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

SNS를 끊고 살 수 있을까? 조모족으로 살아봤다

모두가 ‘사회적 거리두기’를 말하는 지금, 개중에는 이런 거리두기가 싫지만은 않은 사람이 있다. 집에 있어도 집에 가고 싶은 욕망을 느끼며 혼자 있기를 즐기는 이들, 이름하여 ‘조모족’이다. 에디터가 SNS를 끊는 것으로 조모족처럼 2주를 살아봤다.

BYCOSMOPOLITAN2020.05.14
 
코로나19 탓에 사회적 거리두기가 장기화되고 있다. 각종 모임과 행사, 외식, 여행 등 외부 활동은 물론 타인과의 만남을 자제하라고 권함에 따라 떠오른 신조어가 있다. 바로 ‘포모족’과 ‘조모족’. 포모(FOMO, Fear of Missing Out)족은 주위 사람들로부터 고립되는 것을 두려워하고 불안해하는 사람들을 말한다. 각종 모임에서 주변부로 밀려나 모든 정보와 유행에 뒤떨어지면 왕따가 된다고 생각해 억지로라도 많은 사람과 관계를 유지하려 애쓰는 이들이다. 반대로 조모(JOMO, Joys of Missing Out)족은 스스로 고립을 선택해 이를 즐기는 사람들을 일컫는다. 이들은 온·오프를 가리지 않고 자신에게 쏟아지는 과한 정보와 인간관계를 적당히 단절하고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며 자기 계발에 몰두한다. 그래서 조모족은 SNS를 멀리하며, 대신 힐링할 수 있는 시간을 즐기려 한다. 포모족이 고립감에 심한 공포를 느낀다면, 조모족은 고립감 자체를 즐긴다.
나는 이 중 어디에 속할까? 직업으로 보자면 난 포모족에 가깝다. 요즘 사람들이 무슨 생각을 하고, 트렌드가 무엇인지 등을 고려해 콘텐츠를 만드는 일을 하기 때문이다. 남들은 다 아는데 나만 모르거나 업계 대부분의 사람이 다 알고 있는 것을 나 혼자 몰라 ‘소문의 끝’이 되는 상황을 두려워한다. 반대로 남들이 모르는 정보를 알게 되면 우쭐해진다. 모든 일이 다 그렇겠지만 이런 삶을 사는 건 좀 피곤하다. 그 모든 정보가 모두 내 일에 도움이 되는 건 아니기 때문이다.
불순물 같은 ‘TMI’도 섞여 있으며, 언젠가 그 소문의 중심이 내가 될 수도 있다. 자연히 타인의 시선에 더 예민해질 수밖에 없다. 그래서 적어도 주말 하루만큼은 집에서 머물며 휴식을 취한다. 물론 그마저도 물리적으로만 그렇다. 쉬는 날에도 내 손에는 스마트폰이 떨어질 새가 없다. 혼자 있지만 혼자가 아닌 느낌, 집에 있지만 집에 가고 싶은 기분이 드는 건 바로 그 때문이다. 나는 세상 사람 모두가 사회적 거리두기를 하는 지금이야말로 온전히 고립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 생각했다. 재택근무를 하니 약속을 최소화할 수 있고, 업무와 연결돼 (있다는 핑계로) 틈날 때마다 SNS를 하는 버릇도 이참에 고치고, 차분히 내 일상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으리라. 집에 읽을거리가 이렇게 많고, 보고 싶은 콘텐츠가 이토록 많은데 뭐가 두렵겠나? 쓸데없는 데 시간과 감정을 낭비하지 않는 방향으로 나의 라이프스타일을 바꿔봐야지!





