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ciety

더 이상 속지 않아! 밀레니얼 세대가 정치하는 법

“아프니까 청춘이다”라는 낭만적인 말에 더 이상 속지 않는다. 뻔한 정치인의 거짓말과 선동에도 휘둘리지 않는다. 가만히 있는다고 알아서 바뀌는 세상이 아니라는 걸 일찌감치 안 밀레니얼은 다양한 방법으로 정치에 참여한다. 쉽고 직관적인 방식으로.

BYCOSMOPOLITAN2020.04.12
 
촛불 집회가 쏘아 올린 공
어느 순간부터 우리에게 촛불은 그냥 촛불이 아니게 됐다. 한 개의 촛불은 큰 힘이 없지만, 여러 개의 촛불이 모이는 순간 엄청난 힘이 발휘된다는 걸 지난 2016년 광화문 촛불 집회를 통해 여실히 느꼈기 때문. 1600만 명이 참여한 촛불 집회가 아무 사고 없이 평화롭게 진행돼 당시 노벨 평화상 후보로 추진했을 정도였다. 이 집회는 현직 대통령 탄핵 판결을 이끌어내는 결과를 만들었다. 직접 광장에 나와 정치 구호를 외침으로써 세상이 바뀔 수 있다는 것을 명백하게 보여준 사건이었다. 화염병으로 가득한 1980년대 운동권의 집회 모습과는 확연히 다른, 386세대가 이젠 기성세대가 됐음을 알리는 일이기도 했다. 이후 촛불 집회는 대학로, 강남역 등 장소를 가리지 않고 평화로운 집회의 한 형태로 자리 잡았다. 가장 최근의 대규모 촛불 집회로 꼽히는 것은 지난해 10월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에서 열린 ‘전국대학생연합촛불집회’. 조국 전 법무부장관의 사퇴와 청와대 검찰 수사 개입 중단을 요구하는 골자로 진행됐다. 촛불 집회는 권력을 가진 자들에게 가장 강력하게 의사 표현을 할 수 있는 비폭력 평화 시위이자 직접민주주의의 새로운 방식으로 평가받고 있다.


해시태그의 힘
이제는 거의 신체 일부로 봐야 할 만큼 스마트폰은 우리 일상 깊숙이 자리 잡았다. 밥 먹고, 화장실 가는 것 빼고는 이 손바닥만 한 세상에서 뭐든 할 수 있다. 정치라고 뭐 다르겠는가? 가장 대표적인 것은 페미니즘 운동의 시발점이 된 #MeToo다. 이후 해시태그 운동은 다른 주제로 계속 이어지고 있다. SNS로 #에 간결한 메시지를 담는다. 그 메시지는 일상적인 것일 수도 있고, 세계를 향하는 것일 수도 있다. 전달하는 내용도 방법도 모두 간단하지만, 영향력은 크다. #MeToo가 #WithYou나 #MeFirst로 확산된 것처럼 한 운동은 또 다른 운동을 만들어낸다. 최근 한국에서는 코로나19로 마스크 품귀 현상이 일어나자 더 급한 사람에게 양보하자는 의미에서 #마사크안사기운동 #마스크양보하기 등의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다. 미국에서는 해시태그가 사회운동의 핵심적인 도구로 사용돼 ‘해시태그 행동주의’라는 말을 쓰기도 한다. 이 운동은 특별한 메시지를 전하는 캠페인이 되기도 하고, 세계 곳곳에서 일어난 사건의 피해자를 향한 애도의 표현이 되기도 하며,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환경 그리고 우리는
막연하게 ‘지구온난화’를 걱정하던 시대를 넘어 내 일상에 밀접한 영향을 주는 주제가 된 환경. 실제로 날씨와 미세먼지 농도를 체크하면서 하루를 시작하는 사람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 그러니 환경문제를 손 놓고 구경만 할 수 없다. 이와 관련해 밀레니얼은 좀 더 적극적으로 환경을 정치의 화두로 삼는다. 지난해 미국 〈타임〉지에서 ‘올해의 인물’로 선정한 스웨덴의 16살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가 대표적인 인물이다. 전 세계인을 거리로 이끈 ‘미래를 위한 금요일’이란 환경 운동의 주인공인 튠베리는 기후변화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워준다. 한국에서는 인기 캐릭터 펭수가 국제 환경 단체 ‘그린피스’와 협업해 1회용 플라스틱 컵 대신 텀블러, 머그컵 사용을 독려한다. 소수자와 생명, 자연을 옹호하는 정당인 녹색당이 청년들에게 호응을 얻고 있는 것도 이와 같은 흐름의 일환이라 볼 수 있다.


