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탈로프람은 내 섹스 라이프를 죽이는 동시에 살리기도 했다. 나는 5년 전 이 약물을 복용하기 시작했다. 그 당시 나는 불안감과 우울증에 빠져 암흑의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그런 나에게 섹스란 남들처럼 선택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어떤 것에도 관심이 없었고, 노력을 기울이는 일에는 더더욱 관심이 없었다. 그뿐만 아니라 ‘극혐’이라 여기는 나의 알몸을 누군가에게 보여줘야 하는 일엔 흥미조차 느끼지 않았다.
당시 사귀던 남자 친구(현재의 남편)에게도 섹스는 선택 사항이 될 수 없었다. 주된 이유는 나를 걱정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가 봐도 며칠 동안 샤워도 안 하고 우울한 모습으로 집 안을 서성이는 여자에게 성적인 환상을 갖기는 만무했을 것 같다. 시탈로프람을 복용한 후 나는 그 어두운 상황에서 벗어나 주변 일에 다시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샤워를 하고, 집을 나서는가 하면, 시리얼 외에 다른 음식도 먹기 시작했다. 또한 섹스에도 관심이 생기기 시작했다. 문득 침대 옆자리에 누운 이 매력적인 남자와 섹스를 안 한 지 몇 달이나 됐다는 사실을 깨달았던 것이다. 그러자 한동안 느끼지 못했던 모든 성적 욕구가 물밀 듯 밀려오기 시작했다. 하지만 문제가 있었다. 마음은 절실한데, 몸이 따라주지 않았다. 결국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나의 그곳은 끝까지 메말라 있었고, 오르가슴을 느끼기까지 예전보다 많은 시간이 걸렸다. 참고로 나는 10대 중반, 성에 눈뜨기 시작한 이후로 주기적으로 오르가슴을 느꼈고, 그것이 나에겐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그렇기 때문에 느끼고 싶은 마음이 간절한데도 오르가슴을 느끼지 못하게 되자, 좌절감이라는 그늘이 드리우기 시작했다. 다행히 남편은 인내심이 강하고, 나는 고집이 센 사람이었다.
우리는 끊임없이 노력을 기울였고, 윤활제와 바이브레이터의 도움을 받아 점차 쾌락을 즐기는 방법을 찾아내기 시작했다. 나는 지금도 시탈로프람을 복용하며, 우리의 섹스 라이프는 여느 때와 같이 왕성하고 즐겁다. 하지만 나는 운이 좋았다. 내 친구 중에는 성적 욕구가 아예 생기지 않거나 오르가슴을 느끼지 못하는 이들도 있다. 항우울제는 아주 대단한 약물이다. 하지만 이 약물로 인해 우리 인생에서 큰 부분이 바뀔 수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 것. 우리는 이러한 인식을 일깨우고, 해결책을 찾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