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순이들에게 약속이 잡히면? || 코스모폴리탄코리아 (COSMOPOLITAN KOREA)
Life

집순이들에게 약속이 잡히면?

친구들과 왁자지껄하게 보내는 화끈한 ‘불금’ 혹은 포근한 침대와 넷플릭스가 함께하는 아늑한 ‘금밤’, 당신의 선택은?

COSMOPOLITAN BY COSMOPOLITAN 2020.05.09
 
하루 종일 외출도 삼간 채 집에만 있자니 좀이 쑤신다고? 그렇다면 잠시만이라도 코로나19가 종식된 이후를 상상해보자. 잔혹한 월요일을 지나 억겁 같은 수요일 너머, 호랑이 기운이 솟아나는 금요일에 도달한 당신! 힘겨운 한 주(와 체감상 10년 같았던 사회적 거리두기 기간)를 뒤로한 채 모처럼 자유로운 주말을 맞이한 기념으로 퇴근 후 오랜만에 대학교 동기들을 만나기로 했다. 술에 잔뜩 취할 생각에 벌써부터 어깨춤을 추는 당신. 하지만 지금 시각은 아침 8시고, 당신은 아직 출근 준비조차 끝내지 않았다. 당신의 계획, 이대로 지킬 수 있을까?




A 원래 술은 비 올 때 마시는 거야~. 곱슬머리를 가라앉히는 마법의 스프레이를 뿌린 다음, 머리를 영혼까지 끌어 올려 바위처럼 튼튼한 번 헤어를 완성한다. 아, 그리고 오늘의 의상과 매치한 우산도 챙긴다. → 2번으로 이동


B 헐, 진짜? 바느질 장인처럼 한 땀 한 땀 업로드한 인스타그램 스토리의 조회 수를 확인하듯, 모든 방송사와 매체 그리고 애플리케이션의 일기예보를 샅샅이 뒤진다. 적당히 내리고 그치면 좋겠는데…. → 7번으로 이동





A 아, 오늘은 암만해도 이불 속으로 직행해야 할 것 같다(최근 건강관리에 아주 철저하다). 친구들아, 나에겐 아무런 죄가 없단다. 독감 예방주사도 안 맞고 돌아다니는 허술한 내 동기를 탓하렴. → 이번 주는 꽝! 다음 주 어때?


B 그렇다. 이참에 면역력도 키울 겸 점심시간에 뜨끈뜨끈한 갈비탕이나 먹고 와야겠다. 오는 길에 약국에서 감기약도 살 거다. 나는 계획이 다 있다. → 3번으로 이동





A 잠깐 카페에 간다. “에스프레소 샷 추가해주세요!” 이거면 내일 아침까진 버틸 수 있겠지? → 4번으로 이동


B 언제라도 술잔을 내려놓을 수 있게 밑밥을 깔아둬야겠다. 친구들과의 단체 채팅방에 당신의 다크서클 사진을 찍어 올린다. 그런 다음 “아무리 소맥을 맛있게 말아도 이건 못 고칠 듯”이라고 코멘트를 단다. 어쩜 이렇게 출근하자마자 몸이 정직하게 반응을 하는지…. → 5번으로 이동





A 물론이지. 오히려 잘됐다. 내일 어차피 숙취 때문에 하루 종일 침대에 붙어 있을 테니 한 번에 몰아 보면 되겠다. 해장국까지 배달 주문해 방 안에서 꼼짝하지 말아야지. 와, 너무 완벽한 플랜이라 소오름! → 6번으로 이동


B 음, 오늘 밤에 시즌 1을 정주행하지 않으면 세상이 무너져 내릴 것 같다. 내가 모르는 좀비물은 있을 수 없거든. 퇴근길에 미리 줄거리와 등장인물 소개를 정독할 생각하니 벌써부터 설렌다. → 그냥 앞으로는 불금에 약속 잡지 말자!





A 아빠한테 전화해 급히 돈을 빌린다. 농담이고!(진짜?) 친구들에겐 다이어트 중이라 말하고 손바닥만 한 샐러드나 시켜 먹어야지, 어쩌겠나? 하.하.하.하.하…. → 8번으로 이동


B 흠, 지금 내가 가진 돈이 1만원밖에 없으니까 그냥 집에 가서 에어 프라이어에 치킨 너겟이나 돌려 먹어야겠다. 에어 프라이어, 너까지 없었으면 내 인생 너무 우울할 뻔! → 지금 당장 메시지를 보낸다! “얘들아, 미안한데….”





 

 
A 별수 있나, 뭐. 그냥 오늘 밤엔 집에서 혼술하면서 방 청소나 해야겠다. 이럴 땐 분신술이라도 쓰고 싶다. 술은 내가 마실게, 청소는 누가 할래? → 애초에 비가 오는데, 어딜 나가?


B 괜찮다. 내일 아침 일어나면 모든 옷은 이불 밑과 옷장 안에 쑤셔 넣을 예정이다. 설거지는 대충 물로 헹구고, 청소기만 빠르게 돌리면 되겠지…? 정 안 되면 야근 핑계를 댈 거다. → 8번으로 이동





A 고작 남친 때문에 우릴 버리다니! 난 혼자서라도 나갈 거다. 어색하면 술이랑 놀면 되지! → 9번으로 이동


B 뭐? 나 혼자 가라고? 몇 년 만에 처음 만나는 애들도 올 텐데? 절대 사절. → 여기까지 온 것만으로도 칭찬해.





A 아, 오늘은 포기. 난 할 만큼 했으니 그냥 햄버거나 사서 집으로 돌아간다. 잠옷으로 갈아입고 사수가 말한 그 좀비 드라마나 정주행한다. 한동안 집에만 있었더니, 이제 사람 많은 건 딱 질색이다. → 날이 좋지 않아서, 날이 좋지 않아서….


B 버스에서 내려 뒷골목으로 뛰어 들어간다. 비가 내리기 시작해 옷과 머리가 엉망이 되겠지만, 제때 도착할 수는 있을 거야! → 나 오늘 놀 거야, 말리지 마.




 
진정한 친구란 내가 약속을 취소할 걸 알면서도 나를 불러주는 사람이다. 

Keyword

Credit

    Write 테일러 앤드루스
    freelance editor 박수진
    photo by Courtesy HBO
    Digital Design 조예슬
팝업 닫기

로그인

가입한 '개인 이메일 아이디' 혹은 가입 시 사용한
'카카오톡, 네이버 아이디'로 로그인이 가능합니다

'개인 이메일'로 로그인하기

OR

SNS 계정으로 허스트중앙 사이트를 이용할 수 있습니다.

회원이 아니신가요? SIGN U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