2주간 SNS 끊기 도즈언~!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트위터. 나는 SNS를 3개나 한다. 각각 용도는 다르지만 주로 정보를 얻거나 측근들의 근황을 살핀다. 인스타그램 스토리에 사진을 자주 올리는데, 휘발되는 게시물이라 업로드하는 것도 부담 없어 즐겨 사용한다. 그런데 이 모든 앱을 삭제하기로 마음먹었다. 최근 인터넷에서는 ‘SNS 한 달 끊기 챌린지’가 유행하지만, 나는 목표를 너무 높게 잡지 않기로 했다. 내 목표는 2주간 스마트폰의 SNS 앱 지우고 생활하기. 본격적으로 재택근무가 시작되자 나만의 루틴을 만들기 시작했다. 눈뜨자마자 간단히 씻고 동네 산책을 나갔다. 필수템은 스마트폰과 노이즈 캔슬링 헤드폰 그리고 마스크.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이 (내 눈에만) 꽤 그럴싸해 #OOTD 셀카를 찍고 싶었지만 ‘그거 찍어서 뭐하게?’란 생각이 들어 포기하고 공원으로 향했다. 이사한 지 1년이 다 돼가지만 한 번도 가볼 생각을 안 했던 동네 공원에 가니 생각보다 많은 사람이 각자의 방식으로 운동을 하고, 산책을 했다. 공원에는 어느새 봄기운이 완연했다. 이제 막 피기 시작한 꽃 앞에서 서둘러 카메라를 켰다. 마침 해외 출장에서 돌아와 자가 격리를 시작한 선배에게 찍은 꽃 사진을 보냈다. 못내 아쉬웠다. 인스타그램에 올렸다면 ‘좋아요’에 후한 팔로어에게 하트 40개는 족히 받을 수 있을 텐데…. 엊그제 〈킹덤〉에서 본 생사초 같은 꽃들이 눈에 띄었고, SNS에 올리면 재밌을 만한 갖가지 드립이 떠올랐지만 꾹 참았다. 1시간 남짓 산책하고 집으로 돌아와 씻은 뒤 노트북 앞에 앉아 업무를 시작했다. 최대한 메신저 사용도 줄이려 애썼다. 이런 루틴이 3일째에 접어들 때쯤 나는 심심해졌다. 집에서 홈트를 하고, 책을 읽고, 영화를 보는 것도 싫증이 났다. 늘 엄지손가락이 향하던 스마트폰 앱이 모두 사라져 조금 답답했다. 자발적 고립으로 자유를 얻었다는 사람이 대다수인데 나는 오히려 활동의 폭이 줄어든 느낌이 들었다. 그러나 좀 더 버텨보기로 했다. 적적한 기분이 들 때는 라디오나 음악의 볼륨을 높였고, 평소 안 하던 요리도 시도했다. 어느 날 밤에는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달고나 커피를 만들어보겠다며 설탕과 커피 가루를 휘젓는 데 1시간 반을 보냈다. 내가 SNS를 계속했다면 그 시간에 무엇을 하고 있었을까? 나는 스스로를 과대평가했던 것 같다. 시간만 있다면, 여유만 있다면 나는 꽤 생산적인 활동을 할 것이라고 말이다.
 
자발적 고립으로 알게 된 나의 진실
자발적 고립을 위해 SNS를 끊었다는 사실을 한동안 주변에 알리지 않았다. 그런데 세상이 나 없이도 너무 잘 돌아간다는 생각에 근황을 묻지도, 궁금해하지도 않는 동네 친구에게 SNS를 끊었다고 말했다. 그러자 “아, 그랬어? 몰랐네?”라는 무심한 반응이 나왔다. SNS에서 내 빈자리가 느껴지지 않았냐, 내가 활동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냐고 묻자 “전~혀 몰랐어”라는 답이 돌아왔다. 내 주변에 인스타그램 팔로어나 ‘좋아요’ 수에 연연하는 사람이 별로 없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생각보다 사람들이 내게 관심이 없다는 것이 명백해진 순간이었다(혹은 SNS에서 내가 이미 ‘아싸’라는 걸 이제 알게 된 건지도). SNS가 인간관계에 영향을 주지 않는 것 역시 확실했다. 자발적 고립이 끝나자 난 서둘러 SNS 앱을 켰고, “코로나19가 가짜와 찐을 가려내고 있다. 다들 집순이&아싸인 척했지만, 생각보다 상황이 장기화되자 가짜들은 고통을 호소하기 시작한다”라는 글을 봤다. 조금 찔렸다. 생각보다 난 고립된 상황을 즐기지 못했기 때문이다.
내가 습관적으로 하는 행동의 진실도 알게 됐다. 기록으로 남기려 찍는다고 말하지만 사실은 사람들에게 보여주거나 자랑하고 싶어 찍는 사진이 많았다. SNS는 내게 꽤 많은 뉴스를 전달해주는 매체이자, 필터링 역할을 한다는 사실도 알았다. 평소에 난 뉴스는 대체로 라디오를 통해 들으며, 텍스트화된 뉴스는 SNS로 접했다. 특히 트위터는 사용자 중에 오피니언 리더가 많아 그냥 흘려들은 사안도 한 번 더 들여다보며 생각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줬다. 그런데 그런 SNS를 끊자, 내 회로는 멈췄다. 라디오와 포털 사이트로 뉴스를 접하면서도 ‘이게 제대로 된 정보인가? 사람들은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을까?’란 생각이 들었다. 그동안 나는 스스로 판단하기 전에, 사람들의 판단을 빌려 뉴스를 보고 있었다. 부작용은 또 있었다. 자발적 고립을 하는 동안 스마트폰 사용 시간이 평소보다 무려 30%나 늘었다. 앱을 모두 지워 SNS 하는 시간은 아예 없었지만, 거의 5년 동안 지속한 게임 ‘프렌즈팝’에 더욱 몰두했고, 여기에 더해 게임을 하나 더 깔았다. 그 때문에 내가 일주일 동안 게임을 한 시간이 평균 19시간은 족히 넘었다. 그렇다. 타인과 교류가 줄어드는 대신 난 열심히 게임 레벨을 올렸던 것이다. 나는 틈틈이 독서를 즐기는 교양인이 아니라 TV를 보다가도, 화장실에서 볼일을 보다가도 레벨 업에 희열을 느끼는 ‘겜돌이’였다.


SNS는 죄가 없다
결과적으로 문제는 SNS가 아니었다. 나의 진짜 문제는 시간이 있어도 제대로 쓰지 못하는 나 자신이었다. 생각해보면 여행을 가도 여행지의 분위기에 온전히 젖어들지 못하고 카메라를 들이대거나 SNS, 메신저를 하기 바빴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생긴 내 시간을 난 어떻게 써야 할지 몰라 무료해했다. 차라리 그 시간에 잠이라도 자지, 난 게임으로 시간을 때웠다. 덴마크에서 가장 신뢰받는 철학자이자 올보르 대학교 심리학과 교수인 스벤 브링크만은 “모든 이의 친구가 되려면 결코 진정한 친구가 될 수 없고, 모든 것을 잘할 수 없다는 평범한 진리를 깨달은 이들이 조모로 태도를 변화시키고 있다”라고 말한다. 그는 남들이 모두 따르는 대세에서 소외되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 때문에 군더더기를 안고 살기보다는 헛된 유혹과 욕망에 끌리지 않고 사는 것이야말로 조모라고 말한다. 결국 진정한 조모는 의미 있게 시간을 쓰고, 세상에 휘둘리지 않으며 진짜 내 삶을 사는 것이리라. 나는 그렇게 살고 싶다는 말만 했을 뿐 어떻게 시간을 보내야 할지 모르고 있었다. 바쁘다는 핑계로, 피곤하다는 이유로 말이다. 나는 애먼 SNS와 인간관계에 내 시간이 허비된다고 책임을 전가한 것은 아닐까? 의미 있게 시간을 보낼 수 있는 나만의 루틴을 찾아 진짜 ‘조모족’이 되겠다는 다짐은 더 확고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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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 Editor 전소영
  • photo by Stocksy
  • Digital Design 조예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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