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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증이 오르가슴을 훔쳐간다고?

성욕, 흥분 그리고 자아감상실까지, 항우울제는 우리의 섹스 라이프를 망치고 있다. 근데 우리가 엉뚱한 곳에서 만족감을 찾는 건 아닐까? 남자는 오르가슴을 쉽게 느낄 수 있을 거란 생각, 섹스의 목표는 오르가슴이라는 생각부터 바꿔야 한다.

BYCOSMOPOLITAN2020.05.11
 
 

“미안, 나 좀 오래 걸려”

나는 새우처럼 몸을 구부린 채 벌거벗은 내 몸을 가리려 애썼다. 몇 분 전까지만 해도 처음 만난 사람과 알몸으로 침대에 누워 있는 게 아무렇지도 않았다. 하지만 갑자기 상대방 눈치가 보이고, 부끄러워졌다. 우리는 30분 넘게 섹스를 했지만, 나는 사정을 하지 못했다. 간절했지만 그럴 수 없었다. 나는 무슨 말이든 해야 했다. “신경 쓰지 마.” 나는 베개에 얼굴을 파묻은 채 속삭였다. 분명 상대에게는 그보다 더 많은 설명이 필요했다. 하지만 내가 무슨 말을 하든 그건 남아 있던 무드까지 산산조각 냈을 것이다. 눈을 감고 파도처럼 밀려오는 암울한 생각에 파고들며 이 모든 걸 잊는 편이 훨씬 더 쉬웠다.





처음 항우울제를 처방받았을 때 나는 성생활에 대해서는 1도 생각하지 않았다. 집중해야 할 다른 문제가 더 많았기 때문이다. 때는 2015년이었고, 나는 19살이었으며, 크리스마스 휴일을 앞두고 있었다. 그 당시 나는 무엇이든 손에 잡히는 것으로 자해를 하기 시작했다. 기분은 우울하고, 기력이 없었으며, 어떤 것에도 관심이 생기지 않아 밤낮으로 괴로웠다. 나는 어떤 감정도 드러내지 않은 목소리로 의사에게 내가 처한 현실을 설명했다. 예전에 (강박 장애 때문에) 상담을 받은 적 있으며, 그것이 효과가 없었다고 말이다. 내겐 약물 치료가 필요했다. 나는 의사가 건네는 약 처방전을 받아 들고 진료실을 벗어났다.
약 처방전에는 시탈로프람이란 약물 이름이 적혀 있었다. 이는 영국에서 널리 사용되는, SSRI(선택적 세로토닌 재흡수 저해제)라 불리는 항우울제다. 당시 나는 약물 부작용에 대해 제대로 살펴보지 않았다. 대학생이 된 후 다른 의사에게 진료받으러 갔다가 처음으로 약물 부작용을 알게 된 것이다. 심지어 그때도 그에 대한 이야기는 가볍게 언급됐다. 하지만 당시에 받은 소책자를 다시 읽어보니, 오르가슴이 사라지는 수많은 경우가 뷔페의 음식처럼 줄줄이 나열돼 있었다. 사정이 늦어지는 경우, 성욕이 줄어들거나 늘어나는 경우, 혹은 발기가 되지 않고, 그곳이 무감각해지는 현상 등 그 리스트는 끝도 없이 이어졌다….
 
평소와는 다른 느낌
처음 약을 복용하고 몇 시간이 지나지 않아 나의 그곳은 무감각해졌다. 물론 감정이 둔해지는 거야 이미 예상한 일이었다. 게다가 약물의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하기까지 최소한 4주가 걸릴 거란 사실도 인지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곳의 감각이 그렇게 쉽게 무뎌질 거라곤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약물 치료를 시작하고 몇 주 뒤 처음으로 섹스할 때는 마치 그곳에 콘돔을 여러 겹 씌운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실제로는 한 개도 착용하지 않았다). 삽입할 때마다 감각은 점점 더 둔해졌다. 발가락이 말리고, 머리카락이 쭈뼛 서는 듯한 육체적인 흥분도 거의 느껴지지 않았다. 그렇게 나는 오르가슴에 도달하는 데 실패했다. 이것이 여자들에게는 그리 드문 일도 아니라는 사실을 잘 안다. 내가 갑자기 이를 문제 삼는 건 어찌 보면 아주 특수한, 한편으로는 배부른 불만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전까지 나는 오르가슴을 못 느낀 적이 한 번도 없었다. 나는 언제나 나의 성 체성과 내가 어떤 방식의 섹스를 원하는지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나의 생각과 실제 행위가 일치하지 않자 두려움이 엄습해왔다.
또 다른 부작용도 빠르게 나타났다. 바로 손에서 말이다. 아무리 짜도 계속 물이 나오는 젖은 수건마냥 손에 땀이 축축했다. 다행히 이는 내 몸이 점차 약에 익숙해지면서 서서히 사라졌다. 하지만 SSRI로 인한 성 기능 장애(이하 SSD)는 끈질기게 이어졌다. 심지어 다양한 형태로 발현되고 지속됐다. 그러는 동안 나는 시탈로프람을 거의 1천 정가량 복용했고, 어느새 “미안, 나 좀 오래 걸려”라는 말은 입버릇처럼 익숙해졌다. 물론 지금도 약간의 감각은 남아 있기 때문에 오래 걸리더라도 천천히 오르가슴에 도달할 수는 있었다. 하지만 어떤 때는 아무리 열심히 해도, 혹은 파트너가 아무리 노력을 해도 오르가슴이 느껴지지 않았다. 오히려 시간이 오래 걸릴수록 나는 점점 더 불안해졌고, 그만큼 집중하기도 힘들었다. 그렇게 오르가슴은 천천히 내게서 사라졌다.
 
