠다. -이한(〈그린포스트코리아〉 기자)
 

 
경제란 먹고사는 일이다. 먹고살기 위해 사업을 하고, 회사를 세우고, 물건을 팔고, 서비스를 기획한다. 아침에 일어나 출근하면서 오피스디포에 들러 A4 용지를 산다. 해장국 가게에서 선짓국을 사 먹고 커피도 한 잔 마신다. 아이들은 학교에 갔다가 오는 길에 학원을 들른다. 퇴근 후 시원한 맥주 한 잔은 직장인의 낙이다. 그런데 코로나19로 우리의 일상이 거의 마비됐다. 가게 매출은 0원이 되고, 아이들은 밖으로 나가질 못한다. 태권도 도장, 헬스장, 음식점, 목욕탕, 학원은 당장 월세 낼 돈이 걱정이다. 이사를 가야 하지만 전셋집 보는 것도 힘들다. 코로나19는 대면 시장을 초토화했다. 가계와 기업은 돈줄을 좼다. 정부는 돈을 풀지만, 그 돈이 핑핑 돌진 아직 모른다. 중국에서 시작된 코로나19 사태는 우리나라에선 그나마 대응을 잘한다지만, 미국과 유럽에선 감염증이 확산되고 있다. 그리고 수많은 국가는 도대체 몇 명이 감염자인지 확인도 되지 않는다. 지난 3월 24일, 정부 관계 기관이 합동으로 낸 ‘코로나19 관련 금융시장 안정화 방안’ 보고서에도 “코로나19의 영향과 파급 범위를 예단하기 어려운 만큼, 선제적이고 과감하게 조치하되 긴 호흡으로 대응”이란 내용이 나온다.
전 세계가 하나의 이슈로 위기를 겪은 일은 유례를 찾아보기 어렵다. 그만큼 그 깊이를 알 수 없다. 그러나 주의 깊게 볼 현상이 있다. 바로 ‘동학개미운동’. 리먼 브라더스 사태보다 더 빠른 속도로 주가가 매우 큰 폭으로 하락하자 개인 투자자들이 적극적으로 주식을 사들이고 있다. 동학개미운동은 기관과 외국인 투자자는 모두 매도하는 데 맞서 개인 투자자가 대규모로 주식을 매수하는 상황을 반외세 운동인 동학농민운동에 빗댄 신조어다. 그리고 ‘동학삼전운동’이란 신조어도 등장했다. 이왕 살 거 우리나라에서 가장 튼실한 대표 기업인 삼성전자 주식을 사자는 것이다. DB금융투자는 ‘동학삼전운동’이란 종목 분석 리포트를 내기까지 했다!
3월 한 달 동안 개인은 무려 10조원이 넘는 주식을 코스피에서 사들였다. 같은 시기 외국인은 무려 12조1천억원이 넘는 주식을 팔았다. 이를 최근 3개월 기준으로 확대해보면, 격차는 더 심각해진다. 개인은 20조원이 넘는 주식을 사들인 반면 외국인은 15조4천3백억원 넘게 팔았다. 개인 투자자들은 이 위기가 지나면 삼성전자의 주가가 원상회복할 것이라 기대한다. 개미가 이길까? 전 세계 각국이 코로나19 사태를 얼마나 잘, 빠르게 극복할지, 그리고 많은 기업이 이 긴 팬데믹 위기를 버틸 만한 여력이 있는지가 관건이다.
앞으로 경제는 어떻게 될까? 분명한 것은 코로나19가 통제 가능의 영역에 들어와야 한다. 그리고 사람들이 일상으로 복귀해야 한다. 시간은 적어도 몇 달, 길면 1년 넘게 걸릴지도 모른다. 아무도 알 수 없다. 이럴 때일수록 연대의 힘은 강하게 발휘된다. 소상공인과 자영업자 그리고 소기업이 코로나19로 쓰러지지 않도록 돕자. 그들은 경제의 토대다. 투자는 정말 조심하자. 대박보다 쪽박이 언제나 더 가까이에 있다. 그럼에도 개미 투자자의 과감한 베팅이 성공하길 바란다. 그만큼 경제가 빠르게 제자리로 돌아가고 있다는 뜻일 테니.
코로나19 위기를 틈타 주식 투자에 나설 생각이라면 주가가 어떻게 흘러왔는지 5년, 10년치 데이터를 살펴봐라. ‘이 정도 하락했으면 투자해도 되겠네’라는 생각이 얼마나 무의미한지 알게 될 것이다. 길게 봐야 한다. 투자 기간이 길수록 변동성은 낮아진다. 투자를 위해 돈을 빌리진 말자. 이자는 꼬박꼬박 나가도, 수익은 보장되지 않는다. 이번 코로나19는 장기전이다. -심두보(〈디센터〉 편집장)
 