그까짓 돈? 펀딩해!
“우리가 돈이 없지, 가오가 없냐?” 이 말도 밀레니얼들에겐 안 통한다. 푼돈이라도 여럿이 모으면 큰돈이 되니 말이다. 그야말로 명분과 실리를 모두 취하는 방법을 택한다. 가난하더라도 좋은 의미와 명분이 있는 것이라면 기꺼이 소액이나마 투자한다. 크라우드 펀딩이 밀레니얼들에게 먹히는 이유다. 특히 선거철이 되면 크라우드 펀딩은 더욱 활기를 띤다. 4·15총선을 앞둔 현재 사람들의 정치 참여를 독려하기 위한 〈전국투표전도 2020: 나의 선택을 돕는 국회선거 가이드〉, 정당을 직접 설립한 세 여자의 이야기를 담은 책 〈당 만드는 여자들〉, 통일에 대한 생각을 확립할 수 있는 책 〈나는 통일을 땡땡합니다〉 등의 북 펀딩이 시작됐다. 지난 2018년에는 뜻을 같이하는 동료를 찾아 서명 운동, 입법 청원, 펀딩 등을 할 수 있는 입법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이 만들어지기도 했다. 실제로 정치 스타트업 플랫폼 ‘폴리시브릿지’는 동물 해부 실습 금지법을 통과시켰다. 밀레니얼은 세상을 변화시키는 데 발생하는 경제적인 부담을 연대의 방법으로 투명하고 공정하게 해결하는 셈이다.
 
주변에서 중심으로
밀레니얼 세대들이 정치 주변부에서 중심부로 떠오르고 있다. 한국은 올해부터 투표 가능한 나이가 만 18세로 낮춰지면서 이 흐름이 더욱 가열차게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복지, 정치 등 다방면으로 앞서가고 있는 북유럽 국가 중에서도 핀란드는 30대 초반의 산나 마린이 여성 총리로 당선됐다. 연정에 참여한 5개 정당의 대표 모두가 여성이며, 이 중 4개 정당 대표는 30대 초반이다. 한국에서도 이따금 청년 정치인이 국회에 입성하는 일이 일어나긴 하지만, 잘 준비된 정치인으로 성장하기보다는 일회성 이벤트에 그치는 경우가 대다수. 하지만 이번 총선에서는 거대 양당에서 약간의 변화가 보인다. 민주당과 통합당이 공천에서 청년에게 가산점을 주며 적극적으로 청년들을 영입하고 있다. 최근 정의당 비례대표 1번을 92년생 류호정에게 준 것은 고무적이다.


