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어린이가 자신이 원하는 것이 될 수 있고, 모든 사람이 안전하고 행복하게 살 수 있는 핀란드가 되길 바랍니다.
지난해 12월, 핀란드에서 세계 최연소 행정 수반이 탄생했다. 34세의 나이에 핀란드 역사상 세 번째 여성 총리가 된 산나 마린이 바로 그 주인공. 그의 나이와 성별이 국제 사회의 화제에 올랐고, 성장 과정도 함께 알려졌다. “제 가족 이야기는 슬픔으로 가득합니다.” 그는 알코올중독자였던 아버지와 일찍이 이혼한 어머니가 자신이 성 소수자임을 뒤늦게 깨닫고 동성과 결혼하며 두 어머니를 두게 됐다. “다른 사람들에게 제 가족에 대해 솔직히 말할 수 없어 사회로부터 고립감을 느꼈습니다.” 마린은 지독한 가난 때문에 중학생 시절부터 빵 포장과 잡지 배달을 하며 생계를 도왔다. 가족 중 처음으로 대학에 진학했지만, 학자금 대출을 받으면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어두운 미래 때문에) 빚을 갚지 못할 수도 있을 거란 걱정 때문에 판매원으로 일하며 학업을 이어갔다.
산나 마린은 AOC보다는 좀 더 편안한 의상을 선호한다. 취임식에서 입은, 부드러운 실루엣의 무릎 위 길이 스커트 슈트는 그의 밝은 미소와 잘 어울린다. 정책 토론장에서도 재킷에 블랙 티셔츠와 스키니 진을 매치하거나, 화이트 셔츠의 단추를 풀어 입는 등 격식에 얽매이지 않는 진보적인 면모를 보여준다.
그렇게 그는 사회적 약자의 상징과도 같은 정치인이 됐다. 모두가 34세라는 마린의 나이에 놀라지만, 그는 20대 초반이었던 2008년부터 정당 정치 활동을 시작해 2012년 시의원에 당선됐고, 시의회 의장을 거쳐 2015년 국회에 입성했다. 또한 총리에 선출되기 전 교통통신부 장관을 지내는 등 10여 년의 정치 경력을 지닌 베테랑 정치인이다. 이렇게 나이 어린 여성 정치인이 큰 활약을 펼칠 수 있는 것은 핀란드의 눈부신 여성 정치 역사 덕분이다. 1906년 유럽에서 최초로 여성에게 선거권을 부여한 핀란드는 뒤이어 피선거권까지도 여성에게 주어, 1907년 세계 최초로 여성 국회의원들을 배출했다.
마린은 한 아이의 어머니이기도 하다. 핀란드 독립 기념일에 멋진 드레스 룩을 선보인 마린의 우아한 D라인.
또한 오늘날 피선거권 연령을 18세로 정하는 등, 법과 제도로 아동과 청소년 그리고 여성의 정치 참여를 보장하고 있다. 이런 배경 덕분에 밀레니얼 세대 여성들이 정치의 최전선에 설 수 있었던 것. 마린은 총리 취임 후 19명의 장관 중 30대 4명을 포함, 총 12명의 여성을 내각에 앉혔다. “저는 제 나이와 성별에 대해 생각해본 적이 없습니다. 그보다 제가 무엇을 하느냐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정치에 입문한 이유와 유권자들이 저에게 보낸 신뢰만 생각할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