감정이 무뎌지는 거야 이미 예상한  일이었다. 하지만 그곳까지 그렇게  무뎌질 줄은 몰랐다.
 
행운? 불행?
내가 25살의 D군과 시탈로프람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때, 그는 마치 요리 재료 리스트를 읊듯 무미건조하게 증상을 나열했다. 나는 너무 오랫동안 이러한 증상에 시달려 이제는 그것에 대해 자세히 말하는 것조차 지쳤다. “약한 오르가슴, 무감각한 페니스, 발기부전….” 그는 손가락을 하나씩 접으며 자신이 겪은 성적 부작용을 열거했다. 또 감정적인 부작용에 대해서도 덤덤하게 읊었다. “화가 났고, 혼란스러웠죠. 몸이 고장난 것 같았고, 더 이상 남자답지 못하다는 생각이 들어 자살하고 싶었어요.” 그도 발기는 가능했지만, 페니스 끝부분에서는 여전히 어떤 감각도 느껴지지 않는다고 했다. 다행히 그는 아무것도 없는 0점짜리 섹스를 2점짜리 섹스로 개선시킬 수는 있었다. 하지만 여전히 불안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D군은 “불안하긴 하지만, 그냥 저에게 결함이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였죠”라고 말하며 어깨를 으쓱했다.
온라인상에서는 D군과 같은 남자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그곳에서 이들은 온라인의 익명성에 기대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한 속마음을 털어놓는다. 그들의 이야기를 읽으며 나는 내가 섹스를 하는 것(그리고 하고 싶어 하는 것)이 다른 사람들 눈에는 ‘운이 좋은 것’으로 보인다는 사실을 알았다. 나와 비슷한 처지인 J군은 대학교 다닐 때 SSRI를 복용하기 시작하면서 성욕이 떨어졌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는 “더 이상 섹스에 대한 환상이 없어요”라고 나에게 말했다. “마치 머릿속에서 ‘불꽃’이라는 게 완전히 사라진 것 같아요. 상대방에게 성적으로 끌리지 않고, 섹스 욕구도 없어진 거죠.”
다른 이들 또한 발기부전, 오르가슴의 강도 변화, 혹은 감각이 줄어드는 경우를 경험한다. 항우울제와 관련된 성 기능 장애는 다수의 연구에서도 다양하게 나타난다. 그렇기 때문에 정확한 발생률이나 이것이 얼마나 만연해 있는지를 파악하는 데 어려움이 따른다. 당시 내가 받았던 소책자(대부분의 사람이 눈길조차 주지 않는 그 안내 책자 말이다)에는 성적인 부작용이 “흔히” 나타나며, 10명 중 최대 1명의 비율로 발생한다고 명시돼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그보다 훨씬 더 큰 비율로 부작용을 경험할 수 있다고 말한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실제로 이러한 부작용이 나타난다는 사실이다. 여자와 남자는 물론 ‘논바이너리’, 즉 제3의 성을 가진 이들에게도 말이다. 그 이유에 대해서는 백 퍼센트 확신할 수 없다. 어쨌거나 섹스는 단순한 신체적인 행위 그 이상이며, 동시에 정서적인 행위기도 하니까 말이다.
SSD는 오랜 시간 동안 섹스 라이프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 설령 약을 끊는다고 해도 말이다. PSSD 증후군은 포스트 SSRI 성기능 장애인데, 말 그대로 약물 치료를 중단한 후에도 똑같은 부작용이 지속되는 것이다. 실제로 이는 D군에게 큰 영향을 끼쳤다. D군이 SSRI를 복용한 기간은 단 며칠이지만, 앞서 그가 말한 증상은 2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일부 사람들에게 이러한 문제가 우울증 때문일 수도 있다. 그리고 이런 경우 SSRI는 그저 문제를 악화시키는 데 불과하다. 건강 전문가이자 지역 보건의를 지낸 줄리엣 맥그라탄 박사는 “사람이 우울할 때는 뇌에서 화학적 불균형이 일어나고, 이로 인해 일상의 다양한 일을 즐기지 못하게 됩니다. 여기에는 섹스도 포함되죠. 때때로 환자들이 찾아와 성적 욕구가 저하돼 걱정이라고 말하는데, 자세히 살펴보면 그 근본적인 원인이 우울증인 경우가 많아요”라고 설명한다. 우울증 자체가 원인인지, 약물로 인한 부작용 때문인지를 구분하기 위해서는 우울증을 앓지 않는 성인들까지 포함하는 폭넓은 연구가 이뤄져야 한다. 안타깝게도 지금까지 진행된 연구는 그리 많지 않다. 게다가 약물의 효과와 작용 속도는 사람마다 다르다. 그러니 약물이 우리 기분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반면, 성 기능은 여전히 위태로워질 수 있다는 것이다.
 

 
“내가 투고를 한 이후, 유럽 의약청은 PSSD를 ‘SSRI 복용 기간보다 오래 지속될 수 있는’ 하나의 질환으로 공인했다. 이에 대한 논의가 이뤄지는 건 아주 반가운 일이지만, 동시에 나는 이 문제가 내게도 일어날까 봐 불안했다. 특히 약물 치료 중단을 고민하는 시점에 말이다. 하지만 실제로 문제가 발생하더라도 나는 혼자가 아니다. 그리고 나는 이런 사실을 잘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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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 Write 카일 맥닐(Kyle MacNeill)
  • freelance editor 박수진
  • photo by Jobe Lawrenson
  • Digital Design 조예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