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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홀로 미술관

사회적 거리두기를 철저히 지키는 당신을 위해 골랐다. 일행도, 대화도 없이 오롯이 집중해야 하는 전시 5.

BYCOSMOPOLITAN2020.05.10
 
 
짧게는 3분, 길게는 9시간 48분까지. 8개의 영상으로 이뤄진 이 전시를 관람하기 위해서는 시간을 넉넉히 비워두자. 네덜란드 출신 작가 휘도 판 데어 베르베는 카메라 동작이 거의 없는 롱 테이크 촬영 기법으로 잔잔하지만 뼈 있는 영상 작품을 만든다. ‘배우는 가짜’라고 생각해 작품에 직접 출연하기도 한다. 작품 속에서 작가는 쇄빙선 앞을 하염없이 걸으며 발밑에서 끊임없이 깨지는 얼음 틈새를 바라보고, 24시간 동안 북극에서 극한의 추위를 견디기도 한다. 약간만 집중력을 발휘한다면, 인간의 원대한 꿈과 그에 비해 너무나도 평범한 일상의 간극, 야망과 노력의 무의미함이 대비되는 순간을 캐치할 수 있을 것.
날짜 4월 27일부터 7월 11일까지
장소 송은 아트스페이스.
 

 
명상은 단순히 일상을 잠시 멈추는 휴식일 뿐만 아니라 잠재력을 끌어내는 창의적인 작업이다. 피크닉의 이번 전시는 명상의 힘을 직접 체험할 기회다. 참여한 작가들이 쟁쟁한데, 지난해 회고전을 치른 한국 추상미술의 선구자 박서보가 신인 작가 원 오브 제로와 팀을 이뤄 7점의 단색화를 선보이며, 컬트의 제왕으로 불리는 영화감독 데이비드 린치, 불교 사상으로부터 강한 영향을 받았다고 알려진 미디어 아트의 거장 미야지마 다츠오, 젠틀몬스터와 카페어니언을 기획한 아티스트 듀오 패브리커 등이 참여한다. 이들 중 상당수는 실제로 명상을 한다고 알려졌다. 회화와 영상, 공간 디자인이 뒤섞인 전시 공간에서 작가들의 사유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지도. 전시는 사회적 거리두기를 위해 100% 사전 예약제로 진행한다. 전시 예약 정보는 피크닉 홈페이지(piknic.kr) 또는 인스타그램으로 확인하면 된다.
날짜 4월 24일부터 9월 27일까지
장소 피크닉
 

 
건축이 시가 될 수 있다면, 시도 건축이 될 수 있을까? 혹은 한 편의 시가 하나의 전시가 될 수 있을까? 전소정 작가는 시인이자 건축가였던 이상의 초기 시를 모티브로 현대와 근대기라는 서로 다른 시공간을 교차한 전시를 구성했다. 전시 제목 〈새로운 상점〉은 이상이 1932년에 발표한 동명의 시에서 차용했다. 이상의 시는 당시 경성에 지어진 미츠코시 백화점을 배경으로 자본주의 공간으로 탈바꿈하는 서울과 근대 문명의 양가적 현실을 관찰해 만든 근대와 진보, 자본주의에 관한 설계도쯤 된다. 작가는 이에 조응해 영상 작품 〈절망하고 탄생하라〉(2020)에서 서울, 파리, 도쿄를 오가며 기록한 이미지와 곳곳에서 차용한 영상 클립을 무작위로 오버랩시킨다. ‘모조 근대’로부터 벗어나고자 하는 두 작가의 시공간을 초월한 노력은 90여 년 전에 그곳에 새롭게 세워진 상점과, 지금 이곳에 새롭게 구성된 상점의 이미지를 통해 만난다.
날짜 5월 8일부터 7월 5일까지
장소 아뜰리에 에르메스
 

 
프롬프터란 연극이나 TV 드라마 촬영장에서 관객에게 잘 보이지 않는 곳에 위치해 연기자에게 대사나 동작을 일러주는 역할을 하는 사람 혹은 장치다. 장종완 작가는 이상향을 좇는 인간의 맹목적인 믿음과 환상, 그리고 그 이면에 자리한 현실의 모순을 회화, 드로잉, 애니메이션으로 이야기한다. 이번 전시에서는 전 세계 지도자들이 회담을 갖거나 중요한 사안을 발표하는 다양한 장, 예를 들어 각국 대통령의 집무실이나 의사당, 회담장에서 공통적으로 발견되는 그림이나 소품을 작가 특유의 우화적이고 유희적인 방식으로 재해석할 예정이다. 전시 기간 내 아라리오뮤지엄의 지하 공간은 연설대처럼 꾸며진다. 작가가 전시장에 숨겨놓은 신기루를 발견할 수 있다면, 일상에서 만나는 정치 선전의 기호에도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게 될 테다.
날짜 4월 24일부터 8월 16일까지
장소 아라리오뮤지엄 인 스페이스
 

 
국립현대미술관이 최근 수집한 국제 미술 소장품을 중심으로, 국내외 작가 17명의 작품 70여 점을 선보이는 전시다. ‘수평의 축’이란 자연을 바라보고 해석하는 작품의 접근 방식을 자연이라는 수평선 위에 축을 세우는 행위에 비유한 것이다. 전시는 ‘부분의 전체’, ‘현상의 부피’, ‘장소의 이면’ 3가지 주제로 나뉜다. 자연을 부분적으로 재현해 삶을 통찰하는 ‘부분의 전체’에서는 핀란드 출신의 작가 에이샤-리사 아틸라, 테레시타 페르난데스를 소개하며, ‘현상의 부피’는 계절, 날씨, 물, 연기, 얼음, 공기 등 자연 요소로 인해 발생하는 현상을 탐구해 시각화한 작품으로 구성된다. ‘장소의 이면’은 풍경의 이면에서 벌어지는 사건, 근접한 미래, 역사에 대한 고찰을 다룬 작품으로 이뤄진다. 이번 전시는 국립현대미술관 재개관 시 관람 가능하다.
날짜 4월 말부터 5월까지(4월 중 재개관 예정)
장소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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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 Editor 김예린
  • photo by 각 미술관 및 작가
  • Digital Design 조예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