소비로 신념 보여주기
정치적·사회적 신념을 가장 적극적으로 드러낼 수 있는 또 다른 방법은 바로 소비 행위다. 이왕이면 착한 기업이라고 일컬어지는 브랜드의 제품을 구매하는 것, 각종 악행을 저질렀다는 사실이 알려진 기업에는 가차 없이 불매운동을 하는 것 모두가 밀레니얼의 ‘미닝아웃’이라 할 수 있다. 명분이 분명한 불매운동은 기업에 타격을 미칠 뿐 아니라 꽤 오래 지속된다. 지난해 일본 제품 불매운동이 대표적인 예다. 적극적으로 불매운동을 실천함으로써 일본 제품 판매량에 큰 타격을 입혔다. 일본 전범 기업으로 찍힌 곳들의 피해는 올해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갑질 논란으로 이미지에 타격을 입은 기업은 여전히 적자에 허덕이는 경우가 부지기수. 특히 남양유업은 지난 2013년 갑질 논란으로 이미지 손상을 입었고, 이후 꾸준히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이와 같은 불매운동은 비단 상품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지난해 남자 연예인들의 불법 영상 촬영 및 유포 혐의로 세상이 들썩였을 때 언급된 연예인들에 대한 퇴출 운동도 이어지고 있다. 이들이 활동에 시동을 걸거나 기사화될 때마다 논란이 됐던 그들의 언행을 언급하며 환기시키기 일쑤다. 불법을 저지른 이들이 만든 콘텐츠를 보지 않는 ‘불매’ 혹은 그들의 잘못된 행동을 잊지 않는 ‘환기’의 방법으로 낙인을 찍는 셈이다.


끝나지 않는 젠더 논쟁
성 대결로 점철됐던 젠더 논쟁은 남녀를 떠나 성 소수자로까지 확장됐다. 그중에서도 최근 논란이 된 건 트랜스젠더. 군 복무 중 성전환 수술을 받고 복귀해 여군으로 복무하고 싶다고 밝혀 화제가 된 육군 변희수 하사는 법적 성별 정정을 마쳤고, 가족관계등록부상 여성이 됐음에도 강제 전역당했다. 이에 대해 그는 강제 전역 불복 인사소청을 냈고, 현재 그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또한 지난 1월 트랜스젠더 한 명이 숙명여대 정시 전형에 최종 합격했지만, 그의 입학에 항의하는 목소리가 거세지자 당사자가 입학을 포기하면서 일단락됐다. 교내 인터넷 익명 게시판에서 입학 반대 여론이 형성됐고 일부 학생은 ‘숙명여대 트랜스젠더 남성 입학 반대 TF팀’을 꾸려 ‘생물학적 여성’만 입학을 허가하는 학칙 개정을 요구하겠다고 밝혔다. 놀라운 건 숙명여대를 비롯한 그 외 여대 페미니즘 동아리에서도 그의 입학을 반대하며 “여자라 주장하는 남자는 여자들의 공간을 침범하고 기회를 빼앗아간다”라고 주장했다는 것이다. 이와 달리 교내 성 소수자 인권 모임은 “트랜스젠더 입학을 환영한다”는 성명문을 공개했다. 또한 이와 관련해 해시태그 ‘#합격축하해요_우리가여기있다’가 등장하기도 했다. 페미니즘이라고 해서 다 같은 페미니즘은 아니라는 것을 의미하는 상징적인 사건이었다.


너도? 나도! 국민청원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한 지 100일을 맞아 국민과 직접 소통하겠다는 취지로 신설된 청와대 국민청원. 30일 동안 20만 명의 서명을 받은 청원은 정부와 청와대 관계자들이 답변을 한다. 게시판을 통해 국민들이 직접 정책을 제안하고 의견을 내는 직접민주주의의 형태로, 대체로 긍정적인 평가를 받는다. 별도의 회원 가입 신청이나 로그인을 하지 않아도 누구나 글을 게시하고 서명할 수 있다. 게시글에서 가장 많이 언급되는 주제는 아기, 여성, 정책 등이다. 지금까지 공식적인 답변을 내놓은 청원은 78개로, 논쟁적인 이슈가 터질 때마다 여론을 가늠할 수 있는 바로미터가 되기도 한다. 사안을 적극적으로 알리기 위해 사람들은 다양한 방식으로 청원 게시글을 공유하고, 서명을 받는다.  국회에서도 직접 청원을 할 수 있는 ‘국민동의청원’ 제도가 시작됐으며, ‘텔레그램 n번방’과 같은 성범죄를 막아달라는 목소리가 10만 명의 동의를 받아 국민동원청원의 ‘1호 청원’이 됐다.