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모임을 만든 배경이 궁금하다.
직장인이 되면 대부분 회사라는 한정된 커뮤니티 안에서 인간관계가 이뤄진다. 결혼, 출산, 육아 등은 관계의 사슬을 녹슬게 하는 데 결정적 영향을 미친다. 그래서 회사 동료와 친구를 넘어 새로운 사람들과 만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보고 싶었다. ‘회사밖점심’은 “점심시간에 근처 다른 회사 사람들과 만나서 밥을 먹는다면 어떨까?”라는 질문에 대한 답이다. 2019년 8월에 구글 폼으로 등록 서식을 만들어 가볍게 시작했고, 두 달 만에 100여 명의 직장인이 참여 의사를 밝히며 자신의 이메일을 등록했다. 지금까지 ‘회사밖점심’에 등록한 직장인은 800여 명이다.
‘회사밖점심’은 어떻게 진행되나?
모임 등록 플랫폼(outoftheoffice.typeform.com/to/r09zcq)에 이름과 메일 주소 등 간단한 정보만 입력해 등록하면 강남, 여의도, 을지로, 판교 등을 거점으로 하는 점심 모임 참석 여부를 묻는 연락이 간다. 한 그룹당 6명이 정원이다. 모임을 갖기 전 카카오톡 단체 채팅방에서 미리 인사를 나누고, 만나면 한 시간가량 가볍게 대화를 나누며 함께 식사한 뒤 각자의 직장으로 돌아간다. 느슨한 강도로 연결된 관계를 지향하는 모임이라 부담 없이 만나고 헤어진다.
저녁 모임도 있다고 들었다. 낮과 밤 모임의 차이는 뭔가?
회를 거듭할수록 “점심 모임이 너무 짧다”라는 피드백을 받았다. 좀 더 길게, 제대로 만나려면 퇴근 후 저녁에 만나야 하지 않나. 처음엔 술 마시는 모임 제안도 있었는데, 좀 더 생산적인 시간이 될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하나 기획했다. 그게 ‘회사밖동료’다.
구체적으로 어떤 프로그램인가?
20명의 직장인이 한자리에 모여 각자 자신이 가장 잘 아는 분야에 대해 발표를 한다. 주제가 뭐든 상관없다. 한 주에 2명씩, 총 10회 동안 발표가 이어진다. 1기는 시작을 알리는 킥 오프, 마무리하는 세레모니까지 격주로 한 번씩, 6개월 동안 총 열두 번 모였다. 사실 인사이트 공유는 부가적 목적이고, 20명의 직장인이 자연스럽게 친목을 쌓는 것이 본 목적이다.
20명은 어떤 기준으로 선정하는지?
까다로운 기준이 있는 것은 아니다. 참여도가 중요하니 지원서를 좀 더 적극적으로 채운 사람들을 뽑았다. 의도한 건 아닌데 20대 후반부터 40대 초반까지, 개발자, 마케터, 변호사, 프리랜서, 스타트업 종사자, 대기업 재직자 등 연령대, 직업, 성별이 고르게
분포돼 있다.
이런 모임을 조직하면서 무엇을 얻었나?
우선 ‘사이드 잡’이 될 수 있다. 참가비를 받아 운영하기 때문에 일정 수익이 발생한다. 액수가 많지 않지만, 이 모임이 다양한 방식으로 확장될 수 있다는 사실이 고무적이다. 사람들이 모이기 시작하면 같이 할 수 있는 일이 생기기 때문이다. 또 본업은 고용돼 하는 일이지만 이 프로젝트는 제대로 ‘빌드 업’되면 온전히 나의 커리어이자 자산이 된다. 처음에 몇십 명으로 시작해 이제 신청자 목록이 많이 쌓였고, 축적된 피드백으로 개선·발전하며 커뮤니티를 관리하는 체계를 만들었다.
참가자가 얻는 건 뭘까?
말 그대로 회사 밖의 사람들과 만나는 것. 그걸로 충분하다. 이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커뮤니티·조직 관련 서적을 많이 읽었는데 그중 〈친구의 친구〉에서 저자는 이직 같은 새로운 도전 혹은 문제 해결을 위한 아이디어가 필요할 때 약하게 연결된, 나와 공통분모가 적은 사람들이 오히려 도움이 된다고 말한다. ‘회사 밖’을 통해 맺는 관계가 그런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어떤 모임으로 영역을 확장하고 싶은가?
회사 근처에 ‘친구’를 만들 수 있는 또래 모임. 이를테면 84년생끼리 모여 말도 놓고 좀 더 편하게 네트워킹할 수 있는 자리를 만들어보고 싶다. 본업 외 다른 일을 해보고 싶은 이들을 위한 직장인 사이드 프로젝트도 계획하고 있다. 시작하고 싶은데 경험이 없는 사람들끼리 서로 ‘밍글링’하고, 사이드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병행한 이들을 멘토로 연결해주는 등 다양한 시도를 해볼 생각이다.
About
매거진 〈디센터〉의 편집장이자 책 〈부자의 돈 공부 빈자의 돈 공부〉를 쓴 심두보가 주도하는 커뮤니티다. ‘회사밖점심’은 강남, 여의도, 판교 등을 거점으로 6명의 직장인이 점심에 만나 가볍게 교류하고 헤어지는 느슨한 연결의 모임이다. 좀 더 깊이 있는 관계를 지향하는 ‘회사밖동료’는 6개월 단위로 20명의 직장인을 모집해 12주 동안 지속적인 모임을 갖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