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르가슴을 위해 이 약을 끊는다고? || 코스모폴리탄코리아 (COSMOPOLITAN 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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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르가슴을 위해 이 약을 끊는다고?

성욕, 흥분 그리고 자아감상실까지, 항우울제는 우리의 섹스 라이프를 망치고 있다. 근데 우리가 엉뚱한 곳에서 만족감을 찾는 건 아닐까? 남자는 오르가슴을 쉽게 느낄 수 있을 거란 생각, 섹스의 목표는 오르가슴이라는 생각부터 바꿔야 한다.

COSMOPOLITAN BY COSMOPOLITAN 2020.05.12
 
 
오르가슴을 위해 약을 끊다?
때때로 나는 사정하길 바라는 절박한 심정으로 무뎌진 그곳을 손에 쥐고서 ‘왜 내가 아직도 시탈로프람을 복용하고 있지’라는 회의를 느끼곤 했다. 약간 어지럽고 흥분된 상태에서 머릿속은 약물 복용을 멈추고 싶다는 생각으로 가득 차 있었다.
하지만 만약 그랬다면 나에겐 결코 좋은 선택이 아니었을 것이다. 시탈로프람은 단순히 내 삶을 향상시키기만 한 게 아니라, 내 인생을 구한 거나 다름없다. 약을 복용하기 전까지 나는 우울증으로 매일 음식 부스러기와 땀자국이 가득한 침대에 누워 낮에는 종일 잠만 자고, 밤에는 불면증에 시달리며 출구가 없는 듯한 삶에 갇혀 있는 기분을 느꼈다. 재미있던 일이 재미가 없어지고, 감정적인 고통은 신체적인 자해로 이어졌다. 하지만 시탈로프람을 만난 후 마침내 나에게 활기라는 것이 생겼다.
물론 SSRI가 실제로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에 대해선 지금까지도 비판의 목소리가 들려오는 데다, 아직도 이 약물의 작용과 효과에 대해 많은 부분이 알려지지 않았다(심지어 우울증에 대해서도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 하지만 확실한 건 대부분의 사람에게 이 약이 어떤 점에서는 효과가 있다는 사실이다. 2018년 국제 학술지 〈란셋〉에 발표된 한 보고서는 항우울제 임상 실험(여기에는 SSRI 외 다른 약품도 일부 포함됐다)에 대한 가장 방대한 연구 결과를 보여주는데, 이에 따르면 시탈로프람을 포함한 21개 약물이 모두 플라시보 약품보다 더 큰 효과를 보인다.
또한 섹스의 경우, 시간이 지남에 따라 나에게 적합한 해결책도 알아냈다. 너무 자세한 이야기는 TMI일 테니 간단하게 요약하자면, 내 몸에는 페니스만큼 민감한 다른 부위가 있고, 항상 이성애 중심의 사회가 집착하는 전통적인 삽입 섹스만 고수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물론 새로운 방법에 적응하는 시간도 필요했다. 나뿐만 아니라 지금 사귀는 여자 친구(그리고 그 전에 사귀었던 여자 친구들)에게도 말이다. 나는 SSD가 내 파트너들에게도 영향을 줬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내가 섹스를 주도하는 일은 줄어들었고, 이는 상대방을 의기소침하게 만들 여지가 있다. 우울증이 당사자뿐만 아니라 주변 사람들에게도 영향을 끼칠 수 있듯이, SSD 또한 부수적인 피해를 유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섹스 및 연애 상담 코치이자 심리학자인 로리 베스 비스비 박사는 SSD를 겪는 커플들을 자주 접한다. 그들은 다른 많은 부분에 대해 만족함에도 종종 섹스가 자신들의 관계를 망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렇게 생각할 필요는 없다. 비스비 박사는 파트너들이 도움을 줄 수 있는 2가지 방법이 있다고 말한다. 우선 자신으로 인해 생긴 문제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그리고 두 번째는 당사자와 이러한 상황에 대해 대화를 나누고, 상대방을 배려하며, 부작용에 대해 이해해야 한다. 동시에 약물을 복용하는 당사자 또한 동등하게 섹스를 주도할 수 있어야 하고, 친밀감을 쌓으며 상대방을 만족시키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다시 말해 균형이야말로 두 사람 사이에 필수적인 요소라는 얘기다. 그리고 이를 위해서는 의사소통이 핵심이다.
 