 
오락실에서 옆 사람과 겨루던 시대는 끝났고, 이제는 수백수천 명의 다양한 계층 사람이 부대끼며 즐기게 된 게임. 게임은 흡사 또 다른 가상현실이라고 할 만하다. 만약 이 가상현실 세계에 요즘 글로벌 지역을 덮친 ‘코로나19’와 같은 전염병이 돌면 어떨까? 실제로 게임 속에서 이렇게 끔찍한 전염병이 돈 적 있다. 바로 블리자드의 게임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이하 〈와우〉)에서 벌어진, 이른바 ‘오염된 피’ 사건이다. 〈와우〉에 등장하는 보스 몬스터 중 하나인 ‘혈신 학카르’는 ‘오염된 피’라는 일종의 저주를 내렸는데, 이 저주가 무서운 점은 주변 사람들에게 전염된다는 것이었다. 한 명이 ‘오염된 피’에 감염되면 코로나19처럼 근처에 있는 유저들도 전염되는 피해를 입는 것이다. 원래 이 ‘오염된 피’는 유저들이 ‘혈신 학카르’를 물리치고 해당 지역을 벗어나면 저주가 풀려 생존할 수 있었다. 하지만 개발사인 블리자드의 실수로 이 전염병이 일반 지역에도 퍼져나갔다.
인간 캐릭터들의 전염은 겨우 사라졌지만 사냥꾼이 데리고 다니던 펫은 치료가 되지 않았던 것. 이렇게 감염된 펫이 대도시 오그리마를 돌아다니면서 ‘오염된 피’가 전염병처럼 도시 내의 사람들에게 퍼져나가기 시작했다. ‘혈신 학카르(전염원)→펫(1차 감염)→대도시 NPC(보균자)→고수 플레이어들(2차 전염)→초보자들(3차 전염)’ 이런 식으로 감염이 일어나면서 팬데믹 사태가 왔다. 결국  블리자드가 전염병 사태를 파악한 후 서버를 리셋시켜 펫 관련 버그를 패치로 개선하면서 이 사건은 막을 내렸다. 여기에서 재미있는 것은 ‘오염된 피’에 중독된 게이머들이 보여준 다양한 모습이다. 자신이 중독됐으니 가까이 오지 말라는 사람, 홀로 외딴 곳에 앉아 죽음을 기다리는 사람, 고의로 자신의 저주를 옮기려는 사람, 다른 이들을 속여 가짜 치료제를 파는 사람 등 다양한 행동 패턴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실제로 이는 심리학을 연구하는 학자들과 의학계의 큰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이 사례를 통해 심리학자들은 전염병이나 기타 유해한 질병에 걸렸을 때 사람들의 반응을 다른 시뮬레이션이나 실험 없이 분석할 수 있었으며, 의학계에서는 전염병 확산 경로나 사람들이 전염병에 대처하는 모습을 엿볼 수 있었다. 〈와우〉의 ‘오염된 피’ 사건은 뉴스와 의학 저널, 인터넷 포럼에서 ‘전염병의 실제적인 확산 경로의 예’, ‘가상 세계 전염병의 발발’ 등의 이름으로 소개됐다. 또한 다양한 논문에도 인용되며 게임에서 일어난 사건이 현실을 판가름하는 데 이용될 수 있다는 전례를 남기기도 했다.
이 밖에도  〈와우〉의 확장 팩 〈대격변〉에는 ‘데스윙’이라는 거대한 용이 최종 보스로 등장하는데, 이 용이 ‘오염된 피’처럼 플레이어들을 전염시키는 ‘타락 기생충’이라는 기술을 썼다. 이 기생충에 당한 플레이어 주변에는 몇 초 후 ‘타락 기생충’이 생겨나 공격하는데, 이 공격이 대도시에 전염병처럼 퍼지면서플레이어 전원이 전멸하는 사건이 일어났다. 개발사의 긴급 패치(프로그램 수정)로 겨우 막을 내렸지만, 이는 대도시에 전염병이 창궐하면 얼마나 끔찍한 일이 벌어질 수 있는지 보여준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앞으로도 코로나19와 같은 진화된 신종 바이러스가 창궐할 수 있으며, 그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그때마다 치료제와 백신을 신속하게 개발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게임 속에서는 서버 리셋, 긴급 패치 개발로 전염병 사태를 막았지만 현실에서 대처하는 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 힘든 시간을 더 유예시키느냐, 조속하게 마무리 짓느냐는 결국 개개인에게 달렸다. 게임처럼 현실을 리셋할 수도, 며칠 만에 패치를 개발할 수도 없을 테니 말이다. 무용해 보이는 게임이 때론 현실을 정확하게 비추는 거울이 된다. 지금 게임 속 전염병 사건이 주목받는 이유는 바로 그 때문이다. -조학동(〈게임동아〉 기자)
 
바이러스는 우리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