 
우울할 땐 뇌에서 화학적 불균형이  일어나고, 이로 인에 섹스를 포함한  다양한 일을 즐기지 못하게 된다.
 
대화가 필요해
섹스에 관해 많은 이들이 성별을 근거로 한 특정한 고정관념을 지니고 있다. 남자들의 경우 앞서 언급한 삽입 섹스에만 집착하는 것은 물론 항상 섹스를 원하고 쉽게 오르가슴을 느끼며, 섹스는 오르가슴으로 끝나야 한다는 고정관념이 학창 시절부터 머릿속에 깊게 박혀 있는데, 이는 포르노 문화로 인해 더욱 악화돼왔다. 이제는 이러한 생각이 너무 뿌리 깊은 나머지, 스스로 떨쳐내기가 어려울 수도 있다. 나와 D군, J군 같은 남자들에게 이러한 선입견은 엄청난 부담과 함께 우리가 ‘부족하다’는 생각을 심어준다. 왜냐하면 아주 오래전부터 고착화된 ‘남자’라는 전형적인 타이틀에 우리가 부합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 결과 우리와 섹스를 하는 파트너들은 계속해서 같은 말(“나 좀 오래 걸려”, “잘 안 되네”, “오늘은 안 될 것 같은데…”)을 듣게 되고, 우리가 섹스를 주도하지 않거나 오르가슴을 느끼지 못할 땐 자신에게 뭔가 문제가 있다고, 혹은 자신이 뭔가 실수해 이런 일이 생겼다고 잘못 생각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일반적으로 섹스라는 세계 안에서 남자들이 문제를 맞닥뜨리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다. 삽입 섹스로 오르가슴을 느낄 수 없는 내 문제는 일반적이지 않다는 뜻이다. 세계적 콘돔 브랜드 ‘듀렉스’에서 진행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연구에 참여한 여성의 약 75%가 섹스 도중 오르가슴을 느끼지 않는다고 말한 반면 남성은 28%에 그쳤다. 이러한 수치의 차이는 이제야 조금씩 대중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이제 막 이에 대한 대화가 이뤄지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나 또한 내가 겪는 SSD에 대해 솔직하게 말하면서부터 모든 문제가 한결 수월해졌다. 나의 문제에 대해 털어놨을 때 나의 여자 친구들은 모두 친절하고 배려 깊은 모습을 보여줬으며, 덕분에 우리는 즐거운 섹스 라이프를 되찾을 수 있었다. 두 사람이 모두 즐길 수 있는 섹스 라이프를 말이다.
그와 동시에 나는 깨달았다. 왜 오르가슴이 성공적인 섹스를 뜻하는 지표여야 하는가? 나 또한 오르가슴만 보고 달려갔기 때문에 결국 불안함과 두려움 속에 갇혀버렸던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문제에 대해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다른 방법으로 섹스를 즐기면서 나는 희망을 되찾았다. 언젠가는 침대에 누워 있어도 불안하지 않을 거라는 희망, 지금 겪는 이 ‘불가능’에 대한 고통스러운 기억이 언젠가는 꺼져가는 촛불처럼 희미해질 수 있을 거라는 희망을 말이다. 언젠가는 그곳에 닿을 것이다. 시간이 ‘좀 오래 걸릴’지라도 말이다.
 

 
“내가 투고를 한 이후, 유럽 의약청은 PSSD를 ‘SSRI 복용 기간보다 오래 지속될 수 있는’ 하나의 질환으로 공인했다. 이에 대한 논의가 이뤄지는 건 아주 반가운 일이지만, 동시에 나는 이 문제가 내게도 일어날까 봐 불안했다. 특히 약물 치료 중단을 고민하는 시점에 말이다. 하지만 실제로 문제가 발생하더라도 나는 혼자가 아니다. 그리고 나는 이런 사실을 잘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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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Write 카일 맥닐(Kyle MacNeill)
    freelance editor 박수진
    photo by Jobe Lawrenson
    Digital Design 